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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상 사진집 <라이언 부시>. 아프리카의 잠비아는 '평균 수명이 33세인 나라'라고 표현되는 극도의 가난과 병마가 휩쓸고 있는 나라이다. 이 책에는 잠비아 중에서도 오지 중의 오지로 불리는 땀부 정글마을과 무푸리라 광산촌의 일상 안에서 찾아낸 인간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강렬한 사진들을 담았다. 아울러 작가는 아프리카의 또 다른 상징물이 되어버린 AIDS 관련 사진들을 통해 있는 그대로의 아프리카를 바라보도록 요구한다. 아픈 진실을 직시하는 다큐멘터리 사진의 진수가 담긴 사진집이다.

추천평 중에서

“김경상의 사진 작품은 다큐멘터리 사진으로서의 충분한 필연성과 예술 작품으로서의 응축된 미학적 가치들을 동시에 가지고 있어 밀도 있는 긴장감을 유도해 내고 있다.”

추천의 글

김경상 사진의 주제적 특징을 들자면 고통과 절망의 끝에서도 희망의 단서를 제시해 주고 있다는 점이다. 작은 단서들을 통해 긍정적인 희망을 제시하는 이유는 상황적 고통은 결코 본질적 존재를 위협할 수 없다는 근원적 믿음에 근거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을 직접 현장에 투입하여 생생히 담아내는 사진들, 그 안에는 보이지 않는 커다란 역사적 필연과 소소한 일상의 움직임들이 함께 어우러져 있다. 그는 눈에 보이지 않는 진리가 세상을 주재하고 있음을 단편적인 한 장의 사진 안에 압축하여 담아내고 있다. 그의 사진이 결코 단순하고 평이해 보이지 않는 이유는, 있는 그대로의 풍경이나 인물들이 아니라 역사, 정치, 종교 등 일련의 사건들과 관련된 복합적이고 중층적인 의미들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 김진숙 (미술사, 미술평론)

추천의 글_ 천주교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 사무국장 박정우 신부
추천의 글_ 미술사ㆍ미술평론가 김진숙

01. 아이들
02. 그들의 시선에 사로잡히다.
03. 땀부 성 김대건 성당
04. 땀부 루위 병원
05. 삶의 안과 밖

사진기와 필름을 챙기면서도 내가 무엇을 찍을 수 있을지 겁이 났습니다. 그러다, 그곳에서 나는 아이들을 보았습니다. 아프리카의 누렇게 마른 사바나에 한 그루 서있는 나무처럼 내 눈에는 아이들이 초록의 나무처럼 보였습니다. 아이들의 눈에서 초원의 생명력을 읽었습니다.
“그들은 모든 꽃들을 꺾어버릴 수는 있지만 봄을 지배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 말은 파블로 네루다가 모든 압제자들에게 했던 말입니다. 잠비아 아이들의 눈은 ‘어른들이 모든 꽃들을 꺾어버릴 수는 있지만 아이들의 꿈은 지배할 수 없을 것이다.’라고 말하고 있었습니다.
그 아이들을 통해 아프리카가 죽음의 땅이나 착취의 땅이 아닌 생명의 땅 • 기회의 땅 • 부활의 땅으로 거듭나길 카메라 앵글에 간절히 기도하는 마음으로 담으려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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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이 없어 억압받는 사람들의 슬픔. 아프리카 지도는 그런 것들을 상징적으로 웅변하는 듯합니다. 반세기 전 우리의 역사와 중첩되면서, 연민과 연대의 소망을 갖고 그들에게 다가갑니다. 카메라 렌즈를 들고 한 걸음 더 그들에게 다가갑니다.
나는 여전히 아프리카를 모릅니다. 확실한 것은 우리가 지구라는 별에 함께 살고 있는 사람들이라는 것뿐. 약자와 어린이, 소수자와 아픈 자, 고난 속에서 희망을 잃지 않은 이들과 나누는 연민과 연대의 마음으로 이 별에 평화가 오기를 기도합니다. 지금 이 기도가 조금 더 넓고 깊어졌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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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이 원주민의 생활 향상을 위해 제일 먼저 시작한 것은 길을 내는 일이었습니다. 자금이 부족하다 보니, 모든 작업을 손으로 하느라 공사는 더디게 진행되었습니다. 그래도 이렇게 만들어진 도로를 통해 물류가 오가면서 룬다족도 점차 생활기반을 잡아가고 있습니다.
그동안 300Km가 넘은 도로를 내고 다리를 세워 교통로를 마련하였습니다. 트랙터, 트럭 등을 들여와 주민들에게 농사짓는 법을 가르치고 땅을 개간하여 농지로 만들었습니다. 강에 댐을 만들어 땀부에 전기를 공급할 계획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모든 일은 주민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격려하고 도와준다는 취지에서 진행되고 있습니다. 배고픈 사람에게 물고기를 주기보다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 주겠다는 것이 신부님의 사목방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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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의 신비를 가장 본래적인 의미로 체득하고 있는 듯 투박하고 건강한 주술성의 율동이 아프리카엔 있습니다. 원주민들이 지닌 삶에 대한 낙천성과 예술적 기질, 일상에 밀착한 싱싱한 생명의 느낌은 또 얼마나 강렬한 것이었는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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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은 누구에게나 찾아옵니다. 그래서 아프리카 인들은 죽음을 냉정하게 받아들이며, 담담하게 살아가는 듯합니다. 그러나 자연스럽지 않은 죽음이 너무 흔해서 가슴이 먹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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