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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권공장에서 백화점으로의 역사에 초점을 맞추어 백화점과 상업공간의 근대 일본도시 속 발전과 변용을 밝힌다. 메이지 10년대부터 20년대에 걸쳐서 권공장의 탄생과 발전, 30년대 이후의 백화점 성립과 고객 전략의 전개, 나아가 다이쇼 말기 이후 터미널 디파트의 탄생에 이르기까지 백화점사를, 주요 대상으로 도쿄의 미쓰코시, 시라키야, 마쓰야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자세하게 정리하였다.

<일본근대 스펙트럼> 시리즈 기획의 변

이 시리즈는 일본이 수용한 근대의 원형, 그리고 일본에 뿌리내리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쳐 변모했는지를 살피고자 한다. 특히, 백화점, 박람회, 운동회, 철도와 여행 등 일련의 작업을 통해 근대 초기, 일본 사회를 충격과 흥분으로 몰아넣은 실상들을 하나하나 캐내고자 한다. 왜냐하면, 우린 아직 그 높이, 규모, 속도를 정확히 측정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다행히 <일본근대 스펙트럼> 시리즈에서 소개하는 책들은 현재 일본 학계를 이끄는 대표적인 저서들로 전체를 가늠하는데 큰 힘이 될 것이다.

물론, 이번 시리즈를 통해 우리가 얻고자 하는 결실은 일본 근대의 이해만이 아니다. 이번 작업을 통해 우리는 우리 근대사회의 일상을 잴 수 있는 도구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식민지 조선사회를 형성하였던 근대의 맹아, 근대의 유혹과 반응, 그리고 그 근대의 변모들을 거대 담론으로 재단하기에는 근대의 본질을 놓치고 만다. 근대는 일상의 승리였으며, 인간 본위의 욕망이 분출된 시기였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우리는 근대사회의 조각들마저 잃어버렸거나 무시하여 왔다. 이제 이번 시리즈로 비록 모자라고 조각난 기억들과 자료들이지만, 이들을 어떻게 맞춰나가야 할지 그 지혜를 엿보는 것도 유익할 것이다.

책 내용 소개

19세기말 이후 도시공간의 역사를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백화점=디파트는 가장 흥미로운 분야이다. 그렇지만, 아직 다 연구되었다고 할 수 없는 연구 대상이다.

건축사나 상업유통사, 광고와 마케팅, 디자인에서 소비와 젠더(性), 근대성이라는 테마에 이르기까지 이 공간은 도시에 일으킨 수많은 시대의 문제들을 집약하고 있었다.

일본에 있어서도 메이지 30년대에 미쓰코시가 본격적으로 백화점에 발을 담근 이래 백화점은 오랫동안 도회생활을 대표하는 공간으로 이어왔다.

이 책의 저자는 이미 ?도쿄 도시의 메이지(東京 都市の明治)?에서 권공장에 대한 선구적인 연구를 발표한 이래, 건축사의 관점을 축으로 백화점과 상업공간의 근대 일본도시 속 발전과 변용을 꼼꼼하게 분석하는 작업을 진행해 왔었다. 특히, 권공장에서 백화점으로의 역사에 초점을 맞춘 이 책은 일본 디파트 연구에 든든한 기반을 다져 준 필독문헌이 되었다.

저자는 여기서 메이지 10년대부터 20년대에 걸쳐서 권공장의 탄생과 발전, 30년대 이후의 백화점 성립과 고객 전략의 전개, 나아가 다이쇼 말기 이후 터미널 디파트의 탄생에 이르기까지 백화점사를, 주요 대상으로 도쿄의 미쓰코시, 시라키야, 마쓰야, 마쓰자카야, 다이마루 등에 초점을 두고서 자세하게 정리하였다.

그 중에서도 유난히 흥미로운 점은 백화점이 근대 일본의 도시 속에서 구체적으로 어떠한 공간이었는지를 사람들의 행락 체험과 연결시켜 보여준 점이다.

책 속으로 (본문 중에서)

- 발을 돋아 손을 뻗으면 닿을 수 있는 혹은 그 한 단계 위의 현실적인 문화생활, 그것을 백화점이 담당했다.
- ‘오늘은 제국극장, 내일은 미쓰코시 백화점’

1.다카하시는 ‘서양의 백화점 방식에 의지하여, 일본 소매상의 틀을 개혁하려는 이상을 가지고’ 미쓰이 오복점’의 개혁을 과감하고 재빠르게 진행시켰다. 다카하시가 추진한 개혁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은 것들이었다.
1>. 서양식 부기방식으로 변경
2>. 앉아서 파는 방식을 고쳐 진열 판매방식을 채용
3>. 부인 나들이옷의 패션에 유행을 만들어낼 것
4>. 고등교육을 받은 신입사원 채용
5>. 상점의 규칙을 엄격히 한 제반 규정을 제정
6>. 광고 선전 활동의 활발한 전개

2. 다카하시는 그 당시까지의 좌식판매방식을 버리고 진열판매방식으로 판매방식을 바꾸었다. 다카하시가 처음 본 ‘미쓰이 오복점의 풍경’이란 이런 식이었다.
“튼튼한 느티나무로 짠 진열장을 열쇠 모양의 방 벽에 붙여 놓았는데, 지배인이 대기하고 있는 이런 진열장이 전부 11개 놓여있었다. 매장을 찾아온 손님이 낯익은 지배인을 보고서 주문을 하면, 지배인은 자리를 지키면서 큰 소리로 심부름하는 아이에게 무엇무엇을 가져오라고 명령을 내린다. 그러면, 일하는 아이는 그 소리에 맞춰 창고에서 물품을 사각의 판자 위에 실어 매장까지 꺼내오고, 지배인은 이를 받아서 고객에게 보여주는 것이 순서였다. 따뜻한 감색의 발을 쳐서 상점 안을 약간 어둡게 해 놓았는데, 이는 물품을 잘 살피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그리고 가능하면 물품을 적게 내고도 손님을 만족시킬 수 있는 것이 지배인의 능력이라고 하는 데”

다카하시의 눈에는 시대에 뒤떨어진 광경이 그대로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밖에 비춰지지 않았던 것이다. 다다미의 위에 지배인이 앉아 있고, 한편 그 옆에 벼루상자, 앞에는 주산과 대복장, 담배 그릇을 놓고서 고객을 대하는, '거기 누구, 몇 번 창고 몇 번째 선반 주문'이라고 소리를 질러 지시하고, 심부름하는 아이는 '네~'라고 대답하면서 창고로 달려갔다. 다카하시로서는 이러한 광경을 될 수 있는 한 하루라도 빨리 바꾸고 싶었던 것이다.

3. 일찍이 미쓰코시의 히비 오스케가 구미 백화점을 조사, 시찰하러 출발하여 미쓰코시가 규범으로 삼을 만한 백화점으로서 런던의 해러즈를 선정해 자세하게 조사하였다. 그때 그곳 사장인 리차드 바빗지로부터 배운 것 중의 하나는,

“‘백화’ 즉 모든 물건을 완비하는 순서는 일상생활 속에서 사람 몸에 걸치는 물건부터 상품을 늘려 나가는 것, 그리고 귀금속의 경우는 상품의 회전율과 재고품의 관계를 보고 마지막으로 하는 것이 좋다는 것이었다.”

4.메이지 시대 후반부터 다이쇼, 쇼와에 걸쳐서 마쓰자카야에서 일했던 쓰카모토 하치사부로는 마쓰자카야가 백화점으로 변혁해 갔던 메이지 말기부터 다이쇼 초기 무렵의 유행에 관계했던 경험을 두고 다음과 같이 회고한다.

지금도 생각나는데, ...학교 나온 점원과 어릴 때부터 점원으로 일하며 성장한 사이에서 본성이라고 할까, 아니면 몸에 붙어있는 분위기라고 할까, 서로 다른 특징을 읽어낼 수 있는 예가 있다.
(중략)
어느 날, 잠깐 옆을 보니 고바야시 군(와세다 대학 졸업)의 책상 위에 앞치마 견본이 몇 개인가 놓여 있고, 이를 팔려고 온 도매상의 주인이 상품을 설명하고 있었다.
고바야시 군이 그 설명에 응대해 가격 교섭을 하고 있다.
(중략)
고바야시 군은 그 앞치마를 수주하려고 하는 듯해 나는 놀랐다.
그때 나는 도매상 사람에겐 실례였지만, 앞뒤 가리지 않고 이렇게 말했다.
“이런 앞치마가 1엔 2, 30전이나 하다니 어처구니없는 이야기네. 옷감은 옥양목이지 않은가, 오양목은 1척에 15전이니까 제 아무리 큰 앞치마라고 하더라도 2척은 필요없지. (중략) 그런 바보 같은 가격의 상품은 나라면 절대 사지 않을 걸세.”라면서 옆에서 밉쌀스럽게 쏘아부쳤다.

그런데 고바야시 군이 하는 말을 듣자 ‘아! 그렇군.’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옥양목 옷감이 얼마에, 가공비가 얼마, 원가가 얼마가 된다는 식의 내 계산은 틀리지 않고 그대로이며, 말씀한 대로라는 것이다. 단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이 하나 있다는 것. ‘유행을 산다’ ...라는 점을 잊고 있다는 것. 원가보다 훨씬 비싼 물건을 사더라도, 거기에 상당한 이문을 붙여 매장에선 착착 팔려나간다. 즉, 고객은 ‘유행을 사고 있다’라는 것이다.
(중략)
당시 나로서는 아무리 애써도 이 웃지 못할 가격을 인정하는 이유에 대해 도저히 이해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다.

5.‘유행연구회’에 대해서는 백화점 내에선 귀중한 돈과 시간을 소비하기만 하지 이익이 되지 않는다는 무용론을 주장하는 이들도 있었다. 마쓰이 쇼오[松居松翁; 1870~1933, 신문기자를 거쳐 연극계에 들어선 극작가, 연출가]도 그런 한 사람으로,

필자가 일찍이 선생님(히비 오스케)이 백방으로 바쁘신 중에 어렵게 시간을 내어 학자와 선생분들과 회합하여, 그 덕분에 이익도 없는 한담에 귀중한 시간을 헛되이 소비하는 것을 비난한 적이 있었다. 그러자 선생은 이윽고 불쾌한 빛을 필자에게 보이면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자네는 아직 어리네. 그 사람들인들 바쁜 가운데 나 같은 놈을 위해 시간을 할애해 주는 게 아니겠는가? 이따금은 쓸데없는 이야기라도 듣는 것이야말로 유익한 재료를 얻을 수 있지 않겠는가? 서로 마음속에서 학자를 존경하지 않으면, 다른 백화점은커녕 천하의 국가들도 진보하지 못하네.”
두 사람 모두 뒤떨어진 일본의 소매업의 근대화에서 자기 사명을 발견하고, 포목점의 개혁에 앞장섰던 것이다. 또한, 상점 중에서 비교적 커다란 조직으로서 힘을 가지고 있었던 포목점의 백화점화는 일본의 근대화를 촉진시키는데 중요하다고 생각하였다.

- ‘유행연구회’(통칭 ‘유행회’) -- 이와야 사자나미[?谷小波]를 간사로 각계의 학자, 교육자, 미술가, 문예가, 신문기자 등이 참가한 모임으로 의상, 세간 등 유행이나 사회풍속의 경향 등을 연구, 토의하여 미쓰코시에게 어드바이스를 하는 일이 그 역할이었다. 이 회는 매월 한 차례 개최되어, PR지에 그 목소리가 실렸다.

1장 권공자의 성립
2장 번화가에 나타난 권공장
3장 오복점에서 백화점으로
4장 새로운 고객을 개척
5장 유람장이 된 백화점
6장 가정생활의 연출
7장 신중간층과 도시문화
8장 권공장과 백화점 시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