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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명을 찾아서>, <높을 땅 낮은 이야기>의 작가, 복거일 장편소설. 작가는 '현실이 예술가의 상상력을 압도할 때, 예술은 어떤 모습을 해야 하는가?'를 물으며, 읽는 희곡의 형태로 소설을 이끌어 나간다.

2826년, 가상의 별 개니미드(Ganymede).
웨스트 개니미드 인민공화국 수도인 페르미 기지,
대통령궁 바로 앞의 프랭크 메가리스 광장.
‘경애하는 위대한 지도자’ 스티븐 메가리스 대통령의 장례식이 거행된다.

이 소설이 시작되는 부분이다. 눈 밝은 독자들은 이 소설의 시작이 무엇을 말하는지 이미 알아차렸을 것이다.
동서로 나뉜 개니미드에서 벌어지는 정치적 현실은 우리의 현실로 치환된다.
웨스트 개니미드 인민공화국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서사와 이스트 개니미드 공화국 골드슈타인 대통령의 ‘햇살정책’과 유화정책은 어디서 많이 보아온 익숙한 모습으로 오버랩 된다.
그러는 사이 웨스트 개니미드 인민공화국에서는 핵무기가 완성되고, 이 핵무기를 통해 이스트 개니미드의 목을 죄어오고 있는데… 한편 얼토당토하지 않은 이유로 가공할 핵무기가 폭발하고 그리고는 그라운드 제로….
작가는 후기에서 ‘정치적 현실이 정통적 사실주의로 다루기엔 너무 사악하거나 위협적일 때, 현실을 총체적으로 그리기를 열망하는 작가는 비전통적인 방식을 고르도록 몰린다’고 했다.
이 작품은 작가의 ‘목성잠언집(木星箴言集)과 동일선상에 있는 작품이다.

작가 복거일은 여러 모습으로 우리에게 비쳐지고 있다.
‘비명을 찾아서’ 등으로 잘 알려진 베스트셀러 작가로, 우리 시대의 대표적 보수논객, 영어공용화론자, 경제학을 전공한 작가답게 전통 경제이론에도 정통하며, 장기인 과학기술의 영역을 드나들며 SF소설과 그 SF문학의 주요한 이론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또한 능숙한 영어 해독 능력으로 무장한 그의 독서 실력은 동서고금을 넘나드는 무불통지의 지경을 보여주고 있다.

주요 출연자들

제1막 대포가 꽃피어나듯 터지는 나라
서장
제1장
제2장
제3장
제4장
제5장
제6장
제7장
제8장
제9장
제10장

제2막 우리 땅에 지핀 재앙의 불꽃
서장
제1장
제2장
제3장
제4장
제5장
제6장
제7장
제8장
제9장

제3장 내 얼굴에 어린 꽃
서장
제1장
제2장
제3장
제4장
제5장
제6장

작가후기

전체주의는 개인이 도덕적 존재라는 것을 부인한다. 개인이 자신의 자율성을 포기하고 공동체나 민족과 같은 보다 큰 집단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잃을 때, 그때 비로소 개인은 도덕성을 얻는다고 그것은 선언한다.
전체주의 사회에서 개인의 행위를 정당화하는 것은 그가 지닌 도덕적 감정이나 정의감이 아니라 공동체나 민족의 이익이다. 공동체나 민족에 도움이 되는 것이라면, 무슨 행위든 도덕적이고, 그렇지 않으면, 아무리 개인적 정의감이나 양심에 맞더라도, 부도덕하다.
공동체나 민족의 목표와 이익은 물론 지도자만이 제시할 수 있다. 그리고 수시로 바뀐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목적이지 수단과 절차가 아니다. 목적은 그것을 이루는 수단의 정당성에 의해 정당화된다는 생각은 전체주의 이념에선 들어설 자리가 없다.
RUZIS4971 "셀린 바난", <인간 역사를 위한 변호>에서

유화정책은 언제나 실패한다. 자신의 공격적 자세가 상대방의 양보를 불러오는데, 공격자가 왜 자신의 자세를 바꾸겠는가?
로버트 켄치비치, <독재의 해부학>에서

웨스트 개니미드가 핵무기를 개발한다고 비난을 퍼붓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것이야말로 정말로 터무니없는 비난입니다. 나와 메가리스 대통령 사이의 정상회담에서 '개니미드 비핵화'는 핵심적 원칙으로 정립되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웨스트 개니미드가 핵무기를 개발할 리 없습니다. 여러분, 제가 지금 직접 메가리스 대통령에게 전화로 확인해보겠습니다. ---본문 129쪽

여러분, 웨스트 개니미드가 핵무기를 개발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여러분들께서 두려워할 까닭은 전혀 없습니다. 민 여러분, 안심하십시오. 웨스트 개니미드가 핵무기를 개발한 목적은 혜성이나 소행성이 우리 개니미드에 충돌하는 것을 막으려는 것입니다. 태양계의 맨 바깥에 자리 잡은 우리 개니미드는 늘 천체들과 충동할 위험을 안고 있습니다. 그 사실을 여러 분들도 잘 아시죠? --본문 133쪽

눈치가 빠르기는. 결국 돈 문젠데. 우리 이스트 개니미드가 웨스트 개니미드가 추진해온 '개니미드 스페이스 쉴드'로부터 큰 혜택을 입으니, 그 비용을 분담해야 할 것 아니냐, 그것이 웨스트 개니미드의 주장이오.
(……)
내년부터 해마다 이백억 달러. ---본문 16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