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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용도 폐기 된 어느 프랑스 청년의 유쾌한 추락 이야기. 프랑스 문단의 주목받는 신예 쥘리앙 부이수가 혹독한 폭염으로 15,000명의 노약자가 사망했던 2003년 파리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그려낸다. 낭만과 예술의 도시 파리가 아니라, 독거노인과 백수 청년이 고독하게 살아가는, 그들의 일상이 고스란히 담긴 진정한 모습의 파리를 만날 수 있다.

소설책 한 권을 출간했지만 생활보조금을 받아 겨우 살아가는 주인공 포끄는 시간은 넘쳐나는데, 하고 싶은 일도, 해야 할 일도 없는 20대 백수 청년이다. 어느 날, 그의 일탈이 시작된다. 자기가 쓴 소설책 훔치기, 현관 매트 훔쳐 팔기, 빈 아파트 무단 침입, 교회 성금함 훔치기, 느닷없이 민족학이나 식물에 열정 쏟기, 있을 것 같지 않은 일자리 찾기를 통해 작가는 어느 고독한 백수 청년의 추락하는 삶을 경쾌하게 묘사하고 있다.

▶ 작품 자세히 들여다보기!
세상의 날씨가 혹독할 때 살아남기 힘든 사람들은 언제나 사회적 약자들이다. 직업이 없는 젊은이와 혼자 사는 노인들은 고독하게 방안에 틀어박혀 세상으로부터 격리된다. 세상은 빠르고 냉정하게 흘러가고, 현대인들은 그 속도를 따라잡으려 안간힘을 쓰며 살아간다. 그리고 그 이외의 삶에 대해서는 모두 나 몰라라 한다. 조소 어린 시선으로 맞은편 건물과 파리라는 도시, 그리고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바라보는 주인공을 통해, 작가는 현대 자본주의 사회의 냉정함을 비판하고 있다.

그렇게 여름이 오고, 소피는 멀어져 가고
파리는 비어 간다.

혹독한 폭염으로 15,000명의 노약자가 사망했던 2003년 파리의 여름. 프랑스 문단의 주목받는 신예 쥘리앙 부이수가 그 여름 파리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그려낸 소설이다. 낭만과 예술의 도시 파리가 아니라, 독거노인과 백수 청년이 고독하게 살아가는, 그들의 일상이 고스란히 담긴 진정한 모습의 파리를 만날 수 있다.

소설책 한 권을 출간했지만 생활보조금을 받아 겨우 살아가는 주인공 포끄는 시간은 넘쳐나는데, 하고 싶은 일도, 해야 할 일도 없는 20대 백수 청년이다. 어느 날, 그의 일탈이 시작된다. 자기가 쓴 소설책 훔치기, 현관 매트 훔쳐 팔기, 빈 아파트 무단 침입, 교회 성금함 훔치기, 느닷없이 민족학이나 식물에 열정 쏟기, 있을 것 같지 않은 일자리 찾기……. 이렇게 그의 삶은 마치 어느 가을 7층에서 내던져진 비닐봉지처럼 불확실하고, 여유롭고, 가볍게 세상 속으로 떨어져 내린다.

그러나 그의 일탈이 심각하거나 치명적인 것은 아니다. 창작지원금을 받고자 자기가 쓴 소설 열여섯 권이 필요해서 어쩔 수 없이 훔친 것뿐이다. 현관 매트를 훔쳐 신축 아파트 입주 주민들한테 팔아먹은 것도, 자기가 가진 팔 만한 물건은 모두 팔고 나서 더는 팔 것이 없어 한 짓이며, 게다가 양심에 걸려 자기 것도 함께 판다. 또 집주인이 여름휴가를 떠난 빈 아파트에 무단 침입한 것도 우연히 아파트 열쇠를 주웠기 때문이며, 거기에서 통조림 몇 통을 먹고 며칠 잠을 잤을 뿐이다. 그러나 세상은 그리 자비롭지 않다. 어렵게 찾은, 독거노인들한테 점심을 배달하는 일도 어느 노인의 집에서 지하철 표를 훔쳤다는 이유로 손쉽게 잘리고 만다.

세상의 날씨가 혹독할 때 살아남기 힘든 사람들은 언제나 사회적 약자들이다. 직업이 없는 젊은이와 혼자 사는 노인들은 고독하게 방안에 틀어박혀 세상으로부터 격리된다. 모든 사람들이 동경하는 세계적 관광명소 파리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그렇게 세상은 빠르고 냉정하게 흘러가고, 우리는 그 속도를 따라잡으려 안간힘을 쓰며 살아간다. 그리고 그 이외의 삶에 대해서는 모두 나 몰라라 한다. 조소 어린 시선으로 맞은편 건물과 파리라는 도시, 그리고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바라보는 주인공을 통해, 작가는 현대 자본주의 사회의 냉정함을 비판한다.

그런 주인공의 모습은 어쩐지 카뮈의 ‘이방인’에 나오는 뫼르소와 닮았다. 그래서 이 작품은 21세기에 다시 쓴 ‘이방인’이라고 부를 만하다. 그러나 ‘이방인’만큼 심각하지는 않다. 아니 오히려 유쾌하다. 책 도둑이 그 책의 저자였다는 사실을 알고 서점 경비원들이 오히려 사인을 해달라고 하는 장면이나, 폭염으로 죽은 어느 할머니 집 화장실에서 변기 안에 남은 할머니의 마지막 변을 발견하는 장면들은 아이러니하다. 뚝뚝 끊어지는 짧은 문장은 신선하고, 이야기 전개는 빠르고 경쾌하다.

어느 고독한 백수 청년의 추락하는 삶을 경쾌하게 그린 이 소설은 지구 반대편 프랑스 파리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우리 사회와 너무도 닮았다. 그것은 아마도 전 세계가 자본주의라는 이념으로 묶이면서 문제점 역시 공통으로 갖게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바로 그 점을 냉소적으로 비판하는 이 작품은 그렇기에 의미 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게 여름이 오고, 소피는 멀어져 가고
파리는 비어 간다.


혹독한 폭염으로 15,000명의 노약자가 사망했던 2003년 파리의 여름. 프랑스 문단의 주목받는 신예 쥘리앙 부이수가 그 여름 파리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그려낸 소설이다. 낭만과 예술의 도시 파리가 아니라, 독거노인과 백수 청년이 고독하게 살아가는, 그들의 일상이 고스란히 담긴 진정한 모습의 파리를 만날 수 있다.

소설책 한 권을 출간했지만 생활보조금을 받아 겨우 살아가는 주인공 포끄는 시간은 넘쳐나는데, 하고 싶은 일도, 해야 할 일도 없는 20대 백수 청년이다. 어느 날, 그의 일탈이 시작된다. 자기가 쓴 소설책 훔치기, 현관 매트 훔쳐 팔기, 빈 아파트 무단 침입, 교회 성금함 훔치기, 느닷없이 민족학이나 식물에 열정 쏟기, 있을 것 같지 않은 일자리 찾기……. 이렇게 그의 삶은 마치 어느 가을 7층에서 내던져진 비닐봉지처럼 불확실하고, 여유롭고, 가볍게 세상 속으로 떨어져 내린다.

그러나 그의 일탈이 심각하거나 치명적인 것은 아니다. 창작지원금을 받고자 자기가 쓴 소설 열여섯 권이 필요해서 어쩔 수 없이 훔친 것뿐이다. 현관 매트를 훔쳐 신축 아파트 입주 주민들한테 팔아먹은 것도, 자기가 가진 팔 만한 물건은 모두 팔고 나서 더는 팔 것이 없어 한 짓이며, 게다가 양심에 걸려 자기 것도 함께 판다. 또 집주인이 여름휴가를 떠난 빈 아파트에 무단 침입한 것도 우연히 아파트 열쇠를 주웠기 때문이며, 거기에서 통조림 몇 통을 먹고 며칠 잠을 잤을 뿐이다. 그러나 세상은 그리 자비롭지 않다. 어렵게 찾은, 독거노인들한테 점심을 배달하는 일도 어느 노인의 집에서 지하철 표를 훔쳤다는 이유로 손쉽게 잘리고 만다.

세상의 날씨가 혹독할 때 살아남기 힘든 사람들은 언제나 사회적 약자들이다. 직업이 없는 젊은이와 혼자 사는 노인들은 고독하게 방안에 틀어박혀 세상으로부터 격리된다. 모든 사람들이 동경하는 세계적 관광명소 파리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그렇게 세상은 빠르고 냉정하게 흘러가고, 우리는 그 속도를 따라잡으려 안간힘을 쓰며 살아간다. 그리고 그 이외의 삶에 대해서는 모두 나 몰라라 한다. 조소 어린 시선으로 맞은편 건물과 파리라는 도시, 그리고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바라보는 주인공을 통해, 작가는 현대 자본주의 사회의 냉정함을 비판한다.

그런 주인공의 모습은 어쩐지 카뮈의 ‘이방인’에 나오는 뫼르소와 닮았다. 그래서 이 작품은 21세기에 다시 쓴 ‘이방인’이라고 부를 만하다. 그러나 ‘이방인’만큼 심각하지는 않다. 아니 오히려 유쾌하다. 책 도둑이 그 책의 저자였다는 사실을 알고 서점 경비원들이 오히려 사인을 해달라고 하는 장면이나, 폭염으로 죽은 어느 할머니 집 화장실에서 변기 안에 남은 할머니의 마지막 변을 발견하는 장면들은 아이러니하다. 뚝뚝 끊어지는 짧은 문장은 신선하고, 이야기 전개는 빠르고 경쾌하다.

어느 고독한 백수 청년의 추락하는 삶을 경쾌하게 그린 이 소설은 지구 반대편 프랑스 파리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우리 사회와 너무도 닮았다. 그것은 아마도 전 세계가 자본주의라는 이념으로 묶이면서 문제점 역시 공통으로 갖게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바로 그 점을 냉소적으로 비판하는 이 작품은 그렇기에 의미 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때야 비로소 상황이 파악됐다. 우리 둘 사이에 놓인 「펄프」와 그 표지 위에 굵은 글씨로 적힌 트리스탕 포끄를 보았던 것이다. 필명이라도 쓸걸.
“맞습니다. 진심으로 말씀드리지만, 제 이름은 정말 트리스탕 포끄입니다.”
그러고는 갖고 있던 모든 카드를 꺼내 보였다. 실업자증, 도서관증, 수영장 회원증, 보험카드. 그 카드들에는 포끄 트리스탕이나 트리스탕 포끄가 쓰여 있었다.
“어…… 그러니까, 「펄프」가 바로 당신의?”
“에, 그렇죠.”
나는 자신을 선전하는 데에는 영 소질이 없다.
“그러니까…… 당신은 자신의 책을 훔치려 했던 거요?”
그가 다시 존칭어를 썼다.
“어이, 바이드! 이 사람이 훔치려 했던 게 바로 자신이 쓴 책이라는데?”
신문을 보고 있던 바이드가 고개를 들었다. 그는 내 이름이 적힌, 책상 위에 쭉 깔린 카드와 책을 바라보았다.
“왜 자신의 책을 훔치려 했죠?”
“그냥…….”
나는 눈길을 아래로 깔았다. 왜냐구? 그래 왜? 하도 무의미하게 여겨져서 나조차도 왜 그런지를 잊고 있었다.
- p.25

작은 복도의 오른쪽 두 번째 문이었다. 문을 여니 장미향이 향긋했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듯이. 사망하기 전에 할머니가 한 마지막 행동이었으리라. 화장실을 청소하고, 초인종이 울려 내게 문을 열어 주고는, 바닥에 쓰러져 버린. 그러자 불현듯 경건한 마음이 일었다. 이 세상에 더는 존재하지 않는 사람의 노동이 여전히 생생하게 배어 있는 화장실에서 소변을 봐도 되는 걸까? 양심의 가책이 일었다. 변기 뚜껑을 열다가 놀랐다. 거기, 아직도 맑은 물속에 보통 크기의 변 하나가 둥둥 떠 있었다. 그 주위로 휴지가 떠 있지 않은 걸로 봐서 큰 덩어리는 물에 휩쓸려가고 마지막으로 남은 변인 모양이었다. 그렇다면 누구의…… 남은 것! 어제부터 내가 열쇠를 가지고 있어서 그동안 아무도 들어올 수 없었을 테니, 그건 할머니의…….
단순한 변이 아니라, 그건 마치 신체의 현존, 그러니까 별게 아니긴 하지만 어쨌든 할머니의 존재가 마지막으로 남긴 직접적인 증거물이었다. 아직도 물 위에 떠 있었기 때문에 화장실 물을 내리는 몸짓 하나로 그 물질과 할머니 존재의 연계를 사라지게 할 능력을 내가 갖고 있었다. 게다가 할머니에게 음식을 가져다준 건 바로 나였다. 한 사람 일생의 마지막 순간이자 내 노동의 성과가 바로 내 눈앞에서 물 위에 둥둥 떠 있는 것이다. 그러자 불현듯 소변을 보고 싶어 했던 자신이 원망스러워졌다. (133쪽)

이 모든 시간이 내 것이어서 내가 원하는 걸 하면 되었다. 이제껏 본 적이 없을 정도로 꽉 들어찬 시간. 지붕도 있고, 탁자도 있고, 먹을 것도 있고, 볼펜도 있다. 시간도 정말 많다. 하지만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 p.165

그때야 비로소 상황이 파악됐다. 우리 둘 사이에 놓인 「펄프」와 그 표지 위에 굵은 글씨로 적힌 트리스탕 포끄를 보았던 것이다. 필명이라도 쓸걸.
“맞습니다. 진심으로 말씀드리지만, 제 이름은 정말 트리스탕 포끄입니다.”
그러고는 갖고 있던 모든 카드를 꺼내 보였다. 실업자증, 도서관증, 수영장 회원증, 보험카드. 그 카드들에는 포끄 트리스탕이나 트리스탕 포끄가 쓰여 있었다.
“어…… 그러니까, 「펄프」가 바로 당신의?”
“에, 그렇죠.”
나는 자신을 선전하는 데에는 영 소질이 없다.
“그러니까…… 당신은 자신의 책을 훔치려 했던 거요?”
그가 다시 존칭어를 썼다.
“어이, 바이드! 이 사람이 훔치려 했던 게 바로 자신이 쓴 책이라는데?”
신문을 보고 있던 바이드가 고개를 들었다. 그는 내 이름이 적힌, 책상 위에 쭉 깔린 카드와 책을 바라보았다.
“왜 자신의 책을 훔치려 했죠?”
“그냥…….”
나는 눈길을 아래로 깔았다. 왜냐구? 그래 왜? 하도 무의미하게 여겨져서 나조차도 왜 그런지를 잊고 있었다. (25쪽)

작은 복도의 오른쪽 두 번째 문이었다. 문을 여니 장미향이 향긋했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듯이. 사망하기 전에 할머니가 한 마지막 행동이었으리라. 화장실을 청소하고, 초인종이 울려 내게 문을 열어 주고는, 바닥에 쓰러져 버린. 그러자 불현듯 경건한 마음이 일었다. 이 세상에 더는 존재하지 않는 사람의 노동이 여전히 생생하게 배어 있는 화장실에서 소변을 봐도 되는 걸까? 양심의 가책이 일었다. 변기 뚜껑을 열다가 놀랐다. 거기, 아직도 맑은 물속에 보통 크기의 변 하나가 둥둥 떠 있었다. 그 주위로 휴지가 떠 있지 않은 걸로 봐서 큰 덩어리는 물에 휩쓸려가고 마지막으로 남은 변인 모양이었다. 그렇다면 누구의…… 남은 것! 어제부터 내가 열쇠를 가지고 있어서 그동안 아무도 들어올 수 없었을 테니, 그건 할머니의…….
단순한 변이 아니라, 그건 마치 신체의 현존, 그러니까 별게 아니긴 하지만 어쨌든 할머니의 존재가 마지막으로 남긴 직접적인 증거물이었다. 아직도 물 위에 떠 있었기 때문에 화장실 물을 내리는 몸짓 하나로 그 물질과 할머니 존재의 연계를 사라지게 할 능력을 내가 갖고 있었다. 게다가 할머니에게 음식을 가져다준 건 바로 나였다. 한 사람 일생의 마지막 순간이자 내 노동의 성과가 바로 내 눈앞에서 물 위에 둥둥 떠 있는 것이다. 그러자 불현듯 소변을 보고 싶어 했던 자신이 원망스러워졌다. (133쪽)

이 모든 시간이 내 것이어서 내가 원하는 걸 하면 되었다. 이제껏 본 적이 없을 정도로 꽉 들어찬 시간. 지붕도 있고, 탁자도 있고, 먹을 것도 있고, 볼펜도 있다. 시간도 정말 많다. 하지만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16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