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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밋빛 인생 - 2002년 제26회 오늘의작가상 수상작 [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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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 정미경
  • 출판사 : 민음사
  • 발행 : 2002년 05월 31일
  • 쪽수 : 262
  • ISBN : 8937403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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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 서평

    제26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김화영,이문열,조성기 등 심사위원들이 흔쾌히 의견을 일치할 만큼 기법과 주제 면에서 탁월함을 인정받은 작품이다. 이 소설은 광고, 헬스, 요리, 메이크업 등 가시적 · 감각적 외관의 표면에서 미끄러지는 삶의 양식을 다루고 있다. 작가는 신인답지 않게 소설의 육화(肉化)에 적절히 성공함으로써, 존재의 표면에서 부유하면서 보이지 않는 실체를 고독하게 찾고 있는 사람들의 비극을 다룬다.



    작가는 인물의 형상화에 강점을 보이는데, 이미지 속에 사는 인물, 즉 '15초의 인생'을 사는 광고인의 직업 세계를 적절히 형상화하고 있다. 소설은 1인칭 화자의 회상으로 시작되며, 화자가 관찰한 세계의 이미지가 단상처럼 흐른다. 비단 광고장이인 '나' 뿐만 아니라, '나'의 젊은 시절을 연상케 하는 또 다른 인물 '이강호'도, '나'의 옛 연인인 메이크업 아티스트 '민'도, TV 프로 [사랑이 꽃피는 요리]의 진행자인 '나'의 아내 정애도, 헬스클럽에서 만난 여인 재즈스쿨 강사도, 모두 이미지 속의 인물들로 그려진다. 그들은 '조작된 환상'을 보여주는 인물이거나, 혹은 그 '조작된 환상' 속에 살 수밖에 없는 단자화된 현대인들이다. '나'는 이렇게 말한다: "사람들이 입는 건 청바지가 아니라 리바이스의 자유로움이며, 들이마시는 건 담배가 아니라 말보로의 마초 이미지다"이다.



    이 '조작된 환상'이란 포스트모던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의 존재감을 표현하는 데 적절하다. 광고 문화, 이미지 문화, 메이크업, 요리 등의 소재는 실재 아닌 실재를 구현한다. 이들은 모든 실재의 인위적인 대체물이며 바로 시뮬라크르이다. 시뮬라크르, 이미지, 환상에 의해 구성된 세계가 상상 세계이다. 그런데, 이미지가 모방할 혹은 재현할 실체가 없고 이미지가 실체인 세계에서는 상상 세계는 존재를 상실한다. 작가는 가상실재 속의 삶을 표현하는 데 넉넉한 직업의 세계를 다루어 이러한 인물들을 통해서 이러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본문중에서

    오후 사무실 분위기치고는 특이했다. 내가 드러서는 순간은 무척 조용했다. 김민희만이 들어서는 날 바라보았다.

    이강호,당신 대단한 사람이야. 그런데 당신처럼 대단하고 싶다는 생각은 안 들어

    디자인실의 윤정호였다. 마주 보고 서 있는 건 이강호였다.

    나는 김민희에게 입모양으로 뭐야,하고 물어보았다. 김민희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러고는 내 자리로 슬그머니 오더니 속삭이듯 말했다.

    윤 대리가 하고 있던 카탈로그 작업이 있었어요. 이강호가 국장 찾아가서 제가 하겠다고,잘할 수 있다고 그랬나 봐요. 시안까지 들고 가서,국장이나 마다할 거 있어요. 재미있게 만들었나 봐. 결국 그걸로 하겠다고 그랬대요. 윤 대리 뚜껑열리게 됐지

    나는 복도로 나가며 강호를 불렀다.

    이강호,나 좀 보자

    자판기 앞에서 커피를 한 잔 뽑아 강호에게 건넸다. 강호가 왼쪽 가슴을 손바닥으로 지그시 누르며 고개를 저었다.

    너,왜 그랬어?

    갑자기 아이디어가 막 떠오르더라구요. 영감이 폭발하는 순간이 있잖아요. 누구보다 잘할 자신이 있었어요. 형 시안 한번 봐요. 패션 카탈로그의전설이 될 만해요.



    (/ p 79~80)




    사랑한다 해서, 둘이서 죽도록 사랑한다 해서, 다시는 나누어지지 않을 것처럼 서로의 몸속으로 파고들며 뜨겁게 엉긴다 해서 그 사랑 때문에 감당해야 하는 고통과 두려움과 고뇌의 무게까지 같이 감당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사랑한다고 말하면서 나는 내게 결혼하라고 말하던 민의 쓸쓸함에는 무심했다. 나를 밀어내던 민 앞에서 느꼈던 내 외로움만 컸지, 민의 아픔은 몰랐다. 사랑한다고 한번도 말하지 않았던 민이 마음속에 얹고 살았던 돌의 무게를 나는 몰랐다. 민이 우울해 있으면 그저 나도 우울해했고 민이 밝아지면 같이 밝아졌다.



    흐린 후의 맑음, 그건 어쨌건 고마운 일이었다. 때론 민은 맑은 후 차차 흐릴 때도 있었다.



    (/ p.127)

    저자소개

    생년월일 1960.02.04~2017.01.18
    출생지 경남 마산
    출간도서 27종
    판매수 9,096권

    1960년생. 이화여자대학교 영문과를 졸업했다. 1987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희곡 부문에 [폭설], 2001년 [세계의 문학] 소설 부문에 [비소 여인]이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2002년 오늘의작가상, 2006년 이상문학상을 수상했다. 소설집 [나의 피투성이 연인] [발칸의 장미를 내게 주었네] [내 아들의 연인] [프랑스식 세탁소], 장편소설 [장밋빛 인생] [이상한 슬픔의 원더랜드] [아프리카의 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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