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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비극과 독일 문학에 비친 세 반항아들의 모습을 소개하는 책. 그리스 신화의 세 반항아들, 즉 프로메테우스, 메데이아, 안티고네를 다룬 그리스 고전작가와 독일 문학을 통해 그 의미를 되새겨본다. 특히 그리스 고전 작가와 짝을 이루는 괴테, 볼프, 브레히트를 주목하고 있는데, 모두 독일 근ㆍ현대 문학의 대표적 문제 작가이면서 스스로도 시류를 거스른 반항아의 기질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세 명의 반항아들을 각기 세 개의 장으로 나누어 다루고 있다. 첫째 장에서는 그리스 작가의 시각으로 그려진 반항아를 소개하고, 둘째 장에서는 독일 작가의 눈에 비친 반항아의 모습을 드러내며 논점을 확대시킨다. 셋째 장에서는 저자가 반항아들이 남긴 과제를 자유로운 방식으로 풀어내고 있다.

그리스 신화의 반항아들

그리스 신화의 세 반항아들, 즉 프로메테우스, 메데이아, 안티고네는 오늘날에는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을까?
이 책은 그리스 신화의 세 반항아들을 다룬 그리스 고전작가와 독일 문학을 통해 그 의미를 되새기고 있는 책이다.
특히 이 책은 그리스 고전 작가와 짝을 이루는 괴테, 볼프, 브레히트를 주목하고 있다. 모두 독일 근·현대 문학의 대표적 문제 작가이면서 스스로도 시류를 거스른 반항아의 기질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청년기의 괴테는 '폭풍과 노도'를 뜻하는 '슈투름 운트 드랑'이란 문학 운동을 주도하며 폭풍처럼, 성난 파도처럼 기존의 모든 권위와 질서에 저항했다. 동독 출신의 여류작가 크리스타 볼프는 분단 시절 반전반핵 운동을 주도했으며 독일통일이란 대세에도 역행한 반골이다. '파시즘의 반항아' 브레히트는 서사극이란 새로운 연극으로 아리스토텔레스의 전통극을 뒤엎은 무대의 반란자다.

세 반항아들의 의미

아이스킬로스의「사슬에 묶인 프로메테우스」는 불 도둑의 인간 사랑을 담고 있다. 프로메테우스가 인간에게 훔쳐준 불은 문명을 밝힌 불이다. '미리 생각하는 자'라는 이름대로 프로메테우스는 인간을 생각하는 존재로 만들어 거친 세상을 스스로 헤쳐나가는 '삶의 주체'로 우뚝 세운다. 프로메테우스의 반항은 자유와 인권을 위한 투쟁으로 그려진다. 피끓는 청년기의 괴테가 쓴 송시「프로메테우스」는 한층 더 반항적이고 도발적이다. 괴테는 프로메테우스를 인간으로 설정함으로써 '신' 프로메테우스는 불을 훔쳐 인간에게로 '내려가는' 반역을 하지만, '인간' 프로메테우스는 창조력을 빼앗기 위해 신에게로 '올라가는' 반역을 도모한다. 프로메테우스의 혁명적인 목소리는 인간을 옥죄고 억압하는 종교의 폭력적 권위도 겨냥한다.
에우리피데스의「메데이아」는 배신당한 사랑 때문에 자식 살해라는 극단적인 복수를 택하는 모성을 보여준다. 에우리피데스는 메데이아에게 자식 살해라는 죄목을 붙여준 장본인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는 메데이아를 단순히 악녀로 매도하지는 않는다. 그에게는 '영웅'도, '악녀'도 관심 밖이다. 단지 격정과 욕망의 포로가 된 '인간'의 비극적인 운명을 안타까운 시선으로 바라볼 따름이다. 볼프의 소설「메데아」는 특유의 여성주의적 시각으로 신화의 '악녀'를 전혀 다른 모습으로 드러내고 있다. 볼프는 오랜 세월 메데이아에게 덧씌워진 악녀상(像)을 해체하고 지혜롭고 주관이 뚜렷한 '강한 여성'으로 재탄생시킨다. 볼프의 손길로 다시 태어난 메데이아는 사랑의 노예도, 복수의 화신도 아니다. 남성에게 맞선 '강한 여성'일 뿐이다.
소포클레스의 「안티고네」는 신의 법을 내세우며 인간의 법을 거부하는 반항 의지를 그리고 있다. 소포클레스는 크레온과 안티고네의 대립을 국법과 인륜의 문제로 바라본다. 반역자인 오빠의 시신을 묻어주지 말라는 국왕의 명을 어긴 안티고네의 반항은 부당한 국가 권력에 대한 개인의 저항권으로 변호된다. '낯설게하기 효과'를 통해 감정이입을 차단하고 비판의식을 일깨우는 브레히트는 서사극「소포클레스의 안티고네」에서 고전 비극을 '낯설게' 바꿔버린다. 브레히트는 전제 군주의 전횡을 나치 독재의 만행과 교차시키며 관객의 시선을 고대로부터 당대의 현실로 돌려놓는다. 더불어 권력의 위협과 기만에 순종하는 백성의 어리석음과 나약함도 비판적으로 돌아보게 한다. 브레히트는 안티고네의 반항마저 감정적이고 때늦은 것으로 비판한다.

그들은 모두 그리스 신화의 세 반항아들에 대한 고정관념을 뒤집어 낯선 시각을 보여주고 있다. '낯선 시각'은 친숙함에 취해 잠들어 있는 영혼을 일깨워 세상을 뒤집어 보고, 거꾸로 읽고, 반대로 생각하게 한다. 영상에 맛 들린 눈은 종이 위의 글자와 낯설게 만난다. 도시의 소리에 익숙한 귀는 자연의 소리와 낯설게 만난다. 매연에 찌든 코는 신선한 공기와 낯설게 만난다. 우물 안의 개구리는 드넓은 세상과 낯설게 만난다. 온실 속의 화초는 거친 비바람과 낯설게 만난다. 굴종에 길들여진 노예는 자유와 낯설게 만난다. '낯선 시각'은 세상을 보다 넓고, 깊고, 새롭게 바라보게 하는 정신적 충격이다.

반항아들과의 만남은 바로 이러한 '낯선 시각'과의 만남이다. 반항아들은 '낯선 시각'의 개척자요 선구자다. 순종하는 삶을 거부하는 반항이란 기존질서에 길들여진 눈을 거부하는 '낯선 시각'에서 비롯되는 까닭이다.
신화 속의 반항아들을 만나면서 기대하는 것은 다름 아닌 세상을 새롭게 바라보고 변혁하려는 열망이다. '불 도둑' 프로메테우스의 반항에는 인간의 자유의지와 창조정신이, '악녀' 메데이아의 반항에는 가부장제의 해체의지가, '범법자' 안티고네의 반항에는 부당한 권력에 대한 저항의식이 살아 숨쉬고 있는 것이다.

머리말
반항아들을 만나며


제1부 신의 뜻을 거역한 신―프로메테우스

1. 불 도둑 : 생각의 신, 문명의 신, 휴머니즘의 신
- 아이스킬로스의「사슬에 묶인 프로메테우스」

2. 신의 길, 인간의 길
- 괴테의「프로메테우스」

3. 문명의 옷을 입은 휴머니즘


제2부 '남자의 세계'와 맞선 악녀―메데이아

1. 배반의 모성 : 자식 살해
- 에우리피데스의「메데이아」

2. 강한 여성의 운명
- 크리스타 볼프의「메데아」

3. 가부장제를 넘어서 : 인간 해방의 길


제3부 '악법은 법은 아니야!'―안티고네

1. 인간의 법, 신의 법
- 소포클레스의「안티고네」

2. 불의와의 낯선 만남
- 브레히트의「소포클레스의 안티고네」

3. 반항 : 역사의 수레바퀴


참고문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