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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산성 : 김훈 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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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문학분야 2007 최고의 책 선정 / 2010 서울대 도서관 대출 2위

  • 저 : 김훈
  • 출판사 : 학고재
  • 발행 : 2007년 04월 14일
  • 쪽수 : 384
  • 제품구성 : 전1권
  • ISBN : 97889562505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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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실천 불가능한 정의인가, 실천 가능한 치욕인가?”

1636년 음력 12월, 청의 대군은 압록강을 건너 눈보라를 몰고 서울로 진격해 왔다. 병자호란이었다. 정묘호란을 겪은 지 불과 9년 만이었다. 방비를 갖추지 못한 채 척화를 내세우던 조선 조정은 정묘호란 때처럼 다시 강화도로 파천하려 했으나, 길이 끊겨 남한산성으로 들 수밖에 없었다.

작가 김훈의 신작 장편 [남한산성]은 1636년 12월 14일부터 1637년 1월 30일까지 47일 동안 고립무원의 성에서 벌어진 말과 말의 싸움, 삶과 죽음의 등치에 관한 참담하고 고통스러운 낱낱의 기록이다. 그해 겨울은 치떨리도록 모질었다.

출판사 서평

“주전파의 말은 실천 불가능한 정의였으며, 주화파의 말은 실천 가능한 치욕이었다.”
- 김훈의 다른 글에서

쓰러진 왕조의 들판에도 대의는 꽃처럼 피어날 것이라며 결사항쟁을 고집한 척화파 김상헌, 역적이라는 말을 들을지언정 삶의 영원성은 치욕을 덮어서 위로해줄 것이라는 주화파 최명길, 그 둘 사이에서 번민을 거듭하며 결단을 미루는 임금 인조. 그리고 전시총사령관인 영의정 김류의 복심을 숨긴 좌고우면, 산성의 방어를 책임진 수어사 이시백의‘수성守城이 곧 출성出城’이라는 헌걸찬 기상은 남한산성의 아수라를 한층 비극적으로 형상화한다.
역사에 오르지 않은 등장인물은 더욱 흥미롭다. 보기 드문 리얼리스트인 대장장이 서날쇠, 김상헌의 칼에 쓰러진 송파나루의 뱃사공, 적진을 뚫고 안개처럼 산성에 스며든 어린 계집 나루 등은 소설 [남한산성]의 상징을 톺아보는 존재들이다. 그리하여 병자년 겨울과 이듬해 봄, 조선 사직 앞에 갈 수 없는 길과 가야할 길이 포개진다.

“치욕을 기억하라!”

3년 만에 선보이는 전작 장편 [남한산성]에서 김훈은 조국의 가장 치욕스런 역사 속으로, 가장 논쟁적인 담론 속으로 곧장 뛰어든다. 이 점에서‘남한산성’은 작가 이력에 새로운 마디를 이룬다.
앞선 소설 [칼의 노래]와 [현의 노래]역시 역사를 다루지만, 그것은 역사의 무게보다 존재의 무게에 방점을 둔다. [남한산성]은 조선 왕이‘오랑캐’의 황제에게 이마에 피가 나도록 땅을 찧으며 절을 올리게 만든 역사적 치욕을 정교한 프레임으로 복원하고 있다. 47일간 갇힌 성 안의 무기력한 인조 앞에서 벌어진 주전파와 주화파의 치명적인 다툼 그리고 꺼져가는 조국의 운명 앞에서 고통 받는 민초들의 삶이 씨줄과 날줄이 되어 무섭도록 끈질긴 질감을 보여준다. 감당할 수 없는 역사이고, 씻을 수 없는 역사였다.
김훈 특유의 냉혹한 행간 뒤에 숨겨진 뜨거운 말의 화살들은 독자를 논쟁의 한가운데로 내몬다. “죽어서 살 것인가, 살아서 죽을 것인가? 죽어서 아름다울 것인가, 살아서 더러울 것인가?” 작가는 주화를 편들지도, 주전을 편들지도 않는다. 다만 지도층의 치열한 논쟁과 민초들의 핍진한 삶을, 연민을 배제한 시각으로 돌아볼 뿐이다.
왜‘남한산성’인가?

그해 겨울은 일찍 와서 오래 머물렀다. 강들은 먼 하류까지 옥빛으로 얼어붙었고, 언 강이 터지면서 골짜기가 울렸다. 그해 눈은 메말라서 버스럭거렸다. 겨우내 가루눈이 내렸고, 눈이 걷힌 날 하늘은 찢어질 듯 팽팽했다. 그해 바람은 빠르고 날카로웠다. 습기가 빠져서 가벼운 바람은 결마다 날이 서 있었고 토막 없이 길게 이어졌다. 칼바람이 능선을 타고 올라가면 눈 덮인 봉우리에서 회오리가 일었다. 긴 바람 속에서 마른 나무들이 길게 울었다. 주린 노루들이 마을로 내려오다가 눈구덩이에 빠져서 얼어 죽었다. 새들은 돌멩이처럼 나무에서 떨어졌고, 물고기들은 강바닥의 뻘 속으로 파고들었다. 사람 피와 말 피가 눈에 스며 얼었고, 그 위에 또 눈이 내렸다. 임금은 남한산성에 있었다.
- 김훈의 [남한산성] 중에서

김훈은 370년 전의 치욕을 왜 21세기인 지금 다시 꺼낸 것일까? 작가는 무엇보다 ‘치욕을 기억하라
(memento infamia)’고 말한다. ‘삶은 치욕을 견디는 나날’이라고 말한다. ‘살아남기 위해 불가피하게 더럽혀지는 인간들이 아름답다’고 말한다. 역사가 삶과 죽음의 기록이라고 할 때, 치욕의 역사는 살아 낸 삶의 이력이다. 이 치욕이 단지 과거완료형이 아니라 현재진행형, 미래형이 될 수 있음을 작가 김훈은 에둘러 말하려는 것이 아닐까?

목차

눈보라
언 강
푸른 연기
뱃사공
대장장이
겨울비
봉우리
말먹이 풀
초가지붕
계집아이

바늘
머리 하나
웃으면서 곡하기
돌멩이
사다리
밴댕이젓
소문

말먼지
망월봉
돼지기름
격서
온조의 나라
쇠고기
붉은 눈
설날
냉이
물비늘
이 잡기
답서
문장가
역적
빛가루
홍이포
반란
출성
두 신하
흙냄새
성 안의 봄

하는 말
남한산성 지도
연대기
실록
낱말풀이

본문중에서

적이 임진강을 건넜으므로, 서울을 버려야 서울로 돌아올 수 있다는 말은 그럴듯하게 들렸다. 종묘와 사직단 사이에서 머뭇거리다 도성이 포위되면 서울을 버릴 수 없을 것이고, 서울로 다시 돌아올 일은 아예 없을 터였다. 파주를 막아 낼 수 있다면 서울로 돌아오기 위해 서울을 버려야 할 일이 없을 터이지만, 그 말이 옳은지 아닌지를 물을 수 없는 까닭은 적들이 이미 임진강을 건넜기 때문이었다. 반드시 죽을 무기를 쥔 군사들은 반드시 죽을 싸움에 나아가 적의 말발굽 아래서 죽고, 신하는 임금의 몸을 막아서서 죽고, 임금은 종묘의 위패를 끌어안고 죽어도, 들에 살아남은 백성들이 농장기를 들고 일어서서 아비는 아들을 죽인 적을 베고, 아들은 누이를 간음한 적을 찢어서 마침내 사직을 회복하리라는 말은 크고 높았다.
(/ pp.18~19)

눈 덮인 성벽에 햇빛이 내려서 성은 파란 하늘 아래 선명하게 드러났다. 북쪽 능선을 넘어가는 성벽 위에 낮달이 떠 있었다. 간밤에 작은 교전이 있었는지 성벽에 돋아난 나뭇가지에 찢어진 시체가 몇 구 걸렸고, 시체 언저리의 눈이 빨갛게 물들었다. (…)용골대가 통역 정명수에게 말했다.
-단단해 보인다. 산골나라에는 저런 성이 맞겠어.
-조선은 성 안이 허술합니다.
-허나 성벽은 날카롭구나. 깨뜨리기가 쉽지는 않겠어.
-바싹 조이면 깨뜨리지 않아도 안이 스스로 무너질 것입니다.
-그리 보느냐. 듣기에 좋다.
(/ p.70)

김상헌의 목소리에 울음기가 섞여 들었다.
-전하, 죽음이 가볍지 어찌 삶이 가볍겠습니까. 명길이 말하는 생이란 곧 죽음입니다. 명길은 삶과 죽음을 구분하지 못하고, 삶을 죽음과 뒤섞어 삶을 욕되게 하는 자이옵니다. 신은 가벼운 죽음으로 무거운 삶을 지탱하려 하옵니다.
최명길의 목소리에도 울음기가 섞여 들었다.
-전하, 죽음은 가볍지 않사옵니다. 만백성과 더불어 죽음을 각오하지 마소서. 죽음으로써 삶을 지탱하지는 못할 것이옵니다.
임금이 주먹으로 서안을 내리치며 소리 질렀다.
-어허, 그만들 하라. 그만들 해.
(/ p.143)

조선 왕은 황색 일산 앞에 꿇어앉았다. 술상이 차려져 있었다. 칸이 술 석 잔을 내렸다. 조선 왕은 한 잔에 세 번씩 다시 절했다. 세자가 따랐다. 개들이 황색 일산 안으로 들어왔다. 칸이 술상 위로 고기를 던졌다. 뛰어오른 개가 고기를 물고 일산 밖으로 나갔다.
-아, 잠깐 멈추라.
조선 왕이 절을 멈추었다. 칸이 휘장을 들추고 일산 밖으로 나갔다. 칸은 바지춤을 내리고 단 아래쪽으로 오줌을 갈겼다. 바람이 불어서 오줌 줄기가 길게 날렸다. 칸이 오줌을 털고 바지춤을 여미었다. 칸은 다시 일산 안으로 들어와 상 앞에 앉았다. 칸이 셋째 잔을 내렸다. 조선 왕은 남은 절을 계속했다.
(/ p.356)

저자소개

생년월일 1948.05.05~
출생지 서울
출간도서 65종
판매수 248,145권

1948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신문사 퇴사 후 전업 소설가로 살아왔다.
지은 책으로는 장편소설 [빗살무늬토기의 추억],[칼의 노래],[현의 노래],[개],[내 젊은 날의 숲],[공무도하],[남한산성],[흑산], 소설집 [강산무진]이 있고, 에세이 [내가 읽은 책과 세상],[풍경과 상처],[자전거 여행]과 [문학기행 1, 2](공저) 등이 있다.
[칼의 노래]는 드라마로 제작되었고, [현의 노래]는 국악극으로 공연되었다. 단편소설 [화장]이 영화로 만들어져 개봉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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