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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광대가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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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 서평

    12세 소년 유하는 늘 사랑을 받고 싶다. 사람들의 눈길을 끌고 싶다. 그래서 반 아이들을 웃길 이야기를 찾아내고 외우고 서슴없이 스스로 광대가 되곤 한다. 그러나 아무도 웃지 않고 야유 어린 표정과 냉소만 던질 뿐이다. 유하는 비참하지만 겉으론 공허하게 웃으며 광대 짓을 멈추지 않는다.

    유하는 옆집에 사는 여자 아이 ‘예니’와 있을 때만 마음 편하다. 예니에게는 잘 보일 필요가 없기 때문에. 못생기고 촌스러운 예니는 반에서 왕따다. 예니 또한 스스로 자신의 주제를 잘 알고 있어, 유하가 자신과 잘 놀다가도 다른 친구들이 오면 가차 없이 떠나는 것을 숙명처럼 불문율로 받아들인다.

    유하네 반은 ‘스테판’을 비롯한 주먹 센 남자아이 몇 명과 ‘피아’를 비롯한 콧대 높은 여자아이 몇 명이 휘어잡고 있다. 유하는 바로 이들에게 잘 보이고 싶다. 예니나 또다른 왕따 토마스처럼 외톨이가 되고 싶지 않다. 그래서 아이들이 착한 토마스를 때리고 괴롭힐 때, 유하도 같이 주먹을 날릴 수밖에 없다. 누구보다도 세게. 욕을 하며. 예니를 함부로 대할 때와도 같이.

    유하는 파티를 연다. 아이들이 아무도 오지 않을까 봐, 반을 주도하는 세력에 속한 남자아이와 공동으로 파티를 주최한다. 당연히 예니와 토마스를 초대하지 않는다. 아이들은 유하를 비웃고 무시하고 유하네 부모님께도 무례하게 군다. 파티 도중, 유하는 창가에 홀로 선다. 창밖에 유하 쪽을 보고 있는 예니가 보인다. 둘은 그대로 한참을 마주본다.

    착하지만 왕따인 토마스도 파티를 연다. 천진한 만큼 세상물정 모르고 아들이 왕따인 줄도, 맞고 다니는 줄도 모르는 토마스의 엄마가 반 아이들의 ‘엄마’에게 초대장을 보내는 바람에, 아이들은 싫어도 토마스네에 갈 수밖에 없었다. 아이들은 이에 대해 토마스에게 두고두고 보복할 태세다. 그 보복의 하나로, 아이들은 토마스네에 가서 말하지도, 춤추지도, 준비된 영화를 보지도 않는다. 뒤늦게 분위기를 파악한 토마스 엄마는 눈물을 참으며 가고 싶은 아이는 가라고 한다. 유하와 예니만 남고, 모두들 빠짐없이 차갑게 집을 나선다.

    유하가 아이들을 웃기고 눈길을 끌기 위해, 콧구멍마다 연필을 끼우고, 귀에는 지우개를 끼웠다. 게다가 아이들이 모두 볼 수 있도록 교실을 한 바퀴 돌았다. 세력권에 있는 아이들이 유하를 경멸하며 빈정거렸다. 마침내 유하는 아이들을 웃겨 관심과 사랑을 구걸하려던 그동안의 모든 노력이 수포로 돌아갔음을 깨닫고, 증오심과 굴욕감으로 가득 차 아이들에게 돌을 던졌다. 예니에게, 토마스에게, 스테판에게, 모두에게. 다음날, 유하는 남자아이들에게 흠씬 맞는다.
    유하는 이제 스스로 그 반의 광대 자리에서 물러났다.

    6학년 졸업하는 날. 토마스가 오지 않았다. 식이 끝날 무렵, 토마스 엄마가 들어왔다. 아이들에게 그동안 토마스를 사랑해 주어서 고맙다고 말하며, 끝내 말을 잇지 못한 채 눈물을 흘리며 다시 교실을 나갔다.

    유하와 예니와 토마스는 함께 논다. 시간이 되어 집에 가야 할 시간이 되자, 좀더 놀다 가자며 서로 말린다. 토마스와 유하와 예니는 내일도, 모레도, 그 다음 날도, 또 그 다음 날도 함께 놀 것을 약속하며 헤어진다. 유하는 공을 하늘 높이 던져 본다. 그리고 유하의 어린 시절에서 가장 아름답게 던진 공을 받기 위해 행복하게 팔을 죽 뻗었다.

    우리는 어딘가에 속하기를 바란다. 개성을 추구한다고 하더라도, 그 개성을 인정해 주고 알아봐 주는 집단 안에서만 가능하다. 나의 개성을, 나의 존재를 누구도 거들떠보지 않는다면 얼마나 외로울 것인가.《한 광대가 자란다》는 자신의 존재를 인정받지 못하는 한 소년의 외로움을 그리며, 사랑받고 싶어 하는 인간 모두의 본능적인 바람을 냉소적으로 적어 가고 있다.

    ▶웃음 뒤에 가려진 인간의 절박한 갈구_ 소통&사랑
    이 모든 것은 단지 사랑받기 위해서다. 이 말은 어쩌면 비참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사실이다.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남을 웃기는 것이며, 사랑과 맞바꾸기 위해서 내가 제공할 수 있는 상품이다. 광대가 되는 게 간단한 일이라고 생각하는가? _ 본문 308쪽

    작가 요나스 가르델은 소설가이자 극작가이다. 그리고 스웨덴에서 손꼽히는 코미디언이라는 특이한 이력을 하나 더 가지고 있다. 그는 자라서 코미디언이 된 《한 광대가 자란다》의 주인공 유하를 통해, 화려한 조명과 그 뒤에 드리워진 그림자와도 같은 인간 본질의 양면성을 냉소적인 웃음으로 보여 준다.

    작가는 유하에게 인간이 가진 가장 본질적인 특성을 강하게 부여하고 있다. 바로 타인과 ‘소통하고 사랑받고 싶어 하는 갈망’이다. 유하는 이 갈망을 이유로, 자라서 코미디언이 된다. 다른 사람과 소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자 자신이 받고자 하는 사랑과 맞바꿀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 바로 유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대 위에서 독차지했던 화려한 박수가 끝나고 관객이 가차 없이 돌아가 버릴 때, 그와 동시에 유하는 세상과 단절된다. 유머 외에는 소통의 방법이 없으므로, 일상의 유하는 너무도 외롭고 쓸쓸하다.

    무대 위에서 사람들의 시선을 독차지하는 유하와 타인과 완전히 단절된 일상의 유하. 작가는 주인공의 극단적인 양면성을 그리며 우리가 갈구하는 본질을 깨닫게 하고 다른 사람들과 소통의 연결고리를 탐구하게 한다. 그리고 사춘기 무렵, 아이들은 타인과의 소통과 사랑받고픈 갈망을 어떻게 나누고 해소하는지, 유하의 어린 시절로 찾아가 현실감 있게 펼쳐 보인다.

    ▶ 또래집단의 막강한 힘_ 소통의 권력
    신데렐라의 가련한 언니들처럼 우리는 몹시 추악하고 끔찍했다. 신데렐라의 언니들처럼 우리는 몹쓸 유리 구두에 우리 발을 맞추려고 발가락과 발꿈치를 잘라 냈다. 물론 그래도 소용이 없었다. 구두는 결코 우리 발에 맞지 않았다.
    그들은 우리가 발을 자르는 걸 그저 보고 싶었을 뿐이다.
    _ 본문 328쪽

    아이들은 순수하다고들 말한다. 작가 요나스 가르델은 묘하게도 아이들의 순수함 때문에 극단적으로 표출되는 솔직함을 냉정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유하네 반 아이들은 너무도 솔직하게 드러내놓고 예니와 토마스를 싫어하고 무시한다. 이유는 단순하다. 예니는 못생기고 촌스러워서, 토마스는 엄마가 직접 만든 괴상한 옷을 입고 다녀서. 요즘 말로 하면 ‘비호감’이니까. 자기들과 같은 유리 구두에 발이 맞지 않는, 그래서 당연히 잘라 내야 할 존재들일 뿐이다.
    비호감에 대해서는 소통의 단절과 무력으로 처단한다. 아이들은 자신들의 파티에 예니만 초대하지 않고, 어쩔 수 없이 가게 된 토마스네 파티에서는 반 아이들 누구도 입을 열지 않는다. 엄마가 만들어 주었다는 괴상한 옷을 입은 토마스는 당연히 주먹으로 맞아야 한다. 반에서 중심 세력을 이루는 아이들이 휘두르는 권력이다.

    그러나 작가는 여기에 섣불리 선악의 개념을 넣지 않는다. 단지 싫은 것을 솔직하게 싫다고 나타내는 아이들의 솔직한 감정을 태연하게 보여 줄 뿐이다. 예니와 토마스도 그 솔직함을 순순히 받아들이며 아이들이 가하는 횡포를 묵묵히 인내한다. 못생기고 촌스럽고 아이들의 입맛에 맞지 않는 취향을 가진 이는 누구나 싫어하기 마련이라는 암묵적인 동의를 스스로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원망할 필요도 없다.

    아이들의 심판을 순순히 받아들이는 예니와 토마스와는 달리, 유하는 권력의 테두리 안에 서기 위해 절박한 유머를 시작한다. 또래집단에 속하기 위해 선택한 소통의 창구다. 유하는 자신의 본심은 숨기고 아이들의 입맛에 맞게 행동한다. 아이들의 뜻대로 자신의 유일한 친구인 예니와 놀지 않고 토마스를 때리며 이미 무대 위에 올라선 위태로운 광대 같은 삶을 산다. 아이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고 싶어서.

    《한 광대가 자란다》에는 또래집단이 개개인에게 행하는 엄청난 영향력과, 또래집단에서 퇴출당하지 않기 위해 애쓰는 한 소년의 처절한 노력이 현실감 있게 담겨 있다. 이 노력 안에는 타인과 소통하고 사랑받고 싶은 인간의 간절한 바람이 담겨 있어 독자들을 뜨끔하게 만든다. 유하네 반에서 벌어지는 권력의 양상은 사실 우리 삶 곳곳에서 다양한 버전으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모두가 암묵적으로 받아들인 유리 구두. 이 구두에 억지로 발을 끼워 넣으려 몸부림치고 있진 않은지, 혹시 구두에 맞지 않은 부분을 이미 잘라낸 것은 아닌지, 그렇게 잘려 나간 부위에 나의 본질도 함께 떨어져 나간 것은 아닌지, 자신을 되돌아보게 하는 작품이다.

    ▶고된 성장의 기록 _나는 가해자였나, 피해자였나
    때로 유하는 예니를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아팠다. 예니는 상처 받기가 아주 쉬웠다. 그냥 공격하기만 하면 되었다. 유하는 예니를 괴롭히려는 아이들에게서 예니를 지켜 주고 싶었다.
    예니를 때리려는 아이들에게서.
    유하의 심장은 주먹 크기만 하다.
    어떻게 하다 보니 그렇게 되었고 늘 그럴 것이다.
    _ 본문 71쪽

    어린 시절은 누군가에게는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고, 누군가에게는 고된 성장의 시절로 기억된다. 《한 광대가 자란다》는 유하, 예니, 토마스의 고된 성장의 기록이자, 예니와 토마스에 대한 유하의 반성문이기도 하다.

    《한 광대가 자란다》에는 전지적 작가 시점과 1인칭 시점이 공존한다. 어린 시절은 전지적작 가 시점으로 쓰여 있고, 현재는 유하가 토마스에게 보내는 편지글 형식이다. 유하는 이 편지글에서 어릴 때 표현하지 못했던 자신의 진심을 털어놓는다.

    겨우 주먹만 한 심장을 핑계로 예니를 지키지 못한 후회. 유하마저 ‘스스로 웃기다고 생각하는 재수 없는 아첨꾼’으로 낙인찍혔을 때, 곁에 있어 주었던 토마스에게 돌을 던졌던 데 대한 반성. ‘유머’라는 가면을 썼던 자신과는 달리, 자기 본연의 진심은 잃지 않았던 예니와 토마스의 진정한 용기. 작가는 이런 고백 어린 편지를 통해 마치 내가 쓴 듯한, 혹은 친구에게 받은 듯한 느낌을 받게 한다. 누구나 유하, 예니, 토마스와 같은 어린 시절을 보냈을 것이기 때문이다. 개인은 쉽게 묻혀 버리기 십상인 집단 속에서, 자신도 모르게 가해자가 되거나 혹은 도망칠 곳 없는 피해자가 될 수밖에 없었던 우리들의 모습을 거울처럼 비춰 준다.

    《한 광대가 자란다》는 한 소년의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한 집단에 소통을 거부당한 세 아이의 이야기이다. 자신도 모르게 가해자가 되고, 별 이유 없이 피해자가 되었던 아이들은 각자 나름의 방식으로 그 시절을 인내한다. 유하는 유머를 통해(아무도 웃지 않았지만), 예니는 유하에게 의지하며(유하는 계속 배신했지만), 토마스는 끝까지 묵묵히 견디며(덕분에 마냥 얻어터지고 갖은 모욕을 당했지만) 그 시기를 견딘다. 뉘우치는 아이도 없고, 원망하는 아이도 없다. 그저 자라나는 한 과정이기 때문이다. 선악이 공존하여 힘들기도 했던 우리 모두의 유년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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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에서 자연과학과 회화를 전공하고 출판사에서 책 만드는 일을 해왔으며, 수년 동안 도쿄에 머물다 귀국해 전문번역가로 일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발당장애를 깨닫지 못하는 어른들], [아이의 공부 뇌를 깨워라] 등 다수가 있으며, 소설로는 일상의 소중함을 날렵하게 엮어내는 미야시타 나츠의 [태양의 파스타, 콩수프]를 번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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