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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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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영웅과 친구가 될 때
1. 실 공장 집 아들, 1908~1927
2. 결정적 순간들, 1927~1931
3. 도구를 찾아 나선 예술가, 1932~1935
4. 이전 세계의 종말, 1936~1939
5. 국적: 탈주자, 1939~1946
6. 뉴욕에서 뉴델리까지, 1946~1950
7. 세계가 그의 스튜디오이다, 1950~1970
8. 또 다른 삶을 향해서, 1970~
후기―세기의 눈이 세기와 더불어 눈을 감다

출처와 참고자료
감사의 말
찾아보기

“사진이란 감각과 정신이 즉각적으로 작용하는 행위이다. 사진은 시각적으로 표현된 세계이며, 끊임없는 추구이자 질문이다. 동시에 사진은 1초도 되지 않는 짧은 순간에 이루어지는 확인 행위이며, 이런 사실을 나타내거나 의미하는 형태들을 엄정하게 조직하는 행위이기도 하다. 중요한 점은 우리가 파인더를 통해 분할하는 현실 속에서 대등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진을 찍는 도구는 이를테면 시공에 그리는 크로키 노트나 매한가지이다. 카메라는 삶을 제시되는 그대로 포착하는 놀랄 만한 도구이다.”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Henri Cartier-Bresson, 1908~2004)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세기의 눈'은 20세기 위대한 예술가와 그의 작품 세계를 조망해본 <현대 예술의 거장> 시리즈 아홉 번째 권이다.
‘결정적 순간’의 사진작가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은, 예리한 시선으로 20세기의 격변의 현장과 인간의 삶을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사진에 담았고, 자코메티, 사르트르, 카뮈, 간디 등 20세기를 주름잡은 주요 인사들의 초상사진을 통해 그들의 내면을 증언했으며, 무엇보다도 20세기를 대표하는 수많은 걸작 사진작품들을 남겼다. 그런 의미에서 그는 ‘세기의 눈’이며, 또한 흑백 이미지를 예술의 반열에 올려놓은 사진미학의 거장이다. 미술사가인 에른스트 곰브리치는 1972년에 '서양미술사The Story of Art'에서 사진작품으로는 유일하게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의 <아브루치의 아킬라Aquila degli Abruzzi>(1952년)를 소개했다.
이 전기는 저자인 피에르 아술린이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생전에 나눴던 5년간에 걸친 대화뿐 아니라, 그와 전화, 편지, 엽서, 또는 팩스를 통해서 주고받은 내용을 토대로 완성한 책이다. 카르티에 브레송은 초현실주의에 심취해 있던 젊은 시절이며, 데생에 대한 변함없는 열정이며, 전쟁과 포로수용소 생활, 그가 살아오는 동안 만났던 친구와 여인들에 대해서도 남김없이 털어놓았다. 또 그는 보유하고 있는 모든 자료들과 매그넘 에이전시에 보관하고 있는 수만 점의 친필로 쓴 사진 캡션들도 참고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카르티에 브레송의 증언과 자료들을 바탕으로 저자는, 그의 지나치리만큼 엄격한 사진미학과, 모순으로 가득 차 있는 듯 보이는 그의 괴팍하고도 당돌한 성격, 20세기의 아이콘으로 남아 있는 사진들을 촬영하던 당시의 정황 등을 섬세한 필치로 담담하게 묘사해낼 수 있었다.
세상에 드러나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던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은, 애초에는 자신의 전기를 쓰는 것을 못마땅해 했지만 나중에 가서는 이를 사실상 묵인했다. 피에르 아술린은 사실 확인을 위해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과 함께 원고를 검토하기까지 했다. 노년기의 데생 활동에 대해 카르티에 브레송이 사진작가로서는 위대할지 모르나 데생화가로서는 그저 수많은 데생화가 가운데 한 사람에 지나지 않는다고 언급한 대목에서 카르티에 브레송은 불쾌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러나 저자는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았다. 카르티에 브레송이 자신의 사진에 손대는 것을 단호히 거부했던 것처럼 말이다. 우리는 잘 찍은 사진을 보듯이, 이 책을 통해 두 감수성이 어떻게 만났는지 생생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이 전기는 지난 세기의 위대한 시선에 바치는 대서사시이다.
이 책의 프랑스어판 원서는 1999년에 출간되었기 때문에 본문에서는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이 생존인물로 묘사되어 있다. 저자는 2004년 카르티에 브레송이 세상을 떠난 후 그의 죽음과 사후 평가 등의 내용을 담은 ?후기?를 집필했고, 이것은 한국어판에 수록되어 있다.

본문중에서

라이카는 카르티에 브레송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신화적 존재가 된다. 그는 단 한 번도 라이카와 떨어져 지내는 적이 없게 되었다. 야외에서건 내밀한 공간에서건 마찬가지였다. 거리에서, 자택에서, 여느 가정집에서, 어떤 시간 어떤 장소, 혹은 알지 못하는 그 어떤 곳에서도 카메라는 카르티에 브레송을 따라다녔다. 사실 이런 태도는 예술가라기보다 현상금 사냥꾼들이나 취하는 태도였다. 언제라도 셔터를 누를 준비를 하고서 매복하거나 엿보는 식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감정이 배제된 것은 아니다. 인간과 기계, 하나의 영혼과 장치 사이에 이처럼 혼연일체를 이루고 완벽한 상호침투를 보인 예는 없었다. 마치 한 쌍의 연인들을 놓고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채워준다고 말하는 것과 하등 다를 바 없다. 카메라와 사람은 서로를 위해 존재하는 듯했다. 카메라는 사진 찍는 사람의 시각을 자연스레 연장시켜줌으로써 사람과 한 몸이 된다. 문카치의 사진을 보고서 받았던 충격의 여파로 이런 생각을 하게 된 카르티에 브레송은 이제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다. (/p.112)

카르티에 브레송은 이 사진을 찍기 위해, 카이유보트와 마네가 그토록 좋아했던 생라자르 역 뒤편 어느 울타리 판자 틈새에 카메라를 올려놓고 오랫동안 기다렸다. 물론 이 사진에 담긴 도형적 완벽성은 그의 탁월한 시선 덕택이고, 놀라운 리듬감과 디테일의 풍요로움, 멋진 반사광, 직선과 곡선이 이루는 절묘한 연금술은 그의 직관에 상당 부분 의존한다 치더라도, 뒤편으로 보이는 작은 광고그림 속의 여자 무용수가 마치 물웅덩이를 건너뛰는 중년남자를 비웃기라도 하는 듯한 광경에 대해서는 뭐라 말해야 한단 말인가? 카르티에 브레송이 설명하기 귀찮으면 둘러대는 말처럼, 그저 “운이 좋았을 따름”인가? (/p.127)

마티스는 사진 찍히기를 좋아하지 않았다. 사진 찍히려고 포즈를 취할 생각만 해도 끔찍해 하는 사람이었다. 그는 처음엔 자기 일에 간여하려 드는 사진작가를 질색해 했다. 하지만 시간이 조금 지나자, 오히려 잠시 쉴 수 있는 짬이라 생각했다.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이 어떤 사진작가인가. 고양이처럼 기척도 하지 않는 사람이 아닌가. 제대로 관찰을 하려면, 전혀 내색하지 않는 법을 터득해야 한다. 카르티에 브레송은 정해진 시간이면 마티스 집에 와서 구석에 앉아 화가에게도 모델인 리디아 들렉토르스카야에게도 말 한마디 건네지 않고 몇 시간씩 얌전히 바라만 보곤 했다. 대화는 금물이다. 점잖지 못할 뿐만 아니라 모든 것을 망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가 사진을 찍을 때는, 마치 눈에 보이지 않는 인간이 재채기를 하듯 그야말로 순간적이면서도 조용히 이루어진다. 그때 사진의 주인공은 자기가 주인공이란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마티스도 포즈를 취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한 손에 연필을 들고 다른 손에는 비둘기를 든 채 세상 바깥에 있을 따름이었다. 바로 이 순간, 사진작가는 사람과 동물 사이의 형용하기 힘든 시선을 포착하기로 마음을 정했다. (/p.226)

카르티에 브레송은 보는 안목을 가진 사람이다. 하지만 그는 자기의 비판의식을 눈에 금세 띄는 곳에 담지도 않을뿐더러, 뜻밖의 장면에 초점을 집중시키고, 기대했던 장면에서 기대하지 않은 의외성과 마주치게 만드는 사진작가이다. 예를 들면, 그가 1966년 르망의 자동차경주 24시간을 취재한 사진들에서 자동차는 거의 등장하질 않는다. 기껏해야 정비공이 한잔 걸치는 장면이나, 명사들이 칵테일파티에 열중하는 장면이나, 풀밭 위에 퍼질러 누운 관람객들이나 혹은 텐트를 친 연인들 사진 따위가 주를 이룬다. 간혹 자동차가 등장하는 경우도 있지만, 뚜껑을 열어놓았거나 부속을 빼놓은 자동차 사진들이다. 다시 말해 달리지 않는 자동차뿐이다. 자동차 경주 르포에서 결정적으로 빠져 있는 부분은, 바로 속도였다……. (/p.354)

그는 여기저기를 걷다가 순식간에 사진을 찍고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또 다시 걸음을 걷는다. 이처럼 동작이 날렵하기 때문에 험악한 꼴을 모면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는 무의식적으로 사진을 찍을 만하다는 감이 들면 주위를 무용가처럼 펄쩍거리며 맴돈다. 그러고 나면 내면의 펜싱선수가 바통을 이어받고는 즉시 일격을 가한 다음 현장에서 물러난다. 카르티에 브레송처럼 신경이 날카로운 사람이, 팽팽한 긴장감이 감도는 그런 순간에 냉정을 유지할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이다. (/p.404)

연출사진? 카르티에 브레송은 평생토록 연출사진은 찍어본 일도 없으려니와 좋아하지도 않는다. 카르티에 브레송은 일본 미나마타 마을에서 중금속에 몸이 마비된 아이를 엄마가 품에 안게 하고 사진을 찍었던 유진 스미스처럼 현실을 왜곡하느니, 차라리 사진을 포기하는 편이 더 낫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로베르 두아노가 ‘<시청 앞에서의 키스Baiser de l'H?tel de Ville> 사건’을 겪으면서 그것이 연출된 사진이었다는 스캔들 때문에 말년을 고통스럽게 보내고 있던 때, 카르티에 브레송은 참담한 심정이 들면서도 짜증이 나서 잠자코 입을 다물었다. 우정 때문이기도 했지만, 자존심 때문이기도 했다. 적어도 이 점에서 카르티에 브레송에게는 한 점 의혹도 없다. 물론 그라고 상황을 유도해서 사진을 찍은 경우가 전혀 없지는 않지만, 자기 사진 테두리를 건드리도록 허락하는 경우만큼이나 극히 드물다. (/p.424)

플래시? 야만적인 행위로, 절대 금물이다. 감수성을 말살하는 살인자의 무기이다. 그는 플래시를 터뜨리는 것을, 콘서트 장에서 권총을 쏘는 것만큼이나 무례한 행동으로 간주한다. 사진 찍는 자체가 이미 상당한 공격성을 띠는 바에 무엇 때문에 또 다시 폭력성을 배가시켜야 한단 말인가? 사진의 첫 번째 덕목이 진정성에 있는 만큼 조명은 자연 채광만으로 족하다. 따라서 모든 인위적 조명방식은 반(反)사진적이라 할 수 있다. 이 점에 관해서 일관된 입장을 나타내는 카르티에 브레송은 이렇게 표현하기도 했다.
“플래시는 사진작가와 주제 사이에 자연스레 형성되게 마련인 비밀스런 신경세포들을 단번에 무력화시킨다. 우리가 낚시하기 전에 물을 휘젓는 일이 있는가?”
플래시 사용이 의미하는 것은 사진작가의 자질 부족뿐만이 아니다. 플래시는 대상을 빛나게 해주기는커녕 눈을 부시게 만드는 뻔뻔스런 도구이다. (/p.425)

저자소개

피에르아술린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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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에르 아술린은 소설가이자 전기 작가이며, 현재 프랑스 현장비평을 주도하는 문학비평가 중 한 사람이다. 대학에서 역사와 문학을 전공했고, 이후 프랑스 내의 대표적 문학잡지인 󰡔리르󰡕지에서 편집장으로 일하면서 창작활동과 더불어 오랫동안 프랑스 국립교양방송에서 문학 코너를 담당하기도 했다. 현재 󰡔르몽드󰡕지와 󰡔누벨 옵세르바퇴르󰡕지에 고정적으로 문학 칼럼을 쓰고 있다. 그가 쓴 전기로는 󰡔다소 씨󰡕, 󰡔가스통 갈리마르󰡕, 󰡔심농󰡕, 󰡔에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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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년월일 1958~
출생지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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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8년 서울 출생으로,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불어불문학과 및 동대학원을 졸업했고, 프랑스 파리 8대학에서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꿈 이야기로 문학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전문번역 및 출판기획 네트워크 ‘사이에’의 위원으로 활동중이다.
옮긴 책으로는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은행가][가족의 비밀][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이기는 자의 조건][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만화본) [구조주의의 역사](공역) [관계] [이집트 상형문자] [신(神)?] [미술, 여성 그리고 페미니즘]등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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