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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도둑고양이>로 제1회 디지털문학대상을 수상한 작가, 강기희의 다섯 번째 장편소설. 삶의 벼랑 끝으로 내몰린 인물들이, 성남 모란시장에 위치한 '희망여인숙'에 모여들어 겪는 비루한 삶을 들려준다.

소설은 자본주의의 어두운 그늘이라 할 수 있는 모란시장의 희망여인숙이라는 공간을 배경으로, 개발주의와 배금주의가 잉태한 행태악과 구조악 대문에 인간이 어떻게 무너져가는가에 대한 진지한 탐구를 보여주며, 인생의 참의미를 꿰뚫는다.

작가는 우리 시대의 희망과 절망을 그려내며, 우리 사회의 부조리와 모순에 대한 해학과 아이러니를 정면으로 고발한다. 극도의 우울감과 좌절 속에서도 인간이라면 누구나 희망을 꿈꿀 권리가 있음을 이야기하며, '개 같은 인생들'로 치부된 사람들이 고통과 절망을 딛고 일어나 희망의 문을 두드리는 과정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이경자(소설가)ㅡ희망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희망을 키우려는 강기희의 근원적 생명력에 감사한다. 그의 건강성이 마침내 '오랜 시간 희망이 비어있는 사회에 안도감을 줄 수 있게 되길 바란다.

한창훈(소설가)ㅡ경기도 어디 옥탑방에서 도시를 견디던 작가가 문득 고향 동강의 푸른 물을 지키러 떠났다던데 그러는 사이 그는 어떤 절망을 만나고 어떤 희망을 만들어냈을까. 희망은 사실 절망의 덩어리를 싸안고 있는 얇은 보자기 같은 단어이다. 때문에 단돈 천원으로 숙식을 해결하는 희망여인숙은 희망 외에는 바라볼 게 없는 절망의 서사이다. 그곳에 모여든, 절망의 또 다른 이름인 <사람들>. 그들 이야기는 해부되길 기다리는 시체의 입에 의해 시작되는데 귀기울이다보면 인생을 아프게 꿰뚫는 메스를 만나게 된다. 그러나 희망의 또 다른 이름은 다시<사람들>아니겠는가. 작가가 이토록 모란시장 그 어두운 곳으로 찾아들어가 희망을 키운 것은 물소리를 꿈꾸기에 최적의 장소가 사막이기 때문일 것이다.

작가의 말

1. 프롤로그

해부학실습
1. 나를 찾아가는 길
2. 희망여인숙은 어디에
3. 희망여인숙
4. 해남집
5. 개 같은 인생들
6. 개는 주는 먹이밖에 먹지 않는다
7. 음해
8. 길을 잃다

2. 에필로그
합동추도식
해설_비루한 삶을 가로지르는 희망_고명철(문학평론가)

p.175
"젊은 시절을 이렇게 보낼 작정이세요? 마음을 조금만 바꾸면 눈이 팽팽 돌 정도로 끝내주는 세상이 있다니까요. 그러니 내 말을 믿고 따라와 보세요. 나도 곧 수배가 풀리면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갈 텐데 뭘 망설이세요. 나요, 돈 많습니다. 지금껏 죽도록 돈만 벌다가 이 나이까지 왔습니다. 애들도 다 컸으니 주위 눈치 볼 이유도 없는 몸이라구요.“

p.283
잠시 후 천막 안에서 호루라기 소리가 났다. 번개의 싸움이 시작되는 모양이었다. 나는 무릎을 꿇고 두 손을 모았다.
‘번개야, 제발 이겨주렴…….’
천막 안에서 개들의 으르렁거림이 들려왔다. 황 사장의 고함소리도 들려왔다. 황 사장은 일생일대의 모험을 번개에게 건다고 했다. 하지만 나는 모험이 아니라 인생의 전부를 번개에게 걸고 있는 중이었다.
목덜미를 물으라는 권혁태의 외침이 귓전을 때렸다. 나도 목덜미를 공격하라고 기도했다. 상대 개의 견주가 번개의 귀와 뒷다리를 공격하라며 악을 썼다. 나는 번개에게 귀와 다리를 조심하라고 기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