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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혼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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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 서평

    ‘30년 시간의 벽을 허무는 뜻깊은 기획’

    문학과지성사는 창사 30주년을 맞은 지난 2006년을 시작으로 매년 한 권씩, 출간된 지 30년이 지난 작품의 의미를 되새기는 자리를 마련하였다.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모델을 내놓으며 속도감 있게 전개되는 디지털 문화의 성장은 인쇄 활자와 책의 무력화 현상을 바라보는 우려의 목소리로 이어지고 있다. 그러는 가운데 한 권의 문학책이 작가-출판사-서점-독자를 거쳐 모두에게서 잊혀지기까지의 순환 주기는 나날이 짧아져간다. 이런 현실에서 출간된 지 30년이 지나서도 독자와 비평가들의 꾸준한 애호와 평가를 이끄는 책이 있다는 것은 우리 삶의 축복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비록 인쇄된 활자는 때 묻고 바랬을망정, 그 문장과 행간에 깊이 박인 의미들은 온고지신의 자세로 독자의 눈을 빌려 새롭게 읽히고 해석되며 잔잔한 감동을 전달한다. 때문에 좋은 책이 온당한 대접을 받는 방법을 모색하는 일이 새삼 중요해진다. 이번 문학과지성사의 ‘발간 30주년 기념 특별판’ 출간은 지난 30년간 한국 문학의 첨병으로서 꾸준하고 의미 있는 기획과 작가와 작품 발굴, 출판에 힘써온 문학과지성사가 앞서 말한 스테디셀러에 대한 스스로의 요구를 실천에 옮기는 첫 사례가 될 것이다.

    세월의 힘에 무력화되지 않고 더욱 웅숭깊은 문학의 향기를 확인하는 장으로 거듭날 이 기획은, 오래도록 변함없는 독자 여러분의 성원에 감사하는 마음을 담아 저자의 꼼꼼한 수정과 새로운 본문 편집을 거쳐 특별 개정판으로 선보이고 있다.

    발간 30주년 기념 특별판
    윤흥길의 [황혼의 집](1976년 초판, 2007년 개정판 발행)

    왜곡된 삶의 현실과 부조리를 형상화하는 윤흥길 문학의 힘
    우리의 내면을 갉아먹고 있는 현실의 정체를 파악하여
    오늘의 삶에 대한 인식을 가능케 한다


    윤흥길의 중단편소설집 [황혼의 집]은 지난 2006년 홍성원의 [주말여행] 이후 이 기획의 두번째 권으로서 6,`70년대 우리들의 삶의 모습을 현실감 넘치는 문체 속에 실어 보이고 있는 작품집이다.
    한국 중편 소설의 백미로 꼽히며 6?5 전쟁을 겪은 서민들의 삶을 다룬 '장마', '장마'와 함께 윤흥길 문학의 두 본령으로 꼽히는 '황혼의 집' 등 중단편 여덟 편을 수록한 이 작품집의 개정판 발간으로 그간 한국 문학이 쌓아온 역사적 의미를 되새겨보는 자리가 마련되었다. 유년기에 6?5 전쟁을 겪으며 성장하였고, 성인이 되어서는 본격적인 산업화의 진행 속에서 피폐한 삶을 살 수밖에 없었던 한 세대의 애환을 끊임없이 조명하는 작품들을 선보인 윤흥길 문학의 정수가 여기에 담겨진 것이다.

    추천사

    그는 삶 속에서 자신이 한 마리의 상처받은 동물임을 인식하고 그 동물로서 철저하게 그러나 살아가려 한다. 그것이 나를 괴롭힌다.
    - 김현 / 문학평론가

    윤흥길의 [장마]는 분단 상황을 반근대적 세계관으로 해석하는 유형을 대표하는 작품이다.
    - 김윤식 / 문학평론가

    윤흥길 문학의 관심은 역사의 구체적 내용이 아니라 폭력인 그 역사에 치인 사람들의 고통과 슬픔이다. 역사의 탐구가 아니라 역사의 폭력성이 무더기무더기 만들어낸 고통과 슬픔의 증언이고자 하였던 것이다.
    - 정호웅 / 문학평론가

    목차

    황혼의 집

    장마
    어른들을 위한 동화
    타임 레코더
    제식훈련 변천약사
    몰매
    내일의 경이(驚異)

    신판 해설 발견의 형식, 비판의 형식·정호웅
    작가의 말

    본문중에서

    이젠 주막집 유리창에 번득이던 저녁놀을 영영 볼 수 없게 되었다. 그러나 그 대신 이듬해 봄이 되자 불에 타죽은 줄 알았던 담쟁이덩굴이 한 해 동안의 긴 몸살에서 일어나 나를 놀라게 하였다. 벽돌집 전체가 무성한 잎에 싸여 온통 푸르게 보이던 어느 날, 나는 어머니의l성화에 못 이겨 오래도록 사사건건에 말썽을 부려온 왼) 충치를 뽑아버렸고, 그것을 지붕 위에 던졌다. 그 뒤로도 마을 아낙네들은 우리 집에 자주 놀러 왔으나 새삼스럽게 경주네 이야기를 꺼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내가 새 이빨을, 까치가 물어다줄 건강한 이빨을 기다리는 동안, 어머니와 아낙네들은 어느새 이웃에 새로 이사온 어떤 새댁의 나쁜 행실에 관해서 열심히들 수군거리고 있었다.
    ('황혼의 집' 중에서/ p.35)

    계속해서 비는 내렸다. 어쩌다 한나절씩 빗발을 긋는 것으로 하늘은 잠시 선심을 쓰는 척했고, 그러면서도 찌무룩한 상태는 여전하여 낮게 뜬 그 철회색 구름으로 억누르는 손의 무게를 더한층 잡도리하는 것이었고, 그러다가도 갑자기 하마터면 잊을 뻔했다는 듯이 악의에 찬 빗줄기를 주룩주룩 흘리곤 했다. 아무 데나 손가락으로 그저 꾹 찌르기만 하면 대꾸라도 하는 양 선명한 물기가 배어나왔다. 토방이 그랬고 방바닥이 그랬고 벽이 그랬다. 세상이 온통 물바다요 수렁 속이었다. 쉬임 없이 붇는 물로 우물은 거의 구정물이나 마찬가지여서 팔팔 끓이지 않고는 한모금도 목을 넘길 수가 없고, 밤새 아궁이 밑바닥엔 물이 흥건히 괴어 불을 지필 적마다 어머니가 울상을 지으며 봇도랑을 푸듯 양재기질을 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세상이 하도 빗소리 천지여서 심지어는 아버지가 뀌는 방귀마저도 그놈의 빗소리로 들릴 지경이라는 객쩍은 농담 끝에 어머니가 딱 한 차례 웃는 걸 본 적이 있다.
    ('장마' 중에서/ p.100)

    저자소개

    생년월일 1942.12.14~
    출생지 전북 정읍
    출간도서 36종
    판매수 30,719권

    1942년 전라북도 정읍 출생. 1968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회색 면류관의 계절」이 당선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대표작으로 『장마』 『완장』 『황혼의 집』 『아홉 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 등이 있다. 한국문학작가상, 한국창작문학상, 현대문학상, 21세기문학상, 대산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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