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小路문학골의 첫 동인지. 진정한 시란 '가슴에 묻어둔 아름다운 마음을 토해내는 것'이라 말하며 홍명희, 이신수, 이상윤, 허정기 등 동인 16인의 시를 엄선해 담았다. 각 시인의 사진과 프로필을 함께 수록하였다.

많은 이들이 말한다. 詩는 죽었다고… 詩란 해묵은 농담 따위에 지나지 않는다고…. 그러나 오솔길에서 정담을 나누며 오래도록 ‘시’를 이야기하는 이들이 있다. 小路문학골의 16인이 모여 만든 첫 시집인 <비 내리는 밤엔 늘 가슴 설렌다>는 어릴 적 논길 따라 小路 지나 외갓집 가던 정다운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진정한 ‘시’란 마음에 주춧돌 하나 세우고 가슴에 고이 묻어둔 진한 피를 쏟아내는 작업이다. 달과 별, 바람과 빗소리를 벗삼아 스스로가 느끼는 감흥을 그대로 종이 위에 옮긴다면 그것이 바로 詩가 되는 것이다. 자연과 사랑을 노래한 小路문학골 16인의 동인들의 첫 설렘을 엮은 시편들을 만나보자.

홍명희
그 마을엔 아직도
그리움의 여백
석간신문
선녀 같은 구절초 피었으리
수다

이신수
가을은
누군가 그리우면
삶의 의미는
죽음 앞에 웃을 수 있는
잃어버린 자화상

이상윤
바람
낙화
목련
이름
돈

허정기
추억을 그리며
황혼을 바라보며
황혼의 들녘에 서면
돌아가는 배

정기모
내 소중한 사랑아!
목련꽃 피면
가을 그대 품에서
그대 그리우면
소녀의 사랑
깜장 고무신

차영섭
수평선 마음
거울
무념무상無念無想
흔들리는 꽃을 보며
사랑의 진단

권대욱
청학보
능소화 그리고 그리움
망월사
참회懺悔
이런 날은 가을남자가 되고 싶다

고선예
해어화解語花
작은 천사들
플랫폼에서
늦가을 어느 날

구본일
가을은 안녕하십니까
길 위에 서서
두통頭痛 고백서
지나가는 사람
줄넘기

김상희
뜨개질
아버지 기일
거울 속에는
내 마음속에는
노모老母

이상진
마누라의 시장보기
백수와 시인-開東(개동)
긴 이별-첫사랑의 추억
옥녀봉 아래
어머니는 이러십니다

조성범
나는 가끔 그러거든
보랏빛 가을
가을 상념
꿈과 꿈 사이

김진선
내 딸에게 띄우는 편지
금송화의 꿈
비상구飛上口
벗이여
이제는 너를 보내야 할 때

박영섭
가을의 숲
소쩍새 울음
그리움
유월의 장미
세월의 늪

김선숙
나인 줄로 아세요
秋雨
안녕, 바다여 월미도여
窓Ⅰ
날씨 참 아깝다-혜성원에서
숲Ⅰ

김현탁
바람 스치는 강江
마주한 술잔
자화상
미루나무
등산일지

우리 인간의 내면엔 누구나 詩를 간직하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詩를 얘기하면 누구나 가슴이 설렙니다. 태어나 살아가면서 누구나 詩人이 안되어 본 이가 있으리오. 詩는 누구나 쓸 수 있습니다. 또한, 누구나 詩人이 될 수 있습니다.
어릴 적 동생들 손잡고 콧노래 흥얼대며 재 넘고 구르며, 뜀박질하며 논길 따라 小路 지나 싸리문 밖 다다르면 외가입니다.
가슴에 묻어 둔 아름다운 마음을 토해내면 詩가 됩니다. 그러나 진한 피를 토해내지 않으면 아름다운 詩를 쓸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꾸준히 토하고 또 토해내야 합니다. 그러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詩가 되고 양식이 될 것입니다.

- <머리말> 중에서

해맑은 눈빛 뒤로하고
두근거리는 가슴 덧없었습니다
경부선 열차의 차창 밖 석양에
가을 산새가 너무 아름다워
가슴은 단풍으로 붉은 물이 들고
밤은 깊어 온통 반짝이는 꽃별들의 잔치였습니다

오늘 여행은 행복했습니다
더불어 그대도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 <엽서>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