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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몰이란 말은 붕괴 끝에 빚어진 참사를 뜻하는 말로 우리 문학사에도 이런 말을 붙여서 설명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이러한 매몰시인 가운데 한 사람인 이찬 시인은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시대를 충실하게 반영하고 증언했던 시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문학사에 거의 알려지지 않았으므로 뒤늦게나마 문학사의 제 자리에 놓으려 한다. 시인 이찬이 생에 전체를 통해 발표된 모든 작품을 담아야 한다는 기획 하에 북한에서 발표된 작품들까지 망라해 수록하였다.

이찬 시인은 1930년대 초반부터 작품 활동을 시작하여 '카프' 조직에서 중요활동을 수행한 좌파계열의 대표적인 시인이다. 시인 이찬의 진면목은 1930년대 후반, 고향인 함경도 북청에서 펴냈던 『대망(待望)』·『분향(焚香)』·『망양(望洋)』 등의 시집을 통해서 알 수 있다. 이 시집들 속에는 북방지역 유랑민의 삶과 애수, 그리고 식민지시대 민중들에 대한 비극적 형상화를 주로 담아내고 있다. 이러한 그의 시적 형상과 전개과정에서 우리는 시인 이찬의 시정신이 늘 일제강점기의 민족적 삶과 시대현실에 항상 맞닿아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이찬의 문학적 행보는 해방과 더불어 이 시기의 정치적 변화와 맞물려 북한문학의 실질적 주도자로 나아갔다. 이후 북조선문학예술총동맹 서기장과 문화선전성 군중문화국장 등을 역임하는 등 이른바 북한 문화행정의 대표적인 관료로 등장하면서 그의 역할은 북한문학의 형성과 그 궤를 같이 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찬 시인이 자신의 시작품을 통하여 펼쳤던 수령형상화 작업은 북한 문단에서 그의 시인적 위상을 더욱 분명히 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번에 발간된 『이찬시전집』은 이러한 이찬 시인의 모든 행적을 찾아서 정리하고 그 문학적 결과를 집적한 것이다. 1930년대부터 분단이후 북한에서의 작품활동까지 모든 내용을 한 권의 책으로 묶는 일은 어쩌면 민족문학사 복원의 실질적 과정 그 자체라 할 수 있다. 이를 위한 편자들의 노력은 아주 특별한 것이었으며 대단히 험난한 노정이었다. 한 편의 작품이라도 더 찾아내기 위하여 멀리 하버드대학과 시카고대학 등 미국의 여러 도서관과 중국, 일본 등지를 수소문한 과정, 국내의 여러 기관과 지역을 적극적으로 찾아서 헤매 다닌 열정적 노력의 결과였다. 그 기간만도 어언 6년 세월을 넘겼다. 총 285편의 시작품과 세 편의 산문을 엄선하여 작가와 작품 연보, 해설과 상세한 낱말풀이까지 전집에 보탠 것도 이찬 문학의 전모를 밝히는 또 다른 의미가 있을 것이라 여겨진다. 이찬의 시는 분단 오십여 년의 기나긴 세월 동안 한국문학사의 어느 장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우울한 매몰의 시간을 경험했다. 이는 우리 민족사에 어떠한 굴절과 이질적인 것들이 아직도 존재하고 있는가를 말해주는 하나의 구체적 사례가 될 것이다. 편자들은 이 책을 통하여 남북한 문학작품을 동시에 조망하는 특별한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갈망을 지니고 있다. 민족문학사의 복원도 이 전집의 발간에 따라 앞으로 더욱 활기를 띠게 될 것이다.

제1부 일꾼의 노래
제2부 대망
제3부 분향
제4부 망양
제5부 북한 시편

부록 1 북한 개작시
부록 2 산문

해설: 우리 시의 변방 체험과 북국 정서 - 이찬 시의 민족문학적 성격

이찬 연보
이찬 작품연보
참고문헌
낱말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