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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상이든 처음 세상에 태어나면 편견이 뒤따르기 마련이다. 엘리노어는 아무리 억울한 누명과 가혹한 탄압이 자신을 괴롭히더라도, 스스로 마음을 다스리는 수밖에 없었다고 언젠가 언니에게 편지 쓴 적이 있다. “아주 어릴 적부터 우리는 ‘프롤레타리아’에 인생을 바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잘 알고 있었지요.” 즉 엘리노어는 프롤레타리아 혁명의 아버지에게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딸이었다. 지금부터 우리는 암흑의 시대를 온몸으로 불사른 한 인간의 비극을 이해하고자, 그녀의 아버지 칼 마르크스와 엘리노어의 삶의 여정을 살펴보게 될 것이다.

1.혁명의 딸
2.폴리티켈린(여성정치가)의 청춘 1
3.폴리티켈린(여성정치가)의 청춘 2
4.에이블링
5.자유연애와 사회주의
6.미국 유세여행-막간극
7.뮤즈의 미소-연극과 인생
8."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 1
9."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 2
10.마르크스의 유산
11.기로에 선 사회민주주의
12.파국
13.엘리노어의 죽음-에필로그

참고문헌
색인

“인간이 ‘우연’이라는 개념을 깨닫지 못했더라면, 역사는 줄곧 인간이 결코 깨달을 수 없는 미지의 그 무엇인가로 남겨졌을 것이다. ‘맨 앞줄에서 달리는 사람들에게 내재된 개성이 우연적 결합을 통해 또 다른 우연’을 낳고 그 때문에 시합의 결과가 앞당겨지기도 하고, 지연되기도 한다.”

칼 마르크스는 사회주의 혁명의 성패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파리코뮌에서 이렇게 설명했다. 마르크스 자신이 직접 맨 앞줄로 달려나가 지도했던 제1인터내셔널(국제노동자협회)은 그의 예언처럼 내부 의견의 대립과 외부로부터의 적대 행위가 더욱 격렬해지면서 스스로 분열을 선택했고, 마침내 괴멸하고 말았다.
그러나 역사라는 우연은 가속화되는 산업화와 더불어 사회주의의 부활도 함께 선택한다. 유럽의 노동자 계급은 19세기의 마지막 20년 동안 노동자들이 주도하는 계급철폐운동이 사회 전반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도록 지도력과 권력을 수반해야 한다는, 과거와 다른 새로운 방법을 모색했다. 그들이 그토록 갈망했던 역사적 조건은 여러 가지 ‘우연’을 낳았고, 그 중에서도 우리의 눈길을 사로잡는 우연이 칼 마르크스의 딸 엘리노어 마르크스의 생애에서 발견되었다.
엘리노어의 운명은 마르크스 가(家)를 물고 늘어졌던 비극적인 사건들과 그녀의 성(性)에 대한 세인들의 관심 덕분에 널리 알려졌다. 또 그것이 사회주의운동에 미친 충격 또한 상당했기에, 우리들은 한 여성의 삶을 단순히 인생이 아닌 시대의 모순과 대립할 수밖에 없었던 인간의 숙명으로 기억하고자 한다.(9-10쪽)

새로운 유토피아를 갈망하며 등장한 전세계 사회주의자들이 최초로 경험했던 절망, 그것은 바로 위대한 사회주의자 엘리노어 마르크스의 죽음이었다. 엘리노어의 죽음은 한마디로 사회주의의 비극이었다. 엘리노어의 비극적인 삶은 페르디난트 라살의 생애처럼, 사회주의자들이 짊어져야 했던 모든 숙명을 안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가 겪은 고통이 어떤 것이었는가에 대해서는 그동안 많은 사실이 베일에 숨겨져 있었다. 어쩌면 엘리노어가 처음 세상의 빛을 본 순간부터, 그녀가 겪어야 할 기나긴 투쟁이 시작되었는지도 모른다. 엘리노어가 가진 열정은 아버지를, 때론 주위 사람들을 힘들게 만드는 원인이 되기도 했다. 그녀의 생애는 시대를 지배하는 가혹한 의무감과 내면의 자유가 부딪히는 투쟁의 연속이었다. 엘리노어는 이같은 충돌을 해결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한편, 이제 막 태동하기 시작한 사회주의운동에 몸 바쳐 헌신했다.(11-1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