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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 임영주
  • 출판사 : 부키
  • 발행 : 2003년 12월 29일
  • 쪽수 : 318
  • 제품구성 : 전1권
  • ISBN : 8985989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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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 서평

    사람들이 직업을 선택하는 기준은 무엇일까. 교과서적으로 대답하자면 ‘자신이 좋아할 수 있는 일’ ‘자신이 평생을 두고 후회하지 않을 일’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보수 등의 경제적인 보상과 사회통념상 그럴 듯해 보이는지 여부, 자신의 처지와 능력을 고려한 적절한 타협 속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대부분이다. 이런 선택을 거쳐 막상 그 일을 해보니 ‘이게 아니’라며 쉽게 포기하거나, 혹은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머물러 있거나 자신에게 맞는 일을 찾기 위해 시계를 거꾸로 돌리는 경우도 종종 목격한다.

    이는 이 땅의 수많은 직업에 대한 정보의 부족에도 일정한 책임이 있다. 그 직업이 도대체 무슨 일을 하는지, 그 직군의 사람들이 감내해야 할 어려움은 어떤 것인지, 보람은 어떤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가 없다. 그러니 밖으로 드러난 대로, 흔히 알고 있는대로 선택했다가 막상 자신의 적성이 아니어서, 혹은 다른 이유로 좌절하는 것이다. 이런 문제의식 속에서 탄생한 부키 전문직 리포트 시리즈는 한 마디로 이 세상의 수많은 전문직종에 대한 상세 보고서로 기획되었다. 실제 그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입을 빌어, 가까이 있는 사람들의 세심한 관찰을 통해 해당 직종에 대한 상세한 정보와 생활상을 생생하게 전달하고, 이를 통해 과연 이 직업이 자신과 맞을 지, 정말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인지 여부를 가늠하는 판단의 근거를 제공하는 것이 이 시리즈의 목적이다.

    부키 전문직 리포트 시리즈를 여는 첫째 권으로 PD에 이어 둘째 권으로 기자를 선정한 것 역시 이러한 문제의식을 반영한 것이다. PD와 기자는 청소년들은 물론 대학생들에게도 선망의 대상이 되는 직업이다. 기자라는 직업은 드라마, 영화 등의 미디어에 쉽게, 혹은 자주 등장하며 그 등장횟수만큼 실상과 동떨어진 왜곡된 모습으로 비춰지고 있다. 기자가 되고 싶은 이들은 과연 미디어가 제공한 막연한 환상 이외에 또 어떤 구체적인 정보를 가지고 있을까. 왜곡된 정보, 막연한 환상, 화려한 이미지의 껍질을 깨고 직업으로서의 기자, 생활인으로서의 기자를 조명하는 것, 그것이 이 책의 기획의도이자 내용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흔히 기자라고 하면 ‘취재원을 만나 특종을 캐내는 날렵한 기자의 모습이거나 사건 현장에서 범행을 재구성하는 날카로운 눈빛의 현장 기자를 연상하는 것이 보통’이다. ‘역사의 비밀을 파헤쳐 기록하고 정권을 송두리째 뒤흔들 수 있는 특종을 날리는 기자의 모습’에 매력을 느껴 기자를 지망하는 청소년들이나 대학생들도 많다. 그러나 이는 기자의 극히 일부분, 그것도 밝고 화려한 부분만을 본 것인지도 모른다.

    이 책에는 적게는 기자 경력 3년차의 신참 기자에서부터 많게는 반평생을 기자로 살아온 전현직 기자들이 솔직하게 털어놓은 기자 보고서로 가득하다. 기자직을 수행하는 동안 다른 사람, 사물, 사건에 돌렸던 그들의 예리하고 날카로운 안테나를 이제 자신에게 돌려 스스로를 성찰하는 기사를 쓴 것이다. 자신의 체험을 가감 없이 드러낸, 르뽀 기사에 가까운 글 속에는 기자라는 직업이 가진 어려움과 보람이 생생하게 드러난다.

    ‘책상머리에 하루 종일 붙어 앉아 백지 위에 신문 지면 만들 구상을 하고 하루 몇 번씩의 마감 시간 때면 머리를 쥐어뜯으며 제목을 적어나가는 사람들’도 있고, 박카스 두 병과 크림빵 한 봉지로 끼니를 때우며, ‘선배들의 호통에, 처음 겪어 보는 경찰서 숙식 생활에, 꾀죄죄해진 외모에, 이런 조건들이 갑자기 서러워지면 구석에서 혼자 우는 궁상’을 떠는 수습기자도 있다.

    하루에 10꼭지 가까운 기사를 출고할 땐 현장 취재는 사실상 불가능하고 기사 작성을 하면서 전화로 겨우 사실 확인을 할 여유밖에 없는, 점심시간조차 아까워 햄버거로 10분 안에 식사를 때운 기자의 모습도 있다.특종을 좇는 취재보다 오히려 동료, 선배, 국장급, 언론 사주의 민원성 기사를 더 많이 처리하면서 느껴야 하는 ‘비애’를 솔직하게 고백하기도 한다. 급격히 전문화되어 가는 21세기, ‘전문성과 일반성의 사이’에서 스스로 어떻게 자리잡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존재한다. 여러 영역을 거치면서 사회 전반에 대한 판단력을 키우는 제너럴리스트(Generalist)냐, 사회의 전문화 추세에 맞춰 전문적인 소양과 기능을 갖추는 스페셜리스트(Specialist)냐, 이 양자의 기로에서 기자에게도 전문가의 지식을 갖춰 전문가 영역에 들어오라고 강요하고 있는 현실은 무거운 짐으로 어깨를 짓누르기도 한다.

    어떤 기자가 될 것인지, 어떤 모습으로 존재할 것인기 스스로 고민한 흔적도 역력하다.

    ‘기사를 잘 써 달라며 오는 작은 제안에서부터 큰 기사에 대한 은밀한 거래 요청, 명분 없는 인터뷰 제안, 기업의 주가 등 이해관계에 영향을 미칠 발표 자료 등 정신을 가다듬고 있지 않으면 자신도 모르게 연루될 만한 일이 적지 않다. 이런 유혹들과 싸우면서 나름대로 기자로서의 정체성을 쉴 새 없이 되새김질하지 않으면 어느 날 “어느 새 내가 신참 때 비판하던 그 선배의 모습이 돼 버렸구나.”하면서 낭패감을 맛볼 지도 모른다. 이런 방법은 어떨까. “기자는 세상에서 가톨릭 신부 다음으로 깨끗한 직업이다.”라고 자신을 마취시키는 것은. 아니면 “기록하고 제시하는 자의 이 기쁨을 어디 돈과 맞바꿀 수 있을 것이냐.”하고 버티는 것은.’

    기자라는 직업이 흔히 빠질 수 있는 가짜 권위를 경계해야 한다는 한 기자의 글은 스스로에게 하는 다짐에 가깝다. 또 저널리즘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는 기자도 있다. 그날 그날 벌어진 일들을 기록하는 것이 저널리즘의 본령이지만, 수십 년 앞뒤를 되돌아보고 내다보는 역사적 안목을 결여한 채 그날그날 벌어진 일에만 몰두한다면 결코 좋은 기사는 나올 수 없다는 한 기자의 말은 기자 지망생에게 보내는 당부이자 현재에 매몰되어 있는 기자들에게 보내는 경고이기도 하다. 기자들의 생활에 대한 생생한 증언도 이어진다. 평균 5킬로그램이 넘는 취재 장비를 항상 휴대해야 하고, 경우에 따라서 24시간 이상을 근무해야 하는 사진기자의 현실, 치열교정기를 낀 한 여성 기자가 빨대를 이용해 폭탄주를 마셨다는 기자들의 술 문화, 휴가를 몇 년 째 제대로 써 본적이 없다든지, 동창회 때마다 일(취재)이 생겨 친구들 사이에 ‘왕따’를 당했다든지, 경찰서를 출입하던 기자가 데이트할 틈을 내지 못해 애인을 놓쳐버렸다는 따위의 일화도 비일비재하다.
    하지만 이 모든 현실을 무겁게 전달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모든 사건을 객관화시키는 기자의 특성이 이 책에도 그대로 투영되어 있다. 기자와 검사가 폭탄주를 마시면 박수치는 까닭은 ‘기자와 검사는 박수를 받을 일이 없기 때문에 서로 박수를 쳐준다는 우스갯소리를 그대로 전달하기도 하고, ‘벼룩 서 말을 몰고 가는 것보다 기자 셋 몰고 가는 것이 더 어렵다’는 그들끼리 통용되는 말로 기자의 특성을 설명하기도 하다. 기자들의 노동강도, 보수, 술자리 문화 등을 구체적인 조사결과 수치로 조목조목 따져가며 자세하게 설명하기도 하고, 기사보다 다른 능력이 더 중시되던 지역주재 기자의 모습도 코믹하지만 사실적으로 풀어가기도 한다. 진실을 발굴해내는 특종의 순간이 취재기로 정리하기도 하고, ‘야마’ ‘나와바리’ ‘사스마와리’ 등 기자 세계 특유의 은어에 대해 설명하는 자상함을 발휘하기도 한다.



    이 책에는 사람들에겐 낯설지만 중요한 영역인 편집, 교열 부분에서부터 종교 담당, 북한 담당, 지방부, 지역주재 기자, 외신 기자, 프리랜서 기자의 일과 생활 역시 비교적 자세하게 기술되어 있으며, 신문과 방송, 통신은 물론이고 새로이 부상하는 인터넷 매체, 풀뿌리 민주주의의 정착과 함께 더욱 활성화된 지역 언론까지 모두 포함되어 있다. 또 이 책의 필자들은 여러 가지 어려움과 육체적, 정신적인 고단함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기자가 되겠다는 이들에겐 ‘범생이’ 기자는 필요 없다며, ▷ 각 언론사 채용 정보 및 변화하는 인재 채용 제도 ▷자기 소개서 작성 요령 ▷국어, 상식 등 필기 시험 준비 요령 ▷논술, 작문 작성 요령 ▷스케치 실습 기사 작성 요령 ▷집단 토론 참여 요령에 이르기까지 구체적인 조언을 해주고 있다.

    24명의 전현직 기자, 기자 집단을 가까이서 지켜본 2명의 필자들은 저마다 자신의 위치에서 자신이 생각하는 기자의 모습을 전달하고 있는 것이다. 기자가 되고자 하는 이들에게 정말로 이 일이 하고 싶은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라는 조언은 그래서 더 설득력이 있다. 시대가 변하고, 직업의 모습이 변해도 변하지 않은 기자의 덕목에 대해 그들은 이렇게 말한다.

    ‘이 사회의 차고 얼어붙고 소외된 곳을 어루만지는 일이다. 이는 이웃과 주위에 대한 사랑과 휴머니즘, 힘 없는 이들에 대한 애정이 있어야 가능하다. 기자 시절 초기에는 냉철한 머리로 사회를 말하고 경륜이 쌓일수록 따뜻한 가슴으로 어루만져야 한다.’

    어쩌면 그들도 기자를 하는 동안 계속 풀어가야 할 숙제를 후배 기자들에게도 미리 귀띔해주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목차

    1장 졸병 기자의 세상보기

    2장 기록하는 자의 숙명

    3장 세상의 모든 것을 취재하라

    4장 특종의 순간

    5장 기자를 보는 세 가지 시선

    6장 기자 정보 업그레이드

    7장 미래의 기자

    본문중에서

    사회부에서는 거짓말을 통한 취재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온다. 특히 막일을 해야 하는 수습기자라면 더 말할 나위 없다. 의도야 어찌됐든 누군가를 속여야 한다. 속여서 하는 취재는 대의의 옳음을 떠나 결국 취재 대상자에게는 상처를 주는 종류의 기사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마음이 편치 않은 경우가 많다. 법조에 오래 출입했던 한 선배는 친하게 지낸 한 검사로부터 이런 말을 들었다고 한다.

    “기자와 검사는 본의가 아니더라도 다른 삶들에게 상처 주는 일을 할 수밖에 없으니 평소에 덕을 많이 쌓아야 한다.”

    실제로 이 문제로 고민하는 동료 선후배도 많다. 나도 때때로 이런 고민에 빠진다. 누군가를 닦달해서 얻어 내고 아픈 곳을 들춰서 알리는 일에 대한 부담감 때문이다.

    한 시민단체가 공기업에게 후원금을 요구했던 사건을 취재할 때 나 역시 거짓말을 했다. 해당 시민단체가 공기업에 후원금을 요구한 사실을 공기업 쪽에서는 확인을 해 주었지만, 시민단체로부터도 사실을 확인해야 했다.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보면 사실 확인을 해 주지 않을 것이기에, 나는 시민단체의 재정 구조에 대한 현황을 취재하러 왔다고 말했다.

    (임영주, 수습기 - 박카스와 크림빵으로 세상을 배우다/ p.17~18)

    저자소개

    생년월일 -
    출생지 -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연세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경향신문사 사회부, 경제부, 주말팀, 매거진X 등을 거쳐 현재 기획취재부에서 근무하고 있다. 개인의 삶 속에서 나타나는 사회의 모습과 개인이 해석하는 사회를 관찰, 분석하는 데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그에 관한 글을 쓰고 있다. 저서로 『기자가 말하는 기자』(공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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