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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스토이와 거닌 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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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 서평

    고리끼가 본 톨스토이

    이 책은 톨스토이가 가장 아끼던 작가 고리끼가 본 '말년의 톨스토이에 대한 회상기'이다. 이 책은 러시아의 가장 저명한 작가에 대한 또 한사람의 가장 저명한 작가의 '회상기'일 것이다. 톨스토이는 고리끼보다 40년 연상이었다. 이 책의 기록은 30대의 그가 70대의 톨스토이를 만나서 쓴 것이다. 고리끼는 톨스토이를 무척 존경했다. 특히 그의 위대함에 감탄하는 때가 많았다. 그 정신세계의 깊이는 끝을 모르겠노라고 고백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에게 감탄만 한 것은 아니었다. 가끔 그의 행동을 짜증스러워하기도 하고, 그의 견해에 반대하기도 했다. 실제로 고리끼가 완성한 문학세계는 톨스토이의 문학세계와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 한 위인의 정신세계가 깊고 넓음이 주변사람들과의 조화로움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주변사람들과의 부조화를 불러일으키는 경우가 많다. 톨스토이도 마찬가지였다.



    톨스토이 책에서 볼 수 없는 톨스토이의 매력

    한 작가의 작품이 '정신의 산물'임을 부인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톨스토이의 책을 읽으면 '그의 정신세계'를 읽을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 인간의 매력이라는 것은 '정신의 기록'으로만 표출되는 것이 아니다. 한 사람의 매력은 행동거지, 미소, 대화하는 말투, 사람을 대하는 태도, 말없이 서있는 뒷모습, 손짓, 사색하는 모습, 습관 등 기록되지 않은 것에서도 풍겨 나오기 마련이다. 그야말로 한 사람의 매력은 '온 몸'에서 '전면적'으로 뿜어져 나오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세계와 마주서있는 인간의 총체적인 모습이 '매력적'인 것이다.

    실제로 작가를 만나본 사람은 그 사람의 '문학 세계'를 잘 이해할 수 있다. 작가의 '살아있는 호흡'을 접해본 사람은 이성적이 아닌 '직감적'으로 그의 '정신세계'를 이해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 만남이 아무리 짧은 것이라 해도 그것은 '전면적'인 것이다. 그것은 작가의 정신세계를 포함한 '직관적 이해'를 낳는다. 작가 사후 글만을 통해서 작가를 접하는 독자들은 아쉽게도 그러한 직감에 의한 전면적인 만남의 기회를 가질 수 없다. 그러한 만남의 기회를 가지기 위해서는 누군가 작가를 대상화시켜서 기록해주어야만 한다. 그러한 작업은 그 위인이 살아있을 때 함께 지낸 사람만이 가능하다. 그의 살아있는 모습을 접해보지 못한 사람이 '평전' 같은 것을 쓰는 경우는 그에 해당하지 않는다. 죽은 시체의 뼈에서 그의 살 냄새를 맡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위인들은 그러한 '행운'을 누리지 못하고 죽는 경우가 많다. 톨스토이는 행운이 넘치는 사람이다. 그것도 당대 최고의 작가였던 고리끼가 그런 글을 써 주었으니 말이다. 이 책에는 톨스토이 살아생전의 그의 모습이 위트 넘치면서도 진지하게 쓰여져 있다.



    당혹스러운 질문을 잘하는 톨스토이

    톨스토이는 상대를 난처하게 하는 얄궂은 질문을 하기를 좋아했다. 그가 하는 질문은 보통 사람이 잘 하지 않는, 혹은 하기를 꺼리는 질문이었다. 톨스토이는 체호프에게 어느 날 공원에서 이렇게 물었다.
    "자네 젊었을 때 오입을 많이 했었나?"

    이런 느닷없는 질문에 당황하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것도 이렇게 상스러운 말투로. 체호프도 '지칠 줄 몰랐죠." 라고 대답했지만 적잖이 당황했던 모양이었다. 톨스토이는 이처럼 말이 거침이 없었다. 그는
    - 자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 아내를 사랑하나?

    - 자네는 나를 좋아하는가?

    같은 질문도 낯빛 하나 바꾸지 않고 서슴없이 해댔다. 이런 사람이 바로 옆에 있다고 생각해보라. 매우 불편함을 느꼈을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이러한 톨스토이의 면모는 가식 없이 진실한 대화를 하기를 좋아하는 그의 성향을 나타내는 것이다.



    반엘리트주의적인 톨스토이

    세계 최고의 지성인답지 않게 톨스토이는 시장의 장사꾼이나 마차꾼처럼 냉소적이고 상스러운 말을 잘 썼다. 그의 이러한 말투는 심지어 상대방을 화나게 할 정도였다. 고리끼도 처음에는 그의 이러한 말투에 화가 났었다고 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난 후 그의 말투에 대해 이렇게 평했다. 그가 입에 담을 수 없을 단어를 사용해 말하는 것은 오직 그것만이 더 정확하고 요점에 맞는 것이어서 그랬다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되었다.
    그러나 톨스토이의 이러한 표현은 '민중적'인 것으로써 '엘리트주의'를 싫어했던 그의 성향을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는 '소탈하고 민중적'인 것을 선호했다. 톨스토이가 고리끼에게 호감을 가진 것도 빈민출신인 그가 매우 '민중적'이었기 때문이었다. 톨스토이의 반엘리트주의적 성향은 고리끼와의 대화에서도 느낄 수 있다. 톨스토이는 고리끼에게 이 책을 읽어보았는지 저 책은 읽어보았는지 확인해보고는 이렇게 말했다.
    "자네는 상당히 많이 읽은 게 분명하군.
    이것 보게. 그러나 그것은 위험해."

    작가에게 필요한 것은 지식이 아니라 통찰이며 가끔은 지식이 오히려 통찰을 방해한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있다. 통찰은 관념으로부터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삶의 진실로부터 얻어지는 것이라고 믿었던 톨스토이는 관념에 사로잡히게 하는 죽은 지식에 매우 회의적이었다.



    눈물 많은 톨스토이

    우리는 톨스토이 하면 신념에 찬 강한 '도덕주의자'로서의 그를 떠올리기 쉽다. 그러나 그는 눈물 많고 웃음 많은 예민한 감성의 소유자였다. 그는 고리끼에게 이런 말을 하며 눈물을 훔쳤다.

    "어느 가을 모스크바 수카리오트 문 근처 골목길에서 술 취한 여인이 도랑에 쓰러져있는 것을 본 적이 있지. 어떤 집 마당에서 흘러온 더러운 물줄기가 바로 그녀의 목과 등에 흘러내렸네. 그녀는 그 차가운 물 속에 누워 떨면서 중얼댔지. 젖은 몸을 꿈틀댔지만 일어나질 못하더군. 술에 취한 여인은 너무나 끔찍하고 혐오스러워. 그녀가 일어나도록 도와주고 싶었지만 할 수 없었네. 너무나 싫었거든. 그녀는 너무나 미끌미끌하고 끈적거려서 만약 그녀를 만진다면 한 달 동안 내 손을 깨끗이 할 수 없을 것 같았네. 끔찍했어! 인도와 차도 사이의 돌에는 영리하게 보이는 회색 눈의 소년이 앉아 있었는데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리더군. 그 소년은 흐느끼면서 지치고 무기력한 말투로 '엄마, 엄마, 일어나' 라고 계속 중얼댔어. 그녀는 팔을 움직이면서 툴툴대더니 머리를 들었다가 다시 그 흙탕물에 머리를 박았네."
    이런 말을 하는 그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는 눈물을 닦고 웃으면서 손수건을 쳐다보더니 다시 눈물이 그의 주름살을 타고 흘러 내렸다.

    "나는 울고 있네. 나는 늙은이야. 참담한 일을 기억하면 가슴을 찌르는 것 같아. 자네, 자네도 인생을 살 테고 모든 것이 과거와 그대로일 걸세. 그러면 자네도 나보다 더 울겠지. 농부 여편네들의 표현을 빌자면 더 '질질' 짜겠지."

    이 같은 이야기에서 '위대한 작가'로서의 톨스토이가 아닌 따뜻한 인간애를 가진, 나약한 한 노인으로서의 톨스토이를 발견할 수 있다. 그러나 이처럼 따뜻한 피가 노년의 혈관에 계속 흘렀다는 것은 그가 위대한 작가일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톨스토이가 믿는 하느님은 달랐다

    고리끼는 톨스토이를 삶의 진실 혹은 하느님을 찾아다니는 순례자로 보았다. 고리끼는 이렇게 증언했다.
    그는 평생 동안 손에 지팡이를 쥐고 수천 마일을 걸어 수도원을 찾아 한 성인의 유골을 보고 또 다른 것을 찾아다니는 순례자 같다. 철저하게 집도 사람도 물건도 소유하지 않는 순례자.
    그러나 톨스토이가 믿는 하느님은 달랐다. 톨스토이가 믿는 하느님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기독교의 하느님이 아니었다. 고리끼는 심지어 그의 일기장에서 이런 대목을 발견하기도 한다.

    "신은 나의 욕망이다."
    신을 찾고자 하는 것, 신을 믿고자 하는 것도 톨스토이 자신의 욕망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톨스토이가 자신의 신념이나 종교에 관해서도 끊임없이 회의하고 고뇌했음을 알려주는 대목이다. 톨스토이는 자신의 행복을 위해서 하느님을 믿는 사람들과는 달랐다. 고리끼는 톨스토이가 믿는 하느님이 다르다는 것을 알았다. 다음과 같은 글은 고리끼가 엿본 하느님에 대한 그의 내면세계이다.

    "그의 세계는 자신을 위한 것도 하느님을 위한 것도 아니다.
    그는 습관적으로 신에게 기도하지만 그 내밀한 영혼은 신을 싫어한다."



    사람을 불편하게 만드는 톨스토이

    고리끼는 톨스토이를 길가의 삐져나온 쭉정이, 돌부리에 비유했다.

    "레프 니꼴라예비치 같은 사람은 길가의 쭉정이, 돌부리, 나무뿌리와 같다. 사람들은 길을 가다 그것에 걸려 넘어진다. 심지어는 그것에 깊은 상처를 입기도 한다. 사람들은 그 같은 사람이 없어도 그럭저럭 잘 지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자신이 미처 깨닫지 못하는 점, 혹은 전혀 다른 세계를 보고 놀라는 일은 즐겁다. 톨스토이는 아무런 의심 없이 자신의 길을 가는 사람들의 발을 걸어 넘어뜨리는 존재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사람들은 걸려 넘어진 그 상처에 의해 자신을 성찰하게 된다."



    모스크바에서 구한 새로운 톨스토이의 풍부한 사진

    책의 화보와 본문에 있는 70 여컷의 사진들은 국내에서 구한 것이 아니라 이 책을 위해 모스크바에서 새로 구해온 사진들이다. 사진들은 톨스토이의 일상적인 생활모습을 독자들에게 충실하게 보여줌으로써 톨스토이를 보다 가까이 느끼게 할 것이다.

    본문중에서

    스토이시즘에 대해서 관심을 갖고 이야기하면서 그는 갑자기 인상을 쓰더니 입술로 쯧쯧 소리를 내었다. 그리고는 격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했다.

    "솜을 넣고 누빈이지 솜으로 누빈이 아니야. 솜을 넣고 누비다와 솜을 넣다라는 말은 있지만 솜으로 누비다라는 말은 없어."

    이말은 분명히 스토아학파와는 전혀 관계가 없는 것이었다. 내가 좀 황당해 하는 것을 느끼고는 고갯짓을 하여 옆방 문을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저쪽에서 솜으로 누빈 이불이라고 하잖아."

    니꼴라예비치는 내게 가끔씩 이렇게 말했다.

    "자네는 아주 이야기를 잘하는군. 자기만의 언어로, 아주 훌륭해. 문어적이지도 않고 말이야. "

    (/p.71~72)

    저자소개

    막심 고리키(Maxim Gorky)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생년월일 1868.3.28~1936.6.14
    출생지 러시아 니주니노브고로트
    출간도서 41종
    판매수 4,821권

    19세기 러시아문학과 20세기 소비에트문학을 잇는 가교였다. 황금세기 문학의 찬란한 빛이 뒷산 너머로 사라질 무렵 요란한 방울 소리를 내며 문단에 나타나 20세기 새로운 러시아문학의 기초가 되었다. 소비에트 시기에는 ‘사회주의 리얼리즘의 창시자’ 등으로 추앙받았으나, 정작 예술가로서의 막심 고리키는 소외되었다. 막심 고리키 작품의 시기적 배경이 1905년 혁명 이전으로 국한되어 있다는 것은 매우 상징적이다. 작가 자신은 물론이거니와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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