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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은 학문이 아니라 삶 그 자체임을 이야기하는 책. 대부분의 사람들은 철학이 머리가 아픈 학문이라는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고, 철학은 일상의 삶과 동떨어져 철학자들만이 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이 책은 우리를 철학과 담쌓게 만드는 이런 고정관념과 선입견을 떨쳐버리고, 새롭게 철학을 바라볼 수 있도록 다양한 철학 이야기를 들려준다.

저자는 망치질, 커피 얼룩, 자동응답기, 이메일 등 누구나 일상에서 마주치게 되는 23가지 평범한 화제로 철학을 들여다보자고 제안하고 있다. 내용을 철학사 연대기에 따라 정리한 것이 아니라 기분 내키는 대로 아무 데나 펼쳐 읽을 수 있도록 구성하였으며, 유머와 재기 넘치는 이야기 솜씨를 바탕으로 철학의 여러 문제들을 살펴본다. 이를 통해 누구나 일상에서 이미 철학을 하고 있음을 인식시켜주고, 예비지식 없이도 즐겁고 유쾌하게 철학을 즐길 수 있도록 도와준다.

철학은 학문이 아니라 삶, 그 자체다
철학이라고? 생각만 해도 골치가 아프고, 고개가 절레절레 돌아간다.
이처럼 대부분의 사람들은 철학이 머리가 아픈 학문이라는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고, 철학은 일상의 삶과 동떨어져 철학자들만이 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또한 철학이 나에게 무슨 소용이 있고, 내 인생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밀려온다.
그렇다면 이런 철학을 하는 이유가 뭘까?
이 책은 우리를 철학과 담쌓게 만드는 이런 고정관념과 선입견을 떨쳐버리고 새롭게 철학을 바라볼 수 있도록 다양한 철학이야기를 마련해두고 있다.
살면서 우리는 많은 문제나 의문들과 마주친다. 시험이나 면접을 앞둔 상황도 있고, 자신의 행위가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 평가해야 할 때도 있다. 바로 이런 순간이 철학이 일상생활과 접점을 이루는 지점이기도 하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부딪히는 이런 문제나 의문들의 복잡한 관계를 읽어내는 생각의 힘을 키워 그것을 바탕으로 문제를 풀어가기 위해 철학을 하는 궁극적인 이유다.
일상생활에서 모르고 있던 철학을 의식하기 시작하면 삶은 훨씬 더 흥미로워지고 질적으로 풍요로워진다. 이 책은 바로 이런 의도에서 쓰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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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는 글● 철학하기의 특별한 매력

철학이 놀이라고?
망치와 망치질
다 내 잘못이라고?
얼룩이 묻었네요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누가 이길지는 아무도 몰라
자백하는 게 낫겠지?
오 년 뒤 당신의 모습은?
보기와 같이 다음을 채우시오!
그 사람이 저 사람이라고?
내가 정말 나일까?
지금 부재중입니다
산타클로스는 정말 있을까?
새 메일이 한 통 왔습니다!
왜 그렇게 쳐다봐, 아가씨?
그때그때 달라요
세상에서 가장 자연스러운 질문
“찰칵~” 이 순간을 영원히!
평생 놀고먹으려면?
내 안에 있는 철학
열광의 그늘
믿음 안에서 옳은 방향 찾기
우리를 영원하게 하는 것

감사의 말

｜얼룩이 묻었네요｜
저 얼룩은 나와는 상관이 없다. 없어도 아주 없다. 하지만 내 건너편에 앉은 저 사람에게는?
앉아 있는 모습으로 보건대, 오늘 뭔가 중요한 일이 있는 듯하다. 양복에 넥타이, 실크 셔츠까지. 저런 양복을 입기에는 아직 많이 어려 보이는데……. 기껏해야 스물다섯 살이나 되었을까. 무척이나 긴장하고 있는 모습이다. 착해 보이는데……. 아마 면접이 있는 날인가보다. 아니면 시험을 보나? 옆자리에 있는 책이 저 사람 건가? ??민법??이라……. 아, 법학도군. 졸업시험(독일의 관례상, 졸업시험에서는 정장을 입음)을 보는 모양이다. 가만 있자……. 지금이 늦가을이니까, 구두시험이구만. 아이고, 불쌍해라. 셔츠에 묻어 있는 저 얼룩 때문에 벌써 1, 2점은 깎이겠는걸. 그럼 좋은 점수는 이미 날아간 거다. 시험관들이 ‘어라, 셔츠에 얼룩을 묻히고 졸업시험을 보겠다고 나타나다니!’라고 생각할 게 아닌가? 물론 시험관들은 이런 내색을 전혀 하지 않겠지.
아무래도 그에게 말을 해주는 게 좋을 것 같다. 어쩌면 이런저런 경우에 대비해서 여벌 셔츠를 한 장 더 가지고 왔을지도 모른다. 커피 얼룩을 묻히는 일은 흔하니까. 특히 이런 기차 안에서는. 하지만 그가 여벌 셔츠를 가지고 오지 않았다면―그럴 확률이 훨씬 높은데―내가 지금 그에게 셔츠가 더럽다고 말하는 게 어떤 결과를 가져올까? 그가 지금 셔츠의 얼룩을 지울 수는 없다. 얼룩을 지우려고 하다보면 더 큰 얼룩이 생길 거다. 지금처럼 자신이 졸업시험을 보는 법학도답게 옷을 잘 차려 입었다고 생각하며, 아무런 부담 없이 시험을 보러 가는 게 더 낫지 않을까? 그러면 적어도 자기가 아는 것에 대해서는 대답을 잘할 수 있을 테니까. 얼룩 때문에 설령 1, 2점이 깎인다고 하더라도 얼룩이 있다는 걸 알고 나서는 시작도 하기 전부터 당황하여 어쩌면 시험을 완전히 망쳐버릴지도 모르니까, 그 편이 더 나을 수도 있다.

철학자들은 이렇게 생각합니다
칸트의 동기주의를 믿는다면 다른 사람의 옷에 묻은 커피 얼룩을 지적해주는 게 좋다. 설사 그 때문에 그가 옷에 신경을 쓰느라 면접시험을 망치는 결과를 빚는다 해도 선한 동기에서 비롯된 행위는 도덕적이다.
동기주의는 도덕적 행위를 판단할 때 이 행위가 실제로 초래하는 결과는 도외시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선한 의지이고, 이 의지는 근거가 있는 특정한 규칙 또는 적어도 그러한 척도를 따른다.
그와 달리 결과주의는 이성적으로 생각할 때 예상되는 행위의 결과를 예측하고 판단한다. 이러한 결과주의식 견해의 한 예로는 제러미 벤담과 존 스튜어트 밀 같은 철학자들이 주장한 공리주의를 들 수 있다. 공리주의를 믿는다면 불치의 병에 걸린 환자에게 그런 병에 걸리지 않았다고 거짓말을 해도 상관이 없다. 사실을 말해주는 것이 결과적으로 그를 더 절망하게 만들어 아무런 도움도 줄 수 없기 때문이다.


｜자백하는 게 더 낫겠지｜
그때도 이런 사실을 알았어야 했다. 우리가 뭐 그렇게 엄청나게 나쁜 짓이라도 했던가? 그래, 좋다. 자동차를 몇 차례 훔치기는 했다. 그리고 은행을 턴 거……. 그건 참 빌어먹을 짓거리였다. 좋아, 인정한다. 우린 결국 어느 때인가 잡혔다. 여기서 ‘우리’란 에스트라공과 나다. 우린 각자 독방에 갇혔고, 경감은 나에게 다음과 같은 제안을 했다.

자, 네 앞에는 이런 선택이 놓여 있어. 너희 둘 모두 이런저런 범죄 사실을 다 털어놓는 거야. 그러면 둘 모두 삼 년 반을 살고 나와.


만약 네가 자백하고 네 공범자가 계속 모든 걸 부인하면, 공범이 혼자 죄를 모두 쓰게 되지. 적어도 오 년은 썩어야 돼. 하지만 넌 내일이라도 나갈 수 있어.
그런데 너랑 공범이랑 모두 입을 다물면, 우리는 이미 있는 증거에 입각해서 너희 둘을 똑같이 일 년 반 동안 감옥에 보낼 거야. 이게 내가 내놓는 제안이야. 잘 생각해봐.
이제 난 네 공범에게로 가서 똑같은 제안을 할 거야. 내일 아침까지 너희 둘 다 대답해야 돼.

그때 기분은 정말로 더러웠다. 물론 우리 둘은 될 수 있는 한 빨리 여기서 나가고 싶었다. 계산하기 어려운 건 아니었다. 하룻밤 꼬박 시간이 있었으니까. 에스트라공이 불고 내가 입을 다물면, 나는 적어도 오 년을 이 안에서 살아야 한다는 소리였다. 하지만 나도 같이 불면 최대한 삼 년 반. 건너편 다른 독방에 있는 에스트라공이 입을 다물고 내가 자백하면, 난 바로 나갈 수도 있다. 그래서 자백했다. 에스트라공도 나와 마찬가지였다. 마지막 2년 동안 우리 둘은 같은 감방을 썼다. 그 2년이라는 시간은, 그날 밤 우리 둘 모두 입을 다물기로 작정했더라면 과연 어떻게 되었을지 곰곰이 생각하게 만든 긴 세월이었다.

철학자들은 이렇게 생각합니다
철학적으로 볼 때 무슨 일이든 주도하려는 태도는 항상 권장할 만한 것은 아니다. 특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