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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군 왕검부터 민주화를 위해 독재에 맞선 오늘의 이야기까지 한국사의 큰 사건들을 동화로 구성했다. 역사적 인물과 이름없이 묵묵히 역사를 지탱해온 민중들의 이야기를 통해 단순한 지식 뿐만 아니라 역사의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아이들을 위한 역사책이 '없다'
우리 아이들이 우리의 역사를 진지하게 접할 수 있는 기회는 극히 드물다. 아이들은 모든 매체에 앞서 성인들이 보는 TV 드라마를 통해 최초로 그리고 거의 전적으로 우리의 역사를 접한다. 권력을 향한 암투와 살육이 적나라하게 묘사되는 TV 역사 드라마를 보면서 아이들은 불신과 오욕의 역사를 가장 먼저 접하게 되는 것이다.

학교의 역사 교육도 부실함을 면치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최근에 완료된 제7차 교육과정 개편안에서 국사 교육이 대폭 축소되고, 근현대사는 아예 선택 과목으로 밀려났다고 한다. 학교 밖에서, 아이들이 보는 수많은 책들에서도 진지하고도 충실한 역사책을 찾아보기 힘들다. 한때 '조선왕조실록'이 성인물의 유행에 힘입어 어린이용 만화로 출간되어 아이들의 손을 많이 탄 적은 있었지만, 지나치게 흥미 위주여서 역사에 대한 진지한 접근을 오히려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하기도 했다.

물론 '사계절출판사'의『역사신문』이나 『한국생활사박물관』시리즈와 같은 참신하고도 방대한 기획과 최근 '휴머니스트'에서 새로이 펴낸 『살아있는 한국사 교과서』가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지만, 이 책들의 주독자층이 청소년임을 감안한다면 여전히 초등 학생이 쉽게 접근할 만한 역사책은 거의 없는 셈이다.

일본은 '역사 왜곡', 우리는 '역사 외면'
일본의 문부성이 자국의 근현대사를 미화하고 왜곡한 교과서를 검인정 교과서로 채택하는 상황에 온 국민이 분개하면서도, 일제 강점기에 우리 민족이 겪은 고난을 다룬 동화나 어린이용 역사책을 찾아보자면 서점과 도서관을 샅샅이 뒤져도 거의 불가능한 실정이다. 이런 답답한 현실에서 그나마 아이들에게 우리 역사를 이야기에 담아 친근한 방식으로 전달하는 '역사동화'의 출현은 참으로 반가운 일이다.

최근 들어 우리 작가들이 쓴 역사동화들이 본격적으로 출간되고 있다. 『하늘의 아들 왕검』(베틀북), 『마지막 왕자』(푸른책들), 『화랑 바도루의 모험』(길벗어린이) 등 여러 편의 역사동화에 우리의 고대사를 주로 담고 있는 강숙인, 동학농민전쟁을 2,000매 가까운 방대한 분량으로 다룬 『네가 하늘이다(현암사)』의 작가 이윤희, 일제강점기의 우리 수난사와 그 후일담을 동화에 담아 탁월한 문학적 성취를 인정받은 『마사코의 질문』(푸른책들)의 작가 손연자 등이 바로 그들이다. 『마사코의 질문』의 작가 손연자 씨는 한 대담에서 자신이 역사동화를 쓰게 된 소감을 이렇게 밝히고 있다.

'일본인들이 부정적인 역사를 의도적으로 은폐하려 든다면 우리는 지나치게 무관심하다고 볼 수 있지요. 한쪽은 은폐해서 모르고, 또 한족은 무관심해서 모르니 역사에 대해 무지한 새로운 두 세대가 만난다면 그냥 공허 그 자체일 수밖에요. 역사를 모르는 것은 나를 모르는 것이나 다름없잖아요. 오랜 역사를 거쳐 한 민족의 정체성이 형성되는 것인데 그리 오래 되지 않은 역사에 대해서조차 잘 모르니 공허 그 자체일 수밖에요.' -〈책 읽는 가족〉 제3호(2001. 9.20) '우리 시대의 동화작가' 대담 중에서

이번에 푸른책들에서 출간한 역사동화집 [새 하늘을 열다]에는 일제가 우리 말을 말살하려고 했던 역사를 담은 「꽃잎으로 쓴 글자」와 임진왜란 때 일본으로 끌려간 도공들의 수난을 그린 「지렁이 울음소리」가 실려 있다. 우리와 일본과의 오랜 역사적 관계 중에서 극히 일부분을 보여 줄 뿐이지만, 이 두 편의 역사동화를 통해 우리 아이들은 오랜 잠에서 깨어나듯 비로소 우리 역사에 대하여 첫 눈을 반짝 뜨게 되는 것이다.

9명의 작가가 쓴 역사동화 모음
[새하늘을 열다]는 강숙인·강정규·박윤규·손연자·송재찬·안주영·이금이·최인영·한예찬 등 우리 나라를 대표하는 9명의 동화작가가 쓴 역사동화 모음집이다. 작가 개개인의 진지한 뜻과 독특한 개성이 어울려 여느 역사책 못지 않은 깊이를 보여주고 있다. 새 하늘을 연 단군왕검 이야기로부터 민주주의를 위해 싸운 4.19 혁명 이

새 하늘을 열다 ... 9

주몽의 아들 ... 25

석수장이 솔뫼 ... 39

몽골 침략과 팔만 대장경 ... 59

나랏말이 중국과 달라 ... 74

지렁이 울음소리 ... 93

꽃잎으로 쓴 글자 ... 108

흰무리 ... 125

그 날의 노래 ... 144

작가소개 ... 162
책읽는 가족 여러분에게 ... 1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