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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양명의 생애와 사상을 쓴 평전이다. 생애와 사상을 나누지 않고, 그의 생애를 따라가면서 그의 사상이 태동한 '현장'을 중심으로 서술하였다. 그렇게 함으로서 왕양명의 생애를 생동감 있게 재구성하고, 각 시기별로 성립한 사상 내용을 유기적으러 짜 넣어 왕양명을 가능한 한 한꺼번에 이해할 수 있도록 하였다.

내 마음을 등불이라고 생각했던 사람, 왕양명. 주자학 일색이던 동아시아에서 새로운 학풍을 일으키며 사상의 이정표를 세운 마음의 철학자 왕양명. 철학자로, 교육자로, 관료로, 그리고 변방을 누빈 군인으로 파란만장한 삶을 산 대사상가 왕양명.

이 책 {내 마음이 등불이다}는 바로 그런 왕양명의 파란만장한 삶을 통해, 그리고 그의 역동적이면서도 포용적이고, 간명하면서도 웅건하고, 감성적이면서도 실천적인 마음의 철학을 통해 우리 마음에 등불을 밝히고자 한다.

왕양명은 동서양 철학사를 통틀어 볼 때, 공자, 맹자, 주자나 플라톤, 칸트, 헤겔과 같은 대사상가로 평가받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는 어쩐지 '왕양명'과 '양명학'이라는 이름이 낯설다. 이 책의 지은이는 그 까닭이 우리나라의 양명학 연구 역사가 짧으며, 왕양명과 양명학에 대한 저술 대부분이 논문집 형태여서 왕양명의 삶과 사상을 한데 섞지 못하고 어느 한쪽으로만 치우쳐 있었기 때문에 전문가의 영역으로만 남아 있었다고 지적한다.

이런 현실은 지은이로 하여금 일반인과 전문가가 동시에 읽을 수 있는, 왕양명의 생애와 사상을 아우르는 책을 써보자는 결심을 하게 했다. 지은이는 왕양명의 '사상'을 잉태한 '현장'을 보다 중시하여 문헌 해석으로만 그치지 않고 왕양명의 출생지부터 묘지까지, 왕양명의 연보를 따라가며 답사하는 수고를 아끼지 않았다. 지은이가 직접 발품을 판 결과는 이 책에 실린 도판과 사진으로 남아 왕양명의 삶과 사상의 진실을 더욱 직접적이고 생동감 있게 전해준다.

마음을 등불로 삼았던 철학자, 왕양명
왕양명은 중국 명나라 시대 이학(理學) 계열의 유학(儒學)이 지배하던 사상계의 흐름을 심학(心學) 계열로 바꾼 철학자이다. 당시의 관학(官學)이었던 주자학(朱子學)을 배웠으나 만족하지 못해 선(禪)이나 노장(老莊)의 설에 심취하기도 한 왕양명은 당시 권력의 실세였던 환관의 횡포를 비판했다는 이유로 미움을 사게 되어 오지 중의 오지인 용장으로 좌천되는 시련을 겪었으나 그에 굴하지 않고 학문적 전기를 마련한다.

왕양명이 보통 사람이었더라면 자신의 처지를 비관만 하다가 생을 마쳤을 것이다. 머물 곳이 없어 직접 움집을 지어야 했고, 언어도 통하지 않는 이민족과 함께 생활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그곳에서 지위와 명예, 지식과 교양을 모두 벗어버린 살아 있는 인간의 참모습을 접하게 된다. 마음을 중시하는 그의 사상은 바로 거기서 싹을 틔우게 되었다. 이런 배경을 지닌 왕양명의 사상은 감성적이고 개방적이며 대중적이어서 인간에 대한 이해가 다른 어떤 사상보다도 깊고 폭넓은 것이다. 왕양명은 인간은 누구나 진리를 창출할 수 있는 주체이며, 각각의 본성을 깨닫기만 하면 누구든지 성인이 될 수 있다고 보았다. {내 마음이 등불이다}는 그런 측면에서 왕양명을 유학의 대승(大乘) 운동을 주도한 인물로 평가한다.

양명학의 뿌리, 백사천난의 고단한 삶
왕양명의 삶을 한마디로 드러낸 간명한 표현이 있다면 그것은 '백사천난(百死千難)', 즉 '백 번의 죽을 고비와 천 번의 난관'이라는 말일 것이다. 그만큼 왕양명의 삶은 드라마틱한 것이었다. 그런 까닭에서인지 왕양명의 이력은 상당히 다채롭다. 그는 동양철학의 이정표를 세운 위대한 철학자였으며, 자비의 윤리학이라 할만한, 보살핌과 아낌의 천지만물 공동체 윤리를 구상한 사상가였으며, 학생들의 개성을 존중할 줄 알았던 교육자였으며, 전략과 전술을 직절하게 구사한 군인이었으며, 자신의 마음을 섬세하게 드러냈던 시인이었다.

이 책은 왕양명의 학문적 방황과 성취, 그다지 행복하지 못했던 결혼 생활, 간신들의 중상모략으로 겪어야 했던 고초, 반란의 진압, 마지막 정벌을 마치고 폐병으로 객사하는 순간까지를, 맹목적 추앙이나 찬가의 어조가 아니라 객관적이고 담담한 어조로 평이하게 서술한다. 그리고 왕양명의 삶의 장면들을 하나의 단편으로서만 늘어놓는 것이 아니라 각각의 시기에 이루어진 다양한 저작과 철학 사상 그리고 사회적·정치적 활동을 일일이 추적하여 삶과 사상의 상관성을 밝히고 있다.

내 마음속의 꽃에 이름을 지어주다
이 책은 왕양명의 저술, 사상의 숙적이자 친구였던 이들과 나눈 편지, 제자들에게 남긴 권학문(勸學文)을 통해 드러나는 왕양명의 사상 전반을 빠짐없이 상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지은이는 왕양명 심학의 대전제인 '마음 바깥에 따로 무엇이 있는 것이 아니며 마음이 곧 진리'라는 '심즉리(心卽理)'는 시인 김춘수의 시 [꽃]의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그는 나에게로 와서/꽃이 되었다"라는 구절과 유사하다고 말한다. 마음에서 인식함으로써 생기는 나와 사물(세계) 사이의 상관성은 그냥 존재(存在)일 뿐이었던 것을 현존(現存), 현전(現前)하게 만들기 때문에 마음이 바로 원리(理)라는 것이다.

왕양명의 심학이 주희의 이학과 다른 점은 바로 거기에 있었다. 주희는 자신의 바깥에서 그 원리를 찾았지만 왕양명은 바로 자신의 마음이 그 원리를 지니고 있다는 것을, 다른 공부가 아닌 자신의 마음을 궁구하는 공부만으로도 성인(聖人)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깨우친 것이다.

이 책은 심즉리론을 모태로 한 지행합일론이나 만물일체론이, 현실은 '이론'과 '실천'이나 '나'와 '나 아닌 것들'로 이분법적으로 나뉘어져 있기 때문에 갈등을 일으키는 두 항의 대립을 지양하고 합일을 지향해야 한다는 원론적인 당위를 역설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다. 왕양명의 마음의 철학에 따르면 마음·관념이 곧바로 행위·실천으로 연결되어 주체의 무한 확대를 가져오며, 엄청난 인간적 열정과 개인적 수행(修行) 그리고 사회적 실천을 수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은이는 이러한 측면에서 개인적 수행과 사회적 실천을 동시에 이끌어내면 정치와 국가 권력, 이론과 실천, 인간과 교육의 본질, 개성의 발휘와 직업의식, 환경과 생명 윤리 등등 현대 문명이 안고 있는, 수많은 시사적인 문제의 해결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지은이는 동아시아 삼국(중국·한국·일본)에서 양명학이 어떻게 수용되고 전개되었는지를 부록 [동아시아에 있어서의 양명학의 전개]를 통해 소상하게 밝히면서 유독 우리나라에서만 양명학이 조선 시대에 수용된 이후로 주자학의 그늘에 가려 제대로 빛을 보지 못했고, 이단으로 취급당하기도 했다는 사실을 안타까워한다.

감사의 말
머리말

제1부 왕양명의 등장에서 새로운 심학 태동의 문앞까지: 심즉리자각 이전의 수학시기
제1장 왕양명의 유년 시절_주자학의 탐구와 좌절
제2장 회시에 두 번 실패하다
제3장 관료로서의 길_'유학'의 재발견
제4장 입지의 강조_담감천과의 만남
제5장 투옥과 용장으로의 좌천 그리고 용장 생활

제2부 "내 마음이 이치"라는 자각이 만든 역동적 심학의 문양들: 독자적 사상의 토대 마련과 그 개화 시기
제6장 "내 마음이 곧 이치이다" - 심즉리설·지행합일설의 제창
제7장 정좌와 입지 - <대학>에 대한 새로운 해석
제8장 저주, 남경 시대의 강학 - 존천리거인욕설·사상마련설·입성의 주장
제9장 무인의 길, 반란군의 토벌과 강학, 아동교육론·동심설의 제창
제10장 영왕 신호의 난과 양명의 수난

제3부 내 마음의 양지는 언제나 빛나는 태양처럼: 독자적 사상이 완숙하는 만년기
제11장 남창 시대의 강학과 심학의 개화 - 치양지설의 제창
제12장 다시 고향으로 - 양명학의 번성과 만년의 학문
제13장 사은·전주의 정벌, 생애 마지막의 학문 그리고 죽음

부록 1 : 동아시아에 있어서의 양명학의 전개
부록 2 : 도표
책을 마무리하며 - 내 친구 양명과 함께한 날들의 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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