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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대의 젊은 소설가 권지예의 특별한 행복처방법!

우리 시대의 젊은 소설가 권지예의 유쾌하고 저릿한 사람 이야기, 『해피 홀릭』. 이상문학상과 동인문학상을 수상하여 문단을 사로잡은 저자의 문단에 등단한 지 10년 만에 발표하는 두 번째 산문집으로, 문학을 꿈꾼 어린 시절부터 인생의 반환점을 돌아 중년에 이른 지금까지 징글징글한 인연을 맺어온 사람들을 통해 깨달은 행복의 비법을 담고 있다.

이 책은 인생과 관계, 그리고 오래 묵은 삶이 주는 행복에 대한 저자 특유의 새뜻한 사유를 훔칠 수 있는 산문을 수록하고 있다. 저자는 가난했지만 부족한 것은 없는 시절, 자신의 삶에 흔적을 남긴 얼굴들을 때로는 애틋하게, 때로는 흐뭇하게 되살려낸다. 그들과 함께 사랑하고 미워하며, 사소한 것에도 고마워한 시간을 유쾌하면서도 명쾌하게 토해내는 것이다. 그리고 발랄한 문장으로 중년이 된 자신의 일상을 소개하여 유쾌한 웃음을 자아낸다.

하지만 저자의 문장이 계속 유쾌한 것은 아니다. 유쾌함의 뒤에는 생의 모순을 헤쳐 나가는 힘을 품고 있다. 그래서 경쾌함과 애틋함, 신비함과 신랄함, 그리고 약함과 강함이 공존하는 저자의 산문은 사유의 바다에서 뛰쳐나온 성찰기이자, 진심으로 토해낸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에 대한 관찰기다. 아울러 그속에서 얻어낸 소박한 행복을 고백한다.

해피엔딩 소설같이 행복한
새침떼기 소설가 권지예의 유쾌한 산문집

이상문학상과 동인문학상을 수상하며 문단에 신선한 충격을 안겨주었던 우리 시대의 젊은 작가 권지예가 등단 10년 만에 발표하는 두 번째 산문집. 문학을 꿈꿨던 어린 시절부터 인생의 반환점을 돌아 중년에 이른 지금까지 때로는 새침떼기 여자로, 과격한 아내로, 이기적인 딸로, 또 가끔은 속없는 어머니로, 그리고 꽤 자주 속 깊은 친구로, 징글징글한 인연을 맺어온 수많은 사람들을 통해 깨달은 행복의 비법을 담았다. 인생에 대한, 관계에 대한, 그리고 오래 묵은 삶이 주는 의외의 행복에 대한, 권지예만의 웅숭깊고 새뜻한 사유를 훔칠 수 있는 책이다.

작가 권지예의 산문은 재기발랄하면서도 새침한 문장으로 시종일관 유쾌한 웃음을 자아낸다. 도대체 망가질 구석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세련된 그녀가 어느 순간 퍼질러 앉아 울기도 하고 어설픈 거짓말을 늘어놓다 들키기도 한다. 그녀의 붓끝을 통해 탄생한 추억 속 인물들은 그렇게 일일드라마의 주인공들처럼 생동감 있게 되살아나 발랄한 에피소드의 한편 한편을 장식한다. 하지만 그녀의 문장이 시종일관 가볍고 유쾌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그 이면에는 언제나 그렇듯 현실의 틀에 얽매이지 않고 생의 모순을 직격하면서 헤쳐 나가는 힘을 확보하고 있다. 경쾌함과 애틋함, 신비함과 신랄함, 부드러움과 강함이 공존하는 그녀의 글은, 깊고 넓은 사유의 바다에서 뛰쳐나온 자기성찰의 기록이자, 보잘 것 없는 허식의 외피를 과감히 내던지고 진심으로 토해낸 보통사람의 소박한 일상 관찰기이다.

추천의 말
권지예의 산문을 읽으면서 나는 그녀의 마음속으로 집들이 간 기분이었다. 그녀가 호기심에 번뜩이는 방문객의 눈앞에 추억의 방문을 한 칸 한 칸 열어보였기 때문이다. 그녀의 기쁨과 슬픔, 희망과 절망, 그리움과 희망의 감정이 손때 묻은 살림살이처럼 정겹게 느껴졌다. 나도 그녀처럼 평범한 아름다움을 저축해서 영혼의 평수가 드넓은 행복한 마을로 이사 가고 싶다. 이명옥(사비나 미술관장)

그녀의 세계는 예민하지만 부드럽고, 단아하지만 뜨거우며, 환하지만 눈물겹다. 이런 향기는 만들어진 전략적 상표로부터 나오는 게 아니라 생에 대한 타고난 순정적 본질로부터 나오는 듯하다. 낮은 목소리와 정감어린 어조로 수다스럽지 않게 삶의 비의에 대해 말하는 그의 산문은 경계와 비판의 무거운 갑옷에서 읽는 이를 조용히 해방시킨다. 칙칙하지 않은 인간주의, 격하지 않은 무정부주의가 태생적 순정 속에 부드럽게 배합되어 있기 때문이다. 무릎을 맞댄 느낌으로 언어에 귀를 열라. 그러면 슬픔조차 환하고 고요하고 사랑스럽다. 박범신(소설가)

작가의 말

1_ 그 남자에게
나 없이도 모두, 잘 사고 있나요 | 책은 웬수덩이 | 그 여름의 각서 | 나의 오만과 편견 | 작아서 더 섹시한 남자의 엉덩이 | 찐빵과 오뎅국 | 사랑니 앓는 계절 | 4월 이야기 | 다락방을 추억하며 | 잃어버린 우산 | 철가방 | 다시 만난 피터 팬 | 씨암탉과 선생님

2_ 그 여자에게
울지만 말고 춤춰봐, 인생이 별거니 | 어느 여성 예술가의 부엌 | 건망증 | 여자가 나이 들어간다는 것 | 내 친구의 결혼식 | 첫 문장 | 인연은 사랑보다 강하다 | 9월이 오는 소리 | 복사꽃 그늘에서 | 가난한 그녀와 그녀의 오빠 | 첫 문장 | 상자 속에서 푸른 칼이 나오기까지

3_ 그 아이에게
자아, 밥이다. 얘들아 밥 먹어라 | 오! 빠르동 | 자전거 도둑 | 결혼이 주는 또 다른 선물 | 네가 없으면 살아도 사는게 아니야 | 밥 이야기 | 봄맞이 마음 대청소 | 네 잎 클로버 | 가족 | 달걀 한 알 | 진통제

4_ 내 안의 나에게
낮에는 꽃 보며, 밤에는 별 보며 가자 | 넘버 콤플렉스 | 길고, 부드럽고, 딱딱하고, 외로운 인생 같은 빵 | 전화번호부 | 운전 | 잡동사니는 내 인생의 기념품 | 행복에 대한 오해 | 중독 | 디카를 버려라 | 영어 완전 정복의 길 | 돈은 감기약이다 | 비워야 또 차는 행복 | 집시 여인의 행복

스물둘에 만난 남자는 책을 무척 사랑하는 남자였다. 내가 책이 아니니 그가 책을 어떻게 사랑해주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때 그는 의자왕이 삼천궁녀 거느리듯 대략 삼천 권 정도의 장서를 소장하고 있었다.…그는 무척 가난했지만 자취방의 사방 벽면을 채운 책들을 바라보며 흡족해했다. 단골 헌책방에는 하루 한 번 용변 보듯이 들렀고, 원하는 책들은 굶어도 사야 했다.…몇 년 후 책을 좋아하는 그 남자와 결혼을 하려니 돈이 많이 들었다. 대학원을 갓 졸업해 방 한 칸 얻을 돈도 없는 주제에, 책 때문에 장롱을 놓을 자리가 없어 방이 두 개 필요했기 때문이다.…그런데 책을 사는 버릇보다 더 나쁜 것은 절대 책을 버리지 않는다는 거였다. 그러니 넓지 않은 집에 ‘웬수덩이’같은 책이 쌓여만 간다. 그 남자와 살면 평생 헌책방 여주인처럼 살 수밖에. 나는 가끔 그에게 푸념하곤 한다. 아아, 제발 책 없는 세상에 살고 싶어.
--〈책은 웬수덩이〉 中에서


강철갑. 특이한 이름만큼이나 만만찮은 아이였다. 키는 아주 작아서 3번, 그러나 온갖 문제는 다 일으켰다. 학급에 이상한 도색잡지와 비디오테이프를 유포시키는가 하면 나중엔 낮 부끄러운 일로 교무실에 끌려왔다.…교무실에 여선생님들이 붉으락푸르락 분개할 때 나는 녀석에게 단골 욕설을 퍼부어댔다. 그 욕설이란 다름 아닌, “야, 이 자식아. 그 따위로 살려면 철가방이나 운전해라!”였다.…“선생님, 저 선생님 말대로 정말 자장면 배달 지겹도록 열심히 했네요. 선생님 욕은 그래도 참 정겨웠어요. ‘철갑아 철갑아 강철갑아. 네 이름이야말로 철가방, 강철가방 아니더냐. 네 강철 같은 몸과 정신 안에 굳건한 의지를 담고 네 인생을 잘 운전하길 바란다.’”
--〈철가방〉 中에서

그녀는 화통하고 유쾌하다. 그녀와 한 5분만 있으면 체증이 확 내려가고 혈액순환이 잘 되는 느낌이 팍팍 오게 된다. 웃느라고 정신을 못 차린다. 여자들의 내숭, 애교 이런 건 벗어던진 지 오래인 그녀. 그녀 스스로 개같이 살고 싶다고 일갈하며 나이 60에도 엉덩이에 뿔난 미친 10대의 광기와 바람기를 동경하는 여자. 자신이 원하면 주변을 의식하지 않고 곧바로 행동하는 저돌적이고 자유분방한 그녀. 여성의 섬세한 내면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여성이라는 스스로의 구속에 연연하지 않는 그녀.…이 정도면 정말 자유분방하지 않을 수가 없다. 남자로부터 부엌으로부터 해방된 행복한 여성 예술가여!
--〈어느 여성 예술가의 부엌〉 中에서

사람들에게는 우울하고 힘들 때 고비를 넘기게 해주는 묘약이 반드시 있다. 내게는 작은 달걀 한 알이 그러했다.…프랑스 유학생활을 할 때가 아니었나 싶다. 어머니가 인편에 큰 메주 넉 장을 보내면서 쪽지에 “소금물에 달걀을 한 알 넣고 100원짜리 동전만큼 모로 뜰 때 메주를 넣으면 장맛이 그만이니라”라고만 써 보내셨다. 계량컵을 들고 있는 나는 정말 난감할 수밖에. 들통에 물과 소금을 대충 넣고 떨리는 마음으로 달걀 한 알을 넣었지만, 달걀은 자꾸 가라 않으려고 했고 물과 소금을 부었다 덜었다 하다 보니 허우적대기만 했다. 그걸 보고 있으니 달걀이 한없이 안쓰러웠다. 하지만 어느 순간 달걀이 동전만 한 얼굴을 내밀고서 꼿꼿이 떴다. 한참 그걸 쳐다보는 내 가슴이 왠지 먹먹해졌다.…그래, 아무리 힘들어도 그냥 가라앉진 않을 테다. 내 안으로 부력을 믿어보자. 소금물에 내 굵은 눈물 두 방울이 떨어졌다.
--〈달걀 한 알〉 中에서

프랑스에서 내가 정말로 소중하게 깨달은 것은 햇빛의 고마움이었다. 그곳에서 내가 그렇게 작은 것에 소박한 기쁨을 누렸던 것은 겸손했기 때문일 것이다. 마음을 많이 비워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아닌 말로 나는 돈도 없고 친척도 없고 주눅 들고 외로운 이방인. 그저 모든 게 고마웠다. 살얼음판처럼 하루하루 돈이 간당간당했지만, 그렇기 때문에 별일 없이 저무는 하루하루가 고마웠다.…내가 그리워하는 것은 그것이다. 그렇게 비워낼 수 있었던, 그렇게 겸손할 수 있었던 내 마음의 비움이 그리운 것이다. 가난했지만 부족하지 않았던, 사소한 작은 것들도 고마워서 행복했던 그 시절을 생각한다. 그리고 소박한 질그릇 항아리처럼 고적하고 단순하게 내 마음이 좀 비었으면 하고 바란다.
--〈비워야 또 차는 행복〉 中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