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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관계나 부부관계에서 오는 위기를 극복해 나가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심리분석학을 기본으로 여러 가지 상황, 체험기, 여러 분야의 전문가 조언 등이 갖추어져 있다.

영화《뮤리엘의 웨딩》에선 결혼 지상주의에 빠진 뮤리엘이 결혼하고 싶어 안달하는 모습이 심히 과장되게 그려진다. 결혼에 대해 우린 얼마나 지독한 환상을 품고 있는가. 상대에 대한 ‘투사’가 걷히는 순간 커플 관계는 또 얼마나 쉽게 와르르 허물어지는가. 내 여자, 내 남자를 알고 이해하기 위해 수능이나 토익공부 하듯이 노력한다면, 100분 토론처럼 대화를 나누며 엇갈린 부분들을 조율해나간다면 서로 싸늘하게 등돌린 채 법원으로 향하는 일은 줄어들지 않을까? 하지만 도저히 아귀가 들어맞지 않는 성격 때문에, 바람 피우는 배우자 때문에 “왜 사랑이 변하니?”를 외치는 상황이 누구에게나 닥쳐올 수 있다. 이혼이란 게 결코 인생의 패배는 아닐 것이다. 그것은 병치레 같은 것, 약을 쓰다 안 되면 수술만이 해답이 되는 그런 것 아닐까? 하지만 이혼은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경제적으로 많은 고통이 따라고 그야말로 탈진상태에 이르게 된다. 정말 다툼이나 후회 없이 이혼을 잘 하고 싶다. 누가 이혼 잘 하는 법 좀 가르쳐 줄 수 없나요? 이 책은 이론적 접근과 현실적 접근, 구체적인 사례가 골고루 들어가 있다. 첫 머리에서 남녀의 기질을 심리학적, 정신분석학적인 측면에서 설명해주고 본론에서는 결혼 전 단계(서로에 대한 투사, 배우자 선택), 결혼생활 단계(커플 관계가 변하는 속성, 바람을 피우는 심리, 대화의 필요성), 이혼 단계(커플, 자녀, 부모, 친지, 친구 같은 관계의 문제, 카운슬링, 심리치료, 변호사, 회계사 같은 전문가 집단의 현실적 도움)로 나눠서 접근하고 있다. 이런 전개방식은 이혼을 따로 뚝 떼어놓고 보는 게 아니라 전체적인 관계의 틀 속에서 널리 조망할 수 있도록 해준다. 여기에 소개되는 구체적인 방법론들은 아름다운(?) 이혼을 꿈꾸는, 혹은 이혼을 고려하고 있는 사람들에겐 그야말로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알뜰정보가 될 것이다.

우리는 친하게 알고 지내는 사람들에게조차 자신의 일부분만 드러내놓는다. 상대는 그것이 우리의 참 모습이라고 믿는다. 메리는 쾌활하고 다정다감하며 독립적이다. 존은 시무룩하고 과묵하며 고집이 세다. 조지 삼촌은 늘 꿈속에 살지만 알고 보면 재미있는 사람이다. 종종 이보다 깊이 들어가서 이렇게 말하기도 한다. 메리는 종종 인내심이 부족하고 침울하다. 존은 기분이 좋을 때는 사교적이고 지각 있다. 조지 삼촌은 동물들을 아주 잘 다룬다. 하지만 여전히 그 사람을 잘 모른다. 혹 메리가 자신을 사랑하지도 않는 날건달과 야반도주를 한다면? 겉보기와 달리 얌전한 존 옆에 괴짜 친구들이 모인다면? 조지 삼촌이 능력이 있지만 40년 동안 고리타분한 직장에서 근무한다면? 그 사람의 겉모습만이 전부가 아니다. 편견의 틀에 갇혀 있으며 지금 함께 살고 있거나 오래 알아온 사람들조차 때로 그 사람의 다른 모습에 당황한다. <본문 pp. 20-21> 오래된 커플 관계는 한두 가지 유형으로 빠져든다. 친밀감을 유지시키기 위해 어떤 변화가 필요할지 정기적으로 한 걸음 뒤로 물러서서 커플 관계를 관찰해볼 필요가 있다. 이혼한 커플들은 이 점을 간과해온 것이다. 그럴 경우 일이 잘못되기 시작하면 친밀감은 걷잡을 수 없이 파멸 속으로 빠져 들어간다. 서로 냉담해지고 다투고 폭력적이 된다.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채 시간이 흐르면 불화를 만드는 원인들이 점점 크게 부각되면서 나아가 커플은 한 집에 살면서도 남남처럼 등을 돌린다. 권태와 피로 그리고 무관심은 결혼생활이 삐거덕거리는 첫 번째 징조이지만 직장이나 가정 내의 다른 문제들 때문이거나 일시적으로 지친 상태일 수도 있기에 섣불리 판단하기 어렵다. 커플 사이에 불협화음이 있다는 사실을 암시하는 또다른 위험신호는 배우자의 달라진 습관이다. 그동안 참아왔던 부분들이 서서히 눈에 거슬려 욕실을 엉망으로 만들거나 문을 쾅 닫는 것 같은 사소한 일들조차 싫증나고 울화가 치밀게 한다. 특별한 이유 없이 배우자가 싫어지는데, 그것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모르는 난처한 상황에 빠진다. 집에 늦게 들어오는 날이 많아지거나 너무 빈번하게 출장을 가서 정상적인 삶의 유형이 흔들린다. 이것들이 주는 실망감, 당혹감, 난처함 그리고 분노는 가정이나 직장에서 일을 하거나 쉬는 동안에도 고개를 불쑥불쑥 내민다. 이런 감정들은 미처 깨닫기도 전에 한동안 일상생활에 영향을 미친다. <본문 pp. 65-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