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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과 땅이 생겨나고 사람들이 태어난 뒤, 혼란에 빠진 세상을 바로잡은 이는 누구였을까요? 농자 짓는 법을 가르친 남쪽 신 염제, 태양이 뜨고 지는 것을 관장했던 서쪽 나라 신 소호, 신과 인간의 질서를 세운 북쪽 나라 신 전욱...

◆왜 동양 신화인가?

세계의 이목이 동양으로 쏠리고 있는 요즘도 신화 하면 동양 신화보다는 그리스 로마 신화를 떠올리게 된다. 『만화로 보는 그리스 로마 신화』가 날개 돋친 듯 팔려 나가고 그리스 신화 관련 도서가 만화나 동화, 논술 관련서, 스티커 그림책 등 다양한 형태로 잇달아 나오고 있는 반면, 어린이를 위한 동양 신화 관련 도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다. 동양 신화에 대한 관심이 부족하고 동양 신화가 서양 신화보다 흥미롭지 않을 거라는 잘못된 인식 때문이다. 그러나 동양 신화는 서양 신화 못지 않게 역동적이고 재미있는 이야깃거리가 풍성하다. '어린이 동양 신화'는 동양 신화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으려는 노력에서 시작되었다.

더 나아가 서양 물질 문명의 병폐 속에서 새로운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는 동양 사상의 가치를 재발견하고, 고유한 동양의 정신 문화를 지키고 알리려는 시도이기도 하다. '어린이 동양 신화'는 동양 신화 중에서도 중국 신화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재구성했는데 중국 신화가 중국이라는 지리적 개념에 머무르지 않고 동아시아 사유의 원천으로 폭넓게 이해되기 때문이다. 가까운 일본의 신화를 봐도 중국 신화와 유사한 모티브를 많이 갖고 있다.

◆창조주에서 문명의 시조 삼황오제로

중국 전설에 의하면 중국 문명의 기초는 삼황오제(三皇五帝)가 세웠다고 한다. 반고가 혼돈 속에서 하늘과 땅을 창조하고 여와가 진흙으로 사람을 창조한 이래, 인간들의 삶을 윤택하게 하고 질서를 잡아간 이들이 삼황오제이다. 삼황을 천황(天皇)·지황(地皇)·인황(人皇)으로 보는 이도 있고, 복희· 수인·신농으로 보기도 하지만 대개는 복희·여와·신농을 이른다. 삼황 다음으로 세상을 다스린 오제는 황제·전욱·제곡·제요·제순을 말한다. 이미 '어린이 동양 신화' 1권에서는 삼황으로 일컬어지는 수인(불의 사용을 알려 줌), 여와(인간을 창조) 를 소개한 바 있다. 2권에서는 농업과 의약의 사용을 가르친 염제(신농)와 동방 새들의 나라를 다스린 소호, 예의범절을 가르치고 신과 인간 사이에 경계를 세운 북쪽 나라의 신 전욱의 이야기가 소개된다.

동양 신화 속에는 대자연의 운행과 문명의 기원을 설명하고 이해하려고 했던 옛사람들의 무한한 상상력과 노력이 숨어 있다. 동양 신화를 처음 만나는 순간 어린이들은 서양 신화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동양의 정서를 느끼고, 다양한 상상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게 될 것이다. 중국의 고대 문명을 이루었던 신들의 이야기, 삶의 질이 한 걸음씩 진보될 때마다 그 뒤에 초월적 존재를 설정한 옛 선인들의 상상력과 창조력이 이 책을 읽는 어린이들의 사고의 영역을 넓혀 줄 것이다.

◆『세 개의 위대한 별』의 줄거리

1권 『열려라, 하늘 땅』에서는 하늘과 땅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사람은 언제 처음 태어났는지, 불은 누가 발견했는지, 오랜 세월 사람들이 궁금하게 여겼던 문제에 대한 해답이 들어 있다. 『열려라 하늘 땅』이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았던 세상에 반고가 하늘과 땅을 가르고 그의 몸에서 산과 물을 형성해 내고, 여신 여와가 진흙으로 사람들을 창조한 창세신화라면, 2권 『세 개의 위대한 별』 편은 인간의 문명이 어떻게 생겨났는지 그 기원을 알아보는 문화 기원 신화라고 할 수 있다. 사람들이 농사 짓는 법을 알지 못해 먹을 것을 찾아 유목민처럼 떠돌았던 시대에, 농사 짓는 법과 시장이라는 제도를 통해 물물교환을 하게 했던 태양신 염제, 그리고 신과 인간을 이어 주던 하늘 사다리를 끊고 인간 사회에 엄격한 법도를 만든 전욱, 태양의 운행을 관할한 소호 등 동서남북을 다스린 문화 영웅들의 이야기가 역동적으로 펼쳐진다. 그밖에도 염제와 소호, 전욱의 자손들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특히 염제의 네 딸에 대한 이야기가 흥미롭게 펼쳐진다. 적송자의 제자로 들어가 불 속에서 수련하는 법을 배운 뒤 천상과 인간 세계의 중간 세계로 종적을 감춘 소녀, 흰 까치가 되어 나무와 함께 불에 탄 적제녀, 바다에 빠져 죽은 뒤 새가 되어 바닷물을 모두 메워 버리겠다는 일념으로 돌을 날라다 던진 지조 등 염제의 딸들은 한결같이 의지가 굳다. 그밖에 홍수를 몰고 다니는 '영령', 전염병을 퍼뜨리는 외눈박이 괴물 '비', 두려운 마음을 사라지게 하는 '박이' 등 각종 상상 동물들도 볼 수 있다.

'어린이 동양 신화' 3권에서는 하늘을 지배한 최고의 신, 막강했던 황제와 그에 대항한 치우와 형천의 이야기가 펼쳐질 예정이다.

'어린이 동양 신화'의 삽화는 국내 만화계의 독보적인 일러스트레이터 권신아가 맡았다.

1.남쪽 나라의 신, 염제
2.서쪽 나라의 신, 소호
3.북쪽 나라의 신, 전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