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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지의 제왕>의 저자인 J.R.R. 톨킨에 대한 가장 권위 있는 전기로 손꼽힌다. 저자가 톨킨의 공개되지 않은 문서, 낙서, 일기 등을 살펴보고 가족과 친구들을 다각적으로 인터뷰하여 정리하였다. 저자는 무의식적인 영향과 성향을 추적하며 톨킨이 어릴 적 들었던 아버지와 어머니의 가계도를 분석하고, 톨킨이 자신에게 남겨진 조상들의 기질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했는지를 추적하고, 자신의 성향이 어머니 쪽이라고 발언한 톨킨의 말을 인용한다. 또한 한 조용한 학자의 복잡 미묘한 내면을 모습을 묘사하고 있다.

J. R. R. 톨킨 저작권협회가 유일하게 공식 인증한 톨킨 전기

험프리 카펜터의 『톨킨 전기』는 톨킨에 대한 가장 권위 있는 전기다. 험프리 카펜터는 특별한 권한을 부여받아 톨킨의 공개되지 않은 문서, 낙서, 일기에 제한 없이 접근할 수 있었고 가족과 친구들을 다각적으로 인터뷰할 수 있었다.
그는 톨킨을 아주 조심스럽게 쫓아간다. 그는 아무런 광휘나 군더더기 없이 거울에 비추듯이 톨킨의 모습을 그려냈다. 흐릿하던 모습이 점점 뚜렷이 형상을 갖추고 광휘나 군더더기 없이 인간적인 품위로 존경을 자아내는 거장의 모습이 나타나는 과정, 이것은 고도의 집중력과 노력이 필요했을 것이다. 하지만 험프리 카펜터는 자신이 완성한 톨킨에 대해서 끝까지 겸손했다.

“요정과 오르크와 호빗이 살고 있는 가운데땅의 영감은 어디서 왔을까? 이 조용하고 학문적인 학자의 삶을 흔든 문학적 상상력의 원천은 무엇이었을까? 그리고 왜 그 상상력이 전세계 수많은 독자들을 감동시키고 그들의 꿈을 실현시킨 것일까. 아마 톨킨 스스로는 이런 질문에 답할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이 톨킨 전기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톨킨은 문학적 근원을 저자의 인생에서 찾으려는 어떤 비평적 시도도 거부했다. 톨킨의 진정한 자서전이라면 『호빗』 『반지의 제왕』 『실마릴리온』이 될 것이다. 하지만 톨킨 역시 비문만은 허락하리라.”

이 겸손에서 볼 수 있듯 카펜터가 톨킨을 그대로 비췄던 것은 톨킨에 대한 무한한 존경 때문이었다. 『반지의 제왕』으로 세계적 명성을 얻은 작가는 새로운 세계를 온전하게 탄생시킨 상상력에 대한 열렬한 애정, 숭배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다. 톨킨은 이미 ‘톨킨 신화’로 굳어져 있었던 것이다.
카펜터의 겸손한 표현과 달리 우리는 톨킨의 상상력이 어디서 왔는지를 이 책이 아닌 다른 책에서 얻어낼 수는 없을 것이다. 그는 톨킨도 몰랐을 무의식적인 영향과 성향을 추적한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조상과 계보를 중요시하는 호빗의 성향을 좇기 위해서 그는 톨킨이 어릴 적 들었던 아버지와 어머니의 가계도를 분석하고, 톨킨이 자신에게 남겨진 조상들의 기질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했는지를 추적하고, 자신의 성향이 어머니 쪽이라고 발언한 톨킨의 말을 인용한다.
험프리 카펜터는 뛰어난 문학적 감수성으로 한 조용한 학자의 미묘한 내면을 표현해냈다. 조용하고 사색적이면서도 같은 관심을 공유하는 사람에게는 누구보다도 수다스러웠던, 속도가 느린 작업에 자기 환멸을 느끼면서도 어떤 작은 실수도 용납하지 못했던 톨킨의 복잡한 면모가 고스란히 묘사된다. 그래서 남아프리카 블룸폰테인에서의 어린 시절, 영국에 들른 사이 맞은 아버지의 죽음, 생활비도 남겨진 재산도 없이 친척의 도움을 받아 꾸려나가던 어려운 생활, 열두 살에 어머니 역시 돌아가시고 동생 힐러리와 함께 프랜시스 모건 신부에게 맡겨진 사연, 아내 이디스 브랫과의 만남과 연애, T. C. B. S.(고전시 낭송과 고대 문학 연구모임)의 형성, C. S. 루이스와의 우정, 『호빗』의 미완성 원고를 처음으로 낭독한 문학클럽 인클링스(Inklings)의 형성과 영향, 교수로의 임용과 학자로서의 생활 등 한 인간의 생애는 사건으로가 아니라 역사로 남겨지게 되었다.
또한 『반지의 제왕』의 집필에서부터 출판까지의 수십 년에 걸친 길고 지난한 과정을 따라가고 『실마릴리온』의 탄생과 발전을 일목요연하게 설명하고 있다. 톨킨에 대한 궁금증도 성실하게 대답한다. 어떻게 언제부터 J. R. R. 톨킨이라는 서명을 즐기게 되었는가, 언어에 대한 관심은 어떻게 시작되었는가, 새로운 언어는 언제부터 개발했는가, 호빗이라는 말은 어디서 나왔는가, 프로도는 어떻게 주인공이 되었는가 등등, 『반지의 제왕』 팬이라면 놓칠 수 없는 정보가 가득하다.
그래서 1977년에 처음 출간된 『톨킨 전기』는 후대의 톨킨 전기들이 빼놓지 않고 인용하는 톨킨 바이블이 되었고 누구도 이 전기를 뛰어넘는 전기를 완성하지 못했다.

짧은 만남, 긴 우정

『톨킨 전기』의 첫장은 ‘방문’이다. 저자는 이 만남에서 쑥쓰러워하고 머뭇거린다. 지긋이 상대방을 꿰뚫는 듯한 눈빛 앞에 어깨를 웅크리고 위축되어 있는 모습, 어쩌면 이것은 한 거장의 모습을 그려나가는 것의 시작으로는 지나치게 수세적이다. 전기는 거장에 대한 알현이나 숭배가 아니라 평전인데 말이다. 이 장은 ‘저자’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모습을 드러내는 장이지만 여기서 그는 자신이 수세적이었던 이유를 시시콜콜하게 변명하지 않는다. 그가 후에 풀어놓은 다음 이야기에서 그런 ‘숭배자 저자’의 모습에 대한 이유가 보인다. 그는 2001년 11월 25일자 『선데이 타임스 Sunday Times』에 톨킨과의 만남에 대한 칼럼을 썼다.
『톨킨 전기』의 ‘방문’ 장의 방문이 이루어진 것은 험프리 카펜터가 1967년 옥스퍼드에서 마지막 학기를 다니는 동안이었다.
“작곡가 친구인 폴 드레이턴은 뉴 칼리지 합창 학교의 음악 감독으로 지명되었는데 그는 『호빗』의 세미 오페라를 쓰고 싶어했다. 그래서 내가 말 좀 해줄 수 없느냐가 그가 말했다. 다행히 부모님이 톨킨을 알고 있었기에 약속을 잡을 수 있었다. 옥스퍼드 중심가에서 헤딩턴의 언덕을 올라 1930년대 샌드필드 로를 올라갔다. 톨킨은 76번지에 살고 있었는데 그때 그의 나이도 바로 그 숫자에 이르러 있었다.”
그는 1장에서 톨킨의 첫인상을 이렇게 썼다. “그가 생각했던 것보다 약간 작았다…… 당황스럽게도 그는 내가 그의 작품을 잘 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그는 이 사이에 파이프 담배를 꽉 문 채로 우물거리듯 말하다가 마치 마침표를 찍듯이 성냥을 긋곤 했다.”
그의 만남에 대한 이야기는 계속된다.
“30분 뒤에야 나는 오게 된 이유를 말할 수 있었다. 톨킨은 『호빗』이 학교에서 상영되는 것에 대해 흔쾌히 허락했다. 그리고 톨킨은 그 작은 학교 강당으로 그 공연을 보러 왔다. 그는 앞자리에 앉아 있었다. 나는 콘트라베이스를 연주했었는데 그의 반응을 정면에서 볼 수 있었다. 그는 책과 딱딱 맞는 내레이션과 대화에서는 얼굴 가득 웃음을 띠었고 책에서 조금 멀어진다 싶으면 찌푸리기도 했다.
잊지 못할 일이 일어났다. 그는 (내가 부탁했던 것 같기도 한데) 가장 최근에 나온 그의 저작 『우튼 메이저의 스미스 Smith of Wootton Major』의 사인본을 가져와서는 추첨해서 나눠주었다. 그가 갖고 온 것에는 주인공 역을 한 친구의 것과 나의 것도 있었다. 주인공 역의 친구에게는 “JRR 톨킨이 골목쟁이 집안의 빌보에게”라고 적혀 있었다. 공연 후에 있었던 뒤풀이에서 그는 아주 흥겨워했고 내가 들고 있는 잔도 벌컥벌컥 마셔댔다. 그는 그 무대가 아주 즐거웠다고 말했다.
그 이후로 나는 4년 동안 톨킨을 만나지 못했다. 그 사이 나는 라디오 옥스퍼드의 창립 멤버가 되었고 그는 아내를 잃었다. 그래서 본머스로 돌아왔다. 우리 둘 다를 알고 있는 친구가 디너파티에 우리를 초대했고 나는 그를 보자마자 라디오 옥스퍼드에 나와서 그의 동화『햄의 농부 자일스』를 읽어달라고 부탁했다. 그의 반응은 이랬다. “나를 설득하려면 저녁을 먹으면서 해야 할 걸세.” 나는 우리가 벌써 저녁을 먹고 있지 않느냐고 했지만 그는 넘어가지 않았다. 우리는 약속을 정했다.
그가 전통적인 영국 음식을 좋아하는 것을 알아채고는 나는 샤를베리에 있는 ‘더 벨’에 좌석을 예약했다. 그는 훌륭하고 단순한 식사를 맘에 들어했다. 그는 엄청나게 여러 가지 주제로 이야기를 했다. 나는 특히 그가 막스 형제를 추켜세우던 것이 기억난다. 그후 우리는 바에서 몇 잔의 브랜디를 마셨다. 그때 가난해 보이는 사람이 주인에게 쫓겨 나가는 것을 보았다. 그는 비옷을 재빨리 걸치고는 앞으로 나가서 잘 들리지 않게 중얼거렸다. “우리 지금 이 사태에 대해서 뭔가 할 얘기가 있을 것 같은데…… 내 말은 경제적으로 그렇다는 거지.” 다시 말해, 그가 펍을 몽땅 사서는 쫓겨난 남자에게도 대접하겠다는 것이었다.
나는 그가 부자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반지의 제왕』 영화 판권은 엄청난 가격에 팔렸고 책은 세계적 베스트셀러였다. 그러나 그 주인은 톨킨이 누군지 몰랐기 때문에 너절한 비옷을 보고는 으르렁거리면 말했다. “안 될 것 같은뎁쇼. 되지도 않을 말은 하지도 마쇼.”
나는 그때 약속 날짜를 잡을 생각으로 수첩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다시 전화하자고 했다. 나는 그를 머튼의 옛 대학 건물로 모셔다 주었다. 그곳이 그 당시 그가 살고 있던 곳이었다. 심상하게 작별인사를 나눈 뒤 우리는 헤어졌다. 그 뒤로 여러 번 그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그는 시간을 잡지 않았고 나는 포기하고 말았다. 그리고 몇 달 후 그가 죽었다.
1년이나 그 조금 뒤, 나는 그의 가족으로부터 그의 전기를 쓸 수 있는 허락이 나에게 떨어졌다.”
이 인상적인 만남들이 험프리 카펜터가 톨킨 전기를 쓴 이유가 되었다. 그가 대면한 다각적인 톨킨의 모습을 구현해야 한다는 것이 험프리 카펜터가 전기를 쓰는 중에 그의 머리를 떠나지 않았던 임무일 것이다. 주눅들도록 상대방을 압도하던 톨킨과의 첫만남, 요령 좋게 상대방의 제안을 빠져나가는 여유로움과 기지, 그리고 무시당하는 사람 편이 되어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방책을 짜내는 선의까지 톨킨의 다양한 모습을 보았기에, 조용한 학자의 삶에서 활기를 묘파할 수 있었을 것이다.
가족은 이 전기가 맘에 들었다. 아주 맘에 들었음에 틀림없다. 이것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했었나 보다. 험프리 카펜터는 톨킨의 가족이 가지고 있던 톨킨의 글이 쓰인 모든 종이쪽에 접근할 수 있는 무제한의 권한을 부여받았는데, 책이 나오고 얼마 안 되어 그 자료들은 옥스퍼드 보들리언 도서관에 소장되었다. 오랫동안 톨킨에 대한 저작을 쓰려는 어떤 작가도 이 자료에 접근할 수 없었다. 결과적으로 어떤 다른 저작도 험프리 카펜터의 『톨킨 전기』만큼 자료가 풍부할 수는 없다. 그리고 그가 쓴 톨킨에 대한 전기보다 더 뛰어날 수 없다.

작가의 말

1부 방문

2부 1892~1916 : 유년 시절
1. 블룸폰테인
2. 버밍엄
3. '혼자만의 언어'와 이디스
4. T. C., B. S., 등
5. 옥스퍼드
6. 재회
7. 전쟁
8. 우정의 끝

3부 1917~1925 : 신화 창조
1. 잃어버린 이야기들
2. 옥스퍼드로 잠시 돌아와
3. 북쪽으로의 모험

4부 1925~1949(1) : "땅속 어느 굴에 호빗이 살고 있었다."
1. 옥스퍼드 생활
2. 사진 감상
3. "그는 언어 안에 존재했다."
4. 잭
5. 노스무어 로
6. 이야기꾼

5부 1925~1949(2) : 제3시대
1. 골목쟁이씨의 등장
2. '새로운 <호빗>'

6부 1949~1966 : 성공
1. 닫아버린 문
2. 엄청난 모험
3. 돈이냐 명예냐

7부 1959~1973 : 말년
1. 헤딩턴
2. 본머스
3. 머튼 거리

8부 나무

[부록 A] 가계도
[부록 B] 연보
[부록 C] 출판된 J. R. R. 톨킨의 작품
[부록 D] 자료의 출처와 감사의 말

역자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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