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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의 식인종 [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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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파리의 식인종, 사랑의 미덕으로 역사를 보듬는 ‘천국’의 아이들
-프랑스 식민지 노예해방 150주년 기념작: 제국주의의 악에서 벗어나 아름다운 인류의 미래를 꿈꾸다

*동물원에 갇혀 식인종이라 불린 사람들의 실제 이야기

사람을 동물원에 가두고, 짐승처럼 전시하고, 식인종으로 부른다? 그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
동물원에 갇히고, 짐승처럼 전시되고, 식인종이라 불린 사람들이 실제로 있었다. 오늘날 ‘천국에서 가장 가까운 섬’으로 불리는 남태평양의 아름다운 섬 누벨칼레도니의 원주민 ‘카낙’들의 이야기다.

이 작품은 프랑스 추리소설 대상과 폴 페발 대중문학상 등을 수상한 프랑스의 대표적 참여주의 작가 디디에 데냉크스가 1998년 식민지 노예해방 150주년을 기념하여 이에 관한 원고를 청탁받고서, 1931년 파리 식민지박람회에서 일어났던 실제 사건에 영감을 받아 쓴 소설이다. 누벨칼레도니의 추장들로부터 직접 비밀스런 과거사를 전해 듣고, 역사에 묻힌 비극적 사건을 인간애 넘치는 짧은 이야기 한 편으로 부활시킨다. 프랑스 연극 무대에 수차례 오르며 화제를 뿌린 작품이다.

때는 프랑스로부터 독립을 요구하는 반란이 한창인 1980년대 누벨칼레도니. 고세네 노인이 백인에 대한 반목과 질시에 사로잡힌 반란군 청년들에게 젊은 시절 겪은 믿기 힘든 경험담을 들려준다. 이야기는 제국주의의 화려한 빛과 소리의 축제, 1931년 파리의 식민지박람회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행사에 백여 명의 카낙들이 전통문화를 전시하러 참가하는데, 정작 동물원에 갇혀 가슴과 이빨을 드러낸 채 짐승처럼 으르렁거리며 방문객들을 끌어야만 했다. 게다가 일부는 악어와 맞교환되어 독일의 서커스단으로 보내지는 운명에 처한다. 박람회 개막식을 앞두고 동물원의 악어들이 떼죽음을 당하는 사건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이런 웃지 못할 실제 역사를 배경으로, 카낙 청년 고세네와 친구 바디무앵이 이유도 모르는 채 독일로 끌려가는 약혼녀와 부족사람들을 찾아 동물원을 탈출하면서 한바탕 추격전이 전개된다.

*문명의 정글을 달리는 순진무구한 청년들의 모험과 사랑

누벨칼레도니의 숲만 알던 순진무구한 청년들에게 파리는 빛과 자동차, 소음과 위험의 정글이다. 그들이 문명의 정글을 우왕좌왕 좌충우돌 누비는 모습은 눈물겹고도 익살스럽게 그려진다. 자동차의 물결 앞에서 어쩔 줄 모르고 지하철을 무서워하며, 그러면서도 경비원을 협박하고, 경찰에 쫓기고, 기차역까지 쫓아갔다가 급기야 고위관리의 사무실로 쳐들어가는 위기일발의 장면들이 긴박하고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두 카낙 청년이 원하는 것은 오직 하나, 사랑하는 사람들을 되찾는 것. 연인과 친구와 부족사람들에 대한 사랑이야말로 백인 지배자들에게 굴하지 않는 용기의 발로이며, 어떤 역경이라도 헤쳐 나가는 힘의 원천이다. 타인으로부터 야만적인 식인종으로 취급당할 때, 인간은 여전히 인간일 수 있을까… 동물원의 짐승들 한가운데 갇힐 때, 인간은 인간으로서의 위엄을 유지할 수 있을까… 그들의 모험은 이런 물음에 명쾌한 대답을 던진다. 동물원에 짐승처럼 갇히고 식인종으로 전시되었으되, 마음은 순수한 사랑으로 넘치는 사람들. 그래서 그들은 여전히 인간이었고, 그들의 위엄은 백인들의 그것보다 빛났다. 외부의 억압에도, 지배자의 모욕에도, 인간이 인간으로 온전히 남을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사랑의 미덕임을 이 순박한 청년들은 온몸으로 보여준다. 식인종이기는커녕 아름다운 천국의 아이들로 보이는 진짜 이유는 생명력 넘치는 이런 사랑 때문일 것이다.

이 작품은 또한 두 청년의 모험을 통해 문명과 자연을 대비시키며 인류의 바람직한 미래상을 제시하고 있다. 전화에 찌들고 문명화에 잠식당한 도시 파리와 천연의 섬 누벨칼레도니, 같은 인간을 눈요깃감으로 전시하고 전쟁에서 총알받이로 이용하는 제국주의자들과 땅을 일구고 평화롭게 살아가는 섬나라 원주민들. 과연 어느 쪽이 식인종인가? 누가 진정 야만인인가? 이 책은 이러한 역사의 아이러니에 대한 성찰이기도 하다.

*반세기를 오가며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이야기

동물원의 충격, 쫓고 쫓기는 모험, 사랑과 우정, 카낙의 목숨을 살려준 한 백인의 용기… 고세네 노인의 옛 이야기는 액자소설처럼 현재의 시간 사이사이에 끼어들면서, 현재 일고 있는 반란의 불길을 과거를 통해 재조명하고 있다. 실상 너무나 충격적이라, 카낙들의 나라 ‘카나키’의 역사에서 지워졌던 이 사건은 그들 자신의 구전의 전통에서 되살아난다. 고세네 노인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백인에 대한 반란군 청년들의 거친 마음을 누그러뜨리고, 결국 평화와 공존의 메시지를 심어놓게 된다. 입에서 입으로, 세대에서 세대로 전해지는 이야기의 힘, 억압받는 자들의 소소한 진실이 싱싱한 생명을 얻어가는 그 빛나는 시간을 이 책은 쉽고도 분명하게 보여준다.

은근한 블랙 유머의 대가 디디에 데냉크스는 인간 전시를 통해 극단적으로 드러나는 인종차별과 제국주의의 악에 관한 무거운 주제를 간결한 구성과 가벼운 필치, 은근한 유머와 익살의 터치로 경쾌하게 풀어낸다. 연인의 이별이 애를 태우고, 친구의 우정에 웃고 울고, 애끓는 조국애에 한순간 가슴이 미어진다. 문명에 맞서는 청년들의 순진한 모습은 웃음을 자아낸다. 30년대 파리의 시대상과 식민지박람회라는 기이한 세계, 그리고 80년대 유혈사태 직전의 분위기까지도 가볍게 포착한다. 한 편의 단막극 같은 짧은 소설로 이 많은 주제를 물 흐르듯 담아내는 작가의 솜씨가 돋보인다.

식민통치의 경험을 안고 고도화된 산업사회의 차별과 소외를 체험하며 살아가는 우리이기에, 더욱 특별한 공감대를 이루며 마음 한편에 짧지만 깊은 여운을 남기는 작품이다. 역사의 아픈 기억을 사랑으로 보듬는 이 순박한 ‘천국’의 아이들! 우리는 그들로부터 인간 존엄과 보편적 인간애의 교훈을 배우고, 먼 젊음의 뒤안길에서 돌아온 누님 같은 평온한 카타르시스를 경험한다.

목차

타오르는 불길
노인의 이야기 - 1931년 파리의 식인종
에필로그

옮긴이의 말

본문중에서

그렇게 우리는 도시로 들어섰다. 돌과 금속과 소음과 위험의 정글. 광고 전광판, 레스토랑과 가로등 불빛, 자동차 전조등이 밤을 낮으로 바꿔놓고 있었다. 파리, 저 빛의 도시를 마주하고 선 우리 앞으로 자동차의 거대한 물결이 아직은 우리에게서 파리를 가로막고 있었는데, 목숨을 걸지 않고 어떻게 저 물결을 건너갈 수 있을지 앞이 막막했다. 자유를 되찾은 그 몇 시간 동안 이미 우리는 죽을 고비를 몇 번이나 넘기지 않았는가. 나는 ‘횡단보도’니 ‘신호등’이니 하는 말들이 뭘 의미하는지조차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 54쪽

……하지만 밤이 깊어 아이들이 모두 어머니 품속에서 잠들고 나면, 재 속의 마지막 불씨까지 꺼지고 나면, 부족 어르신들께는 조용조용히 말씀드릴 거야. 그랑드테르에 처음 선교사들이 들어왔던 시절을 겪었던 그분들께는, 이곳에서 우리가 무슨 일을 당했는지……. 남자 여자 가리지 않고 다들 허리께에 마누 조각만 달랑 걸친 채 알몸으로 춤을 추어야 했다는 얘기를 해드릴 거야. 우린 서로 얘기를 나눌 권리조차 없었으며, 그저 철책에 갇힌 채 구경꾼들의 웃음을 자아내려고 짐승처럼 으르렁거려야 했다고……. 어린 새끼강아지들 떼어놓듯이, 형제자매가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게 우리를 강제로 떼어놓았다는 얘기도 해드릴 거야. 우리를 식인종으로, 또 일부다처제로 살아가는 미개인으로 취급하고, 선조에게서 물려받은 우리의 이름을 모욕하더란 얘기도 말이야…….
― 62~63쪽

저자소개

디디에 데냉크스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생년월일 -
출생지 -
출간도서 2종
판매수 409권

1949년 프랑스의 생 드니에서 태어났어요. 11살의 어린 나이에 파리에서 벌어진 알제리인 유혈 진압 현장을 직접 목격하면서 글쓰기에 대한 사명감을 갖게 되었다고 해요. 그는 주로 사회 문제와 역사적 사실을 소설에서 다루었어요. 프랑스의 대표적 참여주의 작가로 프랑스 추리 소설 대상과 폴 페발 대중문학상 등을 수상했어요. 우리나라에는 [파리의 식인종]으로 처음 소개되었어요.

생년월일 -
출생지 -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성균관대 겸임교수로 재직하며 강의와 번역 일을 하고 있다. 함께 쓴 책으로 [밀란 쿤데라 읽기], [문명이 낳은 철학, 철학이 바꾼 역사 2]가 있고, 옮긴 책으로 밀란 쿤데라의 [불멸], [느림], [배신당한 유언들], 로맹 가리의 [징기스 콘의 춤], [게리쿠퍼여 안녕], 피에르 바야르의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법], 베르나르 앙리 레비의 [아메리칸 버티고], 가스통 바슐라르의 [촛불], [불의 정신분석], 미르체아 엘리아데의 [요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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