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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명의 괴한들에게 짓밟힌 사랑하는 아내는 끝내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복수심에 불탄 남편은 모든 것을 팽개친 채 오로지 범인들을 찾는데 모든 시간을 보낸다. 그리고 범인을 찾을 때마다 무자비하게 복수의 칼을 휘두른다. 그와 함께 아내의 영전에 버쳐지는 검붉은 장미송이... 아내의 원수를 갚기 위해 늑대처럼 밤거리를 헤매는 고독한 사나이의 비통한 눈물과 처절한 복수극이 처음부터 끝까지 전편을 공포와 전율로 가득 채운다.

추리소설 작가 김성종의 초기작 『일곱 개의 장미송이』.

내 사랑하는 아내는 임신 3개월이었지.
어느 날 아름다운 아내는 7명의 괴한들에게
납치되어 무참히 유린당하고 말았어. 그리고 바다에
투신자살한 거야. 복수에 불탄 나는 직장도 팽개친 채
괴한들을 찾아 밤거리를 헤매기 시작했어. 못나고
왜소하기만 하던 한 사나이가 돌연 복수의 화신이 되어
괴한들을 하나하나 도살하는 장면들을 생각해 봐.
복수의 칼이 번득일 때마다 나는 아내의 영전 앞에
붉은 장미꽃을 바쳤지. 일곱 개의 장미 송이를 모두
꽃피우기 위해 내가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린 줄 아나.
이것은 눈물과 복수의 피로 얼룩진 비참하고 피비린내
나는 이야기야. 그것을 작가 金聖鍾이 추리 수법으로
구성해서 작품으로 형상화시킨 거지. 그리고 이 작품을
끝내던 날 우리는 함께 내 아내의 무덤을 찾아갔지.
그는 무덤 위에 쌓인 하얀 눈을 손으로 쓸어 내면서
이렇게 중얼거렸어.
“이 눈이 꼭 당신 같군요.”

김성종 추리소설 <일곱 개의 장미송이>

너의 이름은 장미
남자의 눈물
아내의 눈물
파아란 머플러
최초의 인물
경부선 특급열차
살인 1호
한 송이 장미꽃
두 형사
살롱 마로니에
추적의 하모니
두 번째 표적
살인 2호
제3의 인물
회전목마
2대 1의 관계
도착과 출발
살인 3호
살인 4호
좁혀진 망
이상한 전화
복수의 피
광자의 웃음
새디스트
미행의 그림자
다섯 번째 표적
살인 5호
가출소녀
맹인악사
행복의 저쪽
강변별장
여섯 번째 표적
잠입
살인 6호
광자의 외침
추적의 한계
교묘한 함정
이상한 청년
이별
마지막 게임
교도소 행
추적의 피날레

몸부림치는 그녀를 두 사내가 번쩍 들고 침실로 들어갔다. 그 곳에는 붉은 조명등이 침침한 빛을 뿌리고 있었다. 침실 가운데 베드가 놓여져 있었다. 그들은 그녀의 팔을 벌려 침대 양쪽 모서리에 손을 묶었다. 그것은 그 짓을 하기 위해 교묘하게 장치된 것이었다.
두 다리도 위로 쳐들렸다. 쇠받침대 위에 발목을 걸치게 한 다음 가죽 끈으로 발목을 묶었다. 그것은 산부인과에서 사용하는 출산용 베드였다. 오른쪽에 붙어 있는 핸들을 돌리자 하체 쪽이 위로 올라갔다. 완전히 개방된 상태였다. 마지막으로 입에 반창고가 붙여졌다.
두 사내가 나가고 대신 대머리가 들어섰다. 여전히 선글라스를 끼고 있었다.
땀이 눈으로 흘러드는 바람에 눈이 쓰라리고 아렸다. 벌리고 있는 두 다리 사이로 대머리의 모습이 보였다. 팔 다리를 버티고 소리를 질러 보았다. 헛된 짓이었다.
하체에 딱딱한 것이 밀려 들어왔다. 찢어지는 듯이 아팠다. 내장을 후벼 내는 것 같았다. 탄력 있는 남자의 그것이 아니었다. 육감에 그것은 어떤 물체 같았다. 대머리의 얼굴이 크게 확대되어 왔다.
“아악!”
그녀의 몸이 경련했다. 침대가 흔들렸다.
“으윽!”
뒤로 고개를 발딱 젖히면서 부르르 떨다가 축 늘어졌다. 기절해 버린 것이다.
대머리의 얼굴이 땀으로 번들거린다. 여자가 기절한 것을 보고는 구부렸던 몸을 세운다. 가운을 입은 채다. 선글라스를 벗는다. 왼쪽 눈이 움푹 꺼져 있었다. 애꾸눈이다. 하나밖에 없는 눈알이 번득인다. 소매로 이마에 번진 땀을 닦는다. 다시 선글라스를 낀다. 오른손을 들어올린다. 손에 몽둥이를 하나 들고 있다. 잘 다듬어진 30센티 정도 길이의 몽둥이다. 손안에 가득 들어올 만큼 굵다. 끝이 남근처럼 둥그스름하게 만들어져 있다. 거기에 시뻘건 피가 묻어 있다.
“흐흐흐흐…….”
몽둥이를 침대 밑으로 집어던진다. 문을 열고 나간다.
두 번째 사내가 들어갔다. 두 번째 사내가 나왔다.
세 번째 사내가 들어갔다. 세 번째 사내가 나왔다.
네 번째 사내가 들어갔다. 네 번째 사내가 나왔다.
다섯 번째 사내가 들어갔다. 다섯 번째 사내가 나왔다.
여섯 번째 사내가 들어갔다. 여섯 번째 사내가 나왔다.
일곱 번째 사내가 들어갔다. 일곱 번째 사내가 나왔다.
눈을 뜨는 것과 동시에 그녀는 침대 밑으로 굴러 떨어졌다. 바닥을 짚고 일어서려고 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두 사내가 들어와서 양쪽에서 그녀의 팔을 낚아챘다. 그 때 그녀의 눈에 무엇인가 길쭉한 것이 비쳐 들었다. 피 묻은 몽둥이였다. 그제서야 그녀는 자신의 다리 사이를 찢은 것이 무엇인가를 알았다. 갈가리 찢긴 옷으로 몸을 가리자
“멀리 내다 버려.” 하는 목쉰 소리가 들려왔다. 짐짝처럼 끌려 나가면서 그녀는 머리 속에 일곱 명의 모습을 새겨 넣었다. 죽어도 잊지 않겠다는 듯 이를 악물고 눈을 부릅뜬 채…….
밖으로 나온 그녀는 처음 끌려왔을 때처럼 머리에 자루를 뒤집어쓰고 차 속에 처박혔다. 곧 차가 출발했다. 신경을 곤두세우고 방향을 잡아 보려고 했지만 허사였다. 다만 무서운 속도로 달리고 있다는 것만 느껴질 뿐이었다.
그녀는 손을 뻗어 바닥을 여기저기 더듬었다. 무엇인가 손에 와 닿았다. 종이였다. 그것이 조그맣게 될 때까지 구겨 쥐었다. 만일 내가 살아서 돌아갈 수만 있다면 너희들 일곱 명에게 복수하리라. 기어코 찾아내어 복수하고 말리라. 이를 악물고 종이를 꼭 쥐었다. 철저하게 당하고 난 지금에는 공포심도 없었다. 다만 아직 살아 있다는 사실만이 이상하게 여겨질 뿐이었다.
차가 정거했다. 차 문이 열리고 그녀는 밖으로 동댕이쳐졌다. 몸이 밑으로 몇 바퀴 굴러갔다. 수렁 같은 곳에 하체가 푹 빠졌다. 자루를 벗기고 정신을 차려 보니 강변이었다. 둑에서 그대로 굴러 떨어진 것이다. 악취가 코를 찔렀다. 강물이 마른 것이 다행이었다.
살아야 한다. 죽어서는 안 된다. 그녀는 손에 쥔 종잇조각을 호주머니 속에 집어넣은 다음 혼신의 힘을 다해 몸을 위로 끌어올렸다. 아무리 기를 써 보아도 일어설 수가 없어 둔덕을 그대로 기어 올라갔다.
“살려만 주세요……. 저 좀 살려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