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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멸의 문학, 배반의 민주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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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 서평

    길 잃은 민주주의와 문학에 호소하는 자성의 글쓰기


    ‘불을 찾아서’ 절필했던 민중적 민족문학론자 김명인은 2000년대에 들어서 결코 적지 않은 글을 쏟아 냈다. 변화된 시대에 대한 그의 비평 정신은 이렇게 집약된다. “존재하는 것의 총체적 타락의 경험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것에 대한 절대적 그리움을 낳는 것이다.” ‘비극적 유토피아주의자’라고 칭할 만한 김명인은 여전히 이런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일까.

    그의 시대 인식은 ‘환멸’과 ‘배반’으로 정리된다. 신자유주의 세계화라는 환각에 빠진 민주주의는 이미 제 갈 길을 잃었으며, ‘쇄말주의’에 빠진 문학에서는 더 이상 희망의 근거를 발견하지 못한다. 새로운 시대에 희망을 걸었던 우리의 기대를 처절하게 배반한 이 시대는 지극히 환멸스럽다. 이 책은 지난 몇 년 동안 이러한 그의 시대 인식을 담았다. 그의 글은 여전히 날카로울 뿐더러 우리시대에 대한 정직한 증언이기도 하다.

    2004년을 전후해 친노에서 비노批盧 혹은 반노로 선회했다고 솔직하게 고백하는 김명인은 오늘의 한국 사회에 대해 다음과 같이 진단한다. “그러면 어떻게 할 것인가? 그 대안에 관해서는 아직 모색 중이라는 말밖에는 할 수가 없다. 생태주의나 에코페미니즘 같은 근본주의적 전망에서 많은 것을 배우지만, ‘광야에서 외치는 소리’로서가 아니라 현실 정치를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물음에 대한 대답으로는 아직 역불급이라는 생각이다. 어쨌든 지금 우리는 신자유주의 세계화라는 파괴적 적대성 앞에서 새로운 전선을 형성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 그것이 내가 현재 내릴 수 있는 최소한의 결론이다.”

    문학에 대한 그의 생각도 사회에 대한 시각과 다르지 않다. “하지만 이제는 거의 지쳤다고 할 수 있다. 특히 2000년대의 벽두부터 터져 나온 문단 주변의 이러저러한 추문들과 󰡔조선일보󰡕 문제를 둘러싼 상업주의와 문단 권력과 관련된 부끄러운 현상들을 관찰하고 그에 개입하는 동안 한국의 근대 문학 제도에서는 더 이상 지성과 윤리를 제대로 갖춘 문학은 산출되기 힘들다는 비관적 결론이 고개를 드는 것을 어쩔 수 없었다.”

    김명인은 문학과 민주주의라는 언뜻 보기에 서로 다른 영역을 넘나들며 자신의 ‘비극적 세계 인식’을 차분하게 기술하고 있다. 그가 불을 찾았는지, 여전히 불을 찾고 있는지는 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이 책에서 우리는, 다시 그리고 집요하게 길을 묻고 있는 김명인의 성실하고도 치열한 성찰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목차

    1부_ 굶는 민주주의는 싫다
    1장 야만으로부터의 해방
    2장 길 잃은 민주주의
    3장 ‘신자유주의 세계화’라는 환각
    “가난한 서민들은 밥을 먹여 준다는 보장만 된다면 언제든지 그까짓 민주주의 따위는 포기할 준비가 되어 있다. 이런 조건 속에서 파시즘이 탄생한다. 이 ‘무늬만 민주 정권’에 대한 기대와 더불어 민주화에 대한 환상도 말끔히 버리고 진정 밥 먹여 주는 민주주의를 위한 새로운 싸움을 시작해야 할 것 같다.”

    2부_ 너, 지금 그 자리에 있는가
    4장 배반의 시대
    5장 ‘잊혀진 시대’의 명예
    6장 인간의 속도
    “가슴에 새겨진 나의 주홍 글자를 아프게 어루만지며 이렇게 묻는다. 너 잘 살고 있느냐고. 너 지금은 그 자리에 있느냐고. 다음 세대에게 부끄러움 없이 인간의 존엄에 대해 이야기해 줄 수 있느냐고.”

    3부_ 문학이여, 침을 뱉어라
    7장 길 없는 문학
    8장 우리시대 문학의 모습
    9장 다시, 길을 묻는다
    “문학이 안간힘의 표현이기를 그치고 요설이 될 때,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횡설수설이 될 때, 그것은 추하다. 그럴 때 어쩌면 우리는 차라리 언어를 버리고 정말 침을 뱉거나 뺨을 후려갈기거나 하는 편이 더 나을지도 모른다.”

    4부_ 불을 찾아 나선 비극적 유토피아주의자
    홍기돈, ‘불의 시대’가 남긴 영혼의 화인이 속화된 세계의 시간을 견디는 방식
    고봉준, 비극적 세계 인식과 유토피아의 상실
    “2000년대 대한민국 사람들은 과연 행복한가. 너무나 행복해서 문학은 그냥 재미있는 소일거리면 좋은가. 그건 아니란 말이죠. 행복하지 않단 말이에요. 그러니까 우리는 행복하지 않다는 사실을 계속 환기시켜 줘야 해요. 그게 문학이 할 최소한의 일이죠.”

    저자소개

    생년월일 1946.09.02~
    출생지 경북 울진
    출간도서 20종
    판매수 1,126권

    1946년 경북 울진에서 태어났다. 1973년 [중앙일보]신춘문예에 시 [출항제]가 당선되어 등단했다. 시집 [동두천], [머나먼 곳 스와니], [물 건너는 사람], [푸른 강아지와 놀다], [바닷가의 장례], [길의 침묵], [바다의 아코디언], [파문], [꽃차례], [여행자 나무]와 시선집 [따뜻한 적막], [아버지의 고기잡이], 산문집 [소금바다로 가다] 등이 있다. 소월시문학상, 현대문학상, 이산문학상, 대산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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