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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소설의 여왕 애거서 크리스티의 50번째 출판 기념작품.

열등의식.증오.갈등.복수심. 이 모든것이 한꺼번에 총소리와 함께 격렬히 튀어나온다. 범인의 치밀한 계획 을 조금이라도 방해하는 사람은 누구라도 어김없는 죽임의 손길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 소용돌이 속에서 애틋하게 움트는 사랑과 증오...

살인 예고, 10월 29일 금요일 오후 6시 30분, 리틀 패덕스에서 살인이 일어날 예정. 여러분, 이 예고를 꼭 믿으시오.' 이 예고에도 불구하고 13명의 손님들은 멍청하게 살인 현장을 바라보고 있어야 했다. 육체적인 고통과 사람들의 차가운 냉대 속에서 차곡차곡 쌓인 잔인한 복수심. 누구도 거부하지 못할 부드럽고 달콤한 죽음의 손길. 사람들은 죽음의 공포에 떨면서도 어쩔 수 없이 범인이 짜놓은 치밀한 살인극 속으로 발길을 집어넣고 만다. 애거서 크리스티의 분신이라고 하는 마플 양의 활약이 두드러지는 작품이다. 낡은 의자에 앉아 뜨개질을 하면서 범인을 찾아내는 마플양의 진면목은 단편집 [화요일 클럽의 살인]에서 가장 잘 나타나 있다. 그 중의 한 편인 '친구(The Companion)'가 장편 [예고 살인]으로 발전된 것이다.

애거서 크리스티가 창조한 탐정으로는 에르큘 포와로가 가장 유명하다는 것은 추리소설 독자라면 모두 잘 아는 사실이지만, 제인 마플도 포와로 못지 않은 탐정이나 그리 알려지지는 않았다. 마플양은 여자탐정으로서는 추리소설 매니아들 사이에서는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탐정이다. 마플양은 전형적인 안락의자형 탐정이다. 남들에게서 사건의 경위를 듣고 문제를 풀려고만 할 뿐 증거수집을 하러 다니지는 않는다. 그녀의 추리법은 매우 특이하다. 그녀는 평소에 마을에서 일어난 소문이나 작은 사건들을 기억해 두었다가 실제의 수수께끼같은 사건과 비슷한 일에 대입시켜 추리하는 것이다. 마플양이 주로 관심을 두는 것은 인간의 심리상태이다. 그녀는 나름대로 깊이 생각하고서 복잡한 사람의 마음의 움직임을 인간관계 안에서 추리한다.

마플양은 장편 [목사관 살인사건]에서 처음으로 등장했으며, 크리스티의 대표작중 하나인 [예고 살인]에서도 그녀가 뛰어난 탐정임을 여지없이 보여준다. 이 [예고 살인]은 크리스티의 50번째 출판 기념작품인 만큼 출판 발행부수가 5만 부였으며 크리스티 여사가 각별히 힘들인 작품이라고 한다. 이 작품을 쓸 때 크리스티 여사는 이미 60살의 원숙한 노작가였기 때문에, 이 [예고 살인]은 거의 완숙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크리스티는 마플양의 모델로서 자기 할머니를 묘사했다고 하지만, 이 80세에 가까운 노처녀는 미스테리의 여왕 크리스티의 분신으로 보인다.

크래독은 부엌으로 갔다. 그는 요전과 똑같은 질문을 했으며 미치는 똑같은 대답을 했다.
그렇다. 그녀는 4시 정각에 정문을 걸어 잠갔다.
아니다. 항상 그런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날 오후는 그 끔찍한 광고 때문에 불안해서 잠갔을 가능성이 많다. 옆문은 블랙로크 양이나 버너 양이 오리 우리 문을 닫기 위해 들락거리고, 헤이메스 부인도 보통 그 문으로 들어오기 때문에 잠그지 않는 게 좋다.
"헤이메스 부인은 자기가 5시 30분에 들어오고 나서 문을 잠갔다고 하던데요."
"아, 경위님은 그녀를 믿는군요. 아, 그렇군요. 당신은 그녀를 믿는단 말이지요."
"내가 그녀를 믿어서는 안될 이유라도 있습니까?"
"제 생각 같은 게 무슨 문제가 되겠어요? 당신은 저를 믿지 않잖아요."
"기회를 주세요. 그러니까 당신은 헤이메스 부인이 저 문을 잠그지 않았다고 생각합니까?"
(/ pp.120~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