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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아동문학 부문 일러스트레이션 상 수상작. 잠깐 집을 비운 틈을 타 하얀 토끼네 집을 차지해 버린 심술쟁이 산양. 토끼는 도움을 구하러 길을 나섰지만 만나는 동물마다 무섭다며 달아날 뿐인데 누가 용기를 내어 토끼네 집을 다시 찾아 줄까요?

[누가 나랑 같이 가 주겠니?]는 포르투갈의 전래 동화에 개성적인 그림이 어우러진 새로운 스타일의 그림책이다. 못된 산양에게 집을 빼앗긴 토끼가 "나랑 같이 가 주겠니?" 하며 만나는 동물마다 도움을 청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이구동성으로 "난 싫어. 무서워서 안 갈래". 힘세고 덩치 큰 황소, 다음으로 개, 끝내 수탉까지 다들 부딪혀 보지도 않고 줄행랑쳐 버린다. 그런데 앞서 나온 동물들보다도 훨씬 작고 힘없는 개미가 용감하고 당당하게 맞서 산양을 쫓아내고 토끼네 집을 다시 찾아 준다.

갈등 요소를 해결하고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구성도 그렇거니와 반복적이면서도 단순한 이야기 구조 속에 생생한 재미와 교훈이 숨어 있는 것은 빠트릴 수 없는 전래 동화의 원형이다. 예로부터 많은 전래 동화를 읽고 들으며 자라온 우리 아이들은 이야기에 친근감을 느끼며 쉽게 빠져들 것이다. 또 서로 대화하듯 아이들 눈 높이에 맞춘 입말체 문장은 아이들이 더 편안하게 이야기를 받아들일 수 있게 한다. 심술꾸러기, 심술떼기 ,심술퉁이 등 같은 의미지만 조금씩 다른 뉘앙스를 가진 단어들이 규칙적으로 운율 있게 쓰인 것도 책을 읽어 가는 큰 재미 중의 하나가 된다.

무엇보다 책을 펼쳤을 때 가장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이 책의 그림들이다. 표지에 나오는 토끼만 봐도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예쁘고 앙증맞은 토끼의 모습이 아니며, 뭔가 예사롭지 않은 느낌을 준다. 그것은 본문에 등장하는 산양, 황소, 개, 수탉, 개미도 마찬가지다. 조금은 변형된 듯도 하고 우습기도 한 그림들. 하지만 책장을 넘길수록 작가의 기발한 발상과 상상력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앞이빨 두 개가 툭 튀어나오고 자그마한 눈을 가진 토끼는 어수룩하면서도 순진한 주인공 토끼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 준다. 개미는 옆으로 가늘게 혹은 무표정하게 그려진 다른 동물의 눈과는 달리, 동그란 동공에 또렷한 눈매를 하고 있어 야무지고 당찬 성격을 드러내고 있다. 하얀 토끼의 집을 빼앗는 심술궂은 산양도 화가의 독특한 그림으로 그 성격을 잘 표현했다. 커다란 몸통과 도깨비 뿔처럼 생긴 우악스러운 뿔, 뾰족뾰족한 귀와 새빨갛게 날름거리는 혀 등은 순한 산양이 아니라 마치 괴물 같은 이미지로, 이 책 속의 험상궂고 무시무시한 산양의 분위기를 잘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이외에도 볼거리가 많다. 한 페이지 넘게 화면을 꽉 채운 황소와 길다랗게 그려진 개, 얼굴 부분만 살짝 나오는 수탉 등 크고 작은 동물들을 다양한 구도와 크기로 안배해 동적으로 느끼게 한다. 토끼가 길에서 차례차례 동물들을 만나는 장면이 자칫하면 지루해질 수 있는데도 말이다. 선명하고 화사한 색채도 눈길을 끈다. 각 장마다 나오는 분홍색 바탕과 길다랗게 펼쳐진 초록색 길이 시선을 시원하게 트여 주며, 그림책의 밝고 톡톡 튀는 분위기를 주도하고 있다.

이렇듯 이 책은 화가의 독특한 화풍과 풍부하고 다양한 색감을 보는 것만으로도 무척 즐겁다. 스페인 아동문학 부문에서 일러스트레이션 상을 받은 이 작품의 매력을 한껏 느낄 즈음, 독자들은 다른 손에 떡 하나를 또 쥐게 되었음을 깨달을 것이다. 이야기에 자연스레 녹아 있는 삶에 대한 교훈도 어느새 가슴속에 자리하고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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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nt color="007700"〉저자 소개〈/font〉
지은이 호세 바예스테로스
지은이 호세 바예스테로스는 1956년 스페인 비고 지방에서 태어났다. 작가 겸 편집자로 일하고 있고 어린이 책을 여러 편 썼다.

그린이 오스카 비얀
그린이 오스카 비얀은 1972년 스페인 바야돌리드 지방에서 태어났다. 대학에서 회화를 전공하고 갈리시아 현대미술센터 교육부에서 일했으며 어린이를 위한 미술 프로그램에 활발히 참여하고 있다. 그림책으로는 첫 작품인 ≪누가 나랑 같이 가 주겠니?≫로 1999년 스페인 아동 문학 일러스트레이션 상을 수상했다.

옮긴이 배상희
옮긴이 배상희는 한국외국어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 한서과를 졸업하고 현재 통역 및 번역 일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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