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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미치게 하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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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함정임, 그녀를 미치게 하는 모든 것!

미술과 영화, 음악 등 예술과 본업인 문학을 넘나들며 활발한 저작 활동을 하는 작가 함정임의 신작 에세이『나를 미치게 하는 것들』이 도서출판 푸르메에서 출간되었다. 함정임을 사로잡은 여행, 예술, 문학 그리고 그녀가 마음을 건넨 주변의 이야기들을 총 4부로 나누어 소개했다. 그녀만의 인간미 넘치는 시선과 특유의 감성적인 필치가 잘 어우러진 세련된 산문집이다.

이 책『나를 미치게 하는 것들』은 제목 그대로 함정임이 사랑하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다. 자칭 타칭 방랑객, ‘바람처럼’이라는 별명을 가진 그녀의 지난 3년간의 여행과 이미 함정임의 다른 이름인 문학, 여행하면서-그곳이 바람이 불고 새가 노래하는 밖이든 오래된 나무 냄새를 폴폴 풍기는 책 속에서든- 그녀가 만난 예술, 그녀가 마음을 건넸던 짧지만 깊은 순간의 이야기들이 바로 그것이다.

함정임은『나를 미치게 하는 것들』을 통해 자신의 삶의 정수를 아낌없이 보여준다. 여행과 예술, 그리고 책을 이야기하는 것은 곧 함정임 자신을 그대로 드러내는 일이다. 그녀의 가장 내밀한 부분을 수다스럽지 않게 표현하는 정갈한 언어감각과 “11월의 더블린”처럼 몽환적이고 매혹적인 그녀만의 분위기가 어우러져 독특한 매력을 풍긴다.

눈에 보이는 것만을 전달하려하지 않는다는 것. 이 책의 가장 큰 의미는 바로 여기에 있다. 화려하지 않은 들꽃, 떠가는 구름 하나에서도 여행의 의미를 찾고, 유명한 예술 작품 앞에서도 그 뒤에 숨겨진 예술가의 고통과 눈물을 생각한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숨은 것, 크고 웅장한 것들 사이에 가려져 있지만 분명 거기 있는 작은 것을 놓치지 않는다. 함정임의 섬세하고 여린 감각이 돋보인다.


로맨틱 노마드! 함정임 따라하기

이번 산문집의 가장 큰 주제는 ‘떠나서 느끼고, 돌아와서 그리워하라’는 것이다.
함정임은 떠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설령 두렵다 해도 그것은 곧 사라져버리고 말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비행기를 타고 어디론가 날아가거나, 그저 대문 밖으로 나가거나, 내 방안 작은 공간에서 단 한 권의 책 속으로 들어가거나, 우선 어딘가로 떠나는 것이다.
떠난 몸은, 혹은 정신은 이제 느껴야 한다. 거창하거나 대단한 무언가를 찾아야 할 필요는 없다. 마음이 닿는 대로, 머리가 계산하는 것을 잠시 잊은 채로 그 무언가에 나를 내맡기면 그뿐이다. 그리고 감탄해야 한다. 작가는 표현하는 것에 인색하지 말라고 열변한다. “브라보!” 소리치는 일이 그동안의 인생을 뒤집는 것보다 더 어려울지라도 반응하고 표현하라고 부추긴다.
격정적으로 외치고 분출하고 돌아와 남은 것은 이제 그리워하는 일뿐. 비록 한때일망정 분명히 내가 존재했던 거리의 하늘과 그 바람의 내음을 회상하고, 그 공간에서 느꼈던 모든 느낌과 감정을 고스란히 반추하는 것이다. 그리고 다시 뛰는 가슴을 눌러 진정시키며 작가는 아들에게로, 연인에게로 세상 사람들에게로 간절한 마음을 담아 띄워 보낸다.


바람처럼 세상을 떠돌며 기록한 내 사유의 집

『나를 미치게 하는 것들』은 작가 함정임이 이 세상에, 그것이 여행지든 그림 속이든 책 속이든 그 어디에서든지 간에, 그 안에서 숨쉬고 미쳐 있던 그 순간의 기록이다.


1부 <브라보, 노마드 라이프!>- 그녀가 지난 몇 년간 몸으로 누비고 다닌 흔적들!
함정임에게 여행을 떠나는 일은 곧 영혼을 찾으러 가는 일이다. 그녀는 틈나는 대로 파리 몽마르트르의 좁은 골목길에서부터 더블린, 에든버러, 솔즈베리, 리버풀, 페니 레인과 뉴욕 맨해튼을 지나 일산 호수와 파주 헤이리 홍대 앞 피카소 거리 부산 달맞이고개까지 마음이 흐르는 데로 발길이 닿는 데로 떠나고 돌아다닌다. 여행의 묘미는 목적지 주변의 도시를 걷고 작은 상점을 구경하면서, 그곳 사람들의 삶, 그들의 역사와 인생의 속내를 더듬어보는 것에 있다. 무조건 유명하고 멋진 곳만 찾아다니는 것이 아니라 이름 없는 산책로를 걷고 거기 놓인 벤치와 그 벤치에 새겨진 이름을 보며 알지 못하는 그들을 추억하는 것. 이것이 바로 함정임이 여행하는 법이다. 그저 그곳에서 피어나는 들꽃, 그곳의 하늘, 그곳에서 부는 바람을 느끼는 것만으로도 그 여행의 가치는 충분하다고 역설하는 그녀야말로 진정한 “로맨틱 노마드”다.

2부 <뜨거움에 관하여>- 함정임의 마음을 흔든 예술 이야기
열일곱 평범한 소녀였던 그녀를 예술에 눈뜨게 한 것은 ‘세운상가 키드’인 막내오빠의 방에서 발견한 ‘보물’들이다. 레드 재플린, 도어스, 블랙 사바스, 로이 부케넌 등의 엘피 백판들……. 이 낯선 냄새를 풍기는 낡고 헌 이방의 것들이 그녀를 전율시킨 최초의 예술이었다. 작가 함정임은 예술은 시대를 초월해 존재하기 때문에 위대하다며 경탄하면서도, 그 예술에 바치는 평범한 인간의 열정이 발현되는 그 순간만큼은 인간이 예술을 뛰어넘는다고 말한다. 예술을 향한 그녀의 간절한 마음은 결국 인간을 향하고야 마는 것이다. 영화와 연극에서 사진, 그림, 음악을 거쳐 우리의 석굴암과 백제의 왕비가 쓰던 발받침에까지 그녀의 예술에 대한 호기심과 애정은 실로 대단하다. 그런 뜨거운 열정으로 작품 뒤에 숨어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감지할 수 있는 그 무엇, 작품을 탄생시킨 예술가들의 고통과 열망까지도 놓치지 않는다.

3부 <내 공간 속 미지 여행>- 함정임의 시선을 붙잡은 문학 다시보기!
그녀가 사랑하는 시와 그에 얽힌 이야기들, 그녀에게 고민거리를 던져준 거대하거나 혹은 외로운 책들, 그리고 누군가에게 권해주고 싶은 책들의 이야기다. 그녀가 사랑하는 시들을 읊어주며 그녀와 같은 마음으로 설레고, 책들의 편린들을 쫓아가면서 함께 고민하자고 등떠민다. 문학의 본질은 ‘돌아보는 것’, 문학이 위대한 것은 바로 그 반성과 울림에 있다고 말하는 그녀는, 버지니아 울프와 카뮈, 알랭 드 보통, 발터 벤야민 같은 서구의 문학 거장들에서 백석, 기형도, 박상순 등의 시인, 소설가 이청준과 <동행기>의 임춘까지 고르게 탐색한다. 동서양과 고금을 아우르는 그녀의 폭넓은 사유의 세계를 가늠하는 데 부족함이 없다.

4부 <인생은 아름다워!>- 그녀 주변의 아기자기한 일상을 담은 이야기
그냥 지나칠 법한 평범한 일상이지만 함정임의 시야에 포착된 순간 “생기롭게” 다시 태어난 것들에 대한 이야기다. 함정임은 세상이 무엇인가를 알려고 하기보다 그 속에서 어떻게 사는지에 더 관심을 둔다. 하늘을 바라보며 빨래를 널다가 서재로 달려가 그리운 이에게로 편지를 보내고, 뉴욕의 한복판에서 발견한 맛있는 베이글에 감동하고, 홍대 앞 그로테스크하게 서있는 외로운 벚나무를 마음에 담는다. 부족함을 느끼지 않는 순간 행복이 찾아온다고 믿는 작가 함정임. 푸르고 붉은 작은 꽃송이에서도 기쁨을 찾는 그녀가 행복하지 않은 순간은 없다. 세상 속에서 행복하게 사는 법! 이 책을 통해 그녀가 던지는 화두다. “오, 인생은 엉뚱하여라, 고로 즐거워라!”

목차

브라보, 노마드 라이프!
내가 사랑한 기차, 기차역
순간에서 영원으로
비틀즈, 매직!
스톤헨지 가는 길
내 인생의 의자
세쿼이아 나무가 있는 풍경
더블린, 기네스를 추억함
시원始原의 저편
에든버러 무지개
암스테르담의 카뮈
11월을 떠나보내며
호퍼와 오스터의 뉴욕에 가다
브라보, 노마드 라이프!

뜨거움에 관하여
금지 혹은 등록 거부의 노래들
황금의 문
저기, 코뿔소가 지나간다
뉴욕, 다다의 깃발 아래서
사진의 큰 역사
철길 옆의 집
뜨거움에 관하여
발견의 미학
대학로 타센 소감
왕비의 발받침
말로와 석굴암
고지도古地圖의 진실 혹은 열정
헤이리 마을로 가다
12월, 정동길을 걸으며
한 줄기 바람처럼, 천 개의 고원처럼

내 공간 속 미지여행
사랑의 약속
소년을 기다리며
결혼, 고요한 혁명을 꿈꾸며
봄날, 길에서 만나는 시
내 공간 속 미지여행
아, 통영!
버지니아 울프의 등대
사랑에 빠진 연인들에게 권함
《아케이드 프로젝트》 단상
책의 전설, 인간의 전설
내가 읽고 만난 파리
봄밤, 신동행기新東行記
들길의 노래를 들어라
내 소설의 주인공〈푸른 모래〉의 그에게
눈길 위의 두 사람
꿈의 거리

인생은 아름다워!
어머니가 있는 풍경
걸어서 가자
인생은 아름다워!
행복의전도사
인간의 길
어울림에 관하여
몽블랑, 베이글, 그리고 공주님
파리의한국정원을 기림
어느 소설가 선생의 골방 의식
페니 레인 그 하늘
아직도 그 거리엔 벚꽃이 피어 있겠지
꽃이여
다솔사 가는 길
우정에 관하여
저 거친 바다를 향해 거침없이
한 줄기 빛의 행로
그라운드 제로, 그리고 삶은 계속된다

본문중에서

스톤헨지 가는 길, 드넓은 평원을 달리는 이층버스에 앉아 나는 정작 목적지를 잃어버렸다. 평원 위의 푸른 하늘, 그 아래 구름, 또 그 아래 언덕, 그 사이 나무들에 아주 홀려버렸다. 정신을 차려보니 푸르른 초원 위에 한 떼의 양들처럼 모여 서있는 거석들과 그 주위를 맴돌고 있는 한낱 콩알만한 여행자들이 눈에 들어왔다. 목적지는 매번 그렇게 문득 내 앞에 나타나는 것이었다, 대낮의 환각처럼…….
- p.35

낡고, 낯선 것, 그러나 매혹적인 것을 사랑했던 막내오빠의 나이 그때 열일곱 살에서 스무 살. 시인 유하식으로 말하면, 그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지독한 마음의 열병’(〈세운상가 키드의 생애〉)을 앓는, 그래서 ‘모든 금지된 것들을 열망하며’ ‘흠집 많은 중고 제품들의 거리’를 서성이는 전형적인 세운상가 키드였다. 나는 그보다 두 살 아래, 그를 장악한 마음의 열병이 여중생에서 여고생이 되어가던 나에게 고스란히 전이되었다.
- p.70

감탄하는 것도 능력이다. 반응하고, 표현하는 것도 능력이다. 불 꺼진 요트경기장, 철지난 해운대 모래밭을 거닐며 계속 생각한다. 우리는 반응하고, 표현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못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무대를 향해, 아니 세상을 향해, 브라보! 외치는 일이 어쩌면 그동안의 삶을 뒤집는 일만큼이나 힘든 일일지도 모른다. 살아도 산 것이 아닌 게 하루 이틀이 아닌 것. 그것이 익숙해져서 삶이 되어버린 것. 단숨에 집어삼킬 듯 몰아치던 파도도 이내 물결을 거두어간다. 11월이 낼모레다. 굴러가는 낙엽만 봐도 시리고 허전한 가슴, 누구라도 가까이 손 내밀어 속삭여볼 일이다. 뜨거움, 그거, 아직 내 안에 있다고!
- p.91

저자소개

생년월일 1964.02.07~
출생지 전북 김제
출간도서 35종
판매수 12,156권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소설집 『버스, 지나가다』 『저녁 식사가 끝난 뒤』, 중편소설 『아주 사소한 중독』, 장편소설 『춘하추동』 『내남자의 책』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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