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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만에 발견된 일제의 비밀문서가 입증한 조선왕궁점령사건의 진실.
"청일전쟁은 일본이 치밀하게 준비한 전쟁이었고, 그 첫 실험이 조선 경복궁 점령이었다! 역사 위조는 대국을 꿈꾸는 일본의 뿌리깊은 전통이다!"
일본의 양심을 대표하는 역사학자 나카츠카가 일본인의 역사 인식을 다시 묻는다.
"100년 동안의 거짓을 끝낼 것인가. 거짓 위에 거짓을 덧칠할 것인가?"

"이 책은 청일전쟁(1894∼1895) 개전(7월 25일)에 즈음하여 일어난 일본군의 조선 왕궁(경복궁) 점령 사건(7월 23일)이 뚜렷한 목적과 주도면밀한 계획 하에 이루어졌으며, 그 사실이 일본 육군참모본부가 공식적으로 펴낸《일청전사》에서 위조된 이야기로 바뀌었다는 것을 같은 기관에서 작성한 바로 그 기록의 초안(草案)을 통해 실증하고 있다. 그리고 그 같은 역사 위조가 결코 일시적 발상에서가 아니라 근대 일본에서 조직적으로 이루어져왔음을 정확한 사료를 바탕으로 논증하였다."

1. 출간 배경
- 100년 동안의 거짓을 끝낼 것인가, 거짓 위에 거짓을 덧칠할 것인가?

변화된 동북아정세와 대국을 꿈꾸는 위험한 일본
얼마 전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일본의 고이즈미 총리와의 정상회담이 전격적으로 이루어졌다. 남북정상회담 이후 조성된 한반도 화해 분위기는, 이산가족 상봉 등의 교류 사업과 철도 연결 등으로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신의주 경제특구 지정 등에서도 알 수 있듯이 북한의 개혁 개방 정책은 계속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며, 남한 역시 철도 연결 등을 통하여 동북아 물류센터로 거듭나기 위해 북한·중국과의 새로운 관계 정립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가운데 이루어진 북일 정상회담은, 변화된 동북아 정세 속에서 소외되지 않으려는 일본의 자구책으로 해석된다.

동북아시아 3국은 이제 과거의 쓰라린 역사를 뒤로하고 새로운 평화관계 수립에 나설 수 있을 것인가? 이에 대해 긍정적으로 답하기에는 일본 내의 총보수화 흐름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가 높다. 실제 일본에서는 아시아 각국의 거센 저항에 부딪혔던 문제의 교과서가 일선 학교에서 채택되기 시작하여 점차 확산될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극우단체인 '자유주의 사관연구회'의 영향력도 확대되고 있다. 무엇보다 우려스러운 것은 과거 일본이 저지른 반인도적 범죄행위와 침략·수탈을 덮어버리고, 오히려 대륙침략 시기 일본인의 꿈과 자긍심을 되찾아야 한다는 왜곡된 역사 인식이 팽배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변화된 동북아 정세 속에서 새로운 아시아의 맹주로 부활하고자 하는 현대판 일본아시아주의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위대한 '메이지의 영광'을 되살리자!
1894년 청일전쟁 발발을 기점으로 하여 불과 10여 년 동안 세 번의 전쟁을 치르며 동양의 소국에서 세계 제국주의 열강의 하나로 나섰던 일본은, 그로부터 채 50년이 지나지 않은 1945년 2차세계대전에서 피배·항복하고 만다. 일본이 2천만 명이 넘는 아시아인을 희생시킨, 역사에서 그 예를 찾아보기 힘든 비극을 빚은 뒤 참담한 패전을 맞이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시바 료타로로 대표되는 일본의 국수주의자들은 '메이지의 영광'을 제대로 계승하지 못한 데에 원인을 돌리고 있다. 곧 '미국과 싸운 일은 잘못되었지만, 청일·러일전쟁까지는 좋았다'는 역사관이 지배적이며, 태평양전쟁의 책임에 대해서도, 일본의 군부가 '위대했던 메이지 시대 선배들의 작업을 엉망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이처럼 일본의 보수화 흐름의 밑바탕에는 '위대한 메이지 시대의 부활'이라는 명제가 자리잡고 있다.

역사 위조는 현재진행형이다.
이러한 일본의 역사인식은 올바른가? 이러한 역사인식이 일본 내에서 힘을 얻는 이유는 무엇인가? 나카츠카 교수는 '위대한 메이지'에 대한 환상이 근대일본에서 이루어진 조직적인 '역사 위조'에서 비롯되었음을 날카롭게 지적하고 있다. 청일전쟁 이후 조선과 중국에 대한 침략 사실을 애매하게 조작하는 역사 위조가 일상화되었고 이렇게 조작된 사실이 학교 교육을 비롯한 모든 장소에서 '국민적 상식'으로 통용되었다. 일본 국민들은 조선과 중국의 자주적인 민족운동 등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할 뿐 아니라, 일본군이 '청일·러일전쟁 무렵까지는 국제법을 잘 지키는 모범적인 군대'였다는 환상을 갖고 있다. 이러한 역사인식은 보수우익세력뿐 아니라 태평양전쟁을 비판하는 사람들에게서도 종종 확인된다.

이에 대해 나카츠카 교수는, 청일·러일전쟁을 통해 일본이 조선을 '병합'하지 않았다면 조선은 중국과 러시아에게 지배당했을 것이라는 허구적 사고 속에서 일본의 야망은 점점 더 커졌고, 조선 침략 이후 중국과 동남아시아, 태평양 섬들로까지 전쟁을 확대시킨 결과 참담한 희생과 비극을 몰고 왔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한 이러한 역사적 경험을 무시·왜곡하는 독선적인 역사관이 다시 일본을 뒤덮는다면 망국의 역사를 되풀이할 수밖에 없다고 경계한다.

일본이 불신의 과거를 극복하고 화해와 공존의 시대를 열어가고자 하는 아시아 민중의 염원에 부응하려면 역사왜곡이라는 오랜 고질로부터 벗어나, 근대 일본의 역사를 객관적으로 인식해야 한다. 만약 그렇지 못한다면 동북아 평화관계 구축에 방해꾼이 될 수밖에 없음을, 그리고 그 위험한 흐름은 100년 전의 쓰라린 역사의 반복을 가져올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2. 왜 조선왕궁점령사건인가?

일본 근대사의 큰 흐름 속에서나 청일전쟁사 전체를 놓고 보면 조선왕궁점령사건은 부분 가운데에서도 부분이다. 그런데 나카츠카 교수는 왜 이 사건에 주목하는 것일까?

첫째, 일본이 본격적인 제국주의 국가로서 세계사에 등장하는 중요한 계기가 된 청일전쟁 최초의 무력행사가, "조선의 독립을 위해 싸운다"고 내외에 공언하면서 바로 그 조선의 왕궁을 점령한 사건이라는 사실이 지닌 역사적 의미 때문이다. 국왕이 볼모로 잡히고 왕궁이 처참히 유린당한, 조선 민족으로서는 도저히 잊기 어려운 이 왕궁점령의 전말을, 일본에서는 아예 무시하고 있거나 아니면 엉터리로 씌어진 것이 널리 나돌고 있다. 이 사건은 청일전쟁이 조선을 해방시키기 위한 의로운 전쟁이었다는 식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일본인들의 역사의식이 얼마나 허구적인 것인가를 일깨워주는 중요한 사건이다.

둘째, 청일전쟁 개전에 즈음하여 '대의명분'을 마련한다는 전략적 차원에서 이루어진 왕궁점령에 대하여, 일본 정부와 일본군이 사건의 전말을 국내외에 널리 알릴 수 없어 거짓말로 덧칠하여 전혀 다른 이야기로 꾸며냈다는 사실이 갖는 의미, 곧 역사위조는 일본이 제국주의 국가로서 등장하는 계기가 되었던 청일전쟁 때부터 이루어졌다는 사실을 가르쳐주고 있다. 그런 점에서 조선왕궁 점령 사건은 부분이긴 하나 정치·외교·군사는 물론 근대일본의 국민사상에 이르기까지 그 고질을 해명하는 데 빠뜨릴 수 없는 열쇠의 하나이다.

3. 조선왕궁점령 사건에 대한 일본의 인식

조선왕궁 점령사건에 대한 일본 정부의 공식 견해는, 당시 주한일본공사인 오토리 공사가 보낸 공식전문 내용대로 관철되었다. 곧 "조선 정부와의 교섭 진행에 따라 왕궁 뒤편 언덕에 진을 치기 위해 왕궁을 따라 진격하고 있을 때, 왕궁 주변에 배치되어 있던 다수의 조선 병사가 일본군을 향해 발포했다. 그래서 일본군은 어쩔 수 없이 응전하고 왕궁으로 들어가 수비하기로 하였으며, 일본 정부에게 침략의도가 없다는 뜻을 보증했다"라는 것이다.

옛 일본육군참모본부가 1904년에 공식 간행한《메이지 이십칠팔년 일청전사(明治 二十七八年 日淸戰史)》제1권에도 오토리 공사의 공식 전문 내용이 그대로 기술되어 있으며(일본어로 800자가 채 되지 아니함), 청일전쟁 당시 일본 신문들의 보도와 항간에 유포된 청일전쟁 기록은 말할 것도 없고, 2차세계대전 이후 간행된 전쟁 기록들 속에서도 위의 공식 견해가 그대로 답습되었다. 청일전쟁에 관한 최근 연구 성과마저도 위와 같은 공식 입장을 따르고 있는 실정이다. 일본정부의 이 같은 견해는 지금까지도 공식적으로는 바뀌지 않고 있다.

그러한 가운데 일본 연구자들 사이에서는 청일전쟁이 치밀한 사전 준비 아래 시작한 전쟁인지, 아니면 갑오농민전쟁으로 인해 청조 중국 군대가 출병하자 준비 없이 갑자기 시작한 전쟁인지를 놓고 지금까지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후자의 입장은 5월 31일 당시 일본 제국의회에서 내각 탄핵안이 가결되어 이토 히로부미 내각이 궁지에 몰린 일과, 같은 날 동학농민군이 전라도 전주를 점령함으로써 조선 정부가 청조에 출병을 요청하게 된, 이 두 가지 사실이 우연히 맞물려 청일 양국이 교전으로 치달았다고 본다. 곧 그 전쟁이 일어나기 전날까지도 전쟁을 예상했던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으며, 군부(軍夫)에 민간인을 이용해야 할 정도로, 청일전쟁은 준비 없는 전쟁이었다는 것이다.

4. 일본의 공식 입장을 비판했던 종래의 연구

(1) 재일 동포 출신 역사학자인 박종근(朴宗根, 전 구마모토학원대학)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일본군이 조선왕궁을 점령한 것은 "첫째 국왕 고종이 왕궁으로부터 탈출하는 것을 막아 '포로'로 삼기 위함이었으며, 둘째 조선 정부로부터 청나라 군대에 대한 '구축의뢰(驅逐依賴)'를 얻어내기 위함이었고, 셋째 민씨 정권을 타도하고 친일 괴뢰정권을 수립하기 위한" 세 가지 목적이 있었다(《일청전쟁과 조선》, 아오키 서점, 1982).

(2) 히야마 유키오(檜山 幸夫) 츄코(中京)대학 법학부 교수는 일본군에 의한 조선왕궁점령사건을 일본이 조선에 대해 일으킨 전쟁, 즉 '조일전쟁(朝日戰爭)'으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조일전쟁 전후의 일본과 조선의 외교문제를 자세히 검토했다(<7.23 경성사건과 일한외교>,《韓》 115호, 1990년 6월).

(3) 위 두 사람의 연구 이전 필자(나카츠카)는 《일청전쟁연구》(아오키서점, 1968)에서 조선왕궁점령사건을 "일본군에 의한 조선 정부 교체 쿠데타"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히야마 유키오 교수는 "외국 군대가 국왕이 사는 성을 공격·점령하고 수도를 점거하여 군대를 무장해제시킨 사건을 쿠데타라는 개념으로 파악하는 것은, 전쟁 상태 성립을 부정하고 사태를 왜소화시켜, 조선 정부의 정치적 주체를 경시한 일본 정부의 정략적 의도를 추인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후 필자는 '사토문고'에서 《일청전사》초안을 발견한 뒤 '쿠데타'라고 설명한 것은 잘못이라고 인정했다(나카츠카 아키라 <일청·일러전쟁의 현재적 의미>,《역사평론》532호, 1994년 8월).

제1장:100년 만의 발견
1.풀리지 않는 의문---17
2.어둠 속에 묻힌 조선왕궁점령사건---27
3.조선왕궁점령사건과 청일전쟁에 대한 일본인의 인식---35

제2장:조선왕궁점령의 실상
1.청일전쟁의 도화선---59
2.왕궁점령을 계획한다---64
3.왕궁점령의 전말---71
4.조선왕궁점령 작전을 마치다---83

제3장:위조되는 역사
1.<일청전사>는 어떻게 만들어졌는가---91
2.<일로전사 편찬강령>을 읽다---101
3.<일청전사>편찬 때도 편찬강령이 있었을까---110

제4장:통제된 보도, 만들어진 상식
1.조선왕궁점령, 어떻게 보도되었나---121
2.1894년 8월 1일의 긴급칙령---130
3.교과서에 실린 조작된 이야기---144

제5장:끝나지 않은 역사의 위조
1.일본군은 국제법을 잘 지켰나---161
2.국제법 위반과 전략의 비합리성---169
3.무엇이 진실인가---176

제6장:조선인은 잊지 않는다
1.왕궁점령에 저항하는 조선 병사---185
2.조선에 널리 퍼진 항일 움직임---189
3.일본군의 토벌 작전---201
4.군국주의 일본의 조선 지배와 그 행방---213

제7장:역사 위조가 남긴 후유증
1.역사의 진실을 밝힌다---223
2.사죄하지 않는 일본---228
3.'애국'을 사칭하는 망국의 역사관---2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