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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학계는 물론 미국의 전체 지성계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던『Democracy and Distrust』의 번역서. 이 책은 1980년에 출간되어 "지금까지 헌법학에서 가장 중요한 저작"이라는 등의 찬사를 받았으며, 비꼬고, 재치있고, 품위 있으면서도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민주주의와 법원의 위헌심사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저자는 헌법해석에 있어서의 법관의 적절한 역할에 관하여 전통적으로 다투어져 오던 두 가지 입장 사이에서 중용을 취했다. 그리고 최대한 객관적으로 특권 및 면책권, 평등보호, 판사 자신의 가치, 중립적 원리, 추론, 미국 헌법의 성격, 민주주의와 불신, 입법의 동기 등에 대해 분석하였다. [양장본]

선출되지 않은 권력, 사법부의 힘

민주화 이후 우리사회의 가장 큰 변화 중의 하나는 사법부의 위상변화이다. 최근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행정수도특별법 위헌판결, 신문법의 독소조항 위헌판결 등 이제는 사법부가 국가의 장래를 결정하는 여러 문제들에 대하여 최종결정권을 행사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선출되지 않은 권력인 사법부(대법원과 헌법재판소)가 국민이 투표로 뽑은 권력(대통령․국회)을 무력화시키는 것은 불합리하지 않은가? 도대체, 국민이 뽑은 대통령과 의회의 결정을 법관들이 헌법의 이름으로 심판할 수 있는 것인가? 선출되지도 않았고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지지도 않을 사법권력이 국민에 의해 선출된 권력을 어떻게 제약할 수 있는가?
이와 같은 의문들은 민주주의와 법치주의 사이의 긴장관계에 대한 질문이다. 이 두 원칙 사이의 충돌을 어떻게 조화시켜서 보다 바람직한 관계로 만들어갈 것인가라는 문제에 관한 좋은 읽을거리가 현직 대법원 재판연구관인 전원열 판사의 번역으로 출간되었다.《민주주의와 법원의 위헌심사》(Democracy and Distrust, Harvard University Press, 1980)가 바로 그것이다. 원제를 직역하면 “민주주의(民主主義)와 불신(不信)”이 되겠지만 책의 주제를 좀더 쉽게 전달하기 위하여 제목을 “민주주의와 법원의 위헌심사”로 바꾸었다.


헌법학에서 가장 중요한 저작, Democracy and Distrust

존 하트 일리(John Hart Ely, 1938～2003)가 1980년에 펴낸 이 책 Democracy and Distrust는 법학계는 물론 미국의 전체 지성계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고, “지금까지 헌법학에서 가장 중요한 저작”이라는 등의 찬사가 쏟아졌다. 미국의 법률잡지인 The Journal of Legal Studies에 2000년에 실린 연구결과에 의하면, 이 책은 1978년 이후 출판된 모든 법률관련 서적 중에서 인용빈도 1위의 책(2등과 상당한 격차를 보임), 즉 다른 학자들의 저작에서 가장 많이 인용된 책이었다. 조사대상기간을 1930년대 이후로 넓힌 다른 조사에서는, 포스너(Richard A. Posner), 드워킨(Ronald Dworkin) 및 홈스 대법관(Oliver Wendell Holmes Jr.)의 뒤를 이어 많이 인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의회가 제정한 법률을 사법부가 위헌으로 선언하는 사실을 의회민주주의에 있어서 어떻게 정당화시킬 수 있는가? 헌법 소송사건에 있어서 법관의 임무의 한계는 무엇인가? 라는 문제는 1803년 Marburg v. Madison 사건 이후부터 미국의 법률가를 괴롭혀왔다. 이러한 문제가 듀프로세스조항, 평등보호조항 및 수정 제9조 등과 같은 헌법의 재량조항과 관련하여 발생하면 그 해결은 곤란해진다. 이 책에서 일리는 이러한 질문에 대한 흥미롭고도 독창적 해답을 제공한다.
캐롤라인 프로덕트 사건에 대한 스톤 대법원장의 판결문의 제4번 각주에서 힌트를 얻은 일리는 헌법 재량조항에서의 판결시 법원은 전적으로 절차에 의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그는 정치적 절차에 초점을 두고 있다. 헌법의 재량조항하의 사법심사는 논란이 되는 정치적 선택의 실질적 장점을 문제로 하는 것이 아니라, 참여(participation)의 문제에 관련된다고 한다. 즉 정치적 언론․집회․투표권 및 이와 유사한 문제를 취급함에 있어서 법원은 모든 상당한 의견에 대하여 정치적 절차를 공개함으로써 정치적 변화의 통로를 틔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렇게 일리는 사법의 임무를 정치적 절차의 정비에 국한시킴으로써, 헌법재판을 대의민주제 이론과 조화시키려 한다. 또한 법관은 민주절차 그 자체를 고양시키고 보호하는 것, 즉 민주절차가 공개되고 공정하게 유지되도록 하는 것이 임무라고 설파하였다. 헌법을 해석하는 법관은 “참여지향적(參與指向的)이고 대표보강적(代表補强的)”이어야 한다고 하였다. 그리고 사회에서 편견으로 불이익을 입는 소수자들에게 정치과정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여 주어야 한다고 하면서, 투표권, 언론자유 및 인종차별 문제에 특히 관심을 기울였다.
일리의 사법심사이론의 특색은 process approach에 있는데 그는 사법심사에 있어서 지난날의 문제해결 태도에 불과한 소극주의 또는 적극주의를 취하지 아니했고 또한 오늘날 문제되고 있는 헌법재판의 가치의 원천의 발견 태도인 해석주의 및 비해석주의에서도 탈피하여, 절차지향적 방법으로 사법심사와 민주주의와의 조화를 시도한다.

일리 교수의 이론은 골치 아픈 헌법 문제에 관하여 매력적인 답을 제시한 것이었으나, 정치적 스펙트럼의 양 끝으로부터는 모두 비판을 받았다. 한쪽에서는 결국 판사들이 국민 다수를 대표하는 입법부의 결정을 뒤집고 자기 생각을 집행할 수 있다는 것 아니냐라고 한 반면에, 다른 쪽에서는 일리의 이 이론에 의하면, 헌법의 이름으로 보호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기본권들 중 일부를 법원이 보호하지 못하게 되는 것 아니냐하는 비판을 가하였다. 그러나 이 책은, 워렌 대법원 시대의 판결들을 지지하는 진보적인 사람들 내지 중도적인 사람들로부터는, 그런 판결들에 대한 이론적 기반을 확실히 제공한 것으로서 환영을 받았다.

옮기면서
저자서문
역자해제

제1장 해석주의(解釋主義)의 매력

제2장 자구(字句)에 묶인 해석주의는 불가능함
듀프로세스(Due Process)
특권 및 면책권(Privileges or Immunities)
평등보호
평등보호와 연방정부
수정 제9조

제3장 기본적 가치(基本的價値) 발견하기
판사(判事) 자신의 가치
자연법(自然法)
중립적 원리(中立的原理)
추론(推論; Reason)
전통(傳統)
컨센서스(Consensus)
진보를 예언하기
알렉산더 비켈의 긴 방랑

제4장 대표과정(代表過程)의 질서를 유지하기: 심판으로서의 대법원
캐롤린 프로덕츠(Carolene Products) 판결의 각주(脚註)
대표정부(代表政府; Representative Government)
미국 헌법의 성격
민주주의와 불신(不信)

제5장 정치 변화의 통로를 틔우기
투표권
눈에 보이는 입법과정을 향하여
입법부에 의한 법형성과정을 향하여

제6장 소수자의 대변(代辯)을 촉진하기
입법(및 집행)의 동기
의심스러운 분류(分類)
적극적 차별해소조치(Affirmative Action)에 관한 여론(餘論)
소수자보호 형식의 "절차권"(節次權)

맺음말

부록 : 미국헌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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