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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 임무를 마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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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 서평

    1. 거대 보수 언론과 맞서 싸운 독일문학의 거장

    독일 전후 문학의 거장이자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로, 반(反)군국주의자, 가톨릭 좌파로서 활동해오며 '독일의 양심', '자국 내의 이단자', '결핍된 진보적 여론의 대변자'로 불려온 하인리히 뵐은, 한국 사회의 진보적 작가가 당면한 고민을 1970년대에 이미 온몸으로 겪어낸 작가라는 점에서 우리의 관심을 끈다.


    이번에 출간된 [운전임무를 마치고]에서도 그는 작가의 실존적 의미가 앙가주망적 삶에 있다고 보는 자신의 생각을 형상화해내고 있다. 특히 당시 유럽 최대의 출판 기업 중 하나인 슈프링거 계열 신문 '빌트'의 보도 방식을 비판하여 언론과 지배권력으로부터 심한 배척을 받아야 했던 그의 경험과 관련하여, 이 작품은 언론과의 갈등을 겪기 전에 그 징후를 보여주고 있는 작품으로 하인리히 뵐만의 날카로운 풍자성과 언어적 유희가 풍부하게 살아 있는 수작이다.


    2. 초컬릿 사탕과 시한 폭탄 그리고 예술 ; 거짓 친절 사회로부터 탈출하기

    [운전 임무를 마치고]는 1966년에 독일에서 출간된 작품이다. 1960년대 서독 사회는 군대의 재무장 외에도 복지 사회에 대한 도덕적인 냉담성이나, 비양심적인 성공 지상주의와 무자비한 영리 추구, 민주주의에 대한 불완전한 이해, 교육 기관들의 무계획성, 그리고 독점적인 지위를 향유하는 언론 출판에 의한 여론 조작 등이 반복되고 있었다. 이처럼 부패한 현실 상황 속에 예술은 실제적인 삶과 거리를 유지한 채 간신히 명맥을 유지하고 있었다. 하인리히 뵐은 독일 사회가 예술에 대해 보이는 호의가 사실은 완벽한 친절성으로 가장되어 있는, 즉 위험한 정신병자를 무력화시키고자 하는 고무감방과 같은 것이라고 보고, 이 고무감방을 시한 폭탄으로 폭발시키거나 정신병원 원장을 독이 든 초컬릿 사탕으로 없애버리자는 모티브에서 이 작품을 이끌어내었다.


    실제로 이 작품에서 가구장이인 요한 그룰과 그의 아들인 독일 연방군 병사 게오르크 그룰이 일으킨 사건 즉 기름통 두 개를 군용 지프에 부어 비우고 나서 구멍을 뚫은 다음, 그 두 기름통에 사탕을 가득 채워 넣어 막은 다음, 불을 붙여 군용차량을 폭발시켜 '매우 아름다운' 소리를 낸 사건 은 이러한 발상을 형상화한 것이다. 이때 차량의 폭발과 사탕의 울림이 내는 아름다운 음악은 예술의 두 가지 속성을 상징하고 있다. 국가 권력이 예술의 폭발력을 거세해 개개인이 향유하는 달콤한 사탕으로 만들려고 하고 있다면 저자는 예술을 폭발시켜 달콤한 사탕을 모든 사람들에게 울리는 아름다운 음악으로 바꿔버리고 있는 것이다.


    3. 무능력한 국가권력에 대한 희롱

    이 작품의 공간적 배경은 처음부터 끝까지 재판이 진행되는 법정의 안과 밖이다. 재판 과정은 세 장면으로 나눠지고 있다.


    1장과 3장에서 연방군 병사 게오르크 그룰과 그의 아버지 요한 그룰은 지프를 방화한 죄목으로 기소되어 재판이 진행된다. 법정은 그들이 왜 그러한 범행을 저질렀는가에 대한 설명은 하지 않고 단지 치안방해와 물건 훼손의 죄목으로 사건을 축소하려 한다. 그룰 부자는 추워서 해프닝을 벌였다고 변명하고, 증인으로 나선 이들은 차츰 독일의 중산층 정책의 실패와 군부 재무장 정책의 부도덕성을 폭로한다. 2장에서는 재판이 열리는 작은 지방도시 비르글라르 사람들의 사소한 일상이 강하게 부각되어 소박한 사람들의 이상적인 삶과 지방색을 보여주면서, 독자 스스로 반 국가적인 중요 범죄의 재판을 지방의 소도시에서 진행하는 권력의 속셈을 생각해보도록 유도한다.

    엄숙하고 진지해야 할 재판 과정이 방청객들에 의해 희화화되고 있다. 다시 법정으로 돌아온 4장에서는 국가의식이 투철한 담당검사가 짜여진 각본에 이용당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즉 검사에게 사건의 축소와 약화를 위해 무책임해질 것을 요구하고 있는 국가 권력의 모습과 그것에 저항하지만 끝내 그러한 요구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게 되는 검사의 에피소드를 통해 법정의 무의미성 또는 법이 유명무실한 권력당국의 시녀에 불과하다는 것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5장에서는 이 사건이 증인인 미술교수 뷔렌을 통해 그룰 부자의 행위가 건축, 조각, 문학, 음악, 무용의 요소를 고루 갖춘 독특한 예술행위라고 정의되고 있다.

    본문중에서

    좀 마른 편에 별로 눈에 띄지 않는 모습이었으나 멋지게 차려입은 중년 신사 베르크놀테는 조용히 재판정에 앉아 있다가 재판장이 점심 시간을 선언하기 10분전에 법정을 빠져나왔다. 그는 운동장에 들어서자마자 걸음을 재촉했다. 손목시계를 한번 들여다본 뒤 더욱 빨리 걸었다. 비르글라르 교구 교회의 동쪽 합창대 옆의 가장 가까운 공중전화 부스에 이르자 그의 걸음걸이는 놀랄 만큼 우아하게 바뀌어 마치 휴식 시간의 산책처럼 보였다. 부스로 들어간 그는 재빨리 작은 선반 위에 검은색 장갑을 놓았다. 동전 몇 개가 전화번호부에 부딪쳐 바닥으로 굴러 떨어졌다. 그는 그것을 집어올리며 잠시 머뭇거리다가 우선 10페니히짜리 동전을 집어넣고 그보다 많은 액수의 동전은 그냥 두기로 했다.

    (/ p. 60)

    저자소개

    하인리히 뵐(Heinrich Boll)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생년월일 1917.12.21~1985.07.16
    출생지 독일 쾰른
    출간도서 22종
    판매수 5,047권

    하인리히 뵐은 1917년 12월 21일 쾰른에서 가구장이의 아들로 태어났다. 1939년 쾰른 대학교에 입학해 독문학을 전공하기 시작했으나, 곧 제2차 세계대전 때 육군 보병으로 징집되었다. 전쟁 기간 중에 네 번이나 부상을 당해 야전병원 생활을 하기도 하고 미군의 포로가 되기도 했으며, 1942년에 아네마리 체흐와 결혼했다.
    1945년 종전과 함께 군 복무를 마치고 다시 대학에서 독문학을 공부했으며, 1949년에 처녀작인 [열차는 정확했다]를 발표, 문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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