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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임금 돼지왕자>,<쌈지 할아버지>두편의 동화로 되어있다. 돼지임금 돼지왕자에서는 돼지 사육을 하는 아빠를 창피하게만 여겼던 현이가 여러가지 일들을 겪으면서 아빠의 돼지사랑을 이해하게 된다는 이야기다. 친구를 돕고 이해하는 마음과직업엔 귀천이 없다는 교훈을 전해준다. 쌈지 할아버지에서는 시골에서 화원을 하시던 할아버지가 서울로 올라와 사시게 되면서 치매를 앓으시는 이야기다. 각박한 도시생활에서 우리가 진정으로 가져야 할것은 무엇인가를 깨닫게 하고 훈훈한 사랑을 전해준다.

<내용 엿보기>
** 돼지임금 돼지왕자
나와 아버지의 별명은 돼지 임금, 돼지 왕자입니다. 우리집은 할아버지 때부터 돼지치기를 했고 아버지도 돼지치기이기 때문이지요. 왜 하필이면 더러운 꿀꿀 돼지를 키우는지 모르겠어요. 난 돼지가 싫습니다. 점심 시간 때마다 학교에 구정물 통을 가지고 와서 돼지들에게 줄 음식 찌거기를 가져 가시는 아버지가 너무 싫습니다. 그리고 시장 한복판에서 시장 사람들에게 일방적으로 무시당하는 아버지도 싫습니다. 하지만 친구들의 시선 때문에 선뜻 나서서 도와드리지 못합니다.

아버지가 없는 친구 동수는 아버지를 창피해 하는 나를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알고 보면 돼지 같이 깨끗하고 복스런 가축도 없을 겁니다. 맛있는 고기를 우리에게 주니까요. 그리고 또 우리 아버지가 키우는 돼지는 더 대단하답니다. 아무도 몰래 좋은 일도 하고 있으니까요. 도순이가 새끼를 낳던 날, 나는 아버지 곁에 누워 돼지치기 냄새가 아닌 향긋한 냄새를 맡습니다. 진정한 아버지의 냄새입니다. 그렇게 밉던 돼지도 이제는 밉지 않습니다. 왜 갑자기 미워하던 돼지를 좋아하게 되었냐구요? 난 돼지나라 임금님의 아들 돼지 왕자이니까요.

** 쌈지 할아버지
우리집은 아파트입니다. 나는 생활하기에 불편한 점이 전혀 없습니다. 그러나 시골에서 화원을 하다가 서울로 올라오신 할아버지는 답답한 모양입니다. 시골에 계실 때는 항상 웃으시고 나에게 용돈도 두둑히 주셨던 할아버지께서 아파트로 올라 오신 이후로 웃음이 사라지고 말씀도 잘 안하는 병이 났습니다. 동네 사람들은 힐끔힐끔 할아버지를 이상한 눈길로 바라봅니다. 나는 학교가 끝나면 할아버지를 찾으러 놀이터나 아파트 단지 구석구석을 돌아다녀야 됩니다.
아버지는 사업이 어려워지자 할아버지가 제일 아꼈던 화원을 팔 수밖에 없었나 봅니다. 그 이후로 할아버지는 조그만 쌈지를 항상 소중히 갖고 다니시며 혼자서 중얼중얼거리기만 합니다. 하루는 아파트 화단을 마구 파헤쳐 놓는다고 관리 아저씨와 실랑이를 벌이다가 할아버지는 그만 쌈지를 놓쳐버렸습니다. 그렇게 소중히 감싸안고 있던 그 작은 주머니에는 꽃씨가 가득 들어 있었습니다. 주머니 속의 꽃씨들은 아파트 공원 구석구석으로 날아가버렸습니다. 할아버지는 시름시름 앓다가 그만 돌아가셨습니다. 다음해 봄, 아파트 공원은 아름다운 꽃으로 꽃동산을 이루었습니다. 할아버지가 그 모습을 보았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돼지임금 돼지왕자/8
쌈지 할아버지/58

그렇게 소리치고는 밖으로 나와버렸습니다.
현, 현이야, 같이 가자!
동수가 허겁지겁 내 뒤를 따라나왔습니다.
장 바닥은 빗물로 흥건하게 젖어 있었습니다.
야채가 여기저기 널려 있어서 바닥이 몹시
미끄럽습니다. 아버지는 통을 들고 중국 음식점
쪽으로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빠르게 달려온 자동차가 음식 찌꺼기 통을 세게 치고 달아났습니다.
(/ p.42~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