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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장 미켈란젤로 2 - 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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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 서평

    셰익스피어, 베토벤, 그리고 미켈란젤로. 이 얼굴은 고함을 지르지도 않고 저주하지도 않는다. 한탄하지도 않고 슬퍼하지도 않는다.

    미켈란젤로를 소개하는 글을 이렇게 시작할 수도 있다. 그는 셰익스피어나 베토벤처럼 인간의 비극적인 경험을 가장 깊이 있고 보편적으로 표현하고자 했던 몇 안 되는 위대한 예술가들 가운데 한 사람이다. 하지만 아니다. 한 마디면 족하다. 그는 매력적인 사람이다! 그의 다비드만큼이나. 아니, 그 이상으로. 그가 자기 손으로 빚어낸 다비드처럼 미끈하게 생겼나. 절대 아니다. 그는 코가 내려앉은 추남이다!

    로제마리 슈더는 사실과 허구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소설 양식을 통해 혁명적 이단아였던 인간· 예술가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를 생생하게 되살려놓는다. 16세기 종교개혁과 반종교개혁 시대의 이탈리아 반도는 권력암투와 전쟁으로 얼룩져 있었고, 미켈란젤로의 고향 피렌체에서는 전제군주와 부패한 성직자들에 맞서 싸우며 등장한 사보나롤라가 기적과도 같이 공화국을 세웠으나 그는 곧 화형당하고 공화국은 붕괴되고 만다. 미켈란젤로는 아버지를 비롯해서 형제들을 전적으로 부양해야 했으며, 그의 예술작업은 예술품의 주된 주문자인 교회가 정해놓은 규칙과 권력자의 뜻에 구애받을 수밖에 없었다. 이렇듯 ‘결박’되어 있던 인간· 예술가 미켈란젤로의 끊임없는 회의와 불안, 우둔과 불합리에 대한 참담한 분노, 그리고 어쩔 수 없음에 대한 자괴, 그러나 마침내 떨치고 일어서려는 불굴의 정신.

    이전의 어떤 책도 미켈란젤로를 이처럼 복합적이고도 현재성 있는 인물로 되살려내지는 못했다. 어려운 시대, 혹독한 삶의 조건들 속에서 꿋꿋하게 자신의 길을 걸어간 인간· 예술가 삶이, 그 마음의 움직임이, 그리고 고통 속에서 태어나는 불멸의 예술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미술에 대한 전문적인 이해나 역사적 지식이 없어도 이야기를 따라가다보면 자연스레 르네상스의 역사가 조형예술의 역사와 밀접하게 얽혀 있음을 이해하게 해주는 이 책은 정밀성이 요구되는 사실자료들 또한 충분히 제공해준다.




    우둔과 불합리에 대항하는 그의 무기

    선생은 거역하는 사람의 얼굴을 , 천대받는 자들의 고통과 자부심을 돌에다 영원히 새겨놓았습니다.


    이 책이 처음 옛 동독에서 출간되었을 때 대중 사이에서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독자들은 이 책이 종교개혁과 반종교개혁 시대의 역사적인 사건들을 빌려 우둔하고 불합리한 현재적인 구조를 묘사하고 있음을 눈치챘던 것이다! 그리고 이 책의 현재성은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이 책은 60년대 초에 처음 출간되었으며 30여 년이 지난 1991년에 재출간되어 계속 판매되고 있다.) 하지만 이 책에 주목한 것은 대중만이 아니었다. 역사가들도 이 책이 거둔 성과를 인정했으며, 예술학 쪽에서도 관심을 보였다.

    슈더는 역사적 인물과 예술가들을 주인공으로 하는 역사전기소설을 스무 편 이상 썼고, 뛰어난 역사전기소설에 주는 포이히트방어 상(역사전기소설로 유명한 독일 소설가 리온 포이히트방어를 추모하여 제정된 상)을 받았다. 리온 포이히트방어는 역사소설이란 “우둔과 불합리에 대항하는 무기이자 무역사성으로 침잠하는 것에 대항하는 무기”라고 고백했는데, 미켈란젤로에게 그 무기란 다름 아닌 바로 그 자신의 예술이었다.

    그러나 이 책이 미켈란젤로의 생애 및 예술에만 집중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 라파엘로, 브라만테, 바초 반디넬리, 줄리아노 다 상갈로, 세바스티아노 델 피옴보, 피에트로 아레티노 같은 다른 예술가들과의 조우, 교황 파울루스 2세와의 교분, 파울루스 4세와의 긴장관계, 교황청과 푸거 가와 같은 상업금융가문과의 미묘한 관계 등이 문학적 상상력의 옷을 입고 아주 디테일하게 서술되어 있어서 르네상스 시대의 역사와 예술의 흐름을 한눈에 꿰어볼 수 있을 정도다.




    아름다움을 보여주면서 동시에 진실을 보여준다는 것

    나의 영혼에 죽음이 놓여 있다. 그런데 나는 살아야만 한다.

    나의 내면에서 이성은 슬픔에 맞서 싸우려 한다.



    미켈란젤로는 “자신의 비참과 회의, 그리고 두려움”에만 눈을 박고 있지 않았다. 그 자신의 고통은 그로 하여금 눈을 들어, 권력과 교회의 횡포, 전쟁, 굶주림으로 고통받는 다른 이들을 보게 만들었다. 생전에 이미 ‘신과도 같은 미켈란젤로’라는 찬사를 듣고 있던 그에게는 많은 권력자와 재력가들이 손을 내밀었으므로 그로서는 차라리 “황금빛 도는 쉬운 삶” 속에, 망각 속에 안주하는 것이 더 쉬웠다.



    하지만 그는 “굴종적인 사람들, 잠자는 사람들” 옆에 「반항하는 노예」를 세워놓았다. 거역하는 사람의 얼굴을, 천대받는 자들의 고통과 자부심을 돌에다 영원히 새겨넣은 것이다. 그는 대담하게도 교황 율리우스 2세의 묘비에 놓일 조각상으로도 이런 노예상을 만들었는데, 교황들이 이를 금지시켰다. 그의 생전에 수차례 교황이 갈렸고, 교황이 갈릴 때마다 그는 그들의 새로운 요구들을 들어주어야 했다.



    미켈란젤로는 이러한 교황이나 교회의 요구들을 표면적으로는 수용하는 듯하면서도 완성도 높은 형식을 통해 교묘히 피해가곤 했다. 가령, 시스티나 예배당 천장화에 그려진 예언녀들이 그랬다. 이 예언녀들은 예언서를 들고 있지만, 거기에는 기록된 내용이 아무것도 없다. 이것은 사소한 일일지도 모르고, 또 당시에 누군가가 그것을 지적했다면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이지 못했다고 사과해버리면 그만일 수도 있는 일이었다. 그러나 예언녀의 예언을 교회가 실현시켜가고 있다고 한 아우구스티누스의 말을 생각해보면, 이는 교회가 과연 그래왔는가 하는 미켈란젤로의 의심의 표현일 수도 있다.



    그러나 진리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면 진리를 알아야 하고, 그것을 관철시키는 의지가 필요하다. 그래서 “겸허함을 넘어서되 무기력을 모르는 그런 인간이 창조되어야 했다. 지식도 갖고 있으면서 또한 강한 사람이. 굶주리는 사람들 면전에서 흥청대는 자들에게 자신의 의지를 관철시킬 만큼 강한 사람이. 단단한 손으로 정의를 구현할 사람이.” 미켈란젤로에게 그건 신이 아니었다. 이 같은 인간의 얼굴을, 그는 「모세」에게 새겨넣었다.


    미켈란젤로는 「최후의 심판」에 자신의 얼굴을 그려넣었다. “그것은 순교자 성 바르톨로메오의 벗겨진 살갗에 그려져 있다. 이 얼굴은 뭔가를 비난하고 있다. 죽어가면서도 힘있고 강건하다. 이 얼굴이 비난하는 대상은 권력을 남용하는 자들이다. 살아 있는 사람의 살갗을 벗겨내는 그들, 마치 동물을 다루듯 사람에게 칼을 들이대는 그들의 비인간성은 승리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얼굴 그 어디에도 복수욕은 찾아볼 수 없다. 비인간적인 그들을 통제하고 바로 세우며 정의의 심판에 맡기는 살아 있는 힘들이 있음을 그 얼굴은 보여준다.”



    그리고 “이 얼굴은 배 위에서 고통을 당하는 사람들을 내려다보고 있다. 그들은 붙잡혀 남의 나라로 팔려가는 중이다. 이 얼굴은 상인들과 왕들과 성직자들의 노예로 전락한 모든 사람들을 내려다보고 있다.” 지옥으로 떨어지지 않고 구원을 받아 하늘로 오르는 이들 가운데는 특히 두 명의 흑인이 포함되어 있는데, 이는 미켈란젤로가 당시 식민지 개척자들에 의해 가혹한 시련을 겪고 있던 아프리카의 흑인노예들을 인식한 결과였다. 그런데 막연한 불안감에 휩싸인 이 흑인노예들을 위로 끌어올리는 것은 날개 없는 천사들이다. 날개 없는 천사란 당시로서는 이단적이라 할 만큼 혁명적인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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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대학교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에 재직하였다. 여주에 ‘여백서원’을 세워 지키고 있다. 독일 프라이부르크 고등연구원의 수석연구원을 역임했으며, 독일 바이마르 고전주의 재단 연구원이다. 저서로 『어두운 시대와 고통의 언어: 파울 첼란의 시』, 『독일의 현대문학: 분단과 통일의 성찰』, 『서․동 시집 연구』, 『시인의 집』 등이 있고, 번역서로 헤세의 『데미안』, 카프카의 『변신․시골의사』, 『괴테 시 전집』, 『괴테 서․동 시집』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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