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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쓰면 이상한 울림도 생겨나고, 마음속에 아름다운 그림이 그려지잖니? 그렇다면 옛날 사람들은 어떻게 시를 썼을까? 대부분 지식인들은 한자로 글을 짓고 썼단다. 시도 한자로 지었지. 너는 아직 한자를 많이 알지 못하니까 한시는 네게 조금 어려울 거야. 그렇지만 그 안에 담긴 생각은 그때나 지금이나 다를 것이 하나도 없단다."



옛글 속에 담긴 선인들의 지혜와 아름다움을 우리 시대의 정서로 치환해 보여 주었던 정민 교수가 이번에는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한시 이야기를 썼습니다. 지은이 특유의 유려한 문체로 한시뿐 아니라 시문학 전체에 대한 이해를 돕는 친절한 입문서입니다.

깨끗한 우리말로 정갈하게 옮긴 한시 43수와, 이 시들 속에 숨은 뜻을 하나하나 친절하고 재미있게 풀어쓴 글을 담아, 어린 독자에게 시 읽는 법을 가르쳐 줍니다. 풍부한 예화를 곁들여 손에 잡힐 듯 상황을 구체적으로 그려 보이고, 시인들과 그들이 살던 사회 문화적 배경 정보를 꼼꼼히 담아 이해를 돕습니다. 무엇보다 돋보이는 것은 시를 이루는 미학 원리를 하나하나 찬찬히 소개한다는 점으로, 한시 이야기라고는 하나, 이미지, 상징, 비유, 압축 등 시문학 전반에 포괄적으로 적용되는 내용을 실었습니다. '아는 만큼 보고 아는 만큼 즐긴다'는 말을 실감할 수 있도록 해 줍니다. 이런 까닭에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본격적인 문학 입문서라 해도 좋겠습니다. 우리 고전 문학이 서사 문학 분야에 편향되어 소개되어 온 현실을 고려할 때 특히 반가운 책이라 하겠습니다.

책 뒤에 묶인 부록에는 한시 원문과 한자의 뜻과 음, 어려운 낱말 풀이, 인물 정보 따위도 꼼꼼하게 실었습니다.



이 책은 보림출판사가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해 선보이는 인문교양서 시리즈 '진경문고' 첫 번째 책입니다. 진경문고는 옛 노래와 글, 과학 기술, 민속, 풍습, 의례 등 생활 문화, 각종 조형물과 예술 등…, 우리 조상이 남겨준 유형, 무형의 유산 속에 면면히 흐르는 한국적 가치관과 사상, 미학을 소개하는 시리즈입니다.

벼리에게 - 시에는 이상한 힘이 있단다

첫 번째 이야기 - 말하지 않고 말하는 방법

두 번째 이야기 -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세 번째 이야기 - 진짜 시와 가짜 시

네 번째 이야기 - 다 보여주지 않는다

다섯 번째 이야기 - 연꽃에서 찾는 여러 가지 의미

여섯 번째 이야기 - 저 매화에 물을 주어라

일곱 번째 이야기 - 사물이 가르쳐 주는 것

여덟 번째 이야기 - 새롭게 바라보기

아홉 번째 이야기 - 의미가 담긴 말

열 번째 이야기 - 미치지 않으면 안 된다

열한 번째 이야기 - 시는 그 사람과 같다

열두 번째 이야기 - 치마 위에 쓴 시

열세 번째 이야기 - 계절이 바뀌는 소리

열넷 번째 이야기 - 자연이 주는 선물

열다섯 번째 이야기 - 울림이 있는 말

열여섯 번째 이야기 - 한 글자의 스승

열일곱 번째 이야기 - 간결한 것이 좋다

열여덟 번째 이야기 - 물총새가 지은 시

열아홉 번째 이야기 - 아비 그리울 때 보아라

다시 벼리에게 - 도로 네 눈을 감아라

한시 원문

책 속의 인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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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와 그림 목록

'붉다'는 한 단어 만을 가지고
눈앞의 온갖 꽃을 말해서는 안 된다.
꽃술에는 많고 적은 차이가 있으니
꼼꼼히 하나하나 살펴보아라.


세상 사람들은 붉은빛을 띤 꽃을 보면 으레 붉은 꽃이라고만 말한다. 그렇지만 가만히 살펴보면 그 붉은 빛깔이 하나도 같은 것이 없다. 진달래의 붉음은 분홍빛에 가깝고, 모란은 보랏빛이 감돌고, 장미는 아주 짙은 붉은 빛이다. 불그스레한 것도 있고, 수줍게 붉은 것도 있고, 불타는 듯 새빨간 것도 있다. 꽃을 보고 그냥 붉다고 말하지 마라. 꽃술의 모양은 어떤지, 잎은 몇 개인지, 빛깔은 어떤지, 붉다면 어떤 붉은색인지, 그리고 그것이 주는 느낌은 어떤지 하나하나 따져 보고 꼼꼼히 살펴보아라.


('일곱 번째 이야기. 사물이 가르쳐 주는 것'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