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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소리는 좋은 것이여
사라져 가는 우리 판소리를 되살린 큰 소리꾼 박동진 할아버지 이야기가 <우리 인물 이야기> 열넷째 권으로 나왔다. 소리꾼 박동진 할아버지가 걸어온 소리 인생을 통해서 어린이 독자들로 하여금 우리 판소리의 참맛과 우리 전통 문화를 이해하는 디딤돌이 되게 하였다. 전국 곳곳을 누비며 명창을 찾아다니면 소리를 배우는 이야기, 스승의 제자가 되기 위해 사흘 밤낮을 마당에 꿇어앉아 기다리던 이야기, 소리에 깊이를 더하려 100일 동안 동굴에서 홀로 소리 공부를 하다 똥물까지 마셔야 했던 이야기,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을 담았다. 명창 박동진은 1916년 충남 공주에서 농사꾼의 아들로 태어났으며, 중학시절 그 시절 명창으로 잘 알려진 이화중선을 비롯하여 여러 소리꾼이 나오던 ‘협룰사’ 무대를 보고 우리 판소리의 매력에 흠뻑 빠져 버렸다고 한다. 그 뒤 집을 나와 춘향가의 대가인 정정렬 명창을 찾아 계룡산으로, 수궁가의 대가 유성준을 찾아 경주로, 심청가의 대가인 김창진 명창을 찾아 서천으로……. 이렇게 전국 곳곳으로 명창을 찾아다니면서 소리를 배워 나갔다. 이때 박동진은 ‘스승의 꾸지람도 매도 무서울 것이 없었지만 짐 싸서 집으로 가라는 소리가 나올까 봐 가장 무서웠다’고 한다. 이렇게 하여 박동진 명창은 여러 스승에게서 배운 소리를 조합하여 한 가지만을 고집하지 않고 자기만의 소리로 재창조하여 판소리의 전통을 이어가면서도 늘 개성 있는 소리 세계를 이루었다.

마지막 '닭아 닭아'를 끊지 않고, 숨 길이가 다할 때까지 길게 질러대자, 선생님 목구멍에서 울컥 핏덩어리가 넘어왔어. 그 사실을 구경꾼들은 알아차리지 못했지. 나와 북장단을 치던 할아버지는 소스라치며 알았는데, 그 순간 파르르 온 몸이 떨리더구먼. 선생님은 거기서 잠시 소리를 멈추었어. 그러고는 부채를 탁 내려놓으며 슬피 우시는 거야. 나도 따라 울었지. 어른들도 울고, 아이들도 울고, 국수를 말던 아낙네까지 치맛자락을 들어올리며 눈물을 훔치더구먼. 그러니까 선생님이 부채를 탁 내려놓는 순간, 죽게 된 것은 심청이가 아니라 심청이가 되어 버린 구경꾼들 자신이었던 거야.
소리꾼과 구경꾼들이 하나가 되어 목놓아 울음을 우는 소리판. 목에서 핏덩어리가 넘어오도록 혼신을 다하는 소리…….
그날 나는 소리판의 한 절정을 보았던 거야.
- 본문에서

그러다 사회가 산업화되고 외국 문화가 물밀듯이 들어오면서 우리 판소리도 점점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져 갔다. 이때 박동진은 사라져 가는 판소리를 되살리기 위해 이때까지 해 본 적 없는 판소리 완창을 하기로 마음을 먹는다. 마침내 1968년 다섯 시간 동안 쉬지 않고 ‘흥보가’를 완창하여 온 나라를 깜짝 놀라게 하였다. 더구나 긴 시간 동안 하는 공연임에도 맛깔난 입담으로 보는 이들을 소리에 빨려들게 하면서 꺼져 가던 우리 소리의 불씨를 되살려 냈다. 박동진 명창은 평소 “양악은 악보가 없으면 헛것이지만 국악은 오로지 정신으로 하는 것이다”고 강조해 왔다. 또 한때 소리를 잃었던 경험을 바탕으로 “얼굴 팔리는 공연에나 힘쓰고 공부를 게을리하면 소리꾼은 망한다.”며 후배 소리꾼들에게 분발을 당부하기도 했다. 1998년 고향인 공주에 판소리 전수관을 세워 우리 소리를 가르치던 박동진 명창은 안타깝게도 2003년 세상을 떠났다.

대단한 분이다. 몸속에 불덩어리 같은 열정이 있는 것이 틀림없다. 오로지 삶의 한길을 '소리'에만 바친 경우라니. 이런 행복이 또 있을까? 한편으로 그 같은 가시밭길이 또 있겠는가. 피를 토하고 똥물을 먹어 가면서도 포기하지 않는 그 정신은 무엇에서 비롯된 것일까?
(줄임) 성철이 '돈오'를 위해 바친 삶이라면, 박동진은 '득음'을 위해 바친 삶이다. 이 목표 외에는 모든 것을 안중에 두지 않았다는 점에서 두 사람은 동일하다.
(줄임) 이 책 속에는 위대한 예술가의 고집과 열정과 노력이 똘똘 뭉친 하나의 본보기가 있다. 정말 대단하다. 공부는 이렇게 하는 것이다 하고 본때를 보여주는 것처럼 느꼈다.
- 이 책을 읽은 독자 ‘민달팽이’의 글에서

이 책을 읽는 어린이에게

핏줄은 못 속이나 봐
위대한 소리꾼들
꽃은 그냥 피는 게 아녀
소리 선생을 찾아서
혼이 깃들어 있는 소리
명창 김창진
김창진에게서 심청가를 배우다
소리를 하다가 피를 토하다
또다시 소리 선생을 찾아서
판소리 다섯 바탕을 다 배우다
백 일 동안의 소리 독공
인간문화재가 되다
지나는 길에 한번 놀러 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