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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화 아래 잠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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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 서평

    1996년 ‘창작과비평’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한 김선우 시인의 두번째 시집. 첫번째 시집에 이어 시인은 여성적 글쓰기의 전범을 보여주면서 살아 있는 몸을 신전으로 삼아 뭉클한 생명의 향연을 펼친다. “우리 시단의 미학적 상한선을 확보한 시집”이라고 평가받을 만큼 뛰어난 시편들이 수록돼 있다.

    도시생활에서 지치고 남루해진 몸을 한동안 고적한 곳에 둠으로 해서 그는 다시 한번 색다른 시세계를 펼쳐 보인다. 그간 강원도의 강을 보고 바다를 보며 지낸 일들을 두고 스스로 ‘자연에 대한 지복함을 누렸다’고 말하는 그는 강심에서 뜨고 지는 달을 통하여 색다른 여성-몸의 비의(秘意)를 발견하게 된다.


    그는 대지를 향해 엎드려 흙과 입맞춤하고 원없이 사랑한다고 말하는 행위를 통해 가두어놓았던 스스로를 풀어냄으로써 충만해지는 자신의 몸을 노래하게 되었다. 그가 마주친 것은 자신만의 몸이 아니라 그의 내부에 와 있는 수많은 자아이며, 그 자아‘들’과의 대화에서 그는 감히 ‘길의 몸’을 보았다고 말하고 있다. 그가 지난 여정으로, 우리 자신이 여성성을 통해 생을 얻으며 또한 몸을 잃는 길이라는 깨달음에 이르렀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김선우가 보여주는 ‘몸의 길’은 우리 시단에 새로운 영토가 확장되는 풍경이라 하겠다.


    김선우는 시집 전체를 통해 여성의 몸에서 세상만물의 객관적인 인과를 보는데, 표제작 <도화 아래 잠들다>에서는 고달픈 생고(生苦)를 받는 낙화(落花) 이전의 여성의 내면을 아름답게 수놓고 있다. 그것은 바다로 가는 “길을 물으며 길을 잃고 싶어하는” 화자의 과수원에 핀 도화에 대한 추억에서 고조된다. 하여 그는 “몇낱 도화 아래/묘혈을 파고” 눕는 자신을 보면서 죄를 무릅쓰고서라도 그대와 살고 싶은 색(色)을 탐하겠다고 노래한다. 이것이 사랑과 생멸이 존속하는 근원일 것이다. 그리하여, 그 허물과 당위로 ‘몸의 길’을 가는 환상(環狀)적인 기표의 춤이 김선우의 시라고 말한 김승희(金勝熙) 시인의 말은 타당하다. 구체적인 생산의 방이요 욕망의 방인 「69-삼신할미가 노는 방」은 가히 우주적 에로티시즘이라 할 파장을 일으키면서 아름답고 따뜻하게 그려져 있다. 이러한 시편들에서 우리는 김선우 시인의 내밀한 미소를 보게 된다.

    목차

    제1부


    민둥산 / 단단한 고요 / 어느날 석양이 /나생이 /신(神)의 방 / 빌려줄 몸 한채 / 완경(完經)

    / 귀 / 탁란 / 어리고 푸른 어미꽃 / 능소화 / 고요한 필담 / 오동나무의 웃음소리 / 너의 똥이 내 물고기다 / 소 발자국을 보다 / 매발톱 / 자작나무 봉분 / 개부처손


    제2부


    물로 빚어진 사람 / 흰소가 길게 누워 / 무서운 식사 / 백설기 / 감자 먹는 사람들 / 도화 아래 잠들다 / 불경한 팬지 / 철로변의 봄 / 우리 동네엔 산부인과가 다섯 개나 있다 / 내가 죽어지지 않는 꿈 / 범람 / 요실금 / 절벽을 건너는 붉은 꽃 / 맑은 울음주머니를 가진 밤 / 다래사리


    제3부


    오후만 있던 일요일 / 태실(胎室) / 거꾸로 가는 생 / 69-삼신할미가 노는 방 / 늙지 않는 집 / 짜디짠 잠 / 유령 난초 / 소낙비 / 연못을 들고 오신 ,/피어라, 석유! /별의 여자들 / 포도밭으로 오는 저녁 / 수타(手打) / 화전에서 소금을 캐다 / 오, 고양이! / 봄에 죽은 노랑부리멧새를 위한 시비(詩碑) / 귤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 입설단비(立雪斷臂)


    해설│김수이

    시인의 말

    저자 약력

    본문중에서

    누군가

    내 식탁에 공양해놓은

    피 한바가지

    무덤 안쪽은

    흙 한줌이거나 뜨거운 피,

    스타킹이 자꾸 말려 내려가던

    골목길의 여자애처럼 맨드라미는

    자꾸 자라는 자기의 목이

    불안하다

    (소 발자국을 보다/ p.30)

    저자소개

    생년월일 1970~
    출생지 강원도 강릉
    출간도서 32종
    판매수 8,682권

    1970년 강원도 강릉에서 태어나 1996년 [창작과비평] 겨울호에 [대관령 옛길] 등 10편의 시를 발표하며 등단했다. 시집 [내 혀가 입 속에 갇혀 있길 거부한다면] [도화 아래 잠들다] [내 몸속에 잠든 이 누구신가] [나의 무한한 혁명에게], 산문집 [물 밑에 달이 열릴 때] [김선우의 사물들] [내 입에 들어온 설탕 같은 키스들] [우리 말고 또 누가 이 밥그릇에 누웠을까] [어디 아픈 데 없냐고 당신이 물었다] [부상당한 천사에게], 장편소설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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