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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만난 작지만 소중한 생명을 가진 친구들에 관해 소개하고 있다. '반딧불이마저 잠들고, 서낭당에 둥지 튼 날다람쥐 혼자 소나무 가지 사이를 오가며 노니는 깊은 밤. 눈이 녹아 맑은 물이 되고, 막 샘솟아 오르는 물소리 얼굴을 내미는 흙의 친구는 쇠똥구리.'-'본문' 중에서.

이 책 「백 가지 친구 이야기」는 길에서, 개울에서, 산에서 또 마을에서 만난 백 가지 친구 이야기를 그린 수채화 엽서 101장을 모아 엮은 그림책이다. 101장의 그림마다 짧은 글이 곁들여져 있다. 지은이 이와타 켄자부로는, 이 작은 그림책을 통하여, 인간뿐만이 아니라 지구라는 이 "푸른 별"에서 인간과 부대끼며 함께 역사를 이어 가고 있는 자연을 향한 경외의 심정을, 그 속의 온갖 생명체에 대한 존중하는 마음을 나타내려고 했다고 한다. "발밑의 작은 '선배' 생명체 그 누구와도 친구가 될 수 있으면" 하는 바람과 또 "그들, 그녀들의 속삭임에 귀를 기울여" 보고 싶은 소망이 이 책을 내게 된 배경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지은이는 그런 뜻을 독자들에게 목소리 높여 가르치려거나 힘써 강요하려 들지 않는다. 동화책 삽화와도 같은 소박하고 정감어린 작은 그림과 어린 아이도 쉽게 읽어 나갈 짧은 한두 줄의 글로써, 계절의 변화와 더불어 길에서 개울로 개울에서 산으로 산에서 하늘로 그리고 끊어진 옛시절을 거쳐 다시 마을로 돌아나오는 느릿하고 따스한 여정에서 만난 친구들을 정겨운 시선으로 그냥 소개하고 있을 뿐이다.

그렇게 만난 친구 중에는 개구리나 도토리처럼 인간에게 친근한 친구가 대부분이지만, 서로 천적인 친구도 있고 또 독버섯이나 송전 철탑처럼 우리에게는 께름칙해 보이는 친구도 있다. 한편, 발부리에 채는 돌멩이, 떡갈나무 잎에 떨어지는 비, 나무 의자 같은 무정물도 있고, 우연히 밟은 쇠똥과 그 친구인 빵점 맞은 시험지 같은 재미난 주인공도 등장한다. 그런가 하면, 딴 나라에서 흘러들어온 잡초까지 아우르고, 또 알라딘 석유난로며 끊어진 철길, 잊혀진 노래 들처럼 지나간 시절에 대한 그리움 섞인 회고도 빠뜨리지 않는다. 지은이의 눈에는 그 모두가 똑같이 제 나름의 존재 가치를 지닌 소중한 친구들이다.

이 책 「백 가지 친구 이야기」는 한 장 한 장 떼어서 그림엽서로 사용해도 좋을 만큼, 간결하나 아름답고 따뜻한 그림으로 이어진다. 그에 견주어 "무엇의 친구는 무엇" 형식으로 이어지는 글은 단순하기 짝이 없고 다소 밋밋하기도 하다. 그러나, 지은이처럼 느긋하게 또 참을성있게, 책을 한 장 한 장 넘기면서 죽 이어지는 친구의 고리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바쁜 일상에서 놓쳐버리고 있던 감성이 풋풋하게 되살아남을 느낄 수 있다. 읽기에 따라서는, '진정한 친구'에 대한 인식과 더불어 결국은 '나 자신'의 발견이라는 선물도 받을 수 있으리라.

이 책 「백 가지 친구 이야기」가 나오기까지
이와타 켄자부로 선생은 삼십 년 이상 그림을 그려 온 판화가이며 삽화가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그림에만 파묻혀 지내온 것은 아니다. 이십대부터 여러 지방과 마을을 돌면서 사람들을 만나 온 그는 함께 살아가는 모든 삶을 친구로 받아들이면서 그의 눈과 마음과 발이 닿는 주변의 삶과 끊임없이 교류하고 있다. (특히 그는 농촌 풍경과 자연에, 그리고 사라져 가는 것에 대해 큰 애정을 갖고 있다.) 그 가운데에는 그런 주변의 삶의 이야기를 날마다 직접 손으로 쓰고 그린 글과 그림에 담은 ‘헤라헤라통신’(주간)을 일본 각처의 지인(500여 명)들에게 보내는 일이 있고, 또 포크송 가수들과 함께 하는 노래 운동도 있다.

한편 소문난 책벌레이기도 한 그는 서점을 운영하거나 출판과 관련된 일을 하는 지인들이 많은데, 언젠가 서적도매상을 하던 한 친구가 도산할 위기에 빠졌을 때 그를 돕기 위해서 일일이 직접 그린 그림엽서 100장 묶음을 스무 벌을 만들어 주변에 팔았다. 덕분에 그 친구는 탈없이 건재할 수 있었다. 그 그림엽서 100장 묶음을 사 간 사람들 중에는 한국인도 있었다. (이와타 켄자부로 선생은 스무 해 전부터 한국을 자주 방문해 온 한국통으로, 한국인 친구가 꽤 많다.) 그것이 인연이 닿아 도서출판 호미에 소개되었고, 도서출판 호미는 지은이 이와타 켄자부로 선생과 직접 저작권 계약을 맺어 「백 가지 친구 이야기」를 책으로 엮어 한국어판과 일본어판을 동시에 출판하게 되었다.