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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학과 역사교육, 그리고 역사학의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는 책. 일본을 반면교사, 타산지석으로 삼아 한국의 역사학과 역사교육도 함께 반성하는 계기를 갖고자 했다.

▶지금도 계속되는 일본의 역사 왜곡
세계가 좁아질수록 개별 문화는 세계 문화에 기여해야 하며, 그 기여는 각기의 고유성과 보편성의 조화를 통하여 이루어질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 고유한 문화 전통을 발굴하고 재구성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잊혀져 가는 삶의 방식을 복원하여 옛 문화의 단편들을 모으고 해석하는 작업을 통해 우리 문화를 체계화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고유문화가 어떤 보편적인 의미를 지닐 수 있는지 탐구해야 할 것이다.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는 세계 문화의 양태를 분석하여 정보 사회의 전망에 맞추어 새로운 문화적 전형을 꿈꾸어야 한다.
그렇지만 우리는 우리 역사조차 제대로 지켜내지 못하고 있다. 끊이지 않는 일본의 망언에 이어 중국까지 고구려가 중국의 변방 국가였다는 주장을 펴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요즘은 독도 우표 발행 문제로 인해 한ㆍ일 양국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상황이다.
1996년 일본에서 ‘새로운 역사 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이하 새역모)이 만들어진 이래 일본의 역사 왜곡은 멈추지 않고 진행되고 있다. 새역모 설립의 직접적 계기는 표면적으로 중학교 교과서의 성노예제(정신대) 기술이었다. 일본 근대사를 범죄의 역사로 단죄하는 자기 악역 사관(=자학사관) 때문에 일본은 자신의 역사의식을 상실하고 중학교 교과서에까지 성노예제에 대한 기술을 포함하였다는 것이다.
이들이 이러한 인식을 하게 된 배후에는 냉전 종결이라는 국제 상황의 변화가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들은 타국과 역사인식을 공유할 수 없다고 본다. 일본은 미숙한 내셔널리즘을 졸업한 상태이고, 근린 아시아 제국은 이제 막 초기 내셔널리즘의 폭발기를 맞고 있기 때문에 일본은 아시아 제국(諸國)과 공동의 역사인식을 공유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인식은 주변국에 대한 차별ㆍ멸시관에 입각하여 일본을 아시아 제국 위에 위치시키고 있는 것이다.
그들의 역사관은 사카모토 다카오의 것이다. 사카모토 다카오는 “국가의 역사란 국민의 이야기다”라고 정의하고, “이야기란 픽션(fiction)이고, 국민이란 존재는 그 자체로서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으로 관념적 존재이며, 그러한 관념을 형성하는 것이야말로 국민의 이야기다”라고 했다. 이는 베네딕트 앤더슨의 상상의 공동체론=근대 국가론에 입각하고 있음을 알 수 있으며, 또한 역사 구성주의에 입각해 있음도 쉽게 알 수 있다.
이 논리를 자세히 살펴보면, 사카모토 다카오가 속한 새역모는 과거를 미화하고, 패전 후의 근대 역사에 대한 평가를 상대화하고, 국제 정세의 변화를 이용하여 위기의식을 선전하여 현재 일본의 평화헌법을 상대화하여 개헌하고자 하는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중등학교의 역사교육을 통해 개헌의 지반을 확보하거나, 혹은 국가중심주의 사상을 어린 학생들에게 미리 가르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1982년의 교과서 파동 때 일본이 아시아에 대한 ‘진출’이라는 표현을 ‘침략’이라고 정정한 것은 일본의 자의가 아니라 아시아 제국의 강력한 항의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었다. 그리고 성노예제에 대한 교과서 서술 또한 한국의 강력한 항의와 국제 여론에 밀려 시행된 것에 불과하다. 이를 통해 일본 정부의 역사인식이 기본적으로는 패전 후부터 현재까지 일관되게 유지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들의 그릇된 역사인식으로 말미암아 지금도 역사에 관련된 망언이 계속되고 있다.

▶역사의 기억을 날조하려는 음모에 맞서
- “과거에 대해 눈을 감는 자는 결국 현재에 대해서도 눈이 멀게 된다.”
일본에 대한 한풀이식 성토를 하고자 이 책을 펴낸 것은 아니다. 그보다는 일본을 반면교사ㆍ타산지석으로 삼아 한국의 역사학과 역사교육도 함께 반성하는 계기를 갖고자 했다. 나아가 역사학의 새로운 방향의 모색에 도움이 되고자 했다.
우리도 ‘국가(국민)의 이야기’의 욕망, 그 달콤한 유혹에 빠져서, 냉혹하지만 풍요롭고 괴롭고 슬프지만 가치 있는, 부끄럽지만 용기 있고 명예로운, 주체적이고 실천적인 역사학ㆍ역사교육을 도외시하게 될지도 모른다.
인간은 살아 있기 때문에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기억하기 때문에 살아간다는 것, “과거에 대해 눈을 감는 자는 결국 현재에 대해서도 눈이 멀게 된다”는 독일 수상 바이제커의 연설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이 책의 지은이들은 일본사를 전공한 열한 명의 소장 학자들로, 제1부 「현대 일본의 역사인식」, 제2부 「한일관계사의 제 문제」로 구성되어 있다. 일본의 역사 교과서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역사를 왜곡하고 있는지 조목조목 짚어가며 서술하고 있어 역사를 연구하는 사람들은 물론 가르치거나 배우는 사람들에게도 좋은 자료가 될 것이다.

책을 펴내며
들어가는 글 : 기억의 전쟁 그 출발선에서

제1부 현대 일본의 역사인식
일본 역사수정주의의 내셔널리즘과 타자 인식
역사교육의 제도와 이념
일본 역사수정주의의 역사서술론과 그 문제점
네오내셔널리즘과 상징천황제

제2부 한일관계사의 제 문제
고대 한일관계사의 쟁점과 사료 : 임나 문제와 백강전투를 중심으로
중세 고려, 일본 관계의 쟁점 : 몽골의 일본 침략과 왜구
전쟁과 평화의 근세 한일 관계 : 임진왜란과 통신사
비팽창주의론의 확산과 문제점 : 정한론과 청일전쟁을 바라보는 시각
한국 병합과 식민지 지배
전후 한일 관계의 쟁점 및 양상: 역사인식을 중심으로

이 책을 쓴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