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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제22대 왕 정조의 어머니, 혜경궁 홍씨의 『한중록』. '한중록'은 조선 제21대 왕 영조의 둘째 아들인 사도세자의 빈, 혜경궁 홍씨가 한글로 저술한 자전적인 회고록으로, 사도세자의 죽음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궁중의 음모 등이 그대로 드러난 기록문학이다.

영조가 사도세자를 뒤주 속에 가두여 굶겨 죽인 참사를 중점적으로 밝히며, 그것에 얽힌 궁중의 비사를 들려준다. 총 6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사르비아총서' 223권.

당대의 언어 표현을 그대로 살리면서 철저한 주해로 이해도를 높인 국문학자 전규태 교수 의 역작. 사도세자와 혜경궁 부부, 그들의 아 들 정조의 한 맺힌 이야기를 들어본다.

《한중록》은 저자 혜경궁 홍씨의 남편 사도세자(장조莊祖)가 죽기까지의 비극을 궁중의 비사秘史와 함께 곁들인 실기적인 수필로서, 그 표현 형식이나 구성이 매우 소설적이라 여러 차례 TV드라마화 되기도 했다.

혜경궁 홍씨가 《한중록》을 쓰게 된 동기는 그녀가 환갑이 되던 해인 정조 19년에 친정 조카의 요청에 의해서였다. 그 후 순조 원년인 67세 때와 그 이듬해, 그리고 71세 때 각각 작성한 이본異本이 있다. 이 가운데 맨 처음 쓴 글이 대체로 여유 있는 심경에서 집필한 것이고, 그 후의 것은 다분히 정치성을 띤 ‘목적소설’로서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



영조와 사도세자, 즉 부자지간의 성격적인 특징의 부각은 매우 적나라하고 섬세하며, 또한 사실적이다. 사실의 배후에 자리하고 있는 이질적인 성격의 갈등 표출 같은 것은 놀라울 만큼 예리한 데가 있다. 그리고 이 작품은 사도세자의 죽음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궁중의 음모 등이 그대로 드러난 사실적인 기록문학으로 문학사적 의의가 매우 크다. 또한 이 작품은 충격적이고도 파란만장했던 사건들이 얽혀 소설적 구성을 더해 주고 있으며, 우아한 궁중 문체는 독자들을 매혹시킨다.


사도세자는 정신적인 착란으로 그렇듯 처참한 변을 당하게 된 것이라 하지만, 이것이 반대파에 의해 조작된 것인지, 아니면 은밀한 시약施藥으로 그렇게 된 것인지는 분명치 않다. 아무튼 사도세자는 당시의 당파 싸움에 의해 희생된 비운의 주인공임에 틀림없다.

이 작품은 자기 남편의 참사 사건을 손수 서술한 것이기 때문에 더욱 절실하고 진진한 데가 있다. 또한 이 작품은 작중 인물의 성격 분석 및 당시의 궁중 생활의 특성과 사색당쟁四色黨爭으로 극심하게 분열된 지배 계급이나 지배 계층의 이면 세계와 사회상 등에 대한 좋은 자료를 제공해 주고 있다.

* 1988년 새마을문고용 선정도서

- 이 책을 읽는 분에게

한중록
1장
2장
3장
4장
5장
6장

동궁은 점점 자라오시니 놀음하오시고 싶은 마음이 나시니 그는 아기네 상정常情이라, 마악 가르칠 시기에 자상(自上, 영조)으로 드물게 오시는 틈을 타서 한상궁이라 하는 것이 (중략) 노시게 하니 성인의 자질을 가진 맹자도 세 번 옮겨 계셨거늘 어찌 혹하지 아니하시며, 어찌 유희하고 싶지 아니하시리오. (중략) 그로인하여 나인들을 다 내치시고 징계를 깊이 하셔, 두 분(왕과 왕비)이 떠나지 말으시고 곁에 두오시고 가르치오시면 그 효심에 어찌 좇아 계오시지 않으리오마는, 그 나인만 내치시고 다른 나인들은 다 두어 거룩히 밭들고 넓은 집에서 어른이 검찰치 아니하고 임의로 자라시게 하니, 보시는 것이 궁인과 환시뿐이니 무엇을 배우시리오.
― 제2장 중에서

삼월이 또 되어 병환이 더욱 중하오셔 여지 없으시니, 내 차마 붓으로 어찌 쓰리오. 화증이 나오시면 내관?나인들에게 감히 못할 말을 시키시니 그것들이 죽을까 두려워서 큰 소리로 해괴망측한 말을 하니, 오직 하늘이 무섭고 천만 망극하여 죽어서 모르고 싶더라.

― 제3장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