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짬뽕 같은 인생을 위하여, 인생 같은 짬뽕을 위하여!

〈내 마음의 옥탑방〉으로 이상문학상을 수상한 박상우의 단막소설 모음집. 스무 편의 작품들은 작가가 직접 실험하고 모색해 만들어낸 독창적 소설들로, 모두 200자 원고지 30매 분량을 중심으로 만들어졌다. 삶의 언저리에서 취할 수 있는 다채로운 소재를 수집해 짤막한 분량 안에 뚜렷한 메시지와 단순 명쾌한 글맛을 보여주고 있다.

이번 작품집에는 젊은 세대의 독특한 사랑찾기 방식을 보여주는 〈짝, 짝, 짝, 짝짓기〉, 다가올 미래사회의 삶의 한 단면을 예시하는 〈밭에서 힘쓰는 놈〉 등 반전의 묘미를 보여주는 작품이 실려 있다. 또한, 노인 문제를 다룬 〈머리에 검은 봉지를 쓰고〉, 군대 문제를 다룬 〈계급보다 높은 것〉 등 사회적 문제를 다룬 작품도 수록되어 있다.

단막소설, 30매 분량의 새로운 모색

17세기의 모랄리스트 그라시안은 “짧다면, 그보다 더 좋은 글은 없다”고 강조한다. 현대소설의 개척자 E. A. 포는 “어떤 긴 이야기라도 10분내 읽을 수 있는 훌륭한 소설로 축약할 수 있다”고 말한다. 박상우의 ‘30매 단막소설집’ 『짬뽕』에 실린 스무 편의 작품들은 새로운 분량의 소설 형식을 고안하기 위해 작가가 직접 실험하고 모색하여 만들어낸 독창적 소설들이다. 이 책에 실린 스무 편의 작품들은 모두 200자 원고지 30매 분량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것이고, 그것은 여러 차례에 걸친 작가의 모색을 거쳐 단막적인 이야기성을 유지하며 만들어질 수 있는 소설의 분량을 타진한 결과였다. 소설 본래의 진지성과 흥미성을 잃지 않으며, 10매 내외의 엽편소설에서 구사하기 어려운 이야기성을 회복하고, 100매 내외의 단편소설에 걸리는 무거운 주제와 미학적 장치에 대한 부담을 걷어낼 수 있는 단막적 소재를 처리하기에 30매 분량이 가장 적절하다는 결론을 얻어 외면상의 형식적 통일을 꾀하며 만들어진 것이 바로 단막소설집 『짬뽕』인 것이다.

삶의 일상성을 통해 전달되는 메시지

이 책 단막소설집에서 가장 잘 살아난 특징은 우리 삶의 다양성과 일상성이다. 단편소설의 소재와 주제가 무겁거나 비일상적인 경우가 많은 데 반해 이 책의 단막소설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소소한 소재를 시의성 있게 다루며, 소설 본래의 미학성 속에 일상적인 경쾌함과 밀도감을 잃지 않을 수 있다는 장점을 보여준다. 아울러 단편소설이 추구하는 무거운 주제 구현과 달리 예상을 벗어난 반전의 묘미를 이들 단막소설은 여실히 보여준다. 젊은 세대의 독특한 사랑찾기 방식을 보여주는 작품 〈짝, 짝, 짝, 짝짓기〉, 다가올 미래사회의 삶의 한 단면을 예시하는 작품 〈밭에서 힘쓰는 놈〉 등이 그 좋은 예에 속한다. 또한 이들 단막소설은 소재의 차용과 활용 범위도 무궁무진해 현재 우리의 사회적 문제로 등장하고 있는 노인문제(〈머리에 검은 봉지를 쓰고〉)에서부터 군대 문제(〈계급보다 높은 것〉)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메시지를 구현하고 있다. 그것은 단막소설이 단지 ‘쉽고 빠르게 읽히고’ 재미만을 추구하는 게 아니라 뚜렷한 주제와 밀도 높은 메시지를 담아낼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새로운 글맛, 새로운 가능성

『짬뽕』은 기존의 엽편소설 형태나 단편소설에서 느낄 수 없는 단순 명쾌한 글맛과 뚜렷한 메시지를 통해 이른바 ‘단막소설’이라는 새로운 소설의 영역을 모색하고 있다. 읽기로 치면 10여 분 이내, 이들 30매 분량에서 다룰 수 있는 단막소설의 가능성을 다양하게 보여주기 위해 작가는 삶의 언저리에서 취할 수 있는 다채로운 소재를 수집하여 스무 편의 단막소설로 지어냈다. 그리고 그 스무 편의 전체적인 이미지를 ‘짬뽕’으로 결정하여 제목으로 붙였다.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짬뽕은 생을 생각하게 만드는 음식이다. 내가 『짬뽕』에 담고 싶었던 것은 거창한 이야기가 아니다. 인생에서 얻어지는 자잘하고 소소한 재료를 지지고 볶고 삶아 때로는 경쾌하게, 때로는 씁쓸하게, 때로는 흐뭇하게, 때로는 해낙낙하게 먹을 수 있는 짬뽕 한 그릇을 만들고 싶었을 뿐이다. 짬뽕 같은 인생을 위하여, 인생 같은 짬뽕을 위하여!”

작가 서문

짝, 짝, 짝 짝짓기
아주 공갈 염소똥
기록파를 아시나요
밭에서 힘쓰는 놈
호수공원 이야기
너희가 만원의 가치를 아느냐
꼭 한 번
오리발에 대하여
딱절벌레 신의 저주
어둠 속에서 웃는 사람들
그는 면죄부를 받았다
비뚤게, 비뚤게
라이벌
메뉴를 바꾸면 되지
머리에 검은 봉지를 쓰고
계급보다 높은 것
백발청춘 관찰일지
눈 내리는 밤
순도 백 퍼센트의 진실
장미문방구를 추억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