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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로알드 달의 탄생을 예고하는 작가, 믹 잭슨
믹 잭슨의 부모가 그를 낳았을 때 했던 첫 마디는 “신이시여, 저희가 천재아기를 낳았습니다!”였다. 잭슨은 여덟 살 나이에 톨스토이의 명작 『안나 카레리나』를 전부 암송하여 줄줄 낭송했고, 열두 살 나이에 세계 최고의 첼리스트와 협연했단다. 여기까지는 잭슨이 자신의 홈페이지 서두를 장식하는 능청. 잭슨이 궁금하다면 이점을 염두에 두시라. 그의 놀랍도록 기발한 상상력은 본능과 같은 능청에서 연유했다는 사실을.
선생도 수업도 좀처럼 따분했다. 쩍쩍 하품을 뱉어내며 창밖만 바라보던 소년 잭슨. 학교에서의 소일이라곤 몽상뿐이었다. 학교 밖 수업을 즐겼던 잭슨은, 접시닦이, 무대기사, 시나리오 작가, 영화감독, 밴드의 보컬 등으로 활동하며 자신만의 독특한 문학 세계를 구축했다. 잠깐! 영화감독으로 활동하던 당시, 여타 동명이인 예술가들과 구별되기 위해 잭슨은 잠시 커크햄 잭슨(Kirkham Jackson)이란 가명을 썼다. 각설하고, 그는 생애 첫 작품인『Underground Man』으로 휘트브레드 문학상과 영국왕립협회의 신인문학상을 수상한다. “톡톡 튀는 개성과 기발한 아이디어”로 단숨에 주목받으며 잭슨은 전 세계 독자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고 있다. 다수의 평론가들은 냉소와 유머가 조화롭게 뒤섞인 그의 작품을 두고, 개성 넘치는 작가주의를 실현한 그림형제와 로알드 달, 그리고 에드워드 고리에 비견한다. 혹자는 좀더 활달한 문체, 기발한 서사, 생동감 넘치는 캐릭터를 두고 그 이상이라 평한다. 이번 기회를 통해 국내 처음 소개되는 소설집 『뼈 모으는 소녀』는 새로움과 독특한 재미에 기갈 든 독자들에게 유쾌한 소설의 ‘맛’을 선사할 것이다.

나른한 일상을 전복시키는 기발한 상상의 나래
총10편의 소설집, 지루한 일상을 전복시키는 쏠쏠한 재미가 있다. 출발은 기발한 상상. 모노톤의 단조로운 일상을 누구나 한번쯤 꿈꿔봤을 엉뚱한 사건과 시계 속으로 몰아넣는다. 독자들은 어느 틈엔가 낯설고 유쾌하게 변신한 일상을 들여다보며, 진짜라고 믿고 싶은 심정적 지지를 보낼 것이다.
줄기차게 요상한 뼛조각을 모으거나, 홍수가 나면 지하실에 배를 띄우거나, 음침한 동굴에 수행자를 사육하거나, 사내의 거죽을 벗겨 훈제하거나, 망자의 관을 물에 빠뜨리거나, 10년 동안 죽은 듯이 잠만 자는 등 각 등장인물들은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 또한 사건들은 음침함과 유머러스함, 우울함과 엉뚱함이 뒤섞인 혼란과 모순이 뒤엉겨 있다. 이처럼 대립된 형용사로밖에 표현할 수 없는 캐릭터와 사건은 불가해한 소통과 모순을 연상시킨다. 그러나 이것이 낯설고 기발한 블랙유머를 유발시키는 소설적 장치이다. 능청스럽게 현실 바깥의 별난 일들을 열연하는 캐릭터들은 능청을 떨며 한마디씩 건넨다. “이봐, 이건 진짜 현실이라고.”

현실적 소재에 기반을 둔 안쓰러운 이야기
캐릭터의 재간과 사건의 엉뚱한 비현실성에 실소를 터뜨리는 게 『뼈 모으는 소녀』의 표면읽기이다. 좀더 심도 있게 작품을 들여다보면 예리한 현실성을 발견할 수 있다. 퇴직, 고독, 이별, 불우한 가족관계, 유년시절 트라우마 등 소외된 자들의 이야기가 주축이다. 무료하고 고된 삶 속에서, 이들은 엉뚱한 상상을 하고, 비현실 세계의 소박한 꿈을 욕망한다. 『뼈 모으는 소녀』의 원제는 “Ten Sorry Tales”, 직역하자면 “10가지 안쓰러운 이야기”라 할 수 있다. 아등거리는 현실 속에서 안쓰러운 속내를 지닌 인물들의 각기 다른 사정을 들춰보는 이야기인 셈이다. 독자들은 놀랍도록 낯설고 유쾌한 현실로 변모한 ‘진짜’ 현실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작품의 서사를 단번에 영사하는 톡톡 튀는 일러스트
믹 잭슨은 평소 일러스트레이터 데이비드 로버츠의 작품을 좋아한다고 밝혀왔다. 『뼈 모으는 소녀』에서 로버츠와 공동 작업을 하게 됐고, 마침내 글과 일러스트가 쏙 빼닮은 책이 탄생했다. 어린이책과 성인책 분야에서 이미 스타 일러스트레이터로 자리 매김한 로버츠는 각 단편의 서사와 인물을 한 번에 영사해내는 톡톡 튀는 일러스트를 완성했다. 각 단편마다 실려 있는 총10장의 그림 속에서, 인물들은 하나같이 눈 밑에 다크서클을 걸치고, 심드렁한 얼굴로 정면을 응시한다. 일견 음침해 보이지만 그들의 무표정 뒤에 숨어 있는 수많은 사건과 감정을 상상해볼 수 있어 귀엽기만 하다. 한 컷의 일러스트로 소설의 전부를 말하는 힘, 때로 그림은 글보다 강력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