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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작가 100인 총서'의 제95집, 시인이자 기자인 김춘성의 에세이집. 이 책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상대가 소리를 내지 않은 채 입으로만 어떤 것을 알려주려 하는 모습이 떠오른다. 하지만 이 책의 어디에서도 저자는 자신이 어떤 것을 알려주려 하는지를 설명하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가 스스로 추정하기란 어렵지 않다. 저자가 고요하게 풀어내는 사유를 따라가다 보면 그의 주위에 알 수 없는 막이 쳐져있음이 희미하게 보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이 책은 선문답으로 가득하다.

[에세이 작가 100인 총서]의 95번째 작품집으로 시인이자 중견기자인 김춘성의 에세이집. 이 책을 가만 들여다보면, 앞에선 상대방이 소리를 내지 않은 채 입으로만 자꾸 무언가 알려주려는 모습이 떠오른다. 그것이 과연 무엇일까. 이에 대해 작품집 어디에서도 작가는 전혀 설명이 없다. 그러나 독자 스스로 추정하기란 어렵지 않다. 저자가 고요하게 풀어내는 사유를 따라 몇 페이지를 넘기다 보면 그의 주변에 알 수 없는 울타리가 쳐져있음이 희미하게 보인다. 이 울타리를 상상하며 그의 사유를 따라가면 사뭇 진지하면서도 상황의 호기심을 불러일으켜 흥미롭게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가부좌를 틀고 앉아 면벽수련하는 듯한 저자는 선문답 같은 성찰을 통해 마음을 침잠시키려 애쓰면서 하루하루 자신을 다스려 간다. 그런데 참 다행스러운 것은 작품 어디에서도 분노나 미움은 보이지 않고 따뜻한 사랑과 용서의 훈훈함이 서려있다는 점이다. 더구나 단상과 시로 구성된 이 작품집 ‘下里(하리)’는 여백의 미를 충분히 살려 독자에게 무게적 부담을 전혀 느끼게 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한 장 한 장 넘기다 보면 어느 새 편안해져 조급한 마음을 내려놓게 된다.
그런데 제목이 왜 ‘하리(下里)’인가. 하리는 그의 고향마을 이름인 듯싶다. 글 속에서 저자는 애써 초연해 보이지만 고향의 품 같은 아늑하고 포근한 데가 그리웠음직하다. 특히 동양적 정서로 보면 고향은 원초적 그리움이 묻어나는 곳이다. 바로 울타리 안에서의 바깥을 향한 마음이 그것 아니었을까.

제1부 파 장

수염만은 깎지 않으리라
죽음과 징역
정렬
스티븐 코비
봄을 기다리는 상념
분쇄
파장
골고다 언덕
묵언수련
곧은 사유의 뜰
그 날
결별
인생의 사슬
님의 궤적
안젤라
형벌
지혜로운 자
가혹한 명절
개여울
사색과 성찰
분노의 눈물
울타리 안의 영성체
현기증
균열되는 의식
자연의 순리
하루
소품
침묵으로 오는 봄
반가운 점령군
의문
눈물의 거룩한 연못
제 일보
여름밤의 냉기
달빛 미소
새벽
세 잎 클로버
봄 마중
흉룽



제2부 시로 다스리는 날·1

소주를 마시며
드라이라이스
어머니
詩를 이별함
은행 잎
나그네 길
요즘 청춘
어머님의 병환
夢患
밥 - 6
밥 - 3
천왕성 근처
밥 - 4
밥 - 5
눈물 식는 밤
중년에
거리에서
사랑하면 하는 말
삶은 돼지고기에 대한 상념
귀띔
신문으로 보는 가을
가을
가요무대 보는 밤


제3부 새벽 생각

밀알
초발심
두 길
파스
천주여
새
깨달음
상관관계
병
막내 고모
근심
정월초하루
뿌리
비워내기
가정의 달
단상
눈물
갇힘의 의미
새벽 생각
초벌구이
일체유심조
비비추리
자아이탈
수행 중
기도
완물상지(玩物喪志)
향기
그라타와 난 그라타
보속
이해
이괄의 난
꽃보다 아름다운 사람
벼림
마르조ㆍ尹
점
안경
긴장
성공과 실패
찬미예수
충고
평상심시도
조등화구


제4부 시로 다스리는 날·2


오늘은
네모난 하늘
새벽에 부르는 노래
귀로
흰 고무신
봄 날 오후
下里
밥 - 1
밥 - 2
半百
작별
촛불
가을 입구
夢患重症
생명
인공 채혈
戰場의 오후
사랑
채송화
나무와 하늘
子正
窓
꿈에 본 아버지


제5부 자신 없는 봄

눈물의 울타리
자기반성
여명
역사의 비
칼
주옥같은 비린내
무게
고해성사
치욕
제심징려
구명
외출
봄비
징역
인생1
인생2
해체를 위한 기도
소인
게임
끈 떨어진 연
버림
자신 없는 봄
용서
혼자 산다는 것
비밀
사랑
간구
초승달
큰누님
6자회담
사랑하는 님
진실
마음
e-메일
기도
삶
다스림
불효
평화

마음에 근심과 걱정이 없는 상태를 평화라 한다면 우리들에게 진정한 평화는 요원하기만한 것일까요.
인생 한 평생 살아가면서 걱정과 근심이 어느 순간이고 조금이라도 없을 수는 없으며 그런 날은 어쩌면 하루도 없지 않을까 합니다.
공적인 것이든, 사적인 것이든, 크든, 작든, 필요한 것이든, 불필요한 것이든 우리에게 걱정과 근심은 늘 함께하는 인생길 동반자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걱정과 근심의 크고 작음과, 많고 적음 그리고 무겁고 가벼움, 두껍고 얇음만 있을 뿐이겠지요.
그러므로 참 평화의 구현은 우리 안에 존재하는 상수로서의 걱정과 근심의 덩어리들을, 그 편린들을 버리고 비워내는 작업과정일 것 같습니다.
걱정과 근심까지도 완전하게 버려내 버리는 뚫린, 뚫려 통한 비움과 버림의 극점을 넘어가는 것이 평화가 아닐까 합니다.
그래서 평화로 향하는 길은 무소유(無所有)의 참 삶입니다.
그러나 한꺼번에 그 모든 것을 다 버리기는 참으로 어려운 경지입니다.
우리는 겨우 평범에 그칠 뿐이기 때문입니다.
그러기에 매일매일 순간순간마다 조금씩 걱정과 근심과 더불어 욕심까지 비워내고 버려야 하겠습니다.
얼마나 과감하게 얼마만큼 버리고 비워 내느냐가 수행의 척도이며 평정의 가늠자입니다.

-비워내기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