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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 김연수 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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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 김연수
  • 출판사 : 문학동네
  • 발행 : 2007년 09월 28일
  • 쪽수 : 391
  • 제품구성 : 전1권
  • ISBN : 97889546039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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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이사항

    출판사 서평

    “나는 소설을 쓰는 소설가다. 프로 소설가다.”
    ‘프로 소설가’ 김연수는 언젠가 한 인터뷰에서 “글 쓰는 순간에만 (나의) 진실이 존재한다”고 했다. 말하자면 그는 도저한 문학주의자, 글쓰기 안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 작가이다. 그는 말한다. “그게 안 찾아지니까 계속 글을 쓰게 되는 것”이라고.

    그런 그에게 91년은 ‘세계관의 원점’이었다. 역사를 회의하고 진실을 열망하게 된 분기점이었다. ‘분신정국’ ‘죽음의 굿판’ ‘정원식 총리 밀가루 사건’ ‘전대협의 북한행’ 등 한국사회에서 ‘경계’들이, 한국사회 곳곳의 베를린 장벽들이 무너지고 있었다. 인생에서 가장 감수성이 예민했던 그 시절, 그는 “내게도 믿어 의심치 않았던 ‘확신’과 ‘경계’들이 그해 이후 사라져갔다”고 했다. 문학도이던 그에게 그 시간은 “리얼리즘 문학으로 쓸 수 없게 된 시대”로 다가왔다. 언젠가 그는 이를 두고 “은폐된 현실을 폭로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해석하고 표현할 것인가가 내 소설의 관심사가 되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렇게 그는 전통적인 소설 문법을 충실히 따르면서도 그 이전의 사실주의적 문학과 다른 세계를 펼치게 됐다. 국경과 역사를 넘어선 ‘거짓말’을 쓰게 된 것이다. 진실보다 더 진실 같은 거짓말을 쓰기 위해 그는 고단하게 발품을 팔고, 수많은 기록을 더듬으며, 한 글자 한 글자 문장을 만들고, 두 겹 세 겹의 겹눈으로 세상을 살펴왔다.

    2005년 겨울부터 2007년 봄까지 계간 [문학동네]에 연재했던 장편소설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은 바로 그렇게, 몇 겹의 눈으로 들여다본 그 시절의 이야기이다. 하지만 학생회의 간부로 있는 작중화자 ‘나’는 어쩐지, 90년대의 굵직한 사건들을 마치 다큐멘터리라도 감상하듯 한 발짝 물러나 있다.
    김지하의 글과 박홍의 기자회견으로 시작된 90년대의 혼란은 유서대필사건에서 절정에 이르렀고, 정원식 총리를 향한 계란과 밀가루 투척사건으로 완결되었다. 그러나 그건 역사가 자신의 논리를 위해 수많은 진실을 버리고 취사선택한 공동체의 기억에 불과하다.
    김연수는 역사적 기록들의 틈새에 처박힌 개인의 진실을 파고들어, 역설적으로 ‘밝힐 수 없는 공동체’의 내면을 밝히고 있다. 작중화자 ‘나‘가 화양리를 걸어가다 들어간 한 서점에서 들춰본 어느 책의 한 구절은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인생은 자기 자신이 지배하는 것이다. 너의 인생을 다른 어느 누구에게도 맡기지 말라. 무엇보다도 네가 선출한 지도자에게는 맡기지 말라. 자기 자신이 되어라.”

    “모두에게는 각자 저마다의 이야기가 있다”
    소설에는 1990년대를 살았지만 그 주변부에 내팽겨져 있던 수많은 인물들, 수많은 이야기들이 등장한다. 어쩌면 그들은 역사의 한 중심에 있으면서도, 아니 오히려 그 중심에 있었기에 오히려 역사 밖으로(자기 개인의 역사에서는 더더욱) 버려져 있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뜻하지 않게 방북 학생 예비대표 자격으로 독일로 가게 된 ‘나’, 일본군에 학병으로 징집돼 남양군도까지 가야 했던 할아버지, ‘나’가 독일에서 만나게 된 강시우(=이길용)와 독일인 헬무트 베르크, 그리고 여자친구인 정민의 삼촌까지, 작품 속에 등장하는 수많은 인물들은 저마다 자신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 텍스트 전체의 화자인 ‘나’ 역시 이야기의 한 주인공이며 또한 작중인물들의 이야기를 듣는 청자인 동시에, 무수한 이야기들을 수집가이자 편집자, 그리고 논평자이다. 수많은 개인들의 기이한 이야기들은 끝도 없이 끼어들고 중첩되며 갈라지고 증식하며, 그 이야기와 이야기 사이에는 일관되고 필연적인 인과관계조차 부여되어 있지 않다. 작가 자신이 작품을 시작하며 “시작도 끝도 없이 한없이 이어지는” 일종의 “라운지 소설”을 의도했다고 밝히고 있듯, 김연수는 장편소설의 장르적 유연함을 한껏 활용하여 시공간을 종횡무진 넘나들며 다양한 개인의 수많은 이야기를 다채로운 파노라마로 엮어나간다.
    *
    1991년 여름, 이른바 ‘5월투쟁’이 끝난 후 정체성의 혼란을 겪고 있던 대학생 ‘나’는 학생 예비대표 자격으로 베를린으로 건너간 후에도 갑작스런 학생운동 지도부의 붕괴와 교체 와중에 잊혀진 존재가 되고 만다. 북한으로 들어가게 될지,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게 될지, 아니면 독일에 계속 남아 있어야 할지, 모든 것이 불확실하고 불투명한 독일 체류기간 동안 ‘나’는 삶의 허무와 우연성에 맞설 수 있는 하나의 방편으로 노트를 하나 사서 이야기를 쓰기 시작한다. 그 노트에는 ‘나’가 베를린에서 만난 사람들과 그들로부터 들은 기구한 사연들, ‘나’가 기억하고 상상하는 수많은 이야기들이 뒤섞여 있다. 거기에는 유대인 강제수용소에서 극적으로 생환한 뒤 죽은 동료의 이름으로 개명하고 제3세계 망명객들의 후원자가 된 헬무트 베르크의 이야기, 떠돌이 일용직 노동자에서 ‘광주의 랭보’ 이길용으로, 다시 혁명적 문화운동가 강시우로 “이 세상에 두 번 다시 태어”난 사람의 기막힌 사연, 모범적인 고등학생에서 느닷없는 폭행으로 망가져 자살에 이르는 정민 삼촌의 비극 등 역사의 우연한 폭력에 의해 삶이 완전히 바뀌어버린 사람들이 이야기에서부터, 평생을 무주 산골에 살면서 세상천지 안 가본 데가 없다는 정민 할머니 등의 이야기들이 서로 느슨하게 연결되어 있다.

    역사의 공적 기록은 필경 개인의 사적 진실을 누락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역사가 누락한 인간적 진실을 추적하고, 개별자들이 말하지 못한 이야기를 스스로 말하게 하는 것이 소설이 할 일일 것이고, 그 역할을 이 소설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은 해 보이고 있는 것이다.

    “때로는 한 사람이 세상 모두를 대신하는 경우도 있고, 이 세상 모든 것을 바라보면서 한 사람만을 생각할 때도 있다. 모든 사람은 단 한 사람이라고 말한 사람이 보르헤스라고 했던가. 확실하진 않지만 나는 보르헤스가 그런 말을 했다면 그게 옳은 말이라고 전해주고 싶다. (……) 모두에게는 각자 저마다의 이야기가 있다. 그 이야기는 역시 운명과 사랑과 배신과 복수와 좌절과 슬픔과 기쁨에 대한 이야기일 것이다. 멀리, 아주 멀리 가면 풍경은 달라지지만, 역시 이야기가 말하는 바는 비슷하다.
    작가로서 진심으로 바라는 일은 이 소설 속의 등장인물들이 정말 많은 얘기를 들려주기를. 그리고 그 이야기를 읽은 사람들이 다시 내게 자신들의 이야기를 해주기를.”_연재를 시작하며(계간 [문학동네] 2005년 겨울)

    문단 안팎에서 작가 김연수룰 두루 높이 사는 것은 그가 기존 문학을 안심시키면서도 향후 문학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90년대 작가이면서 21세기의 작가이고, 한국의 작가이면서 국경을 넘어설 수 있는 작가이며, 정통적·전통적 글쓰기를 수행하면서도 새로운 상상력의 촉수로 문학의 영토를 넓혀가는 작가이기 때문이다.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으로 작가는 한층 더 넓은 자신의 문학적 영토를 보여주었다. 한 작품 한 작품 발표할 때마다 더욱 기대가 되는 것은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것이리라.


    *
    개인 각자의 경험을 의미 있게 해주는 거대한 이야기가 붕괴한 자리에서 개인들의 이야기는 어떻게 되는가. 그 거대한 이야기를 자신의 이야기로 삼은 집합적 주어가 폐기된 자리에서 개인들이란 누구인가.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은 이 답하기 어려운 질문을 놓고 한 세대의 가장 지성적인 작가가 고민하고 사색한 결과이다. 저자 김연수는 민족 자주와 해방의 이야기가 몰락하기 직전의 운동권 학생을 작중화자로 내세워 그 이야기 가까이서 또는 멀리서 출몰한 다양한 인물들의 열정과 허영, 진실과 허위, 광기와 치기가 서로 부딪치고 뒤섞이는 시공간을 만들어냈다. 이 소설은 어떤 진심, 어떤 연극, 어떤 모험에도 불구하고 광막한 우주 속의 혼자일 수밖에 없는 한 개인이 한때 그를 그 자신 이상이게 했던 거대한 이야기 또는 거대한 환상에 대해 오랜 애증 끝에 바치는 별사(別辭)이기도 하다.
    _황종연(문학평론가)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은 이처럼 ‘서사시’에 누락되어 있는 ‘이야기’, 공적인 역사기술이 지워버린 개별적인 인간들의 사연을 최대한 그대로 복원한 이야기의 향연이다.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은 김연수 소설의 지속적인 명제, 예컨대 ‘삶의 의미는 이해될 수 없다’ ‘진실은 말해질수 없다’ ‘세계는 투명하게 재현될 수 없다’는 근본적인 문제의식이 어디서 비록된 것인지를 암시하는 한편, 그 문제의식을 소설쓰기의 방법으로 밀고 나가는 현장 자체인 텍스트이다.
    근본적인 질문과 도저한 절망을 소설쓰기의 집요한 동력으로 삼고 있는 이 작품을 통해 우리는 소설언어의 가능성의 한 절정을 경험할 수 있으며, 한국소설의 인식론적 깊이가 한층 심화되고 있음을 실감하게 된다. _진정석(문학평론가)

    목차

    단 하나의 실낱같지만 확실한 무엇
    그리고 大腦와 性器 사이에
    라디오의 나날들
    사랑에는 아무런 목적이 없으니
    모든 게 끝장나도 내겐 아직 죽을 힘이 남았어
    내게 조국은 하나뿐입니다, 선생님
    그 누구의 슬픔도 아닌
    지옥불 속에서도 붐붐할 수 있는
    건포도 폭격기와 낙타의 역설
    비둘기도 바다 건너 산을 건너서
    門 열어라 꽃아, 門 열어라 꽃아
    그리고 그의 이름은 헬무트 베르크
    인간이란 백팔십 번 웃은 뒤에야 겨우 한 번
    베를린, 레이, 십 그램의 마리화나
    뒷산에서 놀러 내려왔던 원숭이 바쿠도
    모두인 동시에 하나인
    그러면 존재하는 현실은 무너지리라
    커다랗고 하얗고 넓은 침대로

    본문중에서

    학생들이 죽어갈 때마다 사람들은 그건 노태우 정권의 공안통치가 가져온 필연적인 결과라고 떠들어댔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나 역시 누구보다도 큰 목소리로 손을 흔들어가며 외쳤다. 누구라도 죽을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그들이 죽은 것이라고. 하지만 그런 필연적인 결과에 비하면 내가 살아남은 건 너무나 우연에 가까웠다. 그 죽음이 필연이라고 떠들어대면 떠들어댈수록 내 삶은 점점 더 우연에 가까워졌다. 그렇게 가장 먼저 삶과 죽음이 서로 그 자리를 바꿨고, 그 다음에는 정의와 불의가, 진실과 거짓이, 꿈과 현실이 서로 뒤엉키기 시작했다.
    (/ pp.121~122)

    퇴계로 좁은 골목길에서 시위를 벌이던 김귀정이 죽어갈 때, 나는 정민을 찾아 골목길을 정신없이 뛰어가고 있었다. 그러다가 우연히 만난 투쟁국장에게서 쇠파이프로 어깻죽지를 세차게 얻어맞았다. 반즘 넋이 빠져 있던 투쟁국장은 나를 사복경찰로 착각했던 것이었다. 그때, 내가 누군지 소리치면서 왼손을 드는 내게 투쟁국장이 쇠파이프를 내리치던 그 순간은 오랫동안 내 뇌리에 남았다. 같은 시간, 거기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한 여학생이 죽어가고 있었기 때문에 그 순간은 영원히 내 기억 속에 남게 된 것이다.
    (/ p.126)

    저자소개

    생년월일 1970~
    출생지 경북 김천
    출간도서 50종
    판매수 63,305권

    한국에서 태어났다. "뚜렷한 사계절이 있기에 볼수록 정이 드는 산과 들" 같은 노래를 들으며 자랐다. 이 나라에서 사는 일은 극지에서 적도 부근까지 내려갔다가 다시 극지로 되돌아가는 여행과 비슷했다. 이 여행이 반복된다는 사실을 안 뒤부터 내게는 희망이라는 게 생겼다. '다시, 봄'이라는 희망. 고향에서 19년을 산 뒤에야 처음으로 서울이란 곳에 가봤고, 한국에서 27년을 산 뒤에야 외국을 처음 나가봤다. 그 뒤 세계 여러 나라를 여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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