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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어당의 여인의 향기. 중국 본토의 임어당에 대한 재조명 분위기를 전달함과 동시에 임어당에 대한 간략한 평전과 작품 목록 및 연보를 덧붙인 책이다.

임어당을 다시 읽는다? 사실 우리에게 임어당은 《생활의 발견》한 종으로 기억되어 있다. 원래 영문판으로 출간된 《생활의 발견》은 현재 국내에 수 십여종이 출간되어 있다. 그러나 중문 혹은 영문으로 쓰여진 그의 단편 산문들은 알려진 것이 거의 없다. 그러므로 이 책의 임무는, 임어당을 다시 읽는 것이 아니라 처음으로, 제대로 읽게 해주는 것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옳겠다. 편역자가 십 수년동안 다듬어 온 임어당 산문의 보고(寶庫)가 바로 이 책 《여인의 향기》 그리고 쌍둥이 책으로 함께 나온 《유머와 인생》이다.

임어당에게 쏟아졌던 찬사들이 대부분 지나친 것이었음은 그의 문학 세계에 대한 진지한 연구는 물론, {생활의 발견} 외에 그의 문학 세계를 살펴 볼 수 있는 기초 자료가 번역 출간되지 않았다는 점에서도 증명된다. 특히 그의 문학 생애에서 가장 활동적이고 진지했던 초기 상해문단(上海文壇)에서 중문으로 발표한 글들이 번역은 물론 거의 소개조차 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임어당의 생애와 문학에 대한 진지한 이해와 평가는 어느덧 아름다운 추억 같은 '정체된 과거'가 되어 버렸다.

임어당의 산문류는 워낙 많기 때문에 모두 번역한다는 것은 어렵고 또 그럴 필요도 없지만, 임어당의 명성에 비해 그의 산문은 문고판 한 두 종류를 제외하면 《생활의 발견》 하나만 계속 발간되고 있을 뿐이다. …… 임어당의 진면목을 이해하기 위해서라도 다른 산문들이 번역되어야 할 것이다. 특히 미국으로 건너가기 전 상해 문단을 주도하며 중문으로 발표한 많은 글들은 초기 문학 생애와 문학 사상을 이해하는데도 대단히 중요하며, 임어당의 진면목을 제대로 이해하는데도 필수적인 것이다. <옮긴이의 말>에서

임어당은 여인을 어떻게 보았는가? 이미 임어당은 50여년 전에 당시를 남녀평등 시대로 보았고 여성을 억압하는 것을 죄악으로 생각했다. 《여인의 향기》는 그런 임어당의 여성관을 대변하는 글을 모았다. 역시 우리 독자에게는 알려지지 않은 글이 대부분이다. 임어당은 "여자와 소인은 다루기 어렵다. 가까이 하면 기어오르고, 멀리 하면 원망한다."고 말한 공자조차 강하게 부인한다. 그것은 여성을 경멸하는 발언이라는 것. 남자는 인생철학을 알지만 여자는 인생 자체를 알므로 여자가 항상 옳다는 것이 임어당의 주장이다.

특히 이 책은 임어당의 문학생애를 중심으로 한 임어당연구자 만평근의 임어당 소평전과 주요 저작 목록, 작품 연보 등이 부록으로 실려 있어 연구자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뿐인가. 편역자 김영수가 임어당의 발자취를 따라 중국을 여행하면서 구한 관련 자료와 사진을 풍부하게 실어 한층 이해를 돕는다.

분문 중에서
한번 던컨은 쇼에게 "아름다운 육체를 가진 나와 총명한 머리를 가진 당신 사이에서 아이가 태어난다면 분명 가장 이상적인 아이가 될 거예요."라는 편지를 썼다. 그러자 쇼는 이렇게 답장을 보내왔단다. "그건 안될 말이오. 몸은 날 닮고 머리는 당신을 닮는다면 그보다 더 큰일은 없을 것 아니오?" -p21

세상의 모든 금지된 일, 특히 이성간에 서로를 끄는 예민성 같은 것은 그 기회가 적으면 적을수록 더욱더 높아진다. -p78

바꾸어 말해 나는 순수한 나체주의자가. 왜냐하면 나는 나 혼자 있을 때만 벗기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p138

동파의 아내는 총명하고 일에 대한 판단이 빨라 남편을 기녀의 품 속으로 밀어넣지 않았다. 더욱이 그녀는 남편이라는 사람은 마누라에 의해 좌지우지될 사람이 아님은 물론 황제도 어쩌지 못하는 사람임을 너무 잘 알았다. -p176


지은이 임어당-林語堂, 1895-1976. 소설가, 수필가, 언어학자
복건생 출생. 낙천적이고 이상주의자였던 기독교 목사 아버지의 유머감각과 기발한 상상력이 많은 영향을 끼쳤다. 상해 성 요한 대학에서 언어학을 공부하고 북경 청화학교에서 영어 교사를 하다가 하버드 대학에서 유학 1년만에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독일 라이프치히 대학에서 언어학을 전공하고 철학박사 학위를 받은 후 북경대학 언어학 교수로 초빙되어 문학비평과 은운학을 가르치면서 집필활동을 병행했다. 1927년 잠시 국민정부 외교부장의 비서로 정치에 입문했다가 그 후에는 명수필가로 이름을 날렸다. 1936년 이후 뉴욕에 정착하여 각종 매체에 글을 발표하면서 중국의 정신을 세계에 알리는 데 힘을 쏟았다. 1948년 유네스코 예술부장을 지냈으며 1954년에는 싱가포르 남양대학 총장을 지냈다. 1976년에 홍콩에서 사망했다.

편역자 김영수는 1959년에 출생하여 한국정신문화연구원에서 석·박사 과정을 마쳤다. 연구 분야는 '고대 한·중관계사'. 주요 논문으로 〈고구려 초기 대외관계의 성격〉〈한국 시조설화와 그 역사지평〉등이 있으며, 저서로 《지혜로 읽는 사기》, 역서로 《고대 중국 야철 기술 발전사》(과기처 장관상 수상) 《모략》(전3권) 《참 반가운 철학》《참 궁금한 세상》《참 소중한 생명》《참 자유로운 생각》, 《큰 뜻을 품는 아이, 그저 그런 아이》, 편저로 《고대 동북아시아의 민족과 문화》《간신은 비를 세워 영원히 기억하게 하라》《간신론》등이 있다. 동양고고학 연구소 연구원, 상고사학회 종신회원, 중국소진학회 초빙이사, 중국 사마천학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국내외 역사문화에 관심이 많아 답사여행 기획자로도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