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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고독 - 토리노 하늘 아래의 두 고아, 니체와 파베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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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비극적 생을 살다간 니체와 파베세의 우울한 음성을 빌어와
낡은 책갈피 사이로 아찔하게 햇빛을 투사시키듯 흘려보내
실존감 부재한 현실을 여지없이 드러내고 무너뜨리는
파작의 특이한 화법은 불행이 행복의 다른 얼굴임을 철저히 환기시킨다



현대 사상의 흐름을 바꿔놓은 프리드리히 니체와 현실도피적 문학에 반대한 신사실주의의 리더였던 이탈리아 시인 체사레 파베세. 파시즘의 광기어린 그늘이 드리운 시대에 또 다른 광기와 자살로 생을 마감한 그 둘의 비극의 기원을 연대기적으로 찾아가는 프랑스 화가이자 작가인 프레데릭 파작, 그가 쓰고 그린 『거대한 고독』이 ‘현대문학’에서 출간되었다.
이 책은 파작의 말대로 전기도 자서전도 역사책도 만화도 아니다. 지금까지 우리가 분류해놓은 어떤 장르에도 포함되기를 거부하는, 한 작가의 시공을 넘는 상상력과 300여 장의 어두운 그림이 절묘한 합주를 울리고 있는, 필립 솔레르스가 ‘완벽’하다고 격찬한 책이다. 더 많은 생산과 소비를 위한 가벼움과 속도가 미덕인 시대에 참을 수 없는 묵직한 무게의 우울을 움켜쥐고 있기에 더욱 그 가치를 발하는 책이다.

니체와 파베제, 그리고 파작 사이에 눈에 띄는 공통점을 찾기란 어렵다. 니체는 1844년에 태어나 1900년에 사망했고, 파베세는 1908년에 태어나 1950년에 사망했다. 파작은 1955년에 태어났다. 파작이 이들을 하나로 묶는 끈은 키리코 그림의 몽환적인 풍경이 숨쉬는 이탈리아 북부 도시 토리노이다. 니체는 5살, 파베세는 6살에 아버지를 잃고 여자들에 의해 키워졌으나, 일생을 통해 그 어느 여자에게도 사랑받지 못했다. 파작 역시 9살에 아버지를 잃었기에 그 점을 간과하지 않았을 것이다.
토리노는 니체가 완전히 미친 곳이고 파베세가 자살한 곳이며, 파작이 이 둘이 남긴 절규에 이끌려 4년에 걸쳐 몽상에 잠겨 이 책을 완성한 곳이다. 그리하여 토리노는 스스로의 흡인력으로 니체와 파베세의 혼과 교감하며, 더 나아가 키리코, 몽테스키외, 몽테뉴, 폴록, 주베르 등의 고독과 상실의 증언으로 고독한 산책자들에게 꿈을 꿀 수 있게 만든다.


니체는 바젤대학 교수를 사임한 지 10년이 지난 어느 날 ‘나는 어린시절만큼이나 여전히 혼자였다’는 말을 남기며 토리노로 흘러들어온다. 그리고, ‘내가 용납되고 있음이 느껴지는 최초의 장소’라고 토리노의 첫인상을 밝히며 『바그너의 경우』를 집필한다. 그리고 모국 독일에 대한 ‘억누를 수 없는 혐오감을 끊임없이’ 되씹는다. 그해 여름 스위스를 찾았던 그는 토리노를 떠난 뒤 ‘암울한 생각으로부터 나를 지켜내기도 힘들다’고 친구에게 고백하고 ‘조국으로 선택한’ 토리노로 다시 돌아온다. 그리고 『이 사람을 보라』를 탈고하고, 그해 겨울이 시작되면서 극심한 정신이상 증세를 겪는다. 결국 이듬해 1월 어느 날 집밖으로 나온 그는 마부에게 호되게 얻어맞고 있는 말의 목을 부여잡고 눈물을 흘리며 뇌일혈로 쓰러진다. 그의 나이 마흔네 살, 그는 이제 완전히 미쳤고, 몸이 죽기 십 년 전인 그때 이미 정신적으로 사망하였다. 토리노에서의 일이었다. 아직까지도 그의 글들을 두고 ‘변덕스런 아포리즘’내지는 ‘병리학적 단상의 폭력적인 시’로 절하하는 평가를 내리는 사람들도 있지만, 토리노에서의 니체는 그 모든 평가들로부터 자유롭다. 들뢰즈가 말한 니체의 ‘유목민적 글쓰기’의 배경은 토리노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아버지는 물론 ‘아내, 아이, 집이 없는’ 파베세의 토리노는 불행으로 상징되는 공간이다. 그런 토리노를 그는 ‘몽상의 도시’, ‘정신적으로 내가 태어난 도시’라며 옹호하기도 한다. 파시스트에게 체포되어 복역하다 감형으로 풀려나 토리노에 돌아온 그는 애인에게 배신당하고 가혹하게 스스로를 괴롭힌다. 그도 니체처럼 냉소적이긴 했지만 체계적인 논리보다는 시인의 뜨거운 감정이 앞섰기 때문에 보다 더 자신에게 자학적일 수밖에 없었다. 그가 남긴 글 곳곳의 ‘자살’에 관한 이야기는 스스로에 대한 자살예고이자 자살선언이었다. 그러면서 그는 끊임없이 토리노를 시와 소설 속에서 자신과 접신시킨다. 이탈리아 최고 문학상을 수상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어느 날 저녁 자신이 알고 지내던 몇몇 여자들에게 전화를 걸어 식사초대를 하지만 모두에게 거절당하고, 얼마 전 파티에서 만났던 여자에게선 ‘당신은 성질도 나쁘고 지루해요’라는 말까지 듣는다. 결국 그는 그날 밤 ‘나는 모든 사람을 용서하며 모든 사람에게 용서를 구한다’라는 유서를 남기고 한 호텔방에서 생을 마감한다.


파작으로 하여금 토리노를 보고 ‘나는 토리노가 되었다’라고 선언하게끔 만든 토리노는 ‘과장’이 없는 ‘지독하게 우울한 곳’이며, 그래서 ‘천만다행인’ 곳이다. 파작은 마흔을 바라보며 글의 말미에 이렇게 쓴다. ‘나는 나 자신을 찾으러 다녔다’. 그리고 또 이렇게 쓴다. “나는 머지않아 다시 토리노에 올 것이다.”
이 책은 불행하게 생을 마감한 니체와 파베세가 공유하고 있던 ‘거대한 고독’으로 통하는 터널이다. 이 몽상의 긴 터널에서, 우리는 마치 그들과 동시대인처럼 그들의 찬란한 우울을 만나게 된다.

목차

머리말
포의 목소리
그때처럼 앞으로도 영원히
사랑하는 사람들
너무 푹 삶은 고기
피에몬테와 몽페랑―빵, 포도주 그리고 탬버린
입 속처럼 붉은 포도주
아, 나의 조그만 식당!
악동의 휴식
토리노의 독재자
나는 말(馬)을 파종하지 않는다
프리드리히 니체의 두 번째 죽음
예술의 유년기
차라투스트라와 피노키오
고양이들은 알리라 고장난 인생

본문중에서

그는 스스로 진흙을 뒤집어쓴다. 가장 음산한 굴종의 자세로 수그리고 있다가 불쑥 태도를 획 바꿔서 자신만만하게 빈정거린다.
“자기 파괴의 광기를 느껴봐야만 한다. 자살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삶과 예측 불허한 것과 ‘이야기’하는 것을 사랑하는 나 같은 사람들은 실수라면 몰라도 자살에까지 가지는 않는다…….
이 점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우리 시대에 자살이란 사라지는 방식 중 하나이며 수줍게, 조용히, 무덤덤하게 자살을 한다. 그것은 더 이상 행동이 아니고 괴로움일 뿐이다.
낙천적 자살이 다시 이 세상이 나타날지 누가 알겠는가?”


사랑, ‘위대한 사랑’, 그는 마지막 순간까지 이것을 원했다. 헛수고였다. 어떤 여자도 그를 원하지 않았다. 성불능, 조루, 잠재된 동성애, 거세 공포증 등 온갖 구설수가 떠돌았다. 그리고 고집이 센 파베제는 이 모든 소문을 한 번도 부인하지 않았다.
“너무 빨리 사정하는 이 남자, 이 사람은 결코 태어나지 않는 것이 나았을 것이다. 차라리 자살하는 게 나았을 법한 죽은 사람이다.”


“……토리노는 어떤 삶의 격랑 때문에 인상적이다. 그것이 숨을 조일 정도는 아니고 밥벌이에 아둥바둥 매달려 사는 사람들, 바닥을 기어가며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며 사는 사람들의 도시라는 이미지는 아니었다. 공간적 웅장함과 화려함은 사람들에게 전염되었다. 사람들은 보다 홀가분하고 자유롭게 돌아다녔다.”


“모든 독일 음식. 그들도 잘 알고 있다! 식전의 수프(16세기 베네치아 요리책에는 이를 여전히 알라 테데스카alla tedesca라고 부른다), 너무 푹 삶은 고기들, 기름지고 푸석푸석한 야채, 책을 눌러두는 묵직한 서진書鎭으로 변하는 앙트르메! 여기에 폭음을 곁들이기 위해 거의 야수로 돌변하는 ‘늙은’ 독일인들-예전의 독일 사람들뿐 아니라 지금의 나이든 사람들까지!-의 식욕까지 감안해본다면 독일 정신의 기원을 대번에 이해할 수 있다. 독일 정신은 고장난 창자에서 나온다……. 독일 정신이란 소화불량이다. 더 이상 아무것도 ‘흡수’할 수 없는 정신…….”


“……당신 스스로 판단해 보십시오. 나는 그의 자유를 박탈한 사람이라 미리부터 그의 증오를 달게 받으리라 작정했지요. 그런데 그는 나에 대한 증오심조차 갖지 못할 지경입니다. 그의 열차 문을 닫기 직전 내가 들었던 그의 마지막 말은 나의 우정에 감사하는 격정의 표현이었습니다. 이 자유의 영웅이 이제 더 이상 자유를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 것입니다.”


“…고통이 결정되고 구체적일수록 삶의 본능은 더욱 꿈틀거리고 자살하고픈 생각이 저하된다.
자살을 생각하면 그게 아주 쉬울 것 같다. 그리고 하찮은 평범한 여자도 자살을 해냈다. 오만이 아니라 겸손이 필요한 것이다.
이런 모든 것이 나를 구역질나게 한다.
말이 아니라 행동. 이제 더 이상 글을 쓰지 않겠다.”

저자소개

프레데릭파작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생년월일 -
출생지 -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1956년 강원도 화천에서 태어나 성균관대 불문학과를 졸업한 후, 프랑스 브장송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외로운 남자』『뱅갈의 밤』『욕조』『길고도 가벼운 사랑』『사진기』『불정확성의 원리』『일 년』『장엄호텔』『정체성』『금발의 여인들』『장의사 강그리옹』『해를 본 사람들』『가을 기다림』 등을 옮겼으며, 현재 숭실대 불문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생년월일 1956~
출생지 강원도 화천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성균관대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고 프랑스 브장송 대학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숭실대 불어불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 [꿀벌의 언어] [소설, 때때로 맑음 1]이 있으며, 역서로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정체성], 다이 시지에의 [달도 뜨지 않은 밤에], 앙투안 콩파뇽의 [모더니티의 다섯 개 역설], 프레데릭 파작의 [거대한 고독] 외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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