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 적립 안내

1986년 멕시코 문예지에 시를 발표하고 멕시코 및 중남미 문학에 등단하고, 국내에서는 현대문학에 시 <들꽃>으로 등단한 구광렬 시집. 생활의 극적인 한 컷을 참신한 이미저리로 묘사해 그려내며, 여기에 생에 대한 깊은 통찰과 시인의 인생론적 메시지를 담아내고 있다.

시집 낸 '멕시코 시인' 구광렬

국내 시인으로는 드물게 멕시코 문단에서도 활동하고 있는 시인 구광렬(50) 울산대 스페인중남미학과 교수가 신작 시집 '나 기꺼이 막차를 놓치리'를 출간했다.
구 교수는 1986년 멕시코 유력 문예지 '엘 푼토'(El Punto)를 통해 멕시코 및 중남미 문단에 등단했으며 스페인어 시집 '텅 빈 거울'(El espejo vacio)로 2003년 멕시코문학협회로부터 시부문 특별상을 받았다.

이번 시집에는 벌레, 계절, 슈퍼마켓, 민들레, 거울, 배추장수 부부 등 주변의 사물과 사람을 통해 삶을 성찰한 시 63편이 실렸다.
멕시코와 중남미 시인으로 알려진 구광렬(울산대 교수) 시인이 신작시집 ‘나, 기꺼이 막차를 놓치리’를 출간했다. 1986년 멕시코 문예지 ‘El Punto'에 마야의 토속신을 소재로 쓴 시 'Quechalcoatl'로 등단한 이래 만 20년째를 맞는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막차를 놓치며’, ‘타쓰코의 밤’ 등 63편의 서정시를 선보이고 있다.

시집 해설편에서 우루과이 시인 사울 이바르고옌은 "구광렬의 시적 공간은 광활하다. 그것이 폭넓은 어휘사용을 가능하게 하고, 그 어휘들은 또한 그만의 기발한 착상과 참신한 이미지에서 도출된다."고 평가했다.

문정희(동국대 석좌교수) 시인은 "한국과 중남미에 걸쳐진 두 개의 다리를 건너다니며 시의 무지개를 피워 올리는 그의 시공간에는, 삶의 본질을 투시하는 언어들이 독특한 향기를 내뿜고 있다."고 전한다.



구광렬 울산대 스페인중남미학과 교수(사진)의 다섯 번째 시집 '나 기꺼이 막차를 놓치리'는 스스로 자신이 지향하는 시세계와 본인의 모습이 가장 잘 녹아 있는 시집이라고 표현했다. 때문에 이미 발표한 그간의 시들이 중남미 시색이 짙었다고 한다면 이번 시집에 실린 작품들은 한국적이고 토속적인 색이 짙다.

그의 시에는 소위, 예쁘게 꾸며낸 말이 거의 없다. '오줌을 눈다/ 마지막 방울들이/ 링게르 수액처럼 떨어질 쯤/ 몸이 떨리면서 드르륵 닫힌다…(비오는 날 화장실에서 중)'는 식으로 구절 구절을 이어가기 때문에 시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냉랭하면서도 아주 건조하다.

"시는 거창한 것이 아니다. 시가 거창하려면 시 속의 언어들이 또 거창해야 한다. 때문에 시가 거창한 것을 지양한다"는 시인의 시론과 되도록 어려운 시어를 피하고 일상적인 언어를 찾으려 했던 시인의 노력이 그대로 반영돼 있다.

소재도 지극히 평범하다. 시인은 소변보는 일, 주전자에 물을 끓이는 일, 담배 피우는 일, 응급실을 찾았던 일, 비행기를 처음 탔던 일, 책갈피에 손을 벤 일, 신문을 태우던 일 등 일상사에서 별일 아닌 것으로 치부될 법한 일들을 시로 담아냈다.

여기에서 시인이 세상의 각종 관념적인 것을 물상화시키려는 의도를 읽을 수 있다. 평화를 이야기하고 싶다면 '평화'란 단어 대신 '비둘기'를, '대포'란 단어로 '전쟁'을 이야기하는 게 바로 그가 시 쓰는 법이다. 그래서 그의 시는 쉽게 읽어지는 듯 하지만 결코 이해하기 쉬운 시는 아니다. 평범하디 평범한 시 소재는 관념적인 무엇인가를 의미하고 있기 때문이다.

'꽉 끼는 것에/ 꽉 끼이지 않기 위해 원시의 땅 파타고니아를 간다, 모든 것이 헐렁하다(노팬티와 파타고니아 중 일부)'는 구절처럼 꽉 조여 입기 불편한 팬티를 벗어 던지는 것을 인간이 고통에서 벗어나는 것을 표현하고 있는 데서 그런 예를 찾아볼 수 있다.

구 시인은 "시집에 담긴 모든 시가 일상적인 소재를 통해 나를 성찰하기 위한 일종의 반성문"이라면서 "꾸밈이 없이 쓴 글이라 어떤 사람들은 '이런 것도 시냐'고 하겠지만 시의 소재로 아무런 가치가 없을 것 같은 것에 생명을 불어넣는 작업이 바로 내가 추구하는 작업"이라고 말했다.

시인의 말

제1부 꽃은 몸부림이다
자벌레
막차를 놓치며
달과 치약
비오는 날 화장실에서
햇볕수퍼
유혹
하루살이
어떤 식물
관뚜껑새
비가 내리지 않는 차창 안쪽의 착각
개가 짖는 이유
신문을 태우며
마지막 눈길
민들레
꽃은 몸부림이다

제2부 펜보다 더 센 칼
필리핀 TV를 보다가
삼호약수터
장애인의 날에
보르네오산 원목거울
보리수는 몰라도 거울은 있다
펜보다 더 센칼
까마귀
흰옷
자정
도로 중간에서
겨울바
다편
첫 경험
종합병원에서

제3부 주전자에 물을 끓이다
모래시계와 약봉지
담배연기
입춘
사월의 강
전화
사막에서
주전자에 물을 끓이다
비오는 날의 모닝커피
봄비
편지
숨겨진 노래
야간열차
광만 파는 놈
상의 공도
봉구다방
무있습니다

제4부 둥근것들
타쓰코의 밤
선장과 마리아
할매와 라마
아카풀코의 개
인디오 친구의 사진
후안 헬만에게
수문교
보슬비
둥근 것들
쓸쓸함에 관하여
동치미
임종전날 어머니
명함
노팬티와 파타고니아
배추장수 안씨부부
겨울나기
굽은나무가 더 좋은 이유

해설1// 사울 이바르고옌
해설2// 세사르 베니테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