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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 구슬 [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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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신화의 정원사’ 미셸 투르니에가 가꿔낸
순수와 삶, 야생과 문명, 이미지와 본질에 관한 아름다운 이야기

『황금 구슬』은 ‘신화의 정원사’ 미셸 투르니에가 자신의 정원에서 가꿔낸 여섯번째 장편소설이다. 이 소설은 오아시스를 떠나 파리에서 토목 노동자가 된 북아프리카 소년의 육체적, 정신적 모험을 그린 오디세이아다. 투르니에가 자신의 문학세계를 규정하는 말로 즐겨 인용하는 린다 델 바스토의 시 「이미지의 외투」의 시구(각각의 사물 속에는 한 마리 물고기가 헤엄치고 있다/알몸으로 나가기를 저어하는 물고기여, 내 그대에게 이미지의 외투를 던져주마)처럼, 그 소설 역시 사물에 깃든 철학적 본질을 드러내는 작업의 산물이다. 그렇기에 투르니에의 작품들이 그러하듯 『황금 구슬』 역시 여러 관점에서 읽힐 수 있는 풍부한 레퍼런스와 주제의식이 담긴 철학소설이라고 볼 수 있다.

사막의 ‘방드르디’ 이드리스,
‘태평양의 끝’을 떠나 이미지의 바다를 표류하다

이야기는 베르베르족 소년 이드리스가 어느 날 사막을 지나다 한 프랑스 여인에게 사진을 찍히는 것으로 시작된다. 그녀는 그에게 그의 사진을 보내줄 것을 약속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사진은 오지 않는다. 사진 찍히는 일이 터부시되는 부족의 관습에 따라, 이드리스는 자신의 사진을 찾아 아프리카에서 프랑스로 떠나기로 결심한다. 떠나기 전날 마을 혼인잔치의 연회에서 이드리스는 아프리카 무당 제트 조베이다의 굿거리를 본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그녀의 목에서 빛나던 ‘황금 구슬’을 잔치가 벌어졌던 곳에서 발견하고는 그것을 간직하기로 한다. 그 ‘황금 구슬’이 자신을 지켜주리라 믿으면서.
사하라 사막에서 출발해 지중해를 건너 마르세유를 거쳐 파리에 도착하기까지, 소년이 맞닥뜨린 것은 ‘이미지의 바다’이다. 베니 아베스의 박물관에서 그는 박제된 자신의 생활을 본다. 박물관의 진열창 안에 전시된 것은 그가 일상적으로 사용하고 함께하는 생활용품과 장신구들이다. 카페리를 타고 지중해를 건너기 전, 그는 사진관에 가서 ‘연출된 이미지’의 현장을 목격하고, 카페리 안에서는 난생처음 텔레비전을 본다. 마르세유에 도착해서는 거리를 배회하다 한 창녀에게 이끌려 동정(童貞)과 더불어, 오아시스에서 가져온 ‘황금 구슬’을 빼앗긴다. 드디어 그는 파리에 입성한다. 고향에서 떠나오면서 소개받은 이를 찾아 숙소를 마련하고, 소년은 다시 거리로 나선다. 몽마르트르의 사창가에서는 핍쇼를 보고, 영화감독의 눈에 들어 영화와 CF를 찍고, 쇼윈도의 진열될 마네킹의 거푸집 모델이 되는 이드리스…… 자유의 상징인 ‘불라 아우레아’ 즉 ‘황금 구슬’을 잃어버림과 동시에 그는 이미지의 바다에 이는 격랑에 휩쓸린다. 이미지의 노예가 된 이드리스는 자유를 되찾을 수 있을까?

야만인 방드르디,
이미지와 물질로 가득 찬 ‘문명세계’에 대해 말하다

『황금 구슬』은, 기존의 신화를 재해석하고 그것을 ‘다시 씀’으로써 독특한 문학세계를 구축해온 작가가 그 원전을 정확히 밝히지 않은 유일한 소설이다. 그런데 잘 읽어보면, 이 작품의 태생이 작가 자신이 이룩한 신화이자 그의 최고 작품인 『방드르디, 태평양의 끝』에 어느 정도 배태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애초에 투르니에는 『방드르디…』가 프랑스에 이주해온 침묵하는 노동자 집단에게 헌정하고자 했으며, ‘방드르디’의 목소리가 전면으로 부각된 소설을 오래 구상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투르니에는 사막의 소년 이드리스가 ‘문명세계’인 프랑스로 떠나온 계기와, 그가 프랑스에서 겪는 일들을 서술하면서, 사진으로 대표되는 ‘이미지’라는 현대사회의 대표적 주제를 택했다. 작가가 사진에 관해 거의 전문가라 해도 무리가 없을 지식과 심미안을 지녔음을 생각하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난생처음 사진을 찍힌 이드리스는 ‘야생’으로 규정될 수 있는 사하라의 오아시스를 떠나 ‘이미지의 바다’를 표류하게 된다. 그리고 이미지와 이미지 사업에 종사하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에게 이용당하면서, 결국 수동성과 부동성으로 응고되어간다.
작가는 ‘이미지는 그야말로 서구의 아편이다’(339쪽)라는 과격하고도 단정적인 어조로 말하며, 그 해답을 ‘기호’에서 찾는다. 이 소설에서 ‘아랍 서예(캘리그래피)’로 대표되는 기호는, ‘물질’로 대변되는 이미지의 대척점에 서 있는 ‘정신’이다. 결국 이드리스는 자신의 사진을 되찾지 못한다. 하지만 그는 아랍 서예의 대가 가파리 선생을 찾아가 침묵의 아름다움, 앎의 숭고함, 인내와 느림의 수고와 정신의 중요함을 배운다.
이미지의 해악에 관해 이야기하는 소설이면서도 『황금 구슬』에는 눈물겹도록 아름다운 몇 개의 이미지가 등장한다. 그 중 백미로 꼽을 수 있는 것은 이드리스가 이제는 쓸모가 없어져 파리 근교에서 도살되어야 하는 낙타를 끌고 파리 시내 한복판을 횡단하는 장면이다. 상상만으로도 아이로니컬한 아름다움을 느끼게 하는 이 장면은, 이 작품이 텔레비전 영화로 각색되었을 때 루브르 박물관의 유리 피라미드 앞을 지나는 소년과 낙타의 모습으로 영상화되었다고 한다. 이와 관련한 에피소드들은 뒤에 이 작품을 번역한 이세욱씨와 작가의 대담에 좀더 자세히 나와 있다.
『황금 구슬』이 품고 있는 또다른 굵직한 주제는 우리 사회에서도 부각되고 있는 이민 노동자 문제이다. 어느 사회나 그렇듯 외국인 노동자들은 일종의 게토를 이루어 거주한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구트도르 거리(Goutte d'or, 프랑스어로 ‘황금 구슬’이라는 뜻. 아랍계 외국인 노동자들이 많이 살고 있다) 역시 그런 곳으로, 파리라는 ‘이미지의 바다’에 떠 있는 외로운 섬과 같은 곳이다(이 소설에 등장하는 ‘구트도르 거리’와 소설의 주제이자 제목인 ‘황금 구슬’의 일치는 우연과도 같은 것이라고 한다). 그들은 그 섬에 끊임없이 불어오는 배척의 폭풍을 견디며 살아가야 한다. 머무는 것도 끔찍하지만, 떠나면 곧바로 바다에 휩쓸려버리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삶인 것이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아랍계 노동자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우리는 여기에서도 행복하지 않아. 우리는 자기들이 환영받는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어. 그러니 여기에 영원히 머물 수 있겠어? 그건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지. 고향으로 돌아갈 것도 아니고 프랑스에 뿌리박을 것도 아니라면, 우리는 대관절 무엇을 원하는 것일까? 어느 날 한 친구가 이러더라고. 여기는 지옥이지만, 고향은 죽음이라고.”(207~207쪽)
이야기는 도시의 토목 인부가 된 이드리스가 마르세유에서 도둑맞은(그런데 어느새 파리까지 와 있는 걸까?) 자신의 ‘황금 구슬’이 진열되어 있는 방돔 광장의 귀금속 가게 앞에서 공기 해머에 몸을 싣고 격렬하게 춤을 추는 것으로 끝난다. 이 열린 결말은 ‘방드르디’ 이드리스가 겪어내야 할, 그러나 결코 쉽지 않을, 그리고 언제까지나 계속될 표류를 암시한다.

책의 말미에 실린, 번역자 이세욱씨와 미셸 투르니에의 대담은 작은 선물이다. 이세욱씨는 국내 독자들에게도 유명해진 소읍 슈아젤에 있는 사제관에 찾아가 작가의 문학세계와 『황금 구슬』를 이해하는 데 열쇠가 될 이야기를 나누었다. 『황금 구슬』에 실린 두 편의 철학콩트 중 「금발머리 여왕의 전설」에 숨겨놓은 작가의 재치 있는 농담도 이 대담이 없었더라면 독자들은 쉽사리 발견할 수 없을 것이다.

저자소개

미셸 투르니에(Michel Tournier)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생년월일 1924.12.19 ~ 2016.1.18
출생지 프랑스 파리
출간도서 24종
판매수 10,618권

유럽을 대표하는 지성인이자 프랑스 최고의 작가. 대니얼 디포의 『로빈슨 크루소』를 재해석한 데뷔작 『방드르디, 태평양의 끝』(1967)으로 아카데미 프랑세즈 소설 부문 그랑프리를 수상한 데 이어, 『마왕』(1970)으로 공쿠르상을 수상했다. 1972년에는 공쿠르상을 심사하는 아카데미 공쿠르의 종신회원으로 선출되었고, 2016년 세상을 떠나기까지 평생 파리 근교 소도시에서 집필 활동에 전념하여, 『메테오르』(1975), 『질과 잔』(1983) 등의 소설과 『짧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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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년월일 1962~
출생지 -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1962년 태어나 서울대학교 불어교육과를 졸업하였으며 현재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개미》《웃음》《뇌》《제3인류》, 움베르토 에코의《프라하의 묘지》《로아나 여왕의 신비한 불꽃》《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 미셸 우엘벡의《소립자》, 미셸 투르니에의 《황금구슬》, 장 클로드 카리에르의《바야돌리드 논쟁》, 브뤼노 몽생종의《리흐테르, 회고담과 음악수첩》, 에릭 오르세나의《오래오래》《두 해 여름》, 마르셀 에메의《벽으로 드나드는 남자》, 장크리스토프 그랑제의《늑대의 제국》《검은 선》《미세레레》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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