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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북을 결심한 김대중과의 대화를 토대로 작성한 최신 리포트.

북핵 문제로 고착상태에 빠져 있는 6자회담과 위조달러·인권문제 등으로 강경발언을 쏟아내고 있는 미국, 지속적인 우경화 속에서 과거사 문제와 영토주권 문제를 유발시키고 있는 일본, 그리고 경제동북공정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북한에 대한 투자에 적극적인 중국까지, 급류 속에 있는 한반도 정세 속에서 김대중은 지금 평양행을 앞두고 있다.

좋지 않은 건강과 재방북에 대한 각종 폄하 발언에도 불구하고 그는 왜 평양행을 준비하고 있는가? 퇴임 후 한동안 말을 아끼던 김대중은 약 6개월 전 저자와의 인터뷰(2005년 12월 15일·주요내용 월간중앙 신년호 게재)를 통해 평양행을 처음으로 기정사실화하고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논의할 의제에 대해서도 생각을 꺼내놓았다.

이 책은 당시 나눴던 대화를 토대로, 한반도의 미래를 위한 김대중의 최신 구상과 앞으로의 전략을 되짚어보기 위한 것이다. 오랫동안 한반도의 평화와 한민족의 웅비 방안을 고뇌해오던 김 전 대통령과의 대화를 통해, 그가 걸어온 궤적과 그 속에 담겨 있는 '김대중 사상'을 읽어 냄으로써 복잡한 한반도 정세 속에서 우리의 나아갈 방향이 무엇인지 되짚어본다.

1. 김대중은 왜 평양으로 가는가? 방북을 결심한 김대중과의 대화를 통해 위기에 빠진 한반도 문제의 해법을 모색한다. 한반도의 미래를 위한 김대중의 구상과 전략.

김대중 전 대통령이 요동치고 있는 한반도 정세의 한복판으로 뛰어들고 있다. 북핵 문제로 고착상태에 빠져 있는 6자회담과 위조달러·인권문제 등으로 강경발언을 쏟아내고 있는 미국, 지속적인 우경화 속에서 과거사 문제와 영토주권 문제를 유발시키고 있는 일본, 경제동북공정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북한에 대한 투자에 적극적인 중국까지, 급류 속에 있는 한반도 정세 속에서 김대중은 지금 평양행을 앞두고 있다.
좋지 않은 건강과 재방북에 대한 각종 폄하 발언에도 불구하고 그는 왜 평양행을 준비하고 있는가? 퇴임 후 한동안 말을 아끼던 김대중은 약 6개월 전 저자와의 인터뷰(2005년 12월 15일·주요내용 월간중앙 신년호 게재)를 통해 평양행을 처음으로 기정사실화하고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논의할 의제에 대해서도 생각을 꺼내놓았다. 이 책은 당시 나눴던 대화를 토대로, 한반도의 미래를 위한 김대중의 최신 구상과 앞으로의 전략을 되짚어보기 위한 것이다. 오랫동안 한반도의 평화와 한민족의 웅비 방안을 고뇌해오던 김 전 대통령과의 대화를 통해, 그가 걸어온 궤적과 그 속에 담겨 있는 ‘김대중 사상’을 읽어 냄으로써 복잡한 한반도 정세 속에서 우리의 나아갈 방향이 무엇인지 되짚어보는 책이다.


2. 북한을 향해, 미국을 향해, 일본을 향해, 우리 국민을 향해 쏟아놓은 김대중 사상의 핵심. 정치논리에 따라 그냥 묻혀서는 안될 의미 있는 메시지.

김대중의 사상과 실천은 오랜 민주화 여정, 최초의 민주적 정권교체와 제도적 민주주의 완성, 남북 정상회담과 남북 통일시대의 초석 마련, 동북아 평화와 번영을 위한 노력, 패권주의 반대와 세계평화 운동 등으로 꾸준히 그 외연을 넓혀 왔다. 그가 주창해 온 ‘햇볕정책’은 그동안 각종 폄훼와 비판에도 불구하고, 한반도 긴장완화를 위한 가장 현실적 대안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의 이번 평양행은 이러한 김대중 사상의 실천 과정에서 나온 것이다.
이 책은 30년 넘게 통일을 준비해 온 민족주의자 김대중에게 듣는 경색된 한반도 정세와 한국 경제의 비전을 구하기 위한 것이다. 첨예한 정치 대립 속에서 그의 의견은 무조건적인 공격의 대상이 되거나 묻혀버리기 일쑤였다. 그러나 이틀 걸러 신장 투석을 받아야 할 정도로 건강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방북을 결심한 그의 행보를 보면 국민과 민족에 대한 생각이 어떠한지 짐작할 수 있다. 독자들은 이 책에서 전하고 있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말 한마디 한마디를 통해 그의 남다른 고뇌의 흔적과 혜안을 읽을 수 있다. 특히 남북문제, 북미문제, 대일본문제, 우리 경제문제 등에 대해 탁월한 해법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3. 이 책에서 전하는 김대중의 주요 메시지 8가지

1) 북미관계 개선이 평양에 가는 목표 중 하나. 방북은 ‘특사’ 성격 아니다.
미국의 대북정책과 북한의 대미대결이 마주치면서 한반도 정세는 긴장 일로다. 남북 화합을 위한 김대중의 마지막 시도는 이렇게 엄중한 상황에서 전개되고 있다. 그는 북미 관계의 개선을 시작으로 압록강 기적 시대의 단초를 열어야 한다고 말한다.
“북한과 미국의 관계를 좋게 만들어야 합니다. 그것을 통해 북한이 국제통화기금(IMF)과 같은 국제금융기구에서 돈도 빌려 쓰게 만들고, 일본과 국교를 정상화해 배상금도 받게 하고, 세계 각국이 북한에 투자하도록 우리가 역할을 해야 합니다. 중국이 북한에 들어가는 것을 막을 순 없습니다. 우리나라에 세계 모든 투자가 다 들어오듯이, 우리도 북한에 들어가서 북한이 자유경제 제도를 이루도록 도와주고, 압록강 건너 대륙으로 진출해 한강의 기적에서 압록강 기적의 시대를 만들어야 합니다.”
이 말에는 이번 방북의 성격이 포괄적으로 담겨 있다. 그는 김정일 위원장과 21세기 한민족의 미래를 폭넓게 토론하는 가운데 미시적인 현안에 대해서도 할 말은 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저자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방북 목적을 이렇게 정리했다.
“특사나 공적 임무를 띠고 가면 자연히 대화의 폭이 좁아지고, 행동에도 제약이 생길 수 있어요. 그보다 같이 민족의 장래를 생각하는 사람끼리 지금부터 민족의 앞날에 대해 서로 어떻게 해 나갈 것인지 생각하고 있습니다. 미국에 대해서는 어떻게 대응해 나갈 것인가, 일본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6자회담 상설화 문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리고 북한에 대한 여러 가지 세계적 비판이 있는데 그런 문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대응하는 것이 옳은지, 이런 문제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고, 21세기 속에서 한민족의 위상은 어디에 목표를 둬야 하고, 그 전제로 평화적으로 협력하고 평화적으로 통일하는 과제를 어떻게 진행해 갈 것인지, 그런 이야기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17～18쪽)

2) 6자회담 상설화 문제 논의
김대중은 국내정치에 있어서도, 국제정치에 있어서도 ‘실사구시적 접근’을 강조해 왔다. 그가 “미국은 우리에게 아주 중요한 동맹국”이라고 강조하는 것은 우익적 관념론에 근거한 것이 아니라 현실적 전략에서 비롯된 측면이 강하다. 6자회담의 상설화 주장도 그런 사고의 결과물이다.
그는 2006년 5월 23일 감마나이프학회 국제회의 특별연설 후 질의응답에서 “평양에 가서 할 일은 분명하다”면서 “미국이 앞으로 6자회담에 참가하는 나라들과 협력해서, 무엇보다 당사국인 한국의 의견을 존중하고 한국을 앞세워서 남북 관계 발전을 위한 역할을 해 주기를 바라고 있다”고 밝혔다.
그가 6자회담의 상설화를 강조하는 이유는 “남북한은 미·일·중·러의 4대 강국에 포위된 나라”라는 지정학적 숙명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퇴임 후인 2004년 6월 베이징을 방문해 당시 장쩌민 국가주석을 만나 “핵 문제가 해결된 후에도 6자회담을 해체하지 말고 상설화시켜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의 평화에 공동으로 협력하는 기구를 만들자”고 말한 적이 있다. 6자회담의 틀을 이용해 동북아 평화 체제 구축을 한반도 평화정착과 민족 통일의 핵심 전략으로 상정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이번 방북을 통해서도 김정일 위원장과 함께 이 문제를 깊숙이 논의하겠다고 말했다.(18～19쪽)

3) 독도문제 등 일본문제 해결과 동아시아의 협력 및 공존 방안
그는 한일관계에 있어서 일본의 극우화 경향을 경계하면서도 극단적인 반일 감정도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지적한다. “일본의 젊은 세대는 과거에 일본이 무엇을 했는지를 모르기 때문에 반성할 수 없고, 그렇기 때문에 진정한 사죄가 없다”는 진단이다. 나아가 한국과 중국에서 불고 있는 반일 감정 고조가 동아시아 3국의 진정한 화해와 협력을 방해하는 방향으로 진전되어서는 안 된다고 본다. 저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일본의 우경화와 동북아 평화 질서의 교란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세계 속에서 혹은 동아시아 속에서 자기 민족이 건설적 역할을 하는 민족주의는 권장할 만하지만, 남이야 어떻든 우리만 발전하면 된다는 배타적 민족주의는 매우 위험합니다. …중국에서도 지금 중국이 세계 중심이라는 중화사상이 민족주의로 가고 있고, 일본은 아주 우경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어요. 그러나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그것은 성공하지 못할 겁니다. 왜냐하면 동남아 세계도 달라져 다 나름의 주관과 자기 민족의 주체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민족주의란 것도 결국 공동체 속에서 함께 협력하면서 제 입장을 세워 나가는 협조적 민족주의로 가야 합니다.”(137쪽)
“일본이 걱정됩니다. 문제는 일본 민주주의가 우리처럼 싸워서 쟁취한 민주주의가 아니고 맥아더 장군이 심어준 민주주의라는 점입니다. 그렇기에 유리할 때는 민주주의를 했으나 세상이 바뀌고 중국이라는 세력이 일어나니까 언제 민주주의냐 식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일본 내 양심 세력은 힘이 없습니다. 더욱이 미국이 지원하니까 두려움 없이 밀고 나갑니다. …일본은 아시아로 얼굴을 돌려야 합니다. 과거 메이지(明治) 시대에는 영국과 동맹을 맺고 유럽만을 보더니 2차대전 후에는 미국만 봤습니다. 그러면 아시아와 진정한 유대를 맺을 수 없습니다. 일본의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도 사실은 아시아 사람들이 시키자고 해야 되는 일인데 그 반대입니다. 일본의 다음 정권도 우리 기대와는 다른 움직임을 할 것으로 봅니다.”
반대로 독도 문제에 대해서는 신중한 접근을 주문한다.
“신중하게 접근해야 합니다. 우리가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는데, 자꾸 독도가 우리 거라고 떠들면 독도가 분쟁 지역이라고 스스로 인정해 버리는 셈입니다. 본의 아니게 일본의 우파를 도와주는 것이 됩니다. 외교는 떠들어서 좋을 때가 있고 침묵을 지켜서 좋을 때가 있습니다. 침묵하는 그 시간에도 우리는 독도를 지배하고 있습니다. 젊은이들과 우리 국민이 독도 문제에 대해 하는 것을 보면 고맙고 기특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만하면 우리 국민들의 열의가 얼마나 강하다는 것을 알았을 테니 상황을 좀 지켜봐야 합니다.”(140～141쪽)

4) 21세기 한민족의 비전과 철의 실크로드 구상
김 전 대통령이 이번 방북 길에 복원된 경의선을 통한 육로방북을 고집한 것은 이유가 있다. 그는 오랫동안 유라시아 대륙으로의 육로 회복을 주창해 왔다. 북한은 북방으로 가는 통로이기 때문이다. 그는 새로운 천 년의 실크로드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남북한 간 철도 연결의 또 하나의 의미는 유럽과 한국을 육로로 연결하는, ‘鐵의 실크로드’가 이룩된다는 사실입니다. 이는 하나의 공동체를 지향하는 ASEM의 이상을 실현하는 데에도 다시없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유럽 각지에서 출발한 기차가 유라시아 대륙을 관통하여 한국의 서울과 부산까지 도달하게 됩니다. 그리고 세계 제3의 컨테이너 항구인 부산항을 통해서 태평양 전역으로 이어집니다. 물론, 한국을 출발한 기차도 서유럽에까지 이르러 대서양과 연결되게 됩니다. 물류비와 수송 기간도 크게 감축됩니다. 그동안 ASEM이 추진해 온 아시아-유럽 간 ‘디지털 실크로드’의 완성은 이미 눈앞에 다가왔습니다. 그 관문이 될 한국과 프랑스간의 초고속 정보통신망이 지난해 12월 개통되었습니다. 이제 ‘鐵의 실크로드’까지 완성되면, 아시아와 유럽은 하나의 협력공동체를 향해 크게 전진하게 될 것입니다.”(27쪽)
“남북을 잇는 철도를 이용하면 북한의 압록강을 건너 중국의 오지와 시베리아를 넘어 중앙아시아, 동구라파, 서구라파까지 연결하는 철의 실크로드가 형성됩니다. 이렇게 되면 물류비용과 수송 기간이 약 30퍼센트 정도 경감됩니다. 대서양과 태평양을 잇는 동쪽의 물류 기지가 한국이 되는 것입니다. 물류가 일어나면 생산이 일어나고 금융과 보험, 문화, 관광산업이 함께 일어나게 될 것입니다. 압록강의 기적의 시대가 올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한국은 21세기 동북아의 물류 거점이 되어 국운 융성의 시대를 맞이하게 될 것입니다. 물론 북한도 남한과 함께 큰 혜택을 보게 될 것입니다. 경제적 자립의 길이 열릴 것입니다. 이것은 남북의 평화적 공존과 통일에도 근본적인 촉진제가 될 것입니다.”(170쪽)

5) 북핵문제 해결 방안
그는 북핵문제의 해법은 ‘일괄 타결’에 있음을 강조한다. 해법은 간단하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북한은 핵을 완전히 포기하고, 철저히 검증받아야 해요. 그리고 미국은 북한에 안전을 보장해 주고, 경제적 제재를 해제해줘야 해요. 그래서 살 길을 열어 줘야 합니다.”(92쪽)
그는 북한이 절대로 핵을 가져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확고하게 주장하고 있다. 북한의 핵 보유가 민족 전체의 공멸을 가져올 핵전쟁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 북한의 핵 보유로 일본이 핵 무장을 하게 된다는 것, 태평양에 있어서의 세력 균형이 급속하게 무너지고 결국 세계 평화가 위협받게 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북한 핵 문제 해결의 고착은 미국의 책임이 크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나는 1994년 제1차 핵 위기 때부터 이 이야기를 줄곧 해 왔는데, 미국에 부시 정권이 들어서면서 결국 하지 않았어요. 북한에 일방적으로 핵만 포기해라, 그때 가서 우리가 대가를 주고 싶으면 주겠다는데 말을 듣겠어요? 그래서 동시에 해야 하는데 이게 안 되고 있는 겁니다. …중국과 러시아가 옆에 붙어 있어서 이라크와는 달라요. 군사작전을 하려고 하면 가만히 있겠습니까? 우리도 미국과 협력하지만, 그것은 평화를 위해 협력하는 것이지 전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면 쉽게 동의할 수 없어요. 미국으로서도 다른 길이 없어요. 북한에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받고 이렇게 해야 합니다.”
그는 일괄 타결이 이뤄지지 않는 이유로 미국의 일관성 없는 태도를 지적한다.
“북한으로서는 핵 폐기 후 검증이 끝나면 우리는 줄 것만 주고 이행 안 하면 어떻게 하느냐, 그렇게 생각할 수 있어요. 또 북한이 불안한 것은 핵 문제가 끝나면 다시 미사일 문제, 미사일 문제 끝나면 생화학무기 문제, 대량살상무기, 그리고 휴전선에 있는 장사정포 문제 이런 것이 계속 나오고, 심지어 인권 문제도 나오게 되면 결국 내줄 것 다 내주고, 받을 것은 못 받고 끝나는 것 아닌가 하는 거죠. 그러니 동시에 주고받아야 한다는 겁니다.” (95～96쪽)

6) 남북경제협력 활성화를 통한 남북경제 공동체 마련
육로를 이용한 대규모 인적 교류를 수반하고 경제 협력을 통한 군사적 신뢰 구축 및 남북경제공동체 기반을 조성한다는 측면에서 계획된 개성공단 개발은 그의 남북 정상회담의 구체적 성과로 지목된다. 이미 5천 명이 넘는 북한 노동자가 개성공단에서 남한의 기업과 협력해 일하고 있다. 계획대로 공단이 확충되면 70만 명의 북한 노동자들이 개성공단에 합류한다.(34쪽) 그는 남북 경제협력문제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북한과 화해하고 북한을 돕는 것은 북한만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바로 남한의 안보와 경제적 도약을 가져오는 데도 필요합니다. 이미 말한 대로 남북 간의 긴장은 크게 완화되었습니다. 북한에 대한 경제적 진출이 더욱 확대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지금 남한의 많은 실업자와 400조 원이 넘는 유휴자금, 한계 상황에 도달한 중소기업 문제 등을 해결하는 데 큰 도움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170쪽)

7) 동서독 통일의 교훈과 한반도의 통일 가능성에 대한 신념
그는 동서독의 흡수통일 과정이 낳은 부작용을 면밀하게 분석해 왔다. 그는 동서독 통일과정, 통일 이후의 사회상에 대해 다음과 같은 실증적 분석을 내놓았다.
“동서독 통일 과정을 보면 또 다른 문제가 있는데, 그것은 동독 마르크화와 서독 마르크화의 화폐 가치가 4대 1 이상의 차이가 나는데 이것을 1대 1로 바꾸어 준 것입니다. 그렇게 되니까 동독 경제가 거품 경제가 생겨나서 물가가 치솟아 잘 안 된 것입니다. 또 하나는 동독 사람들의 생산성은 생각하지 않고 서독 사람과 똑같은 임금수준을 보장하고, 또 사회보장도 다 해 줬어요. 그렇게 하니까 결국은 동독은 생산성도 안 오르고 놀고먹는 사람이 수두룩한데 전부 서독 사람이 벌어서 먹여야 하니까 지금 또 큰 문제가 생겨난 것이에요. 그래서 우리는 앞으로 통일할 때 1단계에서는 네 책임은 네가 지고, 내 책임은 내가 갖는 그런 ‘국가연합식’의 통일을 하여야 합니다. 이후 연방제 단계로 들어가더라도 지방의 행정은 엄격하게 자치로 맡겨 가지고 자기 일은 자기가 책임지도록 해야 돼요.”
독일처럼 조급해서도 안 되고 독일처럼 흡수 통일을 지향해서도 안 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통일이 능사가 아니고 어떻게 통일하는가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당시 서독 경제력의 6분의 1에 불과한 남한이 남한 인구 절반에 해당하는 인구를 ‘부양’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흡수통일론을 반대하는 김 전 대통령의 수치 분석이다. 그는 동서독 통일의 결과를 이렇게 통찰한다.
“동서독은 통합을 이룸으로써 정치적 분단은 끝났지만, 경제적 사회적 격차로 인한 내부 분단은 이제부터 시작되고 있습니다. 동독과 서독은 없어졌지만 동독인과 서독인은 엄연히 존재하고 있습니다. 서독인은 1등 국민이고, 동독인은 2등 국민이라는 의식이 자연스럽게 퍼져 있었습니다. 전에는 1민족 2국가였지만, 통일된 지금은 1국가 2사회가 되어 있습니다.…”(39～41쪽)

8) 통일은 경제 전쟁시대의 강력한 대안
그는 관념적 통일론보다 현실적인, 실현 가능한 통일론을 주장했다. 현실적인 통일론이란 남북이 각기 경제적인 번영을 통해 힘을 키우고 그 과정에서 불필요한 통일 비용을 최소화하는 길이다. 그는 북한이 남한의 경제력을 필요로 하는 것처럼 남한 역시 북한의 경제적 조건과 지리적 배경을 이용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 논리는 이렇다.
“우리는 미국, 유럽, 일본의 시장이 막히고, 동남아에 추월당하고 있습니다. 갈 데가 없습니다. 하늘이 우릴 도왔는지 우리 눈앞에 지금 세계의 마지막 자원 보고인 만주와 시베리아가 펼쳐지고 있습니다. 요동의 대련항은 상해보다 지금 수출입 물동량이 큽니다. 통일을 해서 북한을 통과해야만 시베리아, 몽골, 중앙아시아로 진출할 수 있습니다. …만주, 시베리아, 연해주, 몽골 그리고 중앙아시아에는 천연가스, 석유, 철, 비철금속, 목재, 석탄, 수산자원, 비옥한 농토 등 엄청난 자원과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곳에 가려면 북한을 통해야 합니다. 파이프라인이 가설되고 고속도로도 이어져야 합니다. 부동항도 이용해야 합니다. 북방을 개척하면 우리는 세계 선진국 대열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냉전 시대에는 국가 자원을 경제 개발과 국방에 나눠서 투입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모든 나라가 국력을 경제에 몰아넣습니다. 세계는 경제 전쟁의 시대인 것입니다. 안 그래도 경쟁국에 밀려가는데 우리만 대립하고 싸우면서 과도한 비용을 여전히 국방비에 다 쏟아 부으면 결과는 보나마나 아닙니까. 경제 전쟁에서 패배하고 삼류국가로 전락할 수밖에 없습니다.”

서문
1. 평양행 특급열차의 꿈
2. 햇볕정책은 죽지 않는다
3. 햇볕정책, 누가, 왜 반대하는가
4. 북한 경제의 대남 의존도를 높여라
5. 철의 실크로드
6. 북핵 문제와 DJ의 전략
7. 보편적 세계주의, 그리고 IT경제와 한류
8. 아시아의 유럽연합
9. 김대중의 통일론
10. 김대중의 평화 공존·통일 발언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