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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프랑스 철학의 아버지 베르그손의 핵심 사상과 철학을 읽는다. 프랑스 철학에서 베르그손의 철학은 인식론이나 형이상학, 윤리학에서 그 자체의 고유한 영역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나라에서는 독일이나 영미의 굵직한 철학자들의 논의가 심도있게 다뤄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베르그손의 사상은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이 책은 베르그손을 올바르게 소개하고, 그의 철학 정신의 본래의 정신을 충실하게 서술하고 있다.

앙리 베르그손은 누구인가
1928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프랑스의 대표적 사상가. 특히 그는 ‘생명’과 ‘시간’에 대한 심층적 사색을 통해 프랑스 철학사에서 독보적 성과를 이루어 냈으며 국제적 명성에서 볼 때 데카르트 이후 프랑스 최고의 철학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프랑스 철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베르그손의 철학은 제2차 대전 이후 반세기 동안 프랑스 철학계를 휩쓸었던 정치 이데올로기에 의해 당대의 영광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은 바 있다. 그러나 당대의 다양한 사조들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친 그의 철학은 인식론이나 형이상학, 윤리학 등 철학의 전통적인 분야에서 상당히 현대적이고 독자적인 이론을 제시하고 있다.

초기에는 관념적 철학에 저항감을 느껴 스펜서의 진화론적 자연철학에 몰두하기도 했지만, 실증주의적 자연철학에서는 삶의 기초가 되는 진정한 시간을 배제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서부터 그는 지속과 창조의 새로운 철학적 입장을 탐색하게 된다.
베르그손의 글은 비유와 이미지를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많은 독자들에게 ‘문학적 철학’이라는 인상을 남겨주기도 한다. 그러나 철학적 관점에서 볼 때 그의 글은 무엇보다도 논증적 구조의 치밀함을 특징으로 하고 있음을 주목해야 할 것이다.

베르그손의 철학이 철학사에 미친 영향과 의의
파스칼에서 시작하는 프랑스 정신주의 전통은 데카르트의 이성주의 철학에 반발하면서 감성을 중시하는 프랑스 고유의 유심론(唯心論)이라는 사조를 형성한다. 이 흐름은 루소를 거쳐 맨 드비랑, 라베송으로 이어지면서 베르그손에서 완결된다. 그러나 베르그손은 감성주의 전통 외에도 과학철학의 전통을 적극 수용함으로써 두 진영의 대립을 생명형이상학 안에서 종합한다. 뿐만 아니라 희랍철학과 근대철학에 대한 고찰로부터 서구철학의 지성주의적 편향성을 폭로한다.

베르그손 철학은 실재의 본래적 모습에로 돌아가 ‘사실의 선’을 따르는 구체 철학을 세우는 것을 이상으로 삼는다. 19세기 중반에 나타난 다윈의 진화론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았으나 이를 유물론적 과학주의의 입장에서 우주론으로 발전시킨 스펜서의 철학에 반대하고 창조와 생성을 전면에 부각시키는 생명형이상학을 수립하였다.
이로써 베르그손의 생명형이상학은 지성의 한계를 지적하고 생명적 직관을 통해 이를 보완하는 인식론적 혁명을 기도할 뿐만 아니라 보편적 인류애와 전체 생명계에 대한 감수성을 개발하는 새로운 비약이 일어날 것을 기대한다.
이는 오늘날 문명 속에서 황폐화된 생태학적 감수성을 고양해야 할 필요성에 직면한 현실에서 볼 때 매우 시기적절한 형이상학으로 재해석될 수 있으며, 이는 또한 이 책의 발간 의의이기도 하다.

현대적 감각으로 읽는 베르그손 : 책의 구성과 내용
*구성*
베르그손 원전의 대부분은 상당히 오래전에 번역되어 최근의 감각으로 독서하기에는 약간의 거리감이 있다. 또한 그에 관한 주요 연구서나 해설서는 거의 번역된 바가 없으며 국내학자의 저서도 한두 권 손꼽을 정도이다. 게다가 일반 철학사나 프랑스 철학사를 통해 간간이 엿볼 수 있었던 그의 사상 또한 무리한 단순화로 인해 오해의 소지가 많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 책은 일차적으로 베르그손을 올바로 소개하기 위한 목적으로 쓰여졌다. 그러나 단지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올바로’ 소개하다 보니 단순한 소개서의 기준을 얼마간 넘어선 게 사실이다.

실제로 베르그손의 철학은 대중적으로 알려진 것과는 달리 ‘대중화’하기 어려운 사상이다. 그의 철학이 ‘생명’이나 ‘직관’처럼 우리에게 친숙한 표현들을 사용하고는 있으나 그것은 좀 더 심층적인 형이상학과 인식론의 바탕 위에서 의미를 갖는 개념들이기 때문에 그것을 무시하고 소개될 경우에는 왜곡될 우려가 있다.
이에 이 책은 베르그손 철학의 단순화나 대중화보다는 그의 본래의 정신에 충실하여 주요한 문제들을 소개하고 분석하는 방식으로 서술되었다. 따라서 전체적인 서술은 이야기체보다는 어느 정도 논증적인 방식으로 구성되었다.

*내용*
책의 내용은 많은 연구자들의 모범을 따라 베르그손의 주요 저서순으로 소개된다. 각 저서는 그것이 베르그손 철학에서 차지하는 의미와 철학사적 혹은 시대적 의미와 함께 소개된다.
그중에서 《물질과 기억》은 들뢰즈가 자신의 영화 이론에 기본적인 틀로 사용한 바 있어 국내에서는 최근에 유명해진 듯하다. 그러나 그것은 베르그손의 저서 중에서 가장 난해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심리학에 관한 전문적인 내용이 많이 들어 있어 접근하기가 어려운 측면이 있다.
따라서 이 책에서는 내용을 다수의 소제목으로 세분하였고 베르그손의 논의를 하나하나 쫓아가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물질과 기억》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원전과 꼼꼼히 대조해서 읽으면 전반적인 정리를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특정한 주제가 아니라 베르그손 철학의 일반적인 주제들에 접근하고 싶다면 2장과 4장을 연결해서 읽는 것이 좋을 것이다. 《의식에 직접 주어진 것들에 관한 시론》과 《창조적 진화》는 베르그손의 독창성을 맛보기 위해 필수적인 책들이다. 이 저서들에서는 지속, 공간, 생명, 지성, 직관, 진화, 언어, 인간 등의 주제들이 철학사의 기본 개념들을 전도시키는 독특한 방식으로 전개된다.
마지막으로 베르그손 철학 일반에 관해 잘 알지 못해도 그의 윤리학에 접근하는 것이 가능하다. 《도덕과 종교의 두 원천》은 저자에 의하면 최근 들어 더욱 의미가 생생하게 살아나는 책이다. 생태학의 문제들, 산업사회의 문제들, 전쟁과 국제적 분쟁의 원천 등을 다루면서 인류의 미래에 대해 고뇌한 베르그손의 문제들이 지금의 세대에서도 고스란히 남아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왜 ‘베르그송’이 아니라 ‘베르그손’인가
베르그손은 국내에서는 베르그송이라 불려왔고 최근에는 전문적 연구가들 중에 베르크손으로 부르는 경우가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혼돈을 피하기 위해 정확한 불어 발음을 알려주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부계 혈통(폴란드계 유태인)을 존중하여 베륵손(Berkson)으로 부른다. 만국 공통으로 k라는 발음기호는 받침에서 대표음으로 g, 즉 우리말의 ㄱ에 해당하는 발음이 된다. 따라서 k라는 격음을 굳이 한 음절로 살려 베르크손으로 발음하는 것은 불어의 발음과도 맞지 않고 우리말에서도 어색하다.

또한 우리나라와 일본에서는 오랫동안 불어의 발음기호를 그대로 살려 베르그송으로 불러왔는데 각 나라의 관습을 존중한다면 이것을 굳이 교정할 필요가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서로 폐쇄되어 있던 시대의 문화는 개방 사회가 되면서 변화되기 마련이다.
저자는 앞으로 프랑스에서 공부할 후학들이 증가하고 지적인 교류가 확대될 것을 감안한다면 현지의 발음을 존중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따라서 저자는 이 책에서 베르그송이라는 우리 식의 발음을 크게 해치지 않는 한도 내에서 베륵손을 베르그손으로 부르기로 하고 있다.

베르그손 연보
1859. 10. 18 : 파리에서 폴란드계 유태인이며 작곡가인 아버지와 영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출생.
1875-1877(16-18세) : 전국 학력경시대회에서 라틴어 작문, 영어, 기하학, 불작문, 수학에서 1위를 차지함. 1877년 수학 경시대회에서 제시된 베르그손의 <빠스칼의 ‘세 개의 원’에 대한 해법〉은 다음 해 수학잡지(Nouvelles annales mathematiques, II, XVII, 1878)에 실림.
1881(22세) : 철학교수 자격시험(Agregation)에 합격.
1883-1888(24-29세) : 끌레르몽-페랑 고등학교 교수로 발령. 베르그손은 이 시절에 지속에 관한 풍부한 철학적 사색으로 후일의 사상의 토대를 마련함.
1889(30세) : 《의식에 직접 주어진 것에 관한 시론》으로 박사학위 취득. 부논문은 <아리스토텔레스의 공간론>.
1892(33세) : 루이즈 뇌뷔르제와 결혼. 이듬해 외동딸 잔느 출생.
1896(37세) : 《물질과 기억》출판(Alcan).
1900(41세) : 르벡의 후임으로 꼴레주-드-프랑스의 그리스-라틴 철학 담당 교수가 됨. 희극의 의미에 관한 시론인 《웃음》 출간.
1903(44세) : 논문 ?형이상학 입문? 발표.
1907(49세) : 국가유공자에게 주는 명예훈장인 레지옹 도뇌르의 4등 훈장 수여. 《창조적 진화》출판(Alcan).
1919(60세) : 레지옹 도뇌르 3등 훈장 수여.《정신적 에너지》(심리학을 주제로 발표한 논문모음집)(Alcan) 출판.
1921(62세) : 꼴레쥬-드-프랑스 교수직에서 완전히 은퇴.
1922(63세) : 4월에 프랑스 철학회에서 아인슈타인과 토론. 아인슈타인의 시간 개념을 비판하는 《지속과 동시성》출판(Alcan).
1928(68세) : 노벨문학상 수상.
1930(71세) : 레지옹 도뇌르 1등 훈장 수여.
1932(73세) :《도덕과 종교의 두 원천》(Alcan) 출판.
1934(75세) :《사유와 운동자》출판.
1941(81세) : 1월 3일 파리에서 폐렴으로 사망.

들어가기 전에...6
서론: 베르그손 철학의특성...11

1.베르그손의 생애와 사상사적 배경...17
2.심리적 지속의 발견...29
3.<물질과 기억>에서 전개된 심신이론...57
4.우주론과 생명형이상학...127
5.도덕과 종료...197

베르고손의 주요 저작...251
베르그손에 관한 연구서들...252
국내에서 출간된 연구서들...253
베르그손 연보...2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